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4. 빌드 업-109-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속일 거였으면 남자친구 있다는 말도 아예 안 했겠지."
"흐음. 일단 좀 더 생각해봐."
"왜? 막상 너한테 간다니까 부담돼?"
"그것보단···. 네가 날 진짜로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남자라 끌리는 건지 확신할 수 없잖아."
성희가 흥분하며 말했다.
"난 정말로 진심이야."
"진정해. 급할 건 없으니까."
"흠, 진짠데."
"좀 더 만나다 보면 확실해지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내가 진심이란 걸 믿어 줄 거야?"
"말로 하는 건 의미가 없지. 말은 너무 가볍거든."
"뭐든 시켜봐. 하라는 건 다 할 수 있어."
"진짜?"
"응."
"일단 그럼 설거지부터 해."
"설거지라니?"
도훈이 하반신을 덮고 있던 이불을 슬쩍 걷어 올렸다. 그곳엔 한발 진하게 뽑고 난 대물이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었다.
"다시 깨끗하게 입으로 빨아서 세우라고."
"아하, 그 설거지?"
성희가 곧바로 이불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머리부터 들이 밀었기 때문에 성희가 위로 올라탄 69자세가 만들어졌다. 곧바로 잦이를 빨기 시작한 성희가 도훈의 얼굴 앞에 봊이를 들이밀며 음탕하게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휴지로 닦아내긴 했어도 질싸를 당한 봊이에선 여전히 하얀 정액이 조금씩 스며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내 정액이지만 이건 도저히 못 봐주겠군. 로시, 만능윤활제 좀.'
[넵.]
인벤토리에서 윤활제를 꺼낸 도훈이 한 손에 듬뿍 발라 성희의 밑구멍에 쓱쓱 문질렀다. 만능 분해효소인 윤활제가 성희의 질 안에 들어가더니, 모든 것을 액화시키며 씻어냈다.
"아, 아아! 나, 난 안 해줘도 괜찮은데."
"그럼 벌렁거리지나 말든가?"
퉁명스럽게 대꾸한 도훈이 손가락 두 개로 성희의 봊이구멍을 마구 쑤시더니 급기야 입을 바짝 대고 핥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성희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아, 앗. 안돼!"
"왜?"
"빠는 건 좀···. 그냥 샤워실 가서 씻고 올게."
"됐어. 넌 설거지나 계속 마무리해."
성희를 다시 사타구니에 처박은 도훈은 혀를 이용해 성희의 봊이 구석구석을 핥았다. 원래라면 한바탕 질싸를 한 이후라 각종 분비물로 넘쳐야 할 그녀의 질 안이, 만능 윤활제로 세척이 끝나서인지 순수한 성분의 물만 흘러나왔다.
'신기하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뭐가 말입니까?]
'만능 윤활제 말이야. 이걸로 한번 싹 닦아냈더니 안에서 물만 나오잖아. 아무 맛도 안나는.'
[만능윤활제는 모든 형태의 분비물을 분해하여 순수한 형태의 증류수로 탈바꿈합니다.]
'증류수라고?'
[네. 아무것도 없는 순수한 물의 형태이므로 마셔도 상관은 없습니다.]
'마시는 건 좀 그래. 빨다가 입에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성희는 예상치 못한 도훈의 보빨에 급격히 흥분했다.
섹스가 끝난 후 남자가 밑을 깨끗이 입으로 씻겨 주는 상황은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아아, 역시 서준이는···.'
성희는 바로 도훈의 이런 매력에 헤어나오질 못했다. 섹스할 땐 누구보다 거칠고 폭군처럼 굴지만, 가끔 과할정도로 자신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말로 자길 걸레라고 생각했다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도훈의 성의에 감동한 성희가 정성을 다해 대물을 빨았다. 다시 부풀기 시작한 대물을 보자, 성희는 더할 나위 없는 갈증을 느꼈다.
'그래, 이거야. 한 번 하고 나서도 아무렇지 않게 발딱 서잖아.
그에 비하면 지금의 남자친구는···.'
그의 남자친구도 한때는 열정이 넘치던 시기가 있었다.
특히 신혼이라 부를만한 동거 6개월 차 까지는 하루가 멀다하고 밤마다 섹스를 해댔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 저녁에 퇴근하고 나서 하루 두 번씩 한 적도 있었다. 섹스를 좋아하는 성희에겐 꿀맛처럼 달콤한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남자친구는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번은커녕 2~3일 섹스 간격으로 인터벌이 늘어지기 시작했고, 주 1회를 못 채우는 경우도 잦아졌다.
이유야 여러 가지였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서로에게 질린 탓이었다. 언제든 취할 수 있는 이성이란, 마치 밥과도 같아서 매일 먹다 보면 질릴 수밖에 없었다.
횟수도 줄었지만, 섹스로 인한 오르가즘은 더더욱 줄었다. 동거 1년째에 이르렀을 땐 두 사람 모두 의무방어전 형식으로만 섹스를 치렀다. 성희는 어떠한 오르가즘도 느낄 수 없었다.
남자는 최소 사정하는 몇 초라도 절정을 느껴지만, 자신은 미처 달아오르기도 전에 식는 일이 다반사였다.
구차하게 더 해달라고 졸랐음에도 남자친구는 다시 세우지 못했다. 30분을 물고 빨아도 미동도 없는 잦이를 보고 실망해서 혼자 자위를 하다 잠든 적도 있었다.
그런 생활이 이어지자 성희의 바람기가 되살아났다. 그녀가 미용실을 관두고 홀덤 바에서 일을 시작한 시기기도 했다. 처음 보는 낯선 남자들을 보며 그녀는 오랜만에 자궁이 떨렸다.
처음 바람을 피울 때 만해도 죄책감에 망설였지만, 한번이 두번이 되고 두 번에 여러번이 되자 죄책감도 차츰 흐릿해졌다.
어차피 섹스리스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다른 놈과 잠깐 즐기다 온 게 무슨 큰 잘못인가 싶었다.
처음 보는 남성과 살을 섞으니 잊고 있던 감각이 오랜만에 되돌아왔다. 봊이에는 물이 흘러 넘쳤다. 개중에는 빼어난 스킬로 자신을 절정까지 보내주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고맙다며 끝나고 용돈을 주는 손님까지.
성희의 입장에선 바람은 멈출 수 없는 일탈이자 삶의 활력소였다.
또한 같이 사는 남친이 지방 출장이 잦아지면서, 더더욱 바람을 피우기가 쉬워졌다. 한 번 지방 공사 현장에 내려갈 때면 3~4일은 외박하고 왔는데, 그럴 때마다 성희는 마음 편히 외간 남자와 모텔에서 뒹굴었다.
어차피 남편도 다른 년과 바람을 피울거라고 생각했다.
둘 사이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멀어졌다. 같이 살을 맞대고 살기만 할 뿐, 이는 절대 그녀가 꿈꾸던 부부의 삶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비싼 전세금을 충당키 위한 경제적 공동체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어느 날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 모든 걱정거리에서 해방해 준다면 성희는 지금의 관계를 얼마든지 그만둘 용의가 있었다.
물론 그런 남자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와 바람을 피운 남자들은 대부분이 엔조이가 목적이었으니까.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유부남도 있었다. 아니면 수많은 섹스 파트너 중의 하나 정도로 그녀를 취급할 뿐이었다.
그런 남자들을 믿고 지금의 남친과 헤어질 순 없었다. 당장 갈라서고 나면 서울 내에서 살 집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이유였다. 지금 사는 집의 전세금은 남자친구가 댄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도훈은 느낌이 달랐다.
바람둥이인 것 같긴 하지만, 최소한 그는 능력이 있는 남자였다. 심지어 남친보다 훨씬 잘생기고, 섹스는 더더욱 잘했다.
성희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가 받아준다면 남자친구고 뭐고 몸만 도망쳐서라도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녀가 꿈꾸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도훈은 그녀의 유일한 구원이자 탈출구였다.
'아아, 갖고 싶어, 이 남자. 내가 가질 거야.'
성희의 집착이 점점 강해지는 것을, 도훈은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마음에 들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는 상태로 보였다.
'이쯤에서 한 번 복종심을 테스트해 볼까?'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십니까?]
'성희 말이야. 어디까지 나에게 맞춰줄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아?'
잦이를 빨리던 도훈이 갑자기 성희에게 말했다.
"배고프다."
"으, 응?"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나? 배고프니까 힘도 잘 안 나네."
도훈은 일부러 잦이에 힘을 빼더니, 발기가 풀린 것처럼 난처해 했다. 뛰어난 잦이 컨트롤을 가진 그에게 힘을 더주고 덜 주는 정도는 숨 쉬듯 쉬운 일이었다.
"이것 보라고. 스태미나가 달리니까 아까처럼 발딱 안 꼴리잖아."
"정말? 그럼 어떻게 해?"
"아무래도 배가 고파서 그런 것 같아. 야식이라도 시켜 먹으면 기운을 회복할 것 같은데."
"야식을? 지금?"
"응. 뭐라도 먹어야 힘이 나지. 이대로는 배고파서 도저히 안되겠어."
"잠깐만, 내가 한 번 배달 어플 뒤져볼게."
성희가 오랄을 중단하고 핸드폰을 들더니 어플을 뒤지기 시작했다.
"혹시 먹고 싶은 거 있어?"
"왜? 네가 사주려고?"
"응. 그럼 안 돼?"
"내가 먹을 거니까, 내가 내야지."
"아니야. 뭘 이런 걸로."
성희는 도훈이 돈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일전에 도훈이 그녀를 유혹하려고 일부러 자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성희는 남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돈을 쓰게 하면, 아무리 통이 큰 남자라도 점점 실망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여우였다.
남자가 밥을 사면 여자는 커피라도 사야하고, 남자가 모텔비를 내주면 여자가 택시비라도 계산해야 하는 것이다.
얼핏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소소한 행동들이 오히려 남자들에게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이기도 했다. 돈 몇푼으로 개념녀라는 포장지를 씌울 수 있는 일종의 가성비 좋은 투자인 셈이다.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래. 먹고 싶은 거 아무거나 시켜."
"딱히 생각나는 게 없긴 한데···. 혹시 치킨 되나? 너무 늦었을까?"
"아니야. 야식으로 배달해 주는 곳이 있을 거야. 저번에 12시넘어서 시킨 적 있거든. 잠깐만."
성희가 어플을 뒤지더니 현재 영업 중인 치킨집을 찾았다. 그녀는 신용 카드가 없었기 때문에 현금 결제 방식으로 주문했다.
"늦은 시간이라 주문이 별로 없나 봐. 30분 안에 배달해 준대."
"그래? 잘됐네."
"배 고프면 진작 말하지? 좀 더 일찍 시켜줄 걸."
"들어오자마자 덮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잖아."
"맞다. 그랬지?"
야식 배달 때문에 흐름이 끊기는 바람에 2차전이 잠시 중단되었다.
도훈은 막간을 이용해 침대 위에서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 사이 성희가 지갑을 꺼내더니 현금 2만원을 빼 협탁 위에 올렸다. 배달시킨 치킨값이었다.
[설마 성희양이 야식비를 대신 내는지 테스트 하신 겁니까?]
'뭔 소리야? 그건 당연히 아니지.'
[그럼 복종심 실험이라는 게 뭔데요?]
'기다려 봐. 이제부터 시작할 테니까.' 도훈이 담배를 피우면서 성희에게 물었다.
"근데 바에서 일하면 껄떡대는 손님들 많지 않아?"
"많지. 바텐더는 원래 손님들한테 허용적이잖아. 양주라도 하나 팔아먹으려면 최대한 비위를 맞춰줘야 하니까. 근데 그러면 꼭 남자들은 바텐더가 자기한테 관심 있는 줄 착각하더라?"
"호오, 그래? 근데 그때 나는 술 한병 안 팔아 줬던 것 같은데?
왜 날 만났어?"
성희가 입을 가리고 호호 웃었다.
"술 많이 팔아 준다고 다 만나주는 건 아니야. 그것도 케바케지. 어차피 그 술값을 내가 받는 것도 아니고."
"케바케?"
"바텐더도 여자잖아. 당연히 취향이라는 게 있지. 솔직히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이랑 놀고 싶지, 돈 많은 손님이라고 무조건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호오, 그렇단 말이지?"
유도했던 대답이 나왔는지 도훈이 씩 웃었다.
"그럼 넌 남자가 돈 많고 적은 건 별로 상관없나 보네?"
성희는 도훈이 자신을 떠본다고 생각했다.
된장녀를 걸러내는 일종의 유도심문같은?
이 경우엔 설사 속물이라도 절대 속내를 들켜선 안 됐다. 남자들은 기생충같은 여자들을 혐오하니까.
진정한 기생충은 상대가 퐁퐁당하는지도 모른 채 서서히 스며들어야 했다.
"당연하지."
"돈 없는 남자도 ok라 이거네?"
"응. 난 그런 걸로 사람 안 가려.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도훈이 갑자기 표정을 싹 바꿨다. 안면 몰수라는 말이 어울리는 변화였다. 도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럼 배달 온 거 네가 직접 나가서 받아."
"으, 응?"
"방금 배달 시킨 거 네가 현관 나가서 직접 받아 오라고."
"그, 그럴게. 근데 그렇게 정색하면서 할 말인가?"
"말귀를 전혀 이해 못 했군. 지금 그 상태로 나가라고."
"뭐, 뭐라고?"
성희는 현재 속옷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
섹스가 끝난 뒤 2차전을 하려다가 잠시 중단한 상태였기 때문에 굳이 다시 입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왜, 못 하겠어?"
"서준아. 그래도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