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5. 빌드 업-110-
"왜? 배달하는 애들은 돈 못 버는 애들이라 별로야? 아까랑 대답이 다르네? 나한테 거짓말한 거야?"
"아, 아니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어떻게 처음 보는 남자한테···."
"보고 싶어."
"뭐, 뭐?"
"성희 네가 홀딱 벗고 배달원 앞으로 마중 나가는 모습이 궁금해."
"그건···."
성희도 그제야 도훈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자신에게 변태 짓을 시킨 뒤 몰래 관음하려는 의도였다. 설마하니 이런 명령을 내릴 줄 몰랐던 성희는 몹시 당황하고 말았다.
"알았지? 팬티까지 싹 다 벗은 상태로 나가야 해. 아무것도 걸치지 말고."
"하아···. 그, 그러다 상대가 오해하면."
"누가?"
"배달원이 오해할 수도 있잖아. 자길 유혹하는 줄 알고."
"덮치면 대주면 그만이지. 너 걸레잖아, 아니었어? 누구에게나 대주는 동네 갈보."
"아, 아아···."
성희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원래 남자들은 자기 여자를 다른 사람이 노리면 화를 내고 질투하는 게 정상 아니었나? 어떻게 처음보는 배달원에게 알몸으로 마중 나가서 대주라는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거지?'
도훈이 다시 또박또박 물었다.
"왜 그건 도저히 못 하겠어?"
"그게···."
"싫으면 안 해도 돼. 사실 버킷리스트 같은 거였거든."
"버킷리스트?"
"사람이 살면서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 있잖아. 난 그거였거든. 내 여자를 다른 남자한테 돌리는 거. 엄청 자극적이지 않아?"
"지, 진심이야? 방금 그 말."
"응. 특히 난 가난하고 못 배운 애들이 내 여자 건드리면 그게 진짜로 꼴리더라고. 잘난 애들에게 뺏기는 것보다 배덕감이 배가 된 달까?"
"아, 아니 그게 무슨···."
"됐다. 하기 싫음 안 해도 돼. 억지로 시키는 것도 내키지 않으니까. 그냥 싫다고 하면 되지, 질질 끌기는···."
도훈이 일부러 역정을 내자 성희가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했다.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변태적인 부탁을 받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드는 것이었다.
'하아, 어떻게 하지. 정말로 해야 하나? 원래부터 이상한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변태일 줄은···.'
그때였다.
띵동-
생각보다 배달이 빨리 왔는지, 불쑥 모텔 룸 초인종이 울린 것이었다. 밖에서 목소리도 들려왔다.
"배달이요."
"아, 아아···."
"됐어. 그냥 내가 나가서 받을 게."
도훈이 침대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성희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그의 앞을 막았다.
"내, 내가 나갈게."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었다.
도훈이 빤히 그녀의 몸매를 쳐다보았다.
적당한 사이즈의 가슴.
군살 하나 없는 허리.
딱 달라붙지 않고 벌어진 허벅지 사이에선 봊두덩이가 유독 튀어나와 있었다. 어느 남자라도 그녀의 알몸을 마주한다면 꼴릴 수밖에 없었다.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거면 하지 마. 나도 강요하기 싫으니까."
"아, 아니야. 하고 싶어."
"아깐 싫다며?"
"시, 싫다는 게 아니라···. 조금 당황스러워서. 서준이 네가 그런 취향인 줄 몰랐거든. 근데 네가 원하면 할 수 있어. 버킷 리스트라면서."
"흠."
"그, 그냥 부끄러워서 그랬어."
"왜? 갑자기 모르는 남자 앞에서 노출하려니까 수치스러워?"
성희의 얼굴이 빨개졌다.
아무리 디그레이디 성향의 변태라지만, 누구에게나 알몸을 보여주는 노출증 환자는 아니었다. 두 개는 비슷하지만 엄연히 달랐다.
"야, 약간은···."
"근데 왜 밑은 벌써 축축하지?"
도훈이 손을 가랑이 사이로 뻗더니 그녀의 밑을 쓱 훔쳤다. 손가락에 진득한 애액이 묻어나오자 도훈이 일부러 그것을 성희에게 들이밀어 증거로 내보였다.
"아, 아니야. 그건 아까 전에 너랑···."
성희가 부인했지만, 실은 그녀도 묘한 긴장감에 흥분하고 있었다. 낯선 남자 앞에서 변태처럼 옷을 벗는 행위도 그렇지만, 그 모습을 도훈이 빠짐없이 지켜본다는 사실에 묘한 배덕감을 느낀 것이다.
띵동-띵동-
불러도 안에서 반응이 없자 배달원이 재촉하듯 벨을 눌렀다. 현금 결제를 선택했는데, 배달 나가서 허탕을 치면 본인도 큰 손해를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얼른 가서 받아와. 저 사람 계속 밖에 세워둘 거야?"
"아, 알았어."
성희가 긴장된 걸음으로 현관으로 걸어갔다.
도훈은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와, 이건 좀 심한 거 아닙니까?]
'왜?'
[아무리 복종심을 테스트 한다고 하지만, 이번엔 좀 너무하신 거 같은데요. 저러다 주인님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면 어쩌시려고요?]
'정말로 떨어질 것 같아?'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성희는 기본적으로 피지배 당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변태야.'
[그거야 디그레이디 성향이니까요.]
'그치. 자신이 평소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과감하고 변태적인 행위를, 억지로 시키는 상대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거야. 일종의 금기를 깨는 행동이니까.'
[흐음.]
'그리고 나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인정 욕구도 충족시키는 거지.'
[근데 배달원이 정말 건드리기라도 하면 그땐 어떻게 하시려고요?]
'적당히 터치야 하겠지만 진짜로 덮치긴 쉽지 않을걸?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에야.'
[왜죠?]
'여긴 모텔이고, 모텔에 여자가 혼자 오는 일은 드물잖아. 차라리 집이었으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동할 수도 있는데 모텔은 백프로 남자랑 같이 들어왔을 거란 말이지.
떡하니 남자 신발도 같이 놓여 있을 텐데 현관 앞에서 감히 남의 여자를 건드리는 건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야. 설사 준다고 해도 못 먹을 거야.' 도훈이 누운 침대 각도에선 성희의 뒷모습만 겨우 보였다. 그는 베개를 허리 뒤에 받치고 앉은 자세로 그녀를 관음했다.
"치킨 왔습··· 헉!"
문이 열리자 치킨 봉다리를 들이밀던 남자 배달원이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눈앞에 발가벗은 여성이 마중을 나온 것이었다. 심지어 어리고 예쁘기까지 하니 더더욱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주, 주세요."
"······."
배달 직원은 순간 오만 생각이 교차하면서 갈등했다. 왜 여자가 옷을 홀딱 벗고 나왔는지부터, 확 그냥 덮쳐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그가 직접 겪기로는 처음이지만, 다른 배달원들에게 한 번쯤 건너 들었던 이야기였다. 여자 혼자 자취하는 집에 배달가면, 일부러 속옷도 안 입고 나와서 유혹하는 경우가 있더라고.
하지만 그럴땐 꼭 조심하라고 했다.
요새는 카메라 같은 걸로 몰래 찍으면서 성추행으로 엮는 경우가 많아서 깜빡 실수했다간 쇠고랑을 차거나 거액의 합의금을 물어 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남자의 본능을 노린, 신종 낚시인 셈이다.
"이, 이만원입니다."
"···여기요."
성희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겨우 돈을 건넸다.
어차피 치킨 봉지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두 손으로 중요 부위를 가릴 수도 없는 처지였다. 끽해야 또래로 보이는 배달원은 피하지도 않고 노골적으로 그녀의 알몸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성희는 자기도 모르게 봊 이를 움찔하고 말았다.
"흐, 흐읏!"
뷰륵-
그 순간 허벅지 밑으로 주르륵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도훈이 만능 윤활제로 액화시킨 분비물의 일종이었지만, 배달부가 보기엔 젖다 못해 흘러넘치는 애액으로 오해하기 충분했다.
"하읏, 어뜩해."
성희도 물이 밑으로 흐르는 걸 느꼈는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던 배달부는 잦이가 터질 것 같았다.
'미치겠네! 이건 완전 대놓고 따먹어 달라는 거 잖아? 이걸 어떻게 참으란 말이야?'
속이 슬쩍 비치는 시스루도 아니고,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속옷 차림도 아니고, 아예 실오라기 하나 없는 알몸.
이처럼 확실한 시그널은 없었다.
배달부가 자기도 모르게 성희의 젖가슴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아, 아아···."
성희는 투박한 손길에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 막았다. 사각 뒤에서 도훈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욱 흥분시켰다.
"마, 만져봐도 돼요?"
성희는 입을 틀어막은 채 오열하기 직전이었다.
그 와중에도 벌렁거리는 봊이에서 주륵주륵 애액이 흘러나왔다.
"그, 그게···."
만져도 거부하지 않자 배달부의 손이 더욱 과감해 졌다. 그의 손이 곧바로 허벅지 사이로 내려오더니 성희 젖은 봊이에 손가락을 밀어 넣은 것이다.
쑤욱-
"허, 헉!"
이미 축축이 젖다 못해 흘러넘치는 물을 보고 배달부는 완전히 흥분했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 거부하지 않는 걸 보니, 공떡으로 한 번 먹고 가라는 소리였다.
배달부가 급히 지퍼를 내리려고 하는데, 모텔방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얼른 안 가져오고 뭐 해? 치킨 온 거 아니야?"
"···!?"
성인 남자의 목소리.
그 순간 배달부는 놓치고 있던 현관 바닥에 커다란 도훈의 운동화를 발견했다. 당연하지만 방 안에 남자가 있던 것이다.
본능에 휘둘리던 배달부는 그제야 사태를 깨닫고 혼비백산한 얼굴로 달아났다.
"마, 맛있게 드세요!"
문을 쾅- 닫고 뛰쳐나간 배달부는 어찌나 급했던지 우당탕 복도를 구르고 말았다. 성희는 겨우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하마터면 얼굴도 모르는 낯선 남자에게 강제로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
"하아-, 하아-."
"뭐하냐니까? 얼른 안 가져오고."
"어, 어 지금 가."
성희가 겨우 몸을 일으키더니 알몸으로 치킨 봉지를 들고 왔다.
"어땠어? 걔가 다 쳐다봤어?"
"으, 응."
"안 건드렸어?"
"그냥 조금 놀란 것 같더니 치킨만 주고 갔어."
성희는 차마 밑까지 다 내줬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막상 그런 짓을 당했다고 하면, 도훈이 싫어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도훈은 사실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했다.
"아쉽겠네. 배달부도 한번 만지고 싶었을 텐데."
"시, 싫어."
"왜? 너 걸레잖아."
"그, 그치만···.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사람하고는···."
"웃기고 있네. 야. 너 젖꼭지 발딱 섰어 지금."
도훈의 지적에 그제야 유두가 곤두서 있다는 걸 깨달은 성희가 두 손으로 재빨리 젖가슴을 가렸다.
"이, 이건···."
"모르는 남자 앞에서 노출하면서 존나 흥분해놓고 아닌 척은.
이래도 니가 걸레가 아니야?"
"그, 그냥 나도 모르게···."
"엎드려. 야식이나 먹을래."
"어, 엎드리라니?"
"이제부터 넌 내 밥상이야."
"아니···."
성희가 놀라서 반문하자, 도훈이 다시 한 번 또박또박 명령했다.
"밥상 대령하라고. 또 말귀 못 알아듣지?"
"아, 아···. 으. 응."
겁을 먹은 성희가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침대와 비슷한 높이로 옆으로 엎드린 그녀는 마치 후배위를 하는 듯한 자세로 침대 옆에 붙었다.
도훈은 그녀의 등 위에 비닐 봉지를 풀어 치킨이 든 상자를 올렸다.
"높이 딱 적당하네."
"······."
"괜히 침대 위에서 먹으면 혹시 양념 묻을 수도 있잖아. 괜히 모텔 시트를 더럽힐 순 없으니까."
"아···."
도훈의 말을 들은 성희는 귀밑까지 빨개지며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 이는 자신을 사람으로 취급도 않는 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도훈은 혼자 양념이 묻은 닭다리를 신나게 물어 뜯으며 밑에 엎드린 성희에겐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마치 투명인간처럼 여기는 것이었다.
"이 집 닭 좀 튀길 줄 아는데? 괜찮네."
"······."
"뭐? 너도 먹고 싶어?"
"아, 아니야."
"근데 치킨 먹을 땐 치킨무도 같이 먹어야 제맛인데 말이야."
도훈이 비닐봉지에 함께 딸려온 치킨무를 뜯었다. 치킨무 역시 성희의 등 위에 올려두었는데, 허리의 굴곡 때문에 치킨무 국물이 조금씩 흐르는 게 문제였다.
"아이씨, 이러다 국물 다 넘치겠네. 안되겠다. 성희야 여기 좀 빌리자."
"으, 응? 어, 어딜?"
도훈이 갑자기 치킨무를 하나 들더니 성희의 봊이에 쑥 밀어넣기 시작했다.
"허, 허억!"
사각큐브 형태인 치킨무가 질 안으로 들어가자 성희가 기겁하며 소릴 질렀다. 차갑고 이질적인 촉감도 충격이었지만, 설마하니 음식물을 그곳에 삽입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특히 오이나 가지같은 생야채도 아니고, 빙초산에 절인 치킨무는 상상도 못한 것이다.
"여기가 딱 좋네. 몇 개만 더 넣어볼까?"
"흐, 흐으응, 서, 서준아···. 이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