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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87화 (1,767/2,000)

1787. 빌드 업-122-

2주면 만족스러운 속도는 아니었지만, 그게 최선이라는 말에 도훈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PD라 할지라도 전체적인 방송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은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태오가 자수했으니 경찰도 더 빨리 움직일 것 같은데 ···.'

[그럼 차라리 제작진을 통해 경찰에 증거 자료를 넘기는 것은 어떻습니까? 사실 방송은 권력이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 못 하게 막으려는 여론몰이 용이고, 결국 경찰 쪽 수사가 들어가야 놈들을 잡아넣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 로시 네 말이 맞겠다.'

"그럼 경찰에 따로 신고 하시는 거예요?"

"응?"

"아니, 놈들이 했던 일은 범죄잖아요. 방송에 내보내서 악행을 세상에 알리는 것도 좋지만, 방송 보고 튀기 전에 경찰에도 미리 신고해놔야 할 것 같은데요."

"아, 그거? 안 그래도 방송국 소속 자문 변호사에게 문의하던 중이야. 마약 소지 및 성매매 알선은 명백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범죄 사실을 인지한 이상 경찰 쪽에 알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렇구나. 잘 됐네요."

"암튼 도훈이 넌 아무것도 걱정 안 해도 돼. 제보자의 신원은 경찰에 알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니까. 너한테 피해 갈 일은 없을 거야."

"전 범죄에 동참하지 않았으니까 상관없어요."

"그래도 참고인 조사니, 법정 진술이니 계속 불려 다니게 될 거야. 그러다 혹시 정체가 노출되면 놈들이 보복해 올지도 모르고.

네 신원은 내가 꼭 지켜줄게."

"고마워요. 역시 누나랑 친해지길 잘했네."

"뭘, 내가 더 고맙지."

휴식을 끝낸 나래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도훈을 덮쳤다.

* * *

아침에 일어나는데 좆 끝이 뻐근했다.

처음 겪는 현상이었다.

'뭐야? 이건 또 왜 이래?'

이불 속에서 팬티를 들춰보는데, 겉보기엔 별 다른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평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로시. 좆이 살짝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지금 신체 스캔 가능한가?'

[지금요? 잠시만요.]

스캔이 끝나자 로시가 말했다.

[별 이상 없습니다만.]

'이상이 없다고? 근데 왜 난 잦이가 뻐근한 것 같지?'

[어제 나래양의 질경련을 버텨내느라 양물에 내공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무리가 온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피로 누적 증상이랄까요?]

'피로 누적? 내가? 나 누군지 몰라?'

[당연히 알죠. 현존 유일의 대물 플레이어아니십니까?]

'명색이 대물 플레이어가 떡 좀 쳤다고 피로가 온다고? 그게 말이 돼? 하루 일곱 번을 연속해서 떡 친 날에도 끄떡없었는데?'

[이건 좀 다른 문젭니다.]

'뭐가 다른데?'

[내구성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죠.]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알아듣게 설명해봐.'

[주인님의 현재 신체 능력은 초인에 가깝습니다. 파워, 스피드, 민첩성, 협응능력, 오감의 예민함까지 인간종의 정점에 올라 있죠.]

'근데?'

[다만 아쉽게도 성기는 단련 가능한 부위가 아닙니다. 근육의 경우엔 찢어지고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서 과도 성장시킬 수 있겠지만 해면체로 이루어진 성기조직은 애초에 성장이 불가능하거든요. 잦은 마찰로 민감도를 떨어뜨리는 식의 훈련은 가능하지만, 성기 자체의 내구성을 끌어 올리는 건 안됩니다.]

'흐음. 한마디로 내 잦이도 무적은 아니란 소리구나.'

[당연하죠. 늘 그 점을 염두해 두셔야 합니다. 단련이 안 되는 급소는 초인에게도 똑같은 급소니까요.]

'알겠어.'

[너무 걱정 마십시오. 시간이 지나면 차차 괜찮아 질테니까요.

그나저나 나래양이 마지막에 한 번 더 달려들 줄 몰랐습니다. 그것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무리하진 않았을 텐데.]

어젯밤 방송에 대한 얘기를 마친 후 나래가 다시 나를 덮쳤다.

한 번으로 끝인 줄 알았던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눌러줘야 했다. 두 번째는 처음보다 훨씬 격정적이었다.

'내가 말했지? 걔도 은근 야하다니까? 어젯밤 처음으로 천국의 맛을 봤으니 아마 정신 못 차렸을 거야.'

[아무튼 목적은 달성했으니 나래양도 슬슬 정리하셔야겠군요.

계속 만남을 이어가실 게 아니라면요.]

'일단 방송 전까지는 친분을 계속 유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방영까지 2주쯤 걸린다니까, 그때까지만이라도.'

[알겠습니다. 요새 보면 주인님은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너무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요.]

'내가 뭘? 이제 다 끝난 거 아닌가? 호빠 건도 거의 마무리된 것 같은데.'

[호빠 쪽은 정리되었지만 아직 성희 양과의 업적이 남아있습니다.]

'바람바람바람 업적? 그것도 어차피 끝물이야. 아마 한 번 정도만 더 눌러주면 호감도 100까지 채울 수 있을걸? 저번에 90 넘겼으니.'

[김비서 일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민수가 억지로 붙여 준 김비서? 무슨 일?'

[사이비 종교 분쇄 임무를 맡으셨잖습니까. 신들의 미션요.]

'아, 그거? 그건 아직 여유 좀 있지 않나? 다음에 김비서 만나면···.'

[오늘이 바로 그날입니다.]

'뭐라고?'

[오늘이 김비서 오는 날이라고요. 주말마다 집 청소하라고 부르셨잖습니까? 설마 까먹으셨습니까?]

'억, 맞다. 오늘이 주말이네? 하도 바쁘다 보니 깜빡했어.'

생각을 마치기 무섭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아침 9시 조금 넘은 시각. 일산에 사는 김비서가 벌써 서울의 우리 집까지 도착한 것이었다.

'벌써 왔다고? 얘는 왜 이렇게 쓸데없이 성실한 거야?'

잠옷 바람으로 달려나가 대문을 열었다. 잠시 후 김비서가 현관문으로 들어오더니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이사님. 집 청소하러 왔습니다."

"이사님 아니고. 도훈씨라고 부르라고."

"아, 네. 도훈씨."

청소를 하러 왔다는 김비서였지만, 복장은 전혀 청소 복장이 아니었다. 검은색 치마에 하얀 블라우스, 그리고 굽이 높은 구두까지. 전형적인 오피스룩 차림이었다.

"근데, 그 복장으로 청소하게? 안 불편하겠어?"

"아···. 출근할 땐 항상 갖춰 입는 것이 습관이 돼서···. 다음부터는 시정하겠습니다."

"아니야. 뭐, 그건 김비서 알아서 하고. 내가 방금 일어나서 정신이 없는데, 일단 커피부터 한 잔 마시자고."

"네. 금방 타드리겠습니다."

"엥?"

김비서가 구두를 벗더니 쪼르르 주방으로 달려갔다. 같이 마실거냐고 묻는 질문이었는데, 커피를 타오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흐음. 역시 지나치게 충성스럽단 말이지.'

[그야 주인님께서 잘해주셨으니까요.]

'그런가?'

[왜,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시키고 대학 다시 다니라고 재수 학원까지 끊어 주셨잖습니까. 그런 상사라면 당연히 충성할 수밖에요.]

'하긴.'

마침 생각이 든 나는 소파에 앉아 그녀의 근황을 물었다.

"맞다. 학원은 등록했어?"

"네? 아, 네. 이번 주부터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 복장으로 학원 가면 재수생들이 선생님인 줄 아는거 아니야?"

커피 포트에 물을 끓이던 김비서가 민망한지 옆으로 흘러나온 잔머리를 귀 뒤로 정리하며 대답했다.

"학원에 갈 땐 맨 얼굴에 추리닝만 입고 다니고 있습니다."

"맨 얼굴은 왜?"

"저 그게···. 화장하면 나이 들어 보일까 봐."

"하긴. 김비서 나이면 장수생 급이긴 하겠네. 사수? 아니 오수든가?"

"···다들 재수생인 줄 알던데."

"응? 뭐라고?"

"아, 아닙니다. 커피는 어떤 종류로 타드릴까요? 역시 블랙으로 드시죠?"

김비서가 허둥대며 말을 돌리는데, 귀가 밝은 나는 그녀의 혼잣말을 똑똑히 들었다.

'방금 재수생 뭐라고 하지 않았나?'

[저는 못 들었습니다.]

'뭐야. 나도 들었는데 넌 왜 못 들어?'

[주인님 청력이 인공지능의 가청 범위를 상회하기 때문입니다.

주인님이 들을 수 있는 소리라고 저까지 듣진 못 합니다]

'아하. 암튼 자기가 재수생 같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소립니까?]

'아니. 화장 지운 생얼이면 스무 살처럼 보인다는 소리지.'

[음, 김비서 정도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않을까요?]

'에이. 뭐래? 저렇게 성숙한 얼굴이?'

나는 열심히 드립 커피를 내리는 김비서의 옆모습을 쳐다보았다. 복장도 그렇고, 화장도 절대 대학 새내기의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제 나이보다 성숙한 느낌이면 모를까.

'아무리 그래도 스물은 에반데.'

[아마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화장을 지운 상태로 보면 훨씬 동안이지 않을까요?]

'그러려나?'

로시의 말을 듣고 화장 지운 모습을 상상해보니 확실히 어려보이긴 할 것 같았다. 일단 피부가 사기적으로 좋았으니까.

"커피 준비됐습니다."

"너는 안 마셔?"

"네?"

"같이 마시자. 아침 일찍부터 지하철 타고 왔을 텐데 피곤하지 않아?"

"아···. 저는 괜찮습니다. 원래 경기도 살면 아침 일찍 출근하는게 습관이 돼서요."

"그래도 마셔. 명령이야."

"아···. 네. 그럼 제 것도 같이 타겠습니다."

김비서는 내 명령에 절대 복종했기 때문에 곧바로 커피를 한 잔 더 탔다.

'맹한 것만 빼면 비서로 딱 제격인데.'

[그것도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일종의 백치미랄까?]

'백치미도 정음이 정도 돼야 백치미라고 하는 거지, 저건 그냥 백치잖아.'

[사람이 성실하고 착하면 됐지, 뭘 더 바라십니까?]

"커피 가져왔습니다."

쟁반 위에 커피를 가져온 김비서가 거실 테이블 위에 조심스럽게 커피잔을 내려 놓았다. 갑자기 장난기가 든 나는 김비서를 향해 물었다.

"아가씨, 여긴 티켓 얼마야?"

"티켓이요?"

"왜, 오봉들 끊어 주는 거 있잖아."

"오봉이···. 뭐죠?"

"아니 그러니까···. 어휴, 아니다. 미안. 내가 잘못했네."

"죄송합니다. 제가 말 귀를 못 알아듣는 편이라."

[양아칩니까?]

'그냥 농담한 거야. 설마 오봉을 모를 줄은 몰랐지.'

[순진한 여성을 희롱하다니, 정말 저질이군요.]

'왜 이래? 뭘 새삼스럽게. 원래부터 저질인데.'

[퍽이나 자랑입니다.]

"너도 앉아."

"저는 괜찮습니다. 이제 청소 시작하겠습니다."

"아니, 커피 들고 청소할 거야? 일단 앉아보라고."

"아···. 그게···."

"왜? 민수가 상관하고 겸상 하지 말래? 이젠 내가 보스 아닌가? 아직도 민수 말을 듣네, 김비서는?"

"죄, 죄송합니다. 앉겠습니다."

김비서가 소파 구석에 다소곳이 앉았다. 치마가 짧아 허벅지까지 올라오자, 두 손으로 허벅지를 가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고 보면 김비서도 옷을 참 야하게 입는단 말이야.'

[네?]

'아니. 비서로 일했으니까 오피스룩을 입는 건 그렇다 쳐. 근데 저렇게 짧은 치마를 입는 건 대체 무슨 심리지?'

[취향인가 보죠. 설마 주인님 보라고 입었을 까봐요. 다 자기 만족 아니겠습니까?]

'자기 만족이긴 하지. 우리 자기될 사람 만족.'

[네?]

'여자들이 하는 자기 만족이라는 말처럼 기만적인 말이 없다는 뜻이야. 대체 뭔 놈의 자기 만족? 남자들 앞에서 매력 뽐내려는 거지. 여자들만 사는 세상에선 아무도 화장 안 할 듯.'

[주인님은 가끔 보면 너무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경향이 있단 말이죠.]

'난 그냥 남보다 더 솔직할 뿐이야. 가식이라곤 없는 사람이거든.'

"학원은 다닐만해?"

"네···. 덕분에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 생색내려는 게 아니라, 무척 오랜만에 수능 공부하는 걸 거 아니야. 그거 괜찮냐고."

"음···. 조금 이해하기 어렵긴 하지만···."

"어려워? 무슨 과목이 제일 어려운데?"

"아무래도 수학이···."

"수학? 나 수학 잘하는데. 내가 가르쳐 줄까?"

"네?"

김비서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하긴 나라도 금발 태닝 양아치 같이 생긴 놈이(물론 금발도 아니고 태닝도 안했지만 느낌상) 수학을 잘한다고 하면 헛소리로 치부할 것이다.

"정말이야. 나 수학 진짜 잘했어. 학창 시절엔."

"아··· 네."

아무리 봐도 불신하는 느낌이다.

"어어. 진짠데? 김비서 은근히 사람 무시한다?"

"아, 아닙니다."

"모르는 거 있으면 아무거나 물어봐. 내가 다 풀어 줄 테니."

"제가 문제까진 다 기억하지 못해서···. 아, 핸드폰으로 찍어둔 게 있습니다. 나중에 다시 풀어보려고."

"일단 그거라도 보여 줘봐."

"잠시만요."

김비서가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진첩을 뒤적거렸다. 여러 사진이 바둑판처럼 펼쳐지는데, 대부분 셀카 사진이었다.

"잉? 무슨 셀카를 이렇게 많이 찍었어?"

"아, 앗! 이, 이건 그냥 심심해서···."

김비서가 핸드폰을 가리려는데 내가 재빨리 빼앗았다.

"구경 좀 하자."

"아아, 사진은···."

"왜? 혹시 보면 안 되는 사진이라도 있는 거야? 그런거면 안 보고."

"···그, 그런건 아닙니다."

"그럼 뭐 상관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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