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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81화 (1,761/2,000)

1781. 빌드 업-116-

말이 용돈이지, 일종의 화대나 마찬가지다.

데이트를 빌미로 결국 성관계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어차피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니니 불특정 다수에게 몸을 파는 것보단, 신분이 확실하고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한 스폰을 선호하는 부류도 있다고 들었다.

또 보안의 장점도 있었다. 성매매 단속에 걸릴 일도 없을뿐더러, 서로 필요에 의해 맺어지는 관계기 때문에 엄밀한 비밀 유지가 가능해진다.

나래는 현실적인 욕망과, 높은 도덕심 사이에서 갈등했다.

'하아···. 내 주제에 갑자기 스폰이라니···. 공중파 방송국 PD라고 해봐야 똑같은 월급쟁이 처지인데···.'

물론 대기업 이상의 고소득이긴 했지만, 스폰을 두니마니 거론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100만원이란 금액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서준이를 스폰해 준다고 쳐. 그럼 필요할 때 서준이를 불러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나래는 그 순간 질 안쪽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도훈의 굵직한 잦이가 자신을 힘껏 쑤셔준다고 생각하자 갑자기 성욕이 폭발해 버린 것이었다.

'아아, 내가 이렇게 쓰레기 같은 사람이라니···. 상대는 돈이 급한 대학생일 뿐이야. 불쌍한 처지를 이용해서 성착취를 하는 거잖아!'

그런 상상을 했다는 자체만으로 나래는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반대로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지. 내가 먼저 요청한 것도 아니잖아? 본인이 나한테 제안한 것뿐이니 내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 그리고 호빠에 출근해서 아무 여자랑 뒹구는 것보다는, 차라리 정기적으로 원조를 해주면서 용돈을 받는 것도 서준이 입장에선 손해볼 것도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나래는 자신이 그를 거두어 주는(?) 것이, 그를 그릇된 길에서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오히려 이건 전도유망한 청년을 돕는 길일지도 몰라. 결코 내 욕심을 채우려는 게 아니라, 처지가 딱한 도훈에게 잠시 동안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거라고. 일종의 장학금이랄까?'

말도 안 되는 합리화를 거친 나래가 도훈에게 말했다.

"나한테 스폰 제안하는 이유가 결국 돈 때문이야?"

"아뇨. 꼭 그것 때문은 아니에요. 누나한테 반한 것도 있으니까요."

"반한 사람에게 만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소린 듣도 보도 못한 것 같은데?"

나래가 모순점을 찾아냈다.

결국엔 다른 호빠 선수들처럼 좋아하는 척 해서 돈 뜯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물음이었다.

"누나한테 돈 안 받아도 상관없어요. 그냥 만나는 것도 나쁘진 않죠."

"뭐라고?"

"근데 제가 그렇게 제안한 이유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뭐든 해야 할 거고 혹시 다른 여자랑 스폰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어쩔 수 없잖아요. 어쨌든 돈은 벌어야 하니까요."

"그러니까 내가 스폰을 안 받아주면, 다른 여자의 스폰을 받을 수도 있다는 소리야? 나랑은 그냥 만나고?"

"네."

어이가 없는 소리였다.

여자로 치면, 내가 지금 너랑 사귀긴 할 건데 창녀 일은 계속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거봐요. 누나도 제가 누나 만나면서 다른 여자한테 용돈 받는거 싫어할 거 아니에요?"

"당연하지! 스폰이 그냥 단순한 데이트는 아닐거 아니야."

"맞아요. 돈 받았으니 원하는 대로 해줘야죠. 밤새 해달라고 하면, 2번 3번이고 얼마든지."

"아··· 아니."

"전 그게 싫으니까 누나한테 대놓고 말한 거였어요. 기왕이면,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스폰을 받는 것이 저한테도 좋으니까요."

궤변 중의 궤변이었지만, 도훈의 제안은 얼핏 합리적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나에게 제안한 거라고?"

"네."

"흠···."

"백만원이면, 절 마음대로 가질 수 있게 해드릴게요."

"······."

"누나가 원하는 거, 제가 다 들어드릴 수 있어요."

도훈의 목소리가 흡사 악마의 속삭임처럼 들렸다.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뭘 해주겠다는 건데?"

고심하던 나래가 넌지시 조건을 물었다.

도훈이 곧바로 대답했다.

"한 달에 4번 데이트 해드릴게요."

"데이트라면···."

"네, 끝까지."

"흠."

"대신 한 번 만날 때 횟수 제한 없이요."

"회, 횟수라니?"

"한 번 하고 싶으시면 한 번만 해드리고, 긴 밤 원하시면 아침까지 계속 해드린다는 뜻이에요."

"그, 그게 가능해?"

"네, 하룻밤에 일곱 번도 한 적 있거든요 ."

전 남친은 겨우 한 번이 끝이었다.

그마저도 10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심지어 자신이 싸고나면 현타가 세게 오는지, 두 번 다시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약 올리듯 혼자만 즐기고 돌아누워 자는 통에, 나래는 끝내 결별을 결심했다.

다른 핑계를 대었으나, 잠자리에 대한 불만이 가장 컸다.

그런데 도훈은 하룻밤에 여러 번도 가능하다고 하고 있었다.

실제로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거짓말이면 어떻게 해?"

"네?"

"돈만 받고 잠적한다든지, 핑계를 대고 안 만나준다든지."

"불안하시면 끝나고 주셔도 돼요."

"응?"

"한 달 채우고나서 후불도 상관없다고요. 이번 달은 저번에 일하고 번 돈이 있어서 여유가 좀 있거든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먹튀 당할 위험은 절대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한 달 뒤에 돈을 안 줄수도 있었다.

여러모로 너무나 유리한 조건에 나래는 문득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혹시 이걸 빌미로 나한테 다른 걸 원한다거나···."

"제가 그렇게 쓰레기로 보이세요?"

"아, 아니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런 게 처음이니까."

"저도 처음이에요."

"처음이라고?"

"당연하죠. 호빠 일 시작한지도 얼마 안 됐다고 했잖아요. 그런 제가 어디서 스폰을 해봤겠어요?"

"아···."

"정 못 믿겠으면 제 신분증 보여드릴게요."

도훈이 갑자기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학생증을 내밀었다. 국성대 학생증에는 이도훈이란 본명과 소속 학과, 학번과 함께 사진이 박혀 있었다.

지금보단 앳돼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스무살 도훈의 얼굴이 확실했다.

"이도훈? 본명이야?"

"네."

"학번을 보니 나이도 말한 그대로네."

"당연하죠.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

"체육교육과면 나중에 체육 선생님 되는 건가?"

"네."

"근데 선생님 될 사람이 이래도 돼?"

"안될 게 있어요?"

"으, 응? 그래도 학생들 가르치는 직업인데···."

"아직은 아니잖아요. 선생님 되면 당연히 안 하겠죠. 그땐 저도 돈을 버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잖아요."

"음···."

"사람들은 그 사람의 처지가 되어 보지 않고서 훈수를 많이 두죠. 나때는 말이야 하는 꼰대도 그렇고,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면서요. 하지만 막상 같은 입장이 되면, 결국 별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저는 부끄럽지 않아요. 이게 동생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요."

"······."

도훈은 계속 가족애를 강조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교사가 되고 나면 그만둘 것이다 등등.

나래는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도훈의 태도를 보고 진심을 느꼈다.

'도훈이 말이 맞을지도 몰라. 내가 저 애보다 잘나면 얼마나 잘났다고 주제넘은 훈수를···.'

"암튼, 제 신분증도 봤으니까 믿을 수 있겠죠? 제가 뭐하러 누나를 곤란하게 하겠어요? 저도 제 인생이 있는데."

"음···."

나래가 또 다시 도훈의 바지춤을 힐끔거렸다. 억지로 욱여넣은 대물이 휘어진 바나나처럼 바지 속에서 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침을 꿀꺽 삼킨 나래가, 불쑥 차량 시동을 켰다.

"···일단 장소부터 이동하자."

"네?"

"스폰을 받을지 말지, 테스트는 해봐야 할 거 아니야?"

"테스트···. 뭐, 좋죠."

나래의 차가 방송국을 빠져나가더니, 한참을 달려 서울 외곽의 러브호텔로 들어섰다. 그 사이 두 사람은 제보 영상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팩트 체크 과정을 거쳤다. 모텔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필요한 녹취는 끝난 상황이었다.

"인터뷰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고···. 올라 갈래?"

"그러죠, 뭐."

나래의 태도가 180도 바뀐 모습에 로시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아까까진 부끄러워하던 나래양이 갑자기 주도적으로 나가고 있군요.]

'결심이 선 것 같아.'

[결심이요?]

'나래는 나름 똑똑한 아가씨야. 망설였던 이유들이 하나 둘 제거되니까, 이젠 자신이 주도권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겠지. 나이도 나보다 훨씬 많고, 돈을 주는 입장이다 보니 나한테 휘둘려선 안 되겠다고 판단한 거겠지.'

[하지만 상태창의 설명으로 봐선 첫 경험도 늦고, 남자를 만난 횟수도 너무 적어 보이던데요? 과연 주인님을 컨트롤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불가능하지. 한마디로 허세 부리는 거야. 모텔도 몇 번 안 와봤을 것 같은데, 일부러 앞장서서 가는 것 봐. 귀엽네.' 카드키를 받아든 나래가 성큼성큼 모텔 방으로 향했다.

도훈은 말없이 그녀를 뒤따랐다.

[그런데 정말로 스폰을 하시려는 건 아니죠?]

'당연하지. 스폰은 그냥 자빠뜨릴 목적으로 던진 거야. 어떻게든 그녀를 내 편으로 구워 삶아 놓아야, 유리할 테니까. 방송이 나가고 난 후엔 굳이 만날 필욘 없지.'

[하아-. 무슨 여자 한 번 자빠뜨리려고 그런 사기까지 치십니까?]

'그게 아니면, 처음 만난 여자 PD를 모텔까지 끌고 올 수 있었겠어? 뜬금없이 원나잇을 허락할 성격도 아니잖아.'

[원나잇도 거부하는 여자가 스폰은 어떻게 가능하죠?]

'명분을 제공하는 거지. 나래는 내 집안 사정을 오해하고 있어.

돈이 절실한 줄 알 거야. 하지만 공익제보를 하면서 유일한 일자리마저 짤리게 됐잖아. 당연히 책임을 느끼지 않겠어?'

[아하, 나래양이 미안한 마음에 도움을 주도록 유도한 것이군요.]

'그렇지. 그것이 스폰이란 형식으로 나타나는 것 뿐이야. 적선 하듯 도와주긴 힘들지만, 대가로서 주는 돈은 일종의 거래니까.'

[근데 나래양도 조금 이상합니다. 성격으로 보나, 도덕심으로 보나 절대 스폰 같은 걸 할 사람으론 안 보였는데요.]

'실제론 스폰이라고 생각 안할 걸?'

[네?]

'나래의 입장에선 스폰을 해주는 척 하면서 나를 몰래 도와주겠다는 의미라고. 거저 줄 순 없으니 대가를 지불하는 척 하면서.'

[아하, 이해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거군요.]

'그렇지. 그리고 약간의 사심도 있겠지.'

[사심이요?]

'나래가 지금 엄청 흥분했거든.'

[정말요? 전혀 티가 안나던데요?]

'아니야. 냄새가 나.'

[냄새요?]

'무공을 익히면서 눈만 좋아진게 아니야. 청각도 촉각도, 심지어 후각도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벗어나 있지.'

[설마 냄새를 맡았다는 건가요?]

'맡았지. 굉장히 진한, 애액의 냄새를.'

[아···.]

'아까 차에서 키스한 이후부터 질질 싸더라고.'

[세상에. 주인님의 물건을 보고 흥분한 거였군요.]

'당연하지. 게다가 나래는 이유는 잘 모르지만, 엄청 굶은 상태였어. 아마 오래전 남자친구랑 헤어진 후 섹스리스로 살았던 것 같아.'

[애인이 없으면 섹스리스가 디폴트 아닙니까?]

'꼭 그건 아니지. 특히 요즘 같은 시기엔 원하면 얼마든지 섹스를 할 수 있잖아. 남자는 돈주고라도 하고, 여자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원나잇을 즐길 수 있지. 나래같은 여자가 자자고 하면 거부할 수 있는 남자가 있겠어?'

[흐음, 그렇긴 하죠.]

'근데 아까의 키스로 봇물이 터져버린 거야. 한번 균열을 일으킨 댐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어. 지금 나래가 딱 그 상태인 거고.'

[그렇다면 결국 주인님은 나래양의 성욕을 자극해 스폰이란 형태로 섹스를 유도한 셈이군요.]

'맞아. 그리고 한 번 눌러주고 나면, 아마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 모텔방에 들어가자 나래가 조금은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머, 먼저 씻을까?"

"그러세요."

"그래."

간만에 모텔을 들어온 나래는 도저히 맨정신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스스로 너무 무리수를 던진 것 같았다.

옷을 입은 채 샤워실로 들어간 나래가 문에 등을 기대고 스르륵무너졌다.

'미쳤어. 대체 어쩌자고 처음보는 남자애를 모텔로 끌고 온 거 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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