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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67화 (1,747/2,000)

1767. 빌드 업-102-

"네. 절 VIP룸에 들여보내주시면요. 솔직히 초대권 그거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제가 경찰에 신고할 것도 아니고."

"······."

"안 그래요? 입장하려고 90만원 씩이나 쓰고 들어가는데, 머리에 총 맞지 않은 이상 제가 왜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물론 그렇긴 한데···."

도훈이 계속 설득하자 직원이 슬쩍 눈치를 보더니, 도훈이 쥐여 준 칩 3개를 꽉 움켜쥐었다.

"따라오십시오."

"감사합니다."

[아니, 주인님. 아무리 딴 돈이라도 처음보는 직원에게 90만원 씩이나 팁으로 주는 게 맞습니까?]

'뭐 어때. 칩이야 또 따면 그만이지.'

[하지만 소지하고 계신 칩을 거의 다 줘버렸잖습니까? 판돈이 있어야 도박을 하죠.]

'환전하면 돼. 설마 내가 그런 푼돈도 없을까봐서?'

[아···.]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오른 도훈에게 직원이 신신당부했다.

"제가 들여보내 드렸다고 아무에게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그것만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연하죠. 근데 2층에서도 신원을 확인하나요?"

"아닙니다. 입장 자격은 1층에서만 확인합니다."

"아하."

"그럼 즐거운 시간 되시길."

뒷돈을 받고 도훈을 들여보낸 직원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 뇌물을 이용해 2층에 무사히 입성한 도훈이 카운터로 향했다.

일전에 봤던 예쁜 직원이 상냥하게 그를 반겼다.

"어서오세요, 회원님."

"여기서 칩 구매가능 하죠?"

"네, 당연하죠. 얼마나 바꿔 드릴까요?"

도훈은 일전에 VIP룸에서 구경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현금으로 100만원이 넘는 칩을 들고 입장했지만, 다른 참가자들은 최소 300만원에서 500만원에 이르는 칩을 쌓아놓고 있었다. 한 게임에 수십 만원씩 왔다갔다 하다 보니, 적은 판돈을 들고는 참여도 힘든 테이블이 대부분이었다.

"이 정도 가능할까요?"

도훈이 5만원짜리 한 묶음을 품에서 꺼내는 척 인벤토리에서 뽑아냈다. 도훈의 생각에는 나름 거금이었지만, 카운터 직원은 전혀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녀는 현금을 받아 화폐 계수기에 넣더니 무덤덤하게 수량을 확인했다.

"500만원이네요. 칩은 어떻게 바꿔드릴까요?"

"적당히 섞어서 주세요."

"네. 잠시만요."

직원이 골드칩 여러개와 잔돈으로 쓰일 만한 칩들을 섞어 도훈에게 내밀었다.

"다시 현금 환전 하실 땐 수수료 10% 떼시는 거 아시죠?"

"네. 상관없습니다."

"그럼 어느 종목으로 입장하시겠어요?"

"섯다 가능하죠?"

"물론이죠. 그럼 섯다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도훈이 칩을 주머니에 챙기는데, 예전에 봤던 화사한 화장을 한 아가씨에게 에스코트를 위해 나왔다. 그녀는 도훈의 얼굴을 힐끔거리더니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어? 저번주에 왔던 그 오빠네?"

"제가 오빠예요?"

"여기 오는 남자 손님은 무조건 오빠죠. 혹시 연상 취향?"

"연상 취향이라뇨?"

"그런 취향이신 손님분들을 위해 30~40대 언니들도 대기하고 있거든요. 원하시면 그쪽으로 소개해 드릴까요?"

"아니에요. 그런 쪽은."

"혹시 게임 하다 피곤하시면 마사지 한 번 받으러 오세요. 손님들 말로는 저한테 마사지 받고 나면 그렇게 끗발이 잘 붙는다던데, 호호."

도훈은 이곳에서 성매매도 알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놀라진 않았다. 다만, 일전에 봤던 아가씨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한다는 게 의외였다.

'신기하네. 드나드는 손님이 한 둘이 아닐텐데 어떻게 내 얼굴을 보자마자 알아차렸지?'

[주인님이 좀 인상 깊긴 하죠. 잘생기고 키도 큰데다, 이곳에 방문하는 손님들 평균 연령에 비하면 한참 어린축에 속하니까요. 게다가 저 여자분이 허락도 없이 주인님 물건을 더듬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맞다. 생각났어.'

도훈의 에스코트를 맡은 여자는 엉덩이를 씰룩 거리며 가장 안쪽 방으로 안내했다. 일부러 앞서 걸으며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수작에 도훈이 피식 웃었다.

"왜 웃으세요?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나봐요?"

"아뇨. 그쪽 분 몸매가 좋으신 거 같아서요."

"아잉, 이 오빠가 눈썰미 좀 있으시네. 제가 또 한 몸매하거든요. 참고로 수술 아니고 자연산이에요."

여자가 제 가슴을 위로 들어올리더니 밑으로 퉁- 내렸다.

커다란 가슴이 위아래로 출렁이며 짙은 울림을 만들어냈다.

[으으, 천박하게 저게 뭐하는 짓입니까? 누가 몸파는 여자 아니랄까봐. 정말 싼 티 제대로 군요.]

'냅 둬. 자기 일에 열심이기만 한데.'

[주인님은 그게 제일 문젭니다.]

'뭐? 여자한테 관대한거?'

[가슴 큰 여자한테만 유독 더 관대하신 거요.]

'어쩌겠어. 그게 내 취향인걸.'

"심심하시면 게임 들어가기 전에 가볍게 몸이라도 풀고 가세요. 제가 서비스 많이 해드릴게요."

"시작도 전에 기운 뺄 순 없죠."

"아쉽네요. 오빠 정도면 제가 공짜로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뭘요?"

"뭐겠어요? 당연히 마사지지. 히히, 엉큼하시네."

"제가 돈 따면 꼭 찾을게요. 근데 이름이 뭐였죠? 그때 한 번 들은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저요? 웨이터한테 초희 찾아달라고 하시면 돼요."

"기억하고 있을게요, 초희씨."

초희가 싱긋 웃더니 문을 대신 열어 주었다. 도훈은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룸 안으로 입장했다.

* * *

내부에 담배 연기가 자욱한 것이, 지난 번 텍사스 홀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이한 것은 종목이 종목이다 보니 좌식 바닥에 앉아서 치는 좌식 테이블도 함께 설치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룸에 입장하자 예전처럼 홀 매니저가 따라 붙었다.

"손님, 게임에 참여하시나요?"

"네. 얼마나 기다려야 돼요?"

"마침 한자리 빈 곳이 있는데 타이밍 좋게 입장하셨네요. 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 뭐."

섯다룸 안에는 모두 3개의 테이블과 2개의 좌식 게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 중 앉아서 치는 곳으로 안내를 받았다.

"새로 오신 손님입니다. 한 분 더 필요하시다고 하셨죠?"

먼저 게임을 하고 있던 손님들 4명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늦지 않은 시각이라 그런지 대부분 눈빛이 살아있었다. 도박중독자 특유의 퀭한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어서와요."

"뉴비는 언제나 환영이지."

"이쪽에 앉으라고. 호구는 늘 자기 왼편에 두는 법이니까. 껄껄."

돌아가며 인사를 하는데 익숙한 얼굴이 한 명 보였다.

'어? 저 사람은···.'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네였다.

환갑은 족히 넘어보이는 나이에 한쪽엔 의안을 낀.

[충청도 짝눈이라고 말했던 그 노인이군요.]

'공교롭게 여기서 또 보네.'

노인네를 향해 아는 체를 하려고 가볍게 목례했지만, 짝눈 할배는 내쪽으론 시선도 주지 않았다.

'뭐지? 나를 못 알아 보는 건가?'

[일부러 모른 체 하는 게 아닐까요?]

'왜?'

[주인님한테 자신이 타짜라는 사실을 밝혔잖습니까. 괜히 친분을 밝혔다간 둘이서 짜고 친다고 의심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긴 그렇겠네. 나도 그럼 모른 체 해줘야지.'

"자자, 멤버 다 채워졌으니 바로 시작합니다. 패 돌릴게요."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이 빠르게 화투를 섞기 시작했다.

내가 놀라서 물었다.

"어? 여긴 딜러 따로 없어요?"

"딜러라니?"

"혹시 VIP룸 처음오셨는가?"

"아뇨. 몇번 오긴 했는데 섯다 방은 처음이라서요."

"아하. 섯다 게임은 원래 딜러 없이 해요."

다른 손님 하나가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켰다.

"대신 저기 보이죠? CCTV로 실시간 녹화 중이라 장난질 하면 바로 증거 남아요."

"섯다가 처음이면 제대로 호군데? 그러니까 내 왼편에 앉으라니까."

다시 좌중이 소란스러워지자 화투패를 섞고 있던 사람이 말했다.

"이바구 그만 털고 게임에 집중합시다. 기본 판돈 실버칩 한개부터."

"콜."

"원래 시작은 가볍게 가야지."

둥그렇게 둘러앉은 사람들이 녹색 담요 위에 실버칩을 하나씩 던졌다.

실버칩이면 한개에 15만원짜리였다.

[금액이 너무 큰 거 아닙니까? 기본 판돈이 15만원이라고요?]

'그러게. 섯다는 패도 빨리 도는 편인데 앉은 자리에서 돈 천만원은 우습게 털리겠는데?'

나는 내심 놀라며 골드칩 하나를 밀어 넣고 실버칩을 거슬러 갔다.

패가 돌았고, 내가 받은 첫 패는 완전히 개패였다.

'흐음. 적당히 한 두시간 때우다 가려고 했는데 이러다 500만원 바꾼 거 싹 다 날려버릴지도 모르겠네.'

[뭘 걱정하십니까? 주인님은 원래 사기 도박이 전문 아닙니까?]

'호구들만 있으면 얼마든지 기술 쓸 수 있지. 근데 충청도 막눈인가 짝눈인가 하는 양반이 내 앞에 떡하니 앉아있잖아. 저 양반이 기술쓰다가 서로 패라도 겹치는 날엔 그날로 같이 죽는 거거든.'

[아, 이런. 한 판에 기술자가 둘인게 변수군요.]

'게다가 CCTV까지 촬영 중이라 어설프게 속였다간 바로 들통날 거란 말이지. 사람 눈은 속여도 카메라를 속이긴 쉽지 않으니까.'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일단은 구라 포기하고 실화로 치는 수밖에.'

여건이 좋지 않았다.

패는 더더욱 안 좋았다. 시작부터 5끝 이상은 전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레이스를 해보지도 못하고 계속 꼴기만 했다.

연속으로 8판을 죽고 나니 5분도 안되는 사이에 120만원어치 칩을 털리고 말았다. 지난 번 1층 카지노에서 몇시간에 걸쳐 땄던 돈이 한 순간에 날아간 셈이었다.

'와씨, 오늘따라 개 말리네. 초희라도 만나서 쉬었다가 와야 하나?'

[네? 성희양과 조금 이따 보기로 하셔놓고 엄한 데 힘빼시려고요?]

'그게 아니라 첫 끗빨이 영 안붙어서 말이야.'

[설마 초희양의 말을 믿는건 아니죠? 자기한테 마사지 받고나면 끗발 선다는 말이요.]

'초희의 말은 안 믿어도 운빨 대폭발 패시브는 믿거든. 난 섹스하고 난 직후 운빨이 더 강해지니까.'

[아, 그렇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 판이 벌어졌다.

처음 패를 돌리던 뚱뚱한 사내와, 충청도 짝눈이 서로 맞붙은 것이었다.

"받고 60."

"60받고 120."

"120?"

처음으로 벌어지는 큰 판에 다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결에 집중했다. 중간에 죽은 사람 포함, 이미 쌓인 판돈만 족히 300만원을 넘어서고 있었다.

[여기가 제대로 도박장이군요. 판돈이 무슨···.]

'그러니까 말이야. 300만원이면 어지간한 직장인 월급 수준인데 저걸 한 판에 태우네.'

뚱뚱한 사내가 고민하더니 120을 밀어넣으며 소리쳤다.

"까짓거 받읍시다. 콜!"

모두 다해서 400이 넘는 금액.

콜을 외친 사내가 들고 있던 화투패를 내밀었다.

"난 9땡이요. 높으면 영감 드시고."

"······."

뚱뚱한 사내가 눈을 희번덕 거리며 칩을 쓸어담으려고 하는데, 짝눈이 그의 손바닥을 탁- 치면서 한마디 했다.

"고얀 놈. 누구 돈에 함부로 손을 대? 족발 치워라."

"뭐, 뭐라고요?"

뚱보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섯다 판에서 9땡이면 거의 승리를 보장하는 패였다. 심지어 게임을 무효로 돌리는 족보인 94파토까지 자동으로 제외되기 때문에 광땡이나 장땡을 제외하면 적수가 없다시피 했다.

그런데도 자신이 승부에 진 것이다.

"노, 노인장은 뭔데? 패는 보여줘야 할 거 아니야?"

"궁금하면 네놈이 직접 까봐라."

짝눈이 돈을 쓸어담고 있는데, 뚱보가 허겁지겁 노인의 패를 뒤집었다. 두 장 모두 단풍이었다.

"자, 장땡? 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왜? 네놈 9땡은 나와도 되고, 나는 장땡 나오면 안 되냐?"

"아, 아니 그래도."

뚱보는 다 이긴 게임을 눈 앞에서 놓친 것이 분했는지 갑자기 와이셔츠 윗단추를 풀더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어이, 여기 재떨이 좀."

"여기서 담배 펴도 돼요?"

"얼마든지."

"비흡연자는 죽을 맛이지만, 어쩌겠어? 도박꾼 8할이 흡연자라는데."

나는 뚱보 옆에 앉았기 때문에 그와 재떨이를 공유하며 담배를 피웠다. 게임에서 이긴 노인네가 화투패를 섞으며 말했다.

"그쯤에서 멈춘 걸 다행으로 알어. 거기서 욕심냈으면 자넨 방금 판으로 거덜났을 걸."

"참나. 한 게임 이겼다고 유세부리시긴. 내가 어디가서 쩐으로 밀릴 사람은 아니걸랑요?"

뚱보는 수중에 있는 칩이 줄어들자 갑자기 지갑을 꺼내더니 안에서 수표를 내보였다.

"천만원 짜립니다. 지금 칩으로 바꿔 올테니, 오늘 한 번 끝을 보죠. 여봐 웨이터."

"네."

"여기 수표도 받지?"

"네. 서명만 해주시면 됩니다."

"이거 다 칩으로 바꿔와. 칩은 알아서."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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