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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71화 (1,751/2,000)

1771. 빌드 업-106-

"엉?"

"잠깐 뭐라고?"

도훈이 패를 뒤집더니 광을 하나씩 바닥에 던졌다.

"아이고, 38이 떠버려서."

"아,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오늘 광땡 처음 뜬 거 아니야?"

"아씨, 파토 난 줄 알고 좋아했는데!"

다들 도훈의 행운에 아쉬워하는데, 먼저 죽었던 짝눈만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도훈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패를 돌린 것은 도훈도 아니었을뿐더러, 화장실 다녀왔다가 중간에 참여했기 때문에 별다른 조작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진짜로 운 좋네."

"파토랑 5땡이 떴는데. 이걸 광땡으로 잡아 먹어?"

"와, 인생 운빨."

도훈은 재경기 시작부터 거금을 쓸어 담았다. 초희를 만나기 전 10연패로 잃었던 돈을 단숨에 회복한 셈이었다.

'봤지? 도박은 결국 한방이라니까?'

[초희 양을 만나고 온 게 역시 최선의 선택이었군요.]

'이젠 강운으로 밀어붙여야겠어. 도박판에서 운 좋은 놈은 하느님도 못 이기거든.'

처음으로 선을 잡은 도훈의 독주가 시작되었다.

연속으로 족보가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 상대의 높은 패를 땡잡이로 잡아내는 등 내리 5연승을 이어갔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도 아슬아슬 높은 패가 떠주면서 계속 레이스를 따라왔기 때문에, 도훈은 순식간에 골드 칩을 잔뜩 쌓을 수 있었다.

보다 못한 대머리 타짜가 한마디 했다.

"잠깐. 우리 기리라도 합시다."

"기리요?"

"젊은 총각 패가 계속 좋게 나오니까, 일부러라도 흔들어야지."

대머리가 뒤집힌 화투패에 손을 데려고 하자, 도훈이 그의 손을 피했다.

"기리를 하더라도 제 옆에 마지막 사람이 해야죠. 그게 규칙 아닙니까?"

기리의 기본 룰이었다. 도훈은 기리와 상관이 없는 그가 화투패를 직접 만지려는 것에 음흉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 내가 하면 돼?"

도훈의 옆에 앉아있던 못생긴 아줌마가 바닥에 놓인 화투패를 3조각으로 나누더니 순서를 서로 바꿨다.

"3단 기리 끝."

"이제 패 돌리면 되죠?"

도훈이 다시 패를 돌렸고, 게임은 또 다시 도훈의 승리였다. 기리가 아무 효과가 없었다.

짝눈 마저 도저히 답이 없다는 듯 팔짱을 끼며 침음을 흘릴 정도였다.

"흐음···. 완전 독무대구만. 도저히 이길 수가 없어."

"영감도 처음엔 연승하지 않았나? 운이 돌고 돌아서 나한테 온 것 같은데."

"쯧쯧. 고얀 놈, 말본새하고는."

승부에 계속 진 것 떄문에 짝눈도 점점 약이 오르는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도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시비를 걸었다.

"맞다. 아까 누가 그러던데요? 도박판에선 돈 많은 놈이 형님이라나? 이제는 제가 영감보다 칩이 더 많아 보이니까 제가 형님 아닙니까?"

"뭐라고? 이, 이놈이!"

[어째서 짝눈을 도발하시는 겁니까?]

'흥분시키는 거야.'

[네?]

'내가 연승하는 동안 저 노인네가 계속 죽기만 했거든. 촉이 좋은 양반이야. 내가 기세가 오르니까 어떻게든 승부를 피하면서 피해를 최소화시켰어. 무리하게 도발을 해서라도 한 번을 승부에 끌어 내야해.'

[그렇다면 격장지계군요.]

'그렇지.'

도훈의 예상대로였다. 다음번 이어지는 승부에서 짝눈은 처음으로 레이스를 따라왔다. 도훈은 짝눈이 일전에 한 것처럼 자기 패를 열어 보지도 않고 계속 베팅을 올렸다.

"받고 두 개 더."

"두 개 받고 네 개."

"그럼 난 네 개 받고, 여덟 개."

"···뭐라고?"

계속 더블 베팅을 하는 도훈의 무모한 도박에 짝눈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패도 보지 않고 무지성으로 돈을 밀어 넣는데, 그냥 죽기엔 너무 아쉬운 패가 들어온 것이었다.

'장땡을 들고 나보고 죽으라고?'

장땡이면 광땡을 제외하면 섯다에선 두 번째로 높은 패였다. 짝눈이 고심하더니 레이스를 따라왔다.

"그래, 나랑 한 번 승부를 보자. 이 시건방진 놈 같으니."

짝눈이 고심해서 레이스를 받자 아예 도훈은 계산하기도 귀찮다는 수중에 있는 모든 칩을 밀어 넣었다. 올인이었다.

"에라이, 모르겠다."

"오, 올인?"

"와, 뭐야 저게?"

"지금 패도 안 보고 전부 다 밀어 넣은 거야?"

도훈의 올인에 옆에서 도박을 하던 사람들까지 동요할 정도였다. 게임을 멈추고 아예 구경 온 사람까지 있었다.

짝눈은 지금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지? 설마 저 건방진 놈이 정녕 타짜였단 말인가? 하지만 분명 기리를 다른 사람이 했는데?'

최고의 타짜라도 자기 짠 패를 다른 사람이 흔드는 순간 절대 패를 조작하는 건 불가능했다.

유일한 경우의 수는 기리를 한 사람마저 도훈과 같은 편을 먹은 타짜여야 했는데, 지금껏 관찰한 결과 전혀 그런 기미조차 없었다.

장땡을 든 짝눈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혹과 불신의 늪에 빠져든 것이다.

'내 패가 장땡이야. 무려 장땡이라고. 놈이 이 승부를 이기려면 오로지 광땡밖에 없는데, 광땡은 이미 한차례 나왔었잖아?'

통상 광땡은 한 게임에 한 번도 안 나오거나 한 번 정도 나오는 게 정상.

심지어 장땡과 광땡이 동시에 뜨는 경우는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고선 1년에 한 번 구경하기도 힘든 패였다.

'말이 안 돼. 하지만 내 본능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어. 최악을 가정해야해.'

짝눈은 오랜 도박 경험으로 익힌 자신의 감을 믿는 편이었다. 그리고 대체로 그 감은 늘 자신을 승리로 이끌었다.

'맞아. 광땡이 또 한 번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지. 만약 여기서 올인을 했다가 승부에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짝눈이 장고 끝에 죽기로 결심했다.

"···그냥 죽겠네."

"정말요? 여기까지 따라와 놓고서? 아깝지 않아요?"

"그래."

"흐음. 역시 돈으로 미는게 최고구나. 패를 보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죽다니."

"에이, 시시해라."

"간만에 올인 판 나오나 했는데."

구경하던 사람들도 시시한 승부에 김이 빠졌는지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기리를 했던 못생긴 아줌마가 허락도 없이 도훈의 패를 뒤집었다.

"무슨 패도 안보고 올인을···. 어, 과, 광땡이네? 또?"

뒤집힌 도훈의 패는 섯다 최고의 패인 광땡이었다. 말도 안 되는 확률에 가장 놀란 사람은 짝눈이었다.

'이럴수가! 정말로 광땡이었다고? 놈은 내가 뭐가 나오더라도 자신이 승부에 이길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본능 덕에 위험을 피하긴 했지만, 짝눈은 도저

히 눈앞에 벌어진 결과를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도훈이 분명 기술을 부렸다고 의심했지만, 도저히 어떤 조화를 부린 것인지 파악이 불가능했다. 잠자코 있던 도훈이 아줌마에게 버럭 짜증을 냈다.

"아이씨, 왜 허락도 없이 남의 패를 뒤집는데요?"

"아, 아니. 어차피 총각이 게임에 이겼으니까···."

상대의 궁색한 변명에 도훈이 언성을 높였다.

"상대가 승부 안 하고 죽었으니까 내 패를 보여줄 의무는 없잖아요? 룰도 모르면서 뭐하러 깽판을 놓냐고요!"

"뭐, 뭐라고?"

아줌마가 부들부들 몸을 떠는데, 대머리 타짜가 갑자기 손을 번쩍 들어 웨이터를 불렀다.

"여기 잠깐."

"네, 무슨 일이십니까?"

대머리 타짜 역시 도훈의 기적 같은 연승을 눈으로 목격한터라, 도훈이 뭔가 기술을 썼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저기 젊은 친구. 확인 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확인이라고요?"

도훈이 억울해하면서 펄쩍 뛰었다.

대머리가 차분하게 다시 설명했다.

"아니, 솔직히 좀 그렇잖아. 어떻게 광땡이 연속으로 나오냐고. 그것도 한 사람한테만?"

"그게 뭐 어때서요? 내가 광땡 나오는 데 보태주기라도 했어요?"

"화장실 다녀오면 탄이라도 만들어 왔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탄이라고요?"

탄은 주로 고스톱에서 쓰이는 용어였는데, 치밀한 계산으로 미리 조작해놓은 사기패를 의미했다.

대머리의 말을 들은 웨이터가 난처한 표정으로 도훈에게 말했다.

"저, 손님 죄송한데 잠시만 일어서 주시겠습니까?"

"뭐라고? 아니 진짜로 날 의심하는 거야?"

"속인 게 없으면 그냥 까보면 될 거 아니야?"

"그래. 나도 의심스러워."

"확인만 해보자고."

도훈이 혼자서 독식하는 게 불만이었던 사람들이 일제히 수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도훈이 분개하며 소리쳤다.

"뒤졌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면?"

"뭐라고?"

"센타 깠는데 아무것도 아니면, 그땐 당신들은 뭘 걸건데? 책임질 수 있어?"

"우, 우리가 걸긴 뭘 걸어?"

"아니 이 사람아. 확인만 해보자는 뭘 그렇게 흥분해? 진짜로 사기 친 사람처럼."

되지도 않는 의심에 도훈이 울컥하며 욕설을 지껄였다.

"에이 씨발 진짜! 좆같아서 못 해겠네."

도훈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갑자기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앉아 있을 땐 느끼지 못했던 거의 거대한 체구가 이제야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도훈이 분을 못 참고 상의를 냅다 벗어 던졌다.

"내가 화투패를 바꿔치기 했다고? 그래 한 번 싹 까보자."

엄청난 근육질의 몸이 드러나자 주위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사람들까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도박판에서 시비가 붙는 경우는 흔한 일이었지만, 옷까지 벗어 던지는 건 드문 일이었다.

"왜? 빤쓰까지 싹 벗을까? 만약 아무것도 안 나오면 대머리 너 이 새끼 각오해라."

그제야 연락을 받은 가드들이 도훈을 저지했다.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왜? 나보고 센타 까라잖아?"

도훈이 손길을 뿌리치며 바지 벨트까지 풀었다. 그의 박력에 대머리가 바짝 쫄아서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기 시작했다.

가드들이 더 몰려들며 도훈을 뜯어말렸다.

"손님.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일단 자리를 옮기시죠."

"뭐라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까지 나서서 정중히 부탁하자 그제야 도훈이 탈의를 중단하고 벗어 둔 상의를 집어 들었다.

"참나. 사람을 사기꾼으로 몰고 말이야. 게임이 안 풀린다고 이런식으로 사람을 저격하나?"

도훈이 아까 팁을 주었던 웨이터를 불렀다.

"저기 판돈 다 내가 딴 거니까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해요."

"네, 넵.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도훈은 정장 입은 가드들 안내를 따라 섯다 룸을 빠져나왔다.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시 정중한테 태도로 도훈에게 말했다.

"너무 기분 나빠 하지 마시고, 절차에 따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절차가 뭔데요?"

"해당 게임은 딜러가 없어서 분쟁이 잦은 편입니다. 저와 같이 가서 CCTV 한번만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제가 왜요?"

"고객님의 오해를 풀어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제가 아무런 잘못도 없으면요? 그땐 어떻게 하실 건데요?"

"네?"

"CCTV까지 확인했는데 제가 아무 잘못 없으면, 그 보상은 어떻게 하실 거냐고요? 엄한 사람한테 누명 씌우려고 했던 그 사람은 아무 패널티도 없어요? 나 지금 흐름 다 끊겼는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만약 확인 결과 아무 이상 없으면 문제를 제기한 손님을 저희 VIP룸에서 영구 퇴출토록 하겠습니다."

"영구 퇴출요?"

"네. 그 정도면 만족하시겠습니까?"

"그럼 뭐."

하지만 지배인은 뒤끝이 확실한 사람이었다. 도훈을 향해 똑바로 쳐다보며 덧붙였다.

"대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아시죠?"

"···뭐라고요?"

"일단 절 따라오시죠."

은근히 압력을 넣는 지배인을 보며 도훈이 속으로 비웃었다.

'웃기고 있네. 어디서 되지도 않는 협박질이야? 확 입을 찢어 버릴라.'

[주인님. 너무 흥분하지 마십시오.]

'흥분한 거 아닌데?'

[네?]

'일부러 흥분한 척한 한 거지. 슬슬 운빨이 떨어질 시간이었으니까. 운빨 대폭발은 섹스 후 가장 운빨이 활성화되고 그 다음 줄어들잖아.'

[그럼 고의로 판을 엎으셨던 겁니까?]

'돈은 딸만큼 땄어. 그리고 슬슬 성희도 조퇴할 시간이기도 하고.'

[어쩐지 주인님이 왜 갑자기 난동을 부리나 했습니다. 평소보다 너무 오버하시더라고요.]

'원래 남의 돈 먹고 빠져나오는 게 제일 어려운 거야. 이게 그나마 그림이 자연스러울 것 같더라고.'

도훈은 지배인과 가드에 둘러싸여 카운터 옆에 있는 기계실로 따라 들어갔다.

내부는 흡사 카지노 보안시설처럼 수십 개의 모니터가 바둑판처럼 배치되어 있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는 중이었다.

지배인이 기계 조작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명령했다.

"섯다 룸 3번 카메라 뒤로 돌려봐."

"네."

녹화된 장면을 돌리던 직원이 10분 전 상황부터 화면을 재생시켰다.

가드들이 도훈을 에워싼 가운데 지배인이 화면의 내용을 꼼꼼히 살폈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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