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58화 (1,738/2,000)

1758. 빌드 업-93-

"헐, 오빠도 선수에요?"

"아니 그랬으면 어쨌겠냐는 거지."

"음, 그건 좀 곤란한데···. 이미 맛을 봐버렸으니."

"맛만 좋으면 선수여도 상관없는 거야?"

"꼭 그런건 아닌데, 오빠 정도면 괜찮을 것 같기도 해요."

"너야말로 순진하네. 너 그러다 선수만나 공사 당한다?"

"제가요?"

주아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깔깔거리며 웃었다.

"오빠, 제가 돈이 있어요 뭐가 있어요? 저 아무것도 없어요. 저한테 호빠 선수가 뭘 뜯어내겠다고 들러붙겠어요?"

"그런가?"

실제로 공사를 당한 주아였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이 타깃이 되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하긴 가진건 몸뚱이 뿐인 그녀가, 호빠 선수의 먹잇감이 될수도 있다고 상상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나저나 주아양 영상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싹 다 지워야지. 놈들은 절대 주아를 협박할 일은 없을 거야.

어차피 번호도 나만 알고 있고, 내가 나서지 않으면 주아랑 접촉할 방법도 없을 테니까.'

[주아양이 이번에 정말 큰일을 해주었군요.]

'그래서 최선을 다해 두 번이나 눌러줬잖아.'

"히히, 오빠 저희 가끔 만날래요?"

"가끔 만나다니?"

"아직 사귀기는 좀 그렇고, 이렇게 얼굴이나 보면 어때요? 그러다 괜찮은 것 같으면···."

'와, 애도 자만추였구나.'

[자만추요? 그건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약자 아닙니까?]

'아니, 자고나서 만남을 추구.'

[헐.]

'요새 애들한테는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닌가 봐. 사귀지 않고 썸만 타도 이미 볼장 다 본다고들 하니.'

[세상이 참 어떻게 되려고.]

"···그럴까?"

"히히. 저 원래 남자 보는 눈 무지 까다로운데."

"그래? 기준이 뭔데?"

"당연히 섹스를 잘해야죠."

"그거면 난 이미 합격인 거 아니야?"

"음, 뭐 이제 겨우 2번밖에 못 해봐서 잘···."

"뭐라고?"

도훈이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묻자 주아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옷을 입기 시작했다.

"슬슬 나가보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벌써 2시 넘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오빤 내일 학교 가셔야죠. 다음 주 시험도 보신다니."

"맞네. 나 시험 때문에 당분간은 시간 내기 힘들 것 같아."

"알았어요. 오늘 충분히 해소했으니 한동안은 저도 괜찮아요. 시험 끝나고 연락해요 그럼."

"집에 바래다줄게."

"오빠 아까 룸에서 술 드시지 않았아요?"

"3시간 전에 먹고 이후로 한 모금도 입에 안 댔어. 불어도 전혀 안나올 거야."

"아항."

도훈은 주아를 집에 바래다 주고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도훈은 채증한 증거를 언론사에 넘기기 위해 제 보 프로그램을 검색했다.

"와, 우리 나라에 이렇게 제보 프로그램이 많았다니."

아무래도 종편이 생기면서 방송사마다 우후죽순격으로 프로그램을 만든 느낌이었다. 도훈은 시청률과 파급력등을 고려하여 공중파로 결정했다.

'추격 60분. 여기가 제일 전통있으니 이쪽에 제보해야겠다. 기왕이면 힘이 센 곳에 맡겨야 공권력의 외압에서 자유로울 테니까.'

[마침내 결정하셨군요. 자료를 전부 다 넘기실 건 아니죠?]

'당연히 내 선에서 1차 편집해야지. 대신 피곤 하니까 내일 수업 끝나고 오후에 해야겠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주인님 능력이면 자력으로 얼마든지 해결할 수도 있었을텐데.]

'PK단 때문에 어쩔 수 없잖아. 괜찮아, 법치국가니까 법대로 해결해는 게 맞지. 내가 무슨 정의의 히어로도 아니고.'

침대 위에서 스마트 폰을 뒤적거리던 도훈은 보람찬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 * *

오후 수업을 마무리한 도훈은 인적 드문 까페에서 노트북을 펴 놓고 녹화한 자료를 편집했다.

전문적인 편집이라기보다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부분을 앞뒤로 잘라내는 정도였기 때문에 크게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일전에 회사 다닐 때 만난 부사수 덕에, 어깨 너머로 영상 편집을 배워 놓길 천만다행이었다.

모든 영상 자료를 정리한 도훈은 전체적인 사건 개요를 보고서 형태로 써내려갔다. 육하원칙에 따라 본인이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꼬박 2시간에 걸쳐 육하원칙에 따라 상세히 기술하자 5페이지 짜리 사건 보고서가 완성되었다.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주인님은 정말 못 하시는 게 없군요. 영상 편집은 그렇다쳐도, 보고서를 이렇게 깔끔하게 작성하는 기술은 언제 또 익히신 겁니까?]

'전생에 회사를 10년 넘게 다녔는데, 기안문 하나 못 쓸까 봐서? 사건 보고서 같은 건 오히려 더 쉬워. 펙트만 객관적으로 기술하면 되는 거니까.'

[역시!]

사건 보고서까지 제작한 도훈은 영상 파일과 함께 모든 증거 자료를 USB에 담았다.

그리고는 서류 봉투를 하나 구해 USB와 증거물이 될 물뽕을 밀봉한 뒤 '추격 60분' 프로그램 앞으로 주소를 작성했다.

'내 연락처를 남겨야 하려나?'

[신상정보를 남겼다가 괜히 주인님만 곤란해 지지 않겠습니까?

일종의 내부고발 방식이기 때문에 경찰조사가 들어가면 주인님 역시 공범으로 오해받을 겁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투고만 해서는 방송이 안 될 것 같은데···.

제보 프로그램에선 신뢰성이 담보된 이후에야 방송을 내보내거든.'

[흐음, 그럼 이메일이라도 하나 남겨두는 건 어떻습니까?]

'익명으로 말이지?'

[네.]

로시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도훈은 VPN을 거쳐 외국 계정의 이메일을 만든 뒤 서류 봉투 겉면 보내는 사람 칸에 적었다.

사실상 발신자를 완벽히 숨기는 방식이었다.

'좋아. 이제 발송만 하면 되겠다.'

[우편으로 보내시는 건가요?]

'아니. 하루라도 빨리 방영되게 하려면 인편이 더 나아. 하루에도 몇 개씩 제보를 받을 텐데, 괜히 우편으로 보냈다가 확인도 안하고 몇 달 캐비넷에 처박혀 있으면 곤란하니까. 윤채이 부르자.'

퀵 서비스 기사인 채이를 호출한 도훈은 커피숍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그녀를 기다렸다. 채이는 10분도 지나지 않아, 도훈의 앞에 도착했다.

헬맷을 벗은 그녀가 땀에 젖은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오늘은 또 뭔데?"

"왔어?"

노랗게 염색한 숏컷 스타일로 변한 채이는 요새 말하는 걸크러쉬의 전형이었다. 라이더 재킷에 가죽 팬츠이 그림처럼 잘 어울렸다.

커다란 바이크를 기울여 세운 그녀가 도훈을 따라 담배를 꼬나 물었다.

"너 요새 보면 나를 무슨 개인 기사처럼 부리더라? 나도 주간엔 근무 중이라는 걸 알아줬음 좋겠어."

부르자마자 잽싸게 달려와 놓고 면전에서 튕기는 채이의 모습에 도훈이 속으로 웃었다.

'귀엽네. 츤데레도 아니고. 쪼르르 달려올 땐 언제고 이제와서.'

[귀엽다기엔 터프하지 않습니까? 채이양은 키가 커서 헬멧 쓰고 있으면 남자 라이더랑 구분도 안 될 것 같은데요.]

'에이, 그건 아니다. 몸에 딱 붙는 가죽 팬츠만 봐도 각선미가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주인님처럼 몸매를 훔쳐보는 사람들에게나 그렇겠죠.]

"의뢰 좀 맡길 게 있어."

"무슨 의뢰? 또 마약 배달?"

"어."

서류 봉투 안에 정말로 물뽕이 들어있었기 때문에 이번 만큼은 진실을 말하는 도훈이었다.

채이가 씩 웃더니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나 몸값 상당히 비싼 여자야. 건당 최소 3만원."

"서류 봉투 하나 배달하는 건데도?"

"무게는 중요한 게 아니지. 우린 신속성이 생명이니까. 바가지 같으면 우체국에 붙이시던가?"

도훈이 피식 웃더니 뒷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지갑을 따로 가지고 다니지 않는 그는, 뒷주머니에 인벤토리를 열어서 현금을 꺼내는 게 습관이 되어 있었다.

예전에는 알맞는 금액을 집어내는 데 한참 걸렸지만, 마술을 익힌 뒤 손가락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훨씬 빨라졌다.

"자, 선불."

도훈이 내민 것은 5만원권 지폐 6장이었다.

첫눈에 봐도 너무 많은 금액에 채이가 되물었다.

"이게 다 얼만데?"

"30."

"30만원이라고?"

"응, 위험수당 포함이야."

"위험수당이라니?"

"네 말대로 이건 마약 배달이니까."

"푸하하."

채이가 호탕하게 웃었다. 매사에 당당한 그녀의 웃음은 청량감을 느끼게 할만큼 시원한 매력이 있었다.

"따블, 따따블도 아니고 10배나 더 주는 걸 보니 진짜로 위험한 일 같은데? 어디로 가는 물건이야?"

"방송국."

"응? 방송국?"

"진짜 방송국. 거기 시사 담당하는 부서에 전달만 해 주면 돼."

"흠. 그렇다고 어떻게 배달 한 건에 30을 받아? 난 됐어."

채이는 6장의 5만원 중에서 가운데 한장만 쏙 뽑아냈다. 도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 받아. 나머진 입단속 조건이니까."

"입단속이라니?"

"널 누가 보냈는지 물어봐도 절대 발설하지 않는 조건."

도훈이 너무 진지하게 말하자 채이도 웃음기를 싹 거두었다.

"이거 진짜로 위험한 거 아니지?"

"위험한 건 절대 아니야. 이것 때문에 앞으로 위험해질 사람들은 많겠지만."

"대체 뭐길래···."

채이가 도훈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도무지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본인은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했지만, 조금도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싫으면 마. 다른 기사 부르지 뭐."

"아, 아니야. 할게."

"고마워."

"대신 방송국까지는 내가 데려다 줄 테니 배달은 네가 직접해."

"내가 배달하라고? 무슨 퀵 서비스가 그래?"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그렇지. 난 괜히 남의 일에 끼어들고 싶은 생각 없거든."

"참나."

[웬일로 채이양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군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 누구든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건 질색 하잖아.'

"콜 들어온다. 얼른 결정해. 다른 기사 구한다면 다른 콜이라도 받게. 나 무지 바쁜 몸이거든."

"알았어."

도훈은 하는 수 없이 채이의 뒤에 올랐다.

* * *

채이의 오토바이가 빠르게 도로 위를 질주했다.

"꽉 잡아. 떨어지면 다치니까."

"너 이러려고 나 태웠어?"

"아닌데?"

채이가 시치미를 뚝 뗐지만, 도훈은 그녀의 속셈을 대충 간파한 상태였다.

'당했구나.'

[네? 당하다뇨?]

'채이가 나를 태운 건 내용물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나랑 더 붙어 있고 싶어서 머리 쓴 거였다고.'

[아···. 이런. 그 생각은 미처 못 했군요.]

'지금 채이한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다른 거여나봐.'

[하긴 돈이 중요했다면 아무리 프리랜서라도 근무 시간에 주인님이 오라고 한다고 만사 재쳐두지 않고 쪼르르 달려오진 않았겠죠.]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돈보다 다른 걸 더 원하는 여자들도 있다는 걸 말이야.'

채이의 속셈을 알아 챈 도훈은 방송국으로 향하는 동안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것에 대한 일종의 서비스 개념이었다.

허리를 붙든 손을 살짝 올려 가슴 밑을 터치하자 채이가 움찔놀라더니 곧 라이더 자켓의 지퍼를 밑으로 내리며 말했다.

"···깔짝 거리지 말고 만지고 싶으면 집어 넣어서 만져."

"남들이 봐도 상관없어?"

"오토바이 타고 가는 사람을 누가 신경이나 쓴다고?"

도훈이 반쯤 내려간 지퍼 사이로 손을 밀어 넣다가 깜짝 놀랐다.

"안에 속옷 안 입었어?"

"노브라가 더 편해."

"헐."

놀랍게도 채이는 속 옷도 입지 않고 얇은 기능성 반 팔만 걸친 상태였다. 물론 위에 두툼한 라이더 재킷을 입고 있으니 티가 나진 않았다.

"이거 꼭지 다 비치는 거 아니지?"

"무슨 상관이야? 재킷 벗을 일도 없구먼. 브라 입고 하루종일 바이크 타면 밑가슴이 접혀서 땀띠 나서 그래"

"하긴. 워낙에 크니까."

도훈은 반쯤 내려간 재킷 지퍼 안으로 손을 넣어, 채이의 젖가 슴을 마구 주물렀다. 가슴을 만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대물이 부풀었고, 바로 뒤에 앉은 채이의 엉덩이를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어,어. 흉기 안 치울래? 운전에 방해된다고."

"생리현상이야. 어쩔 수 없어."

"칫. 몰리면 나한테 한 발 빼달라고 하든가?"

"부르면 무조건 오는 거야? 네가 무슨 콜택시야?"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도훈이 네가 부르면 가지."

"대관절 누가 몰렸다는 건지 모르겠네."

젖가슴을 주무르던 도훈의 손이 이번에 밑으로 내려가 채이의 가랑이 사이를 비비기 시작했다.

몸에 쫙 달라붙는 가죽 바지라 그런지 도훈의 손끝에 채이의 음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뭐야, 설마 팬티도 안 입은 건 아니지?"

"입었거든?"

"근데 어째서 안 입은 느낌이지?"

"요샌 여자 팬티도 레깅스 같은 소재로도 많이거든. 입은 듯 안입은 듯 말이야."

"통풍은 잘 되는데, 흡수는 더 어려운 거 아닌가?"

"그니까 그만 만져. 젖으면 찝찝하니까."

"이미 젖었구만 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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