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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28화 (1,708/2,000)

1728. 빌드 업-63-

* * *

"이쪽이 거실이고,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에 체력 단련실이 있을 거야. 청소 도구는 저기 모아 놨으니까, 앞으로 일요일 마다 집 청소 부탁해. 혹시 내가 없더라도 출입할 수 있도록 현관 키도 하나 줄게. 더 궁금한 거 있어?"

도훈의 저택을 처음 방문한 김 비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자 대학생 혼자 살기엔 집이 너무 컸다. 심지어 크기만 한 게 아니라, 가구나 가전제품도 모두 새것이었다.

"혹시 식사는···."

"맞다. 요리는 안 해도 돼. 어차피 난 집에서 밥을 거의 안 해먹거든. 냉장고에 식재료도 전혀 없어."

"아."

"그리고 다음부턴 그렇게 차려입고 오지 않아도 돼. 청소하는데 오히려 방해될 것 같으니까."

"그럼 바로 청소를···."

김 비서가 걸레를 들고 청소를 시작하려는데, 오피스룩으로 차려입은 의상이 너무나 불편해 보였다. 도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녀에게 말했다.

"오늘은 어쩔 수 없으니, 저 옷방에서 내 옷 아무거나 갈아입고와."

"으, 응."

김 비서도 지금 복장으로 걸레질하기엔 너무나 불편했기 때문에 도훈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그때 도훈의 대포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처음 보는 번호에 도훈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받았다.

"여보세요?"

-야이 좆만한 새끼야. 막내 주제에 끝내 내가 연락하게 만드네? 너 지금 어디야?

"누구···."

갑작스러운 욕설에 도훈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처음 듣는 목소리였는데, 그의 대포폰 번호는 어떻게 알고 연락한 것인지 이해 되질 않았다. 지금까지 번호를 알려 준 사람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누구긴, 윤재 형님이시다.

'윤재? 윤재가 누구더라?'

[아아, 조태오가 오늘 아침에 같이 다니면서 배우라고 추천한 호빠 선수잖습니까? 미리 말해 둔다더니 태오가 주인님의 대포폰번호를 전달했나 봅니다.]

'아아, 그 헌팅조? 근데 이 새끼가 말하는 싸가지 좀 보소?'

"···네, 윤재형."

-지금 어디냐고 새끼야. 마담 형이 오늘 너 데리고 헌팅하는 법좀 가르치라는데, 감히 지금까지 연락이 없어? 뒤지게 맞고 한 대더 맞을래요? 넌 아주 뱃가죽이 강철로 이루어졌나보다? 배빵 맞아도 하나도 안 아프지?

도훈은 잠시 핸드폰을 떼더니 죽일 듯한 표정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 새끼 그냥 민수한테 죽여 버리라고 했어야 하나? 양아치 새끼도 아니고 무슨 말투가 이렇게 싸가지 밥 말아 먹었담?'

[참으십시오, 주인님. 아직 발톱을 드러내선 안 됩니다.]

'하여간 호빠 새끼들 죄다 양아치 뿐이라니까? 그래도 다른 놈들은 신입이라고 나름 챙겨 주던데 이 새낀 얼굴도 한 번 못 본 새끼가 말투 개역겹네.'

도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겨우 평정심을 발휘했다.

어차피 놈이 깝치는 것도 오늘까지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무리하는 바람에 깜빡 잠이 들어서 ···."

-지랄. 염병떨고 있네. 무리? 다른 애들한테 들으니까 너 어제 가게도 쨌다면서? 너 혹시 몰래 깔치 만나냐?

"아닙니다."

-정신 차려 새끼야! 호빠 선수는 좆 대가리 함부로 굴리는 거 아니다. 하, 나 때는 형들이 연락하면 앞뒤 젖혀두고 바로 튀어 나갔는데, 요즘 것들은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는지.

'이런 좆만한 새끼가 나이도 어린 게 라떼는 지랄이네.'

[참으셔야 합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좆 까세요 새끼야. 갈구고 나니까 갑자기 성실한 척은? 나 지금 사우나갔다가 미용실에서 머리 세팅해야 하니까 2시간 뒤에 로미오 공원 앞으로 튀어 와.

"네, 두 시간 뒤 로미오 공원, 알겠습니다."

-지금 4시니까 6시 딱 맞춰와라. 1초라도 지각하면 한 대씩 쥐어팰 거니까. 대답 안 해?

도훈이 분노로 주먹을 굳게 쥐었다.

이를 악 다문 그의 모습이 야차같은 살기가 뿜어졌다.

"···알겠습니다."

뚝-

통화가 끊기자 도훈은 분을 참지 못했다.

"이런 개 씨발 새끼가!"

"죄, 죄송해요. 엿들으려는 게 아니라···."

도훈이 고개를 돌리는데 막 옷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김 비서가 보였다. 맞는 옷이 없어서 커다란 티를 하의 실종 패션으로 갈아입은 김 비서를 보고, 도훈이 급히 살기를 거두었다.

"···미안. 너한테 화낸 거 아니야."

"저, 저는···."

"진짜라고. 겁먹지 마. 나 여자들 우는 거 질색이니까."

"히, 히끅."

김 비서는 커다란 눈에 눈물이 맺히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도훈이 안심시키듯 그녀에게 다가 갔다.

"그리고 왜 또 존댓말이야 말 편하게 하라니까."

"너, 너무 놀래서···."

김 비서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이었다. 살기를 뿜어대는 도훈을 처음 본 것이다. 민수도 가끔 카리스마를 내보일 때가 있었지만, 방금 도훈이 보여 준 모습에 비교하면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김 비서는 민수가 자기보다 한참 나이 어린 도훈을 극진히 예우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현역 조폭 행동 대장도 함부로 못 하는 이유를 그제야 깨달았다.

'화내지 않도록 언행을 조심해야겠어. 생각보다 무서운 사람이야.'

도훈은 놀란 김 비서를 달래려고 일부러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근데 옷이 왜···."

"그, 그게 아무리 찾아도 바지가 보이질 않아서···."

김 비서는 꾸중 듣는 학생처럼 잔뜩 주눅이 든 얼굴로 대답했다.

"바지? 아. 너한테 맞는 게 없겠구나. 내 옷은 죄다 클테니."

"근데 이렇게 입으면 나름 원피스 같기도 해서···. 다, 다시 갈아입을까?"

"아니야. 네가 편하면 그렇게 입도록 해."

도훈이 김 비서의 늘씬한 허벅지를 쳐다보며 답했다.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하의 실종 상태로 드러난 그녀의 매끈한 다리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어우, 몸매가 무슨···.'

[김 비서가 맹한구석은 있지만, 외모 하나는 진짜 끝내주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지. 외모 원툴 하나로 그룹 비서실에 선발되었으니 오죽하겠어?'

[설마 김 비서도 건드리시는 건 아니죠?]

'에이, 내가 무슨 발정 난 개냐? 그냥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으니까.'

[또또. 떡 생각 뿐이군요.]

'아니라니까?'

"그, 그럼 청소할게."

"어 그래."

김 비서는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아 오더니 거실 가구의 먼지를 닦기 시작했다. 도훈도 윤재를 만나기 전까지 딱히 할 일이 없어 거실에 앉아 티비를 켰다. 굳이 보지도 않는 티비를 켠 이유는, 묵묵히 청소하는 김 비서의 귀가 심심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행동이었다.

가구의 먼지를 다 닦은 김 비서가 이번에는 거실 바닥에 엎드려 걸레질을 시작했다. 도훈의 살기 어린 모습에 놀란 이후라 그런지, 최선을 다해 걸레질하는 모습이었다.

도훈이 그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머리는 살짝 아둔한 것 같은데, 나름 성실하긴 하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요령 안 피우고 열심히 청소하는군요.]

'하긴. 저 돌머리에 게으르기까지 했으면 민수가 계속 데리고 있었을 리가 없겠군. 어차피 여자 외모도 안 따지는 놈이니까.'

도훈이 물끄러미 걸레질하는 김 비서를 지켜보고 있는데, 김 비서가 갑자기 방향을 돌리더니 엉덩이를 도훈 쪽으로 향했다.

'윽!'

그런데 하필 하의 실종 상태로 무릎을 꿇고 엎드리자 팬티가 훤히 내비치는 것이었다. 도훈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갑자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떠올렸다.

'맞아. 여긴 내 집이잖아. 김 비서는 이제 내 개인 비서고. 내가 굳이 시선을 피할 필요가 있나?'

도훈은 뻔뻔하게 다시 김 비서의 엉덩이를 쳐다보았다.

검은색 팬티가 중요 부위를 간신히 가리고 있었다. 김 비서는 자기 팬티가 보이는지도 모르고 열심히 걸레질을 하는 중이었다.

[주인님의 변태력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군요.]

'내가 뭐 보여 달랬나? 지가 스스로 보여주는 걸, 낸들 어쩌겠어? 근데 김 비서 제모했나 본데?'

[네?]

'팬티 옆으로 털이 하나도 안 삐져나왔잖아. 은근히 자기관리 철저히 하는 스타일이구나.'

[뭘 그런 걸 유심히 쳐다보고 그러십니까?]

'어휴, 마음 같아선 확 뒤치기 봐버리고 싶은데 참는다.' 도훈이 뚫어져라 팬티를 쳐다보고 있던 중, 마침 방향을 돌리던 김 비서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 앗! 열심히 닦을게요!"

"아니 나는 그게 아니라."

도훈이 자신을 감시한다고 생각한 김 비서가 아까보다 더 빡빡바닥을 문질렀다. 그러자 이번엔 김 비서의 상의 네크라인이 아래로 처지면서 그녀의 묵직한 가슴이 앞뒤로 크게 흔들렸다. 그 모습에 도훈이 헛숨을 들이켰다.

'어우, 빨통도 생각 외로 큰데? 슴부먼트 보소?'

[천박하게, 빨통이 대체 뭡니까? 빨통이.]

'크흡. 안 보려고 해도 계속 시선이 갈 수밖에 없게 만들잖아.

무슨 여자애가 저렇게 조심성도 없담? 덮쳐 달라고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도훈의 노골적인 시선을 느낀 김 비서는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평소 맹하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눈치가 느린 편이었다.

'어, 혹시···.'

김 비서는 흠칫 놀랐지만, 그렇다고 가슴을 가리거나 방향을 돌릴 순 없었다. 도원 그룹 비서실에 뽑힐 때 몇 번이고 교육을 받았던 내용이 불현듯 떠오른 것이었다.

-너희들은 이제부터 상관이 시키면 뭐든 하는 거야. 매년 인사고과에서 너희들 근태에 대해서 설문을 할 거거든. 만에 하나라도 모시는 상관의 비위를 거슬렀다간, 다신 이 일 못 할 줄 알라고. 알아들어?

하부장이 강조했던 내용을 되 새기며 김 비서가 묵묵히 도훈의 시선을 견뎠다.

'그래. 실장님 덕에 이제껏 고생도 안 하고 편하게 지냈잖아. 이정도로 불평해선 안 돼.'

같은 기수로 뽑힌 비서들과의 단톡방에선 허구한 날 자기 상사를 흉보는 내용이 올라왔다. 비슷한 처지의 젊은 아가씨들이 모여있다 보니, 그 내용도 적나라하기 짝이 없었다.

함께 출장을 갔는데, 목욕 시중을 드는 것은 다반사였고. 휴가기간에도 같이 외국에 나가 애인 모드로 지내길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대낮에 집무실에서 벽을 짚고 뒤치기를 당한 이야기까지.

다른 비서들의 경험담을 들을 때마다 김 비서는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민수가 자신이 별로라서 건드리지 않는 건가 하는 불안감과 동시에, 그래도 매너 좋은 상사를 만나 험한 꼴은 보지 않았다는 안도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바뀐 상사는 민수와는 전혀 다른 타입이었다.

얼굴은 미남이라는 민수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고, 몸은 더 크고 체격이 좋았다. 게다가 나이도 엇비슷했기 때문에, 직장 상사라기보다 또래 남자 친구와 같은 느낌이었다.

민수에게 품었던 감정이, 서로 모순되는 양가적인 감정이었다면 도훈에게는 긴장감이 밑에 깔린 야릇한 감정선을 느끼고 있었다.

자칫하면 그대로 잡아 먹힐지도 모른다는.

"···그, 그냥 벗고 할까?"

"뭐?"

"원하면 그렇게 명령하면 돼. 나는 지금 네 개인 비서니까. 시키는 건 뭐든 따를게."

난데없는 탈의 요청에 도훈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난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괜찮아. 어차피 각오하고 시작한 일이야. 실장님이 너한테 나를 보낼 때부터 어느 정도는···."

도훈은 김 비서가 또 오버한다고 생각하고 정확하게 자기 의사를 전달했다.

"뭔가 단단히 오해하는 것 같은데, 전혀 그런 생각 없으니까 안심해도 돼."

"오해라니···."

"너희 그룹에서 시키는 비서 역할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야."

"아···."

김 비서가 걸레질을 멈추더니 다시 물었다.

"혹시, 내가 별로라서···."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 난 그런 식으로 여자를 꼬시지도 않고, 그럴 생각도 없다고."

"그러면 왜···."

"왜 계속 쳐다봤냐고?"

김 비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방금 전까지 도훈은 자기 가슴을 훔쳐보고 있었다.

"실은 청소 끝나고 나서 말하려고 했는데, 잠깐 멈추고 이쪽으로 와봐."

"으, 응."

김 비서가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도훈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알고 보면 취향이 남다른 변태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그녀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호, 혹시 나를 묶거나 때리는 건 아니겠지? 난 그런 플레이엔 전혀 내성이 없는데···.'

직접 섹스하지 않더라도 여자를 괴롭히는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김 비서가 계속 떨고 있자 도훈이 안심시키듯 말했다.

"실은 너한테 부탁할 일이 생겼거든."

"부, 부탁이라니?"

"오늘 야근 좀 시킬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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