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47화 (1,727/2,000)

1747. 빌드 업-82-

"말이 안 통하다니?"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는데도, 자기들을 무시하냐면서, 당장 지배인을 부르라고. 이런 식으로 나오면 술 값 못 내겠다고 버티고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하-. 돌겠네 진짜. 알았어. 내가 직접 가 볼게."

진상이 가게에 오는 것이 드문 일은 아니었으나, 마담인 태오가 직접 나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 보니 이 바닥에서 제법 잔뼈가 굵은 찬호마저 쩔쩔맬 정도라면, 웨이터로서는 감당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에이 씨, 하필 작업하는 날 진상이 걸릴 게 뭐람?'

태오가 나서려는데, 옆에 있던 창민도 함께 일어났다.

"형. 저도 같이 가드릴까요?"

"넌 좀 쉬어. 방금 지명 끝내고 왔잖아. 혹시나 필요하면 부를게."

"그래요, 그럼."

태오가 찬호를 따라 4번 룸으로 향하는데, 복도 밖에까지 고성이 들려왔다.

"당장 지배인 부르라니까!"

어찌나 목청이 큰지, 방음문을 뚫고 소리가 새어 나올 정도였다. 인상을 잔뜩 구기던 태오가, 애써 표정 관리하며 4번 룸으로 입장했다.

"저, 지배인 찾으셨다고···."

진상에 붙잡혀 쩔쩔매던 웨이터가 재빨리 태오 뒤로 숨었다.

"니가 지배인이구나?"

진상 손님은 뜻밖에 새끈해 보이는 미시였다. 물론 세월의 흔적을 숨길 수는 없지만, 갖추고 있는 장신구나 의상만 보아도 꽤 잘사는 집 사모들로 보였다. 하지만 졸부 특유의 과시와 무개념이 온몸에서 느껴졌다.

'와꾸만 봐도 개진상이네 씨발.'

태오가 힘겹게 영업용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네. 제가 여기 담당 마담입니다."

"아니 씨발, 여긴 어떻게 된 게 선수라는 것들이 마담보다 외모가 딸리니?"

가게 선수들을 욕하는데도 태오는 어째서인지 기분이 많이 나쁘지는 않았다. 결국 자기 외모를 칭찬하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평일이다 보니 선수들이 비번이 많은 날이라서."

"그거야 당신 사정이고요, 간만에 친한 언니랑 큰맘 먹고 놀러 왔는데, 선수랍시고 개나 소나 다 들여보내면 어떡하니? 설마 우리가 나이 먹었다고 우습게 보는 거야?"

목청을 높이는 여자를 또 다른 여자가 말렸다.

"미향아, 너무 열내지 마. 그냥 다른 가게로 옮기면 그만이야."

"혜미 언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어디 가서 무시 받을 레벨은 아니지 않아? 야, 마담."

"네."

"기분 더러워서 술 값은 못 내겠으니까, 그렇게 알아. 우리 입도 안 댔어."

태오가 슬쩍 테이블을 보니, 가장 비싼 양주 세트가 들어와 있었다.

기본적으로 양주 세팅을 할 때 웨이터가 마개를 따서 첫 잔을 따라주기 때문에, 이미 양주는 개봉된 상태였다.

하지만 잔에 술이 그대로 차 있는 거나, 과일 안주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술을 먹지 않았다는 말은 사실로 보였다.

'씨발, 40만원 짜리 양주 세트 까놓고 그냥 돌아 가시겠다? 그건 안 될 말이지.'

처음 찬호에게 내용을 전달받았을 때만 해도, 당장 쫓아내라던 태오였지만 업장을 운영하는 이상 매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술이 나오기 전이었으면 모를까, 이미 개봉한 술을 다른 룸으로 넣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손도 안 댔는데 술 값을 받겠다고 하면 경찰 부르라고 진상을 떨게 분명해. 그럼 작업하는 휘겸이도 곤란해 질 테고.

기분은 더럽지만, 일단 최대한 비위를 맞춰 주는 수밖에.'

계산을 끝낸 태오가 최대한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

"누님들. 기분이 많이 상하신 것 같은데 일단 고정하시고요. 이런 일이 있으시면 바로 절 부르셨으면 어떻게든 해결해 드렸을 텐데."

"마담 니가 어떻게 해결해 주겠다는 건데?"

"혹시 원하는 취향이 있으시면 최대한 맞춰 드리겠습니다."

"여긴 한 명도 없어."

"네?"

미향이라는 여자가 태오에게 따지듯 말했다.

"너 내가 이유도 없이 진상부린다고 생각하니?"

"아닙니다. 필시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셨겠죠."

"막말로 우리 같은 아줌마들이 뭣 하러 시간 내서 호빠 오겠니?

변변찮은 애들 같으면 그냥 밖에서 아무나 만나도 그만인 걸. 내 말 무슨 말인 줄 알겠어?"

'이 년들, 딱 보니까 그거구나.' 태오는 조금 전 대화를 통해 이들이 '사이즈 퀸'이라고 불리는, 대물남을 선호하는 여성임을 간파했다. 어지간한 크기로는 만족을 못 하는 남근 숭배 주의자들인 것이다.

사실 모든 여자가 대물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크기가 너무 안 맞으면 속궁합 때문에 섹스가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이즈 퀸에 해당하는 사람은 대물과의 성교가 아프지 않기 때문에 크면 클수록 좋다는 인식을 갖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좆이 작은 사내를 극도로 혐오할 뿐 더러, 이미 늘어난질 크기 때문에 전혀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다.

'허참, 차라리 처음부터 대놓고 말을 할 것이지. 단골도 아니다 보니 취향을 전혀 몰랐잖아?'

상황을 완벽히 인지한 태오는 곧바로 사무실에서 대기 중인 창민을 떠올렸다.

"아이고 누님들, 마침 딱 누님들이 찾는 선수가 한 명 있습니다."

"누군데?"

"걔는 왜 초이스 안 들어왔어 그럼?"

"조금 전까지 단골 지명 손님이랑 있었거든요. 막 끝났는데 이쪽으로 바로 부르겠습니다. 찬호야, 창민이 여기로 불러봐."

"창민이 형님요?"

"어. 빨리."

"네."

잠시 후 창민이 피곤한 표정으로 룸으로 들어왔다.

"절, 찾으셨다고."

"쟤야?"

"확실히 이제까지 들어온 애들 중에선 제일 낫네."

미시 둘은 창민을 보자마자 매우 만족스러운 듯 함박웃음을 지었다. 딱 봐도 대물의 자질을 갖춘 체형이었다. 보통 키가 크고 손발이 큰 사내는 잦이도 클 확률이 대체로 높았다.

"어쩜 저런 애를 꽁꽁 숨기고 있었니? 처음부터 쟤랑 초이스 시켜줬으면 이렇게 따질 필요도 없었잖니?"

갑자기 태도가 180도 달라진 미시를 보며 태오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하여간 짐승 같은 년들. 대물만 보면 좋다고 침을 질질 흘려대는구먼.'

"근데 우린 둘인데 고작 한 명이야?"

"맞아. 심지어 쟤는 지명 한 명 받고 왔다면서? 거기서 이미 힘다 쓰고 왔을지 어떻게 알고?"

"안 되겠다, 마담 너라도 옆에 앉아."

"그래, 마담. 누나들 눈 호강이라도 하게. 쪽수 안 맞으면 재미가 없단 말이야."

갑자기 불려온 창민도 그렇지만, 태오 역시 당황할 수밖에 없는 요구였다.

물론 마담이라도 급할 경우 선수 대신 투입되는 경우도 없진 않았지만, 태오는 사이즈 퀸이 바라는 상대랑 전혀 거리가 멀었다.

특히 자신을 무시하는 창민 앞에서라면 더더욱 사양이었다.

"저기 누님들, 그러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제가 한 명 바로 붙여드리겠습니다."

"누구 또 있어?"

태오는 곧바로 도훈을 떠올렸다.

현재 소속 선수 중에서 사이즈 퀸을 만족시킬 사람은 도훈 밖에 없었다.

"누님들이 아주 만족하실 놈입니다. 찬호야, VIP 룸 가서 서준이 좀 데려와."

"서준이 형님요? 거긴 아직 안 끝난 것 같은데···."

"휘겸이도 같이 있으니까 상관없어. 급하다고 얼른 불러."

"아, 알겠습니다."

찬호가 룸을 나가더니 VIP룸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창민을 부를 때와 달리 떨떠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씨, 언제는 VIP룸은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니.'

웨이터 사이에서도 VIP룸은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장소였다.

특히 양주 세팅이 끝나고 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중간에 훼방말라는 특별한 주문이 있었다.

이때문에 찬호도 늘 끝나고 청소하러 들어가기만 했을 뿐 중간에 방문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곳으로 들어간 여자들은 하나 같이 정신을 잃고 업혀서 나왔다는 것도 찝찝한 점이었다.

'에이 씨, 괜히 나까지 위험한 일에 엮이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당장 진상을 처리하는 게 급했고, 마담인 조태오의 명이 있었기에 찬호는 VIP룸의 문을 노크할 수밖에 없었다. 까라면 까야 하는 게 가장 밑바닥인 웨이터의 숙명이었다.

똑똑-

"형님, 박찬홉니다. 정말 죄송한데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

"형님, 박찬홉니다. 정말 죄송한데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주아의 후장을 신나게 털고 있던 시점이었다.

테이블 위에 배를 깔고 엎드린 그녀는 정신줄을 놓고, 입에서 침을 질질 흘려대며 개처럼 따먹히고 있었다.

"하악, 아악, 오빠, 아앙!"

'뭐지? 왜 갑자기 찬호가 온 거지?'

[일단 중단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웨이터가 문이라도 열고 들어오는 날에는···.]

에이스 휘겸은 약에 취해 쓰러져 꿈틀거리고, 주아는 발가 벗겨져 후장을 따먹히는 중이다. 이 상황을 다른 사람에게 들킨다면 수습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지. 일단 영상을 남겨야 하니까.'

"어, 잠시만 기다려."

충분히 분량을 뽑았다고 생각한 나는 곧바로 피니시에 들어갔다.

퍽퍽퍽-

"으으! 싼다."

"으아아아앙!"

주아의 후장에 잔뜩 정액을 토한 뒤 부들거리는 그녀를 소파에 도로 앉혔다. 똥구멍에서 흘러내린 정액이 가죽 소파에 줄줄 흘러 내리고 있었다.

"밖에 누구 온 것 같으니까 바로 옷 입어야겠어."

"흐으, 흐으, 오, 오빠 나 다리가 후들거려서···."

"내가 시간 끌고 있을 테니까 얼른. 술 값도 안냈는데, 여기서 떡친 거 들키면 곤란해 질 거야."

"하아, 하아···. 나 완전 가 버렸잖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주아를 뒤로하고, 나는 잽싸게 옷을 걸쳐 입었다. 그러곤 문을 살짝 열어, 밖에서 기다리던 찬호를 맞이했다. 문틈 사이로 내부가 보이는 각도는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왜? 무슨 일인데?"

"죄송합니다. 너무 급한 일이라 매니저님이 직접 보내셨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냐고."

"여긴 휘겸 형님에게 맡기고, 서준이 형님만 급히 4번 룸으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갑자기 방을 옮기라고?"

"네."

"아니 무슨···."

난데 없는 호출이었다.

이런 유흥 업소에 선수들이 메뚜기처럼 이방 저방 번갈아 들어가는 두 탕 뛰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창 작업 중인 멤버를 부르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그렇구나 조태오는 휘겸이 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겠군.'

[네?]

'지금 작업하는 사람이 휘겸이고, 나는 옆에서 거드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그래서 날 부르는 거고.'

[그렇군요. 정작 휘겸군은 소파에 늘어져 잔 것밖에 없는데 말이죠.]

'일단 대충 마무리 지었으니까, 여기부터 수습해야겠다. 그나마 안면이 있는 찬호가 와서 다행이네.'

상황을 파악한 도훈은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내 찬호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거 받아."

"네? 아, 아니 형님.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팁을···."

"뭘 해서 주는 게 아니라, 부탁하려고 주는 거야."

"무슨 부탁 말씀이신지?"

"휘겸이형이 어제 무리를 많이 했는지 술 먹고 기절해 버렸어."

"네? 휘겸 형님이요? 그럴 리가···."

"나도 몰라. 갑자기 픽 쓰러지더라고."

"아···."

"일단 안에 있는 아가씨는 방하나 잡아서 올려 줘. 나중에 따로 작업할 테니까. 지금 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지?"

"네, 충분합니다."

"그리고 휘겸이 형은 일단 저기서 재워야 할 것 같아. 어차피 오늘 VIP룸 더 쓸 일 없을 것 아니야."

"네. 상관없습니다."

"그럼 부탁 좀 할게. 4번룸으로 바로 가면 돼?"

"네."

"그럼 잠깐만 기다려 봐. 내가 여자애한테 미리 양해를 구하고 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다시 룸으로 돌아가자 주아가 겨우 옷을 차려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조금 전 격렬한 애널 섹스해서 그런지 몸이 축 늘어진게 진이 다 빠진 모습이었다.

"주아야. 나 급한 일이 생겼는데."

"네? 지금요?"

"금방 끝날 거야. 혹시 모텔에서 잠깐 기다려 줄 수 있어?"

"저 혼자 모텔에 가 있으라고요? 싫어요."

"미안. 그렇다고 널 여기서 혼자 기다리게 할 순 없잖아. 웨이 터한테 물어보니까, 이 건물 바로 위가 모텔이래. 엘리베이터만 타고 올라가면 돼. 내가 일 끝나는 대로 바로 올라 갈게."

"음···.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설명하기 복잡해. 거기서 잠깐만 쉬고 있으면 내가 금방 올라 갈게."

"그래도 혼자는 무서운데···."

"주아야. 나 못 믿어? 2차는 안 할 거야?"

2차라는 말에 주아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후장만 털다 끝난 1차전이 못내 아쉽긴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왕성한 성욕의 소유자였고, 오늘 밤의 섹스가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금방 돌아오시는 거 맞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