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6. 빌드 업-71-
"그렇게 좋아?"
"진짜, 오빠는 도저히 끊을 수가 없다니까요?"
"풉-. 끊을 생각해본 적은 있고?"
"한 번도 없어요. 저 혼자서 하고 싶을 때 오빠가 저 따먹는 상상하면서 자위하거든요."
"헐, 진짜?"
"당연하죠."
서현이 도훈에게 안긴 채 귓가에 가까이 입을 대고 귓속말했다.
"···꼭 저만 그러는 건 아닐걸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아마 우리과 여자애들 대부분은 오빠 생각하면서 자위할 거라 고요."
"설마."
"오빠가 잘 몰라서 그래요. 여자들도 하는 애들은 매일 해요.
저도 그중 한 명이고."
"이런, 발칙한 총무 같으니. 나를 딸감으로 쓰다니!"
"하앗! 회장님, 발칙한 총무를 실컷 혼내주세요."
"당연하지."
어느새 안방으로 이동한 도훈이 서현을 침대로 안고 뛰어들었다.
서현을 힘껏 눌러 주던 도훈은, 문득 그녀가 한 말이 메아리처럼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마 우리과 여자애들 대부분은 오빠 생각하면서 자위할걸요?
'그 말이 정말일까?'
[네?]
'방금 서현이가 했던 말.'
[아주 틀린 소리는 아닐 겁니다. 주인님의 정액엔 중독 효과가 있어서, 주인님이 아니고선 도저히 충족이 안 되게 만들어 버리니까요. 특히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록 중독성은 더욱 강해져서 일종의 화학적 정조대 역할을 수행합니다. 근데 그건 왜요?]
'갑자기 미안 해져서. 오매불망 내 간택만 기다리는 여자애들이한 트럭인데, 정작 난 다른 여자들만 계속 따먹고 다니잖아.'
[주인님 사전에 죄책감이란 단어도 있습니까?]
'빈정거리지 말고. 나도 미안한 줄은 안다고.'
[그럼 더 고민할 것 없이 풀어 주시면 됩니다.]
'풀어 주다니?'
[인연의 붉은실 가위 한 방이면, 더 이상 주인님께 매달리지 않게 될 테니까요. 그녀들을 외롭지 않게 만드시려거든 바로 해방시켜 주시죠.]
도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건 절대 안 되지.'
[왜요?]
'나를 좋아하던 여자애들이 나중에 다른 남자한테 안겨서 박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도저히 화가 나서 못 견딜 것 같거든.'
[거 보십시오. 주인님이 겪는 고민의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남주긴 아깝고, 갖기엔 너무 바쁜 주인님의 욕심 탓이지 않습니까?]
'···그러네.'
[어차피 이기적인 남자가 될 거라면, 철저하게 이기적인 남자가 되시란 말입니다. 만인의 연인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도 헌신않는다는 말과 일맥상통 하니까요.]
'그래. 네 말이 맞다. 이걸 고민할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눌러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지. 그냥, 이기적으로 살래.'
다시 힘을 낸 도훈이 뒤치기로 서현을 따먹기 시작했다. 뒤에서 팔을 뻗어 젖가슴을 움켜쥐는데, 가슴이 너무 커서 한 손에 잡히지도 않을 정도였다.
"흐앙, 하아앙, 아아앙! 오빠아앙!"
"좋아? 기다린 보람이 있어?"
"으앙, 하앙, 아앙, 우리 오빠 최고!"
"너도 맛있어 서현아. 우리 총무 맨날 고생하니까 잔뜩 싸줘야지."
"하읏, 으읏, 안에, 안에 싸주세요. 저 임신시켜 주세요."
"에이, 몰라. 설마 되겠어? 그냥 안에 쌀래!"
도훈이 스퍼트를 올리며 박음질의 속도를 높였다. 초당 3~4번은 흔들어대는 뒤치기는 거의 기계의 움직임과 비슷했다.
딜도 머신을 방불케 하는 그의 박음질에 서현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앙!"
따지고 보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인간의 움직임을 초월하는 초고속 박음질에 서현은 극도의 쾌락을 느꼈다.
머릿속이 아찔해 지고, 밑이 빠지는 것 같았다. 이것은 실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종류의 쾌감이었다.
'아아! 정신이 나가 버릴 것 같아!'
서현이 의식을 잃기 직전, 온 힘을 다해 흔들어 대던 도훈이 대량의 정액을 발사했다.
부와와왘!
"으윽!"
진득한 정액이 서현의 질 안에 가득 차다 못해 밖으로 삐질삐질 흘러나왔다.
꿀렁꿀렁-
서현은 질경련을 일으키는지, 부들부들 몸을 떨더니 그대로 앞으로 얼굴을 처박으며 기절했다.
쓰러진 그녀의 두 눈이 흰자를 드러낸 채 뒤집혀 있었다.
* * *
"나 진짜 오빠랑 할 때마다 천국에 다녀오는 기분이라니까요?"
"정말?"
질펀한 섹스가 끝난 뒤 도훈은 침대에서 서현을 껴안고 대화를 나누었다. 때론 섹스 자체보다, 시원하게 한 판 끝내고 섹스 후 토크를 나누면서 애정이 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서현은 도훈에게 팔배게 한 채 그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정말로요. 오빤 잘 모르죠? 오빠가 얼마나 맛있는지."
"내가 맛있어?"
"네. 오빠 잦이는 진짜 최고예요."
"칭찬으로 들을 게."
"히히."
"맞다. 감사는 어떻게 됐어? 대학 본부에서는 뭐래? 만나서 물어본다는 게 깜빡했네."
"지난 주 서류제출 끝냈는데, 저희과는 딱히 나온 게 없었는지, 따로 부르진 않더라고요."
"다행이네. 서현이 네가 고생 많았어. 회장인 내가 직접 챙겨야 하는 일인데···."
"괜찮아요. 오빤 지금 신경 쓸 일 많으시잖아요. 학과 일은 제가 알아서 해볼게요. 오빤, 오빠 일에만 집중하세요."
"미안 해서 그렇지. 회장이 돼 가지고 후배한테 다 떠넘기는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과 애들 모두 오빠를 좋아하니까요. 다들 회장님을 의지하고 따르고 있어요. 회장님은 중심만 잘 잡아 주시면 돼요."
"응."
도훈은 서현이 기특한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1학기 때만 해도 서현양이 이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는데요.]
'그러니까. 저 스토커 집착녀가 이렇게 훌륭한 서포터가 되어주다니. 사람은 참 오래 두고 볼일이야.'
"학과 일에 신경 쓴다고 공부 대충하는 건 아니지?"
"아니요? 이번에는 제가 오빠 이길 건데요?"
"이기다니?"
"다다음 주가 중간고사 기간이잖아요. 모르셨어요?"
"그랬어?"
국성대는 10월에 있는 중간 평가와 12월 기말 평가로 2학기 전체 성적이 결정되었다. 어느새 바짝 다가온 중간고사 시즌에 도훈도 슬슬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큰일이네. 다른 일에 신경 쓰느라 이번엔 진짜로 공부를 못 했는데.'
[그런데 성적을 꼭 잘받으셔야 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
'임용시험 볼 때 내신 성적이 1차 점수에 반영되잖아. 임용 합격하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 비중이 도저히 커버를 못 할 정도는 절대 아닐 텐데요? 학점 잘 받는다고 임용에 꼭 붙는다는 보장도 없고요.]
'그렇긴 한데···. 1학기 때 단대 수석까지 해 놓고 성적 좆 박으면 쪽팔린다고.'
[쯧쯧. 주인님은 여전히 전생의 모범생 기질을 버리지 못하셨군요.]
'내가?'
[전생에 맨날 1등을 도맡으셨다 보니, 공부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으신 거겠죠.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는 없는 겁니다. 더구나 업적이 최우선인 플레이어에게는요.]
'흐음. 그렇긴 한데···.'
[혹시 전생엔 단 한 번도 편법을 써본 적 없으십니까?]
'편법? 컨닝 말이야? 당연하지. 컨닝해서 성적 잘 받는 애들을 제일 혐오했거든. 공부는 정정당당히 승부해야지.'
[하지만 때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지금 주인님에게 중요한 건 학교 성적을 잘 받는 게 아니니까요.]
'그건 그렇지만···. 공부 많이 안 하고 시험 잘 치는 방법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지난번 무공수련을 했던 것처럼 시간과 정신의 방을 활용하신다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부에 모든 기력을 다 쏟으셔야겠지요.]
도훈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고 혀를 내둘렀다.
시간과 정신의 방이란 가상공간의 시간이 현실보다 1/100의 속도로 흐르는 것을 활용한, 일종의 상대성 이론에 근거한 공부 방식이었다.
이는 부족한 시간을 충분히 보충할 수 있었으나, 정신력 고갈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한 기력을 소모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즉, 공부를 끝내고 나면 다른 업적에 도전할 엄두도 못 낼 만큼 지쳐 버린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것도 시험 기간 내내.
'혹시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은?'
[당연히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양심을 조금만 속이시면요.]
'나보고 컨닝을 하란 소리야?'
[아이템을 이용하면 정말 감쪽 같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컨닝은 좀···.'
[압니다. 주인님이 공부에 유독 프라이드가 강하고, 그 부분에선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사실도요.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밉니다. 이래서 업적은 언제 이루고, 랭커엔 또 언제 오르시겠습니까? 대학 졸업하기도 전에 PK단에 걸리면 어차피 다 무용지물일 텐데요.]
'음···.'
도훈은 로시의 조언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임을 알았지만,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그건 그가 평생 지켜온 원칙을 깨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주인님은 이미 1학기 때 충분히 자신의 역량만으로 사범대 수석까지 찍어 보셨던 분입니다. 누구도 주인님의 능력에 대해선 의문을 품지 않을 겁니다. 설사 컨닝으로 또 한 번 수석에 오르더라 도요.]
'그거야 그런데···.'
[이젠 보다 큰 그림을 그리셔야죠. 대학생 이도훈의 인생도 있지만, 랭커를 노리는 플레이어의 삶도 중요합니다.]
'일단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아직 시간이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고민해보자. 정 안 되면 시간과 정신의 방이라는 대안도 있으니까.'
[네.]
"그나저나 오빠가 많이 힘드시겠어요. 체대 입시 과외 맡으시면 공부할 시간도 없으실 텐데."
"어떻게든 해 봐야지. 지하철 타고 다니면서 공부를 하더라도."
"혹시 제 도움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만 하세요. 제가 아는 인맥 총동원해서 족보 같은 건 다 구해드릴 테니까요. 저 아시죠? 1학년 수석인 거."
"알지. 고마워 서현아."
"별말씀을요. 오빠는 저를 실컷 부리셔도 돼요."
"네가 내 노예도 아닌데, 뭘 부리기까지."
"노예 하고 싶어요."
"응?"
"오빠를 위해서라면 저는 뭐든 할 거예요.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마시고, 저를 원하는 대로 써 주세요."
"아니 서현아···."
"대신."
서현이 손을 뻗어 말랑해진 대물을 손으로 움켜쥐었다.
"오빠는 가끔 이걸로 절 채워주세요."
"···소시지 또 먹고 싶어?"
"전 항상 배고파요. 오빠 앞에서는."
서현과의 2차전이 이어졌다.
도훈은 오랫동안 서현을 눌러 주었다.
* * *
"그럼 조심히 들어가."
"집까지 태워주셔서 고마워요. 오빠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응."
새벽 2시까지 질리도록 따먹다가 서현을 바래다준 도훈은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왔다. 시원하게 물을 뺀 이후라 그런지, 한결 편안 해진 표정이었다.
'다음 주는 또 정신 없겠네.'
[내일이 주아양하고 만나기로 한 날인건 잊지 않으셨죠?]
'응. 호빠에 데려가기 전 마지막 작업하는 날 이잖아. 이건 안까먹었으니 걱정 마.'
[그나저나 조태오가 화가 많이 났겠군요. 벌써 휘하의 선수가 3명이나 쓰러졌으니 말입니다.]
'3명 가지고 뭘? 조직 전체가 와해되고 마지막엔 본인이 처맞을 텐데.'
[그런데 민수를 통해 석산파까지 끌어들이셨으니 일이 커지는 것 아닙니까?]
'일이 커지다니?'
[주인님보다 최민수가 먼저 구씨 일당을 치게 되면 주인님만 중간에 붕 뜨게 되니까요. 원래는 주인님이 직접 응징하는 게 목표였잖습니까?]
'아무리 석산파라도 당장 움직이긴 힘들 거야. 사방에 흩어진 녀석들의 점조직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릴 테니까.'
[그럼 그 전에 먼저 주인님이 구씨에게 접근한다는 계획인가요?]
'그렇지. 어쨌든 구씨 그 새끼는 내가 직접 조질 거야. 그러곤 놈들의 악행을 매스컴에 뿌려서 빼도 박도 못하게 모두 다 감옥에 처 넣어야 직성이 풀리겠어.'
[그럼 경찰이 놓친 놈들의 잔당을 석산파가 정리하는 수순이 되겠군요.]
'그렇지. 놈들을 발본 색원하는 게 내 목적이야. 이 쓰레기들은 분리수거도 안 되는 놈들이라 뿌리 째 뽑아버려야 해.'
집으로 돌아온 도훈은 내일을 대비해 느지막이 잠을 청했다. 몰려 있던 양기를 모두 배출하고 나서인지 꿀잠을 잘 수 있었다.
* * *
중간 고사 직전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교수들이 시험에 대한 안내를 했다. 일부 교수들은 시험 범위를 알려주는 척하면서 시험에 나올 주제들을 은근슬쩍 찍어 주기도 했지만, 도훈은 수업 내용에 조금도 집중할 수 없었다.
수업 내내 주아에게서 깨톡이 쏟아졌던 것이다.
-주아 : 어제 뭐 했길래 온종일 연락 한 번 없었어요?
-도훈 : 바빴어.
-주아 : 얼마나 바빴길래 깨톡 한 번을 못 보내요? 전 핸드폰 고장 난 줄?
-도훈 : 그러는 너도 연락 안 했잖아?
-주아 : 오빠가 먼저 안 하니까 저도 안 한 거죠. 오늘 저 만날생각은 있으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