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 빌드 업-53-
도훈을 더욱 더 놀라게 한 것은 VIP룸에 있던 손님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현 상황이 익숙한 듯 진행 중이던 도박을 접고는, 칩을 주머니에 주섬주섬 챙겨 넣는 것이었다. 입으로는 불평 불만을 쏟아냈지만, 행동은 재빠르기 그지없었다. 순식간에 도박판이 정리되자 손님들이 하나 둘씩 직원들 안내를 따라 룸 밖으로 따라 나섰다.
[대체 무슨 일일까요?]
'단속이라도 떴나 본데?'
[단속요?]
'여기서 돈 잃은 놈이 경찰에 찔렀나봐. 도박판에선 흔히 있는 일이지.'
[경찰이 왔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침착하다고요?]
도훈도 그 부분이 신기했는지 사람들의 일사불란한 대피를 보고 한 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혹시 아직 단속 안 뜬 거 아니야?'
[네? 그럼 왜 손님들을 대피 시킵니까?]
'평소 경찰들한테 뒷돈 찔러놔서 단속 뜨기 전에 미리 첩보를 입수한 거지. 그러니까 진짜 단속이 오기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뜻이야.'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전혀 놀라지도 않는 모습이 이상합니다.]
'VIP손님 중 나 같은 초짜가 얼마나 있겠어? 대부분 여기서 죽치고 사는 중독자들 같은데, 이미 여러 차례 경험이 있었을 거야. 매번 이런 식으로 별일 없이 빠져나갔고.'
[아하.]
'경찰도 제보를 받은 이상 모르는 척 뭉갤 순 없거든. 신고 결과를 무조건 상부에 보고 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러니 일단 현장에 출동해서 조사하는 척 시늉을 하는 거야. 하지만 출동 전 미리 경찰에 연락받은 놈들이 이런식으로 증거를 인멸해 버리면 결국 허탕만 치다 끝나는 거지. 도박장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무슨 수로 불법을 증명하겠어?'
[그렇군요. 경찰과 조폭이 한 패라니, 거참.]
'우리 나라가 얼마나 썩었는지 이제 알겠지? 겉만 멀쩡하지 속은 썩어 문들어진지 오래야.'
도훈도 다른 손님들처럼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건물의 구조가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통로를 쭉 따라 나와보니 복합 쇼핑몰 쪽으로 이어졌다. 중간에 따라오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에 실제 도훈이 빠져나온 루트를 이용한 사람은 채 스무 명도 되지 않았다.
'출구를 무슨 개미굴처럼 사방으로 찢어놨군.'
[왜 이렇게 복잡한 방식으로 비상구를 만든 걸까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새벽에 우르르 한 곳으로 몰려나오면 수상하지 않겠어? 일부러 동선을 복잡하게 짜서 자연스럽게 인원들이 흩어지도록 만든 거야. 어느 조직인지 몰라도 엄청 계획적이군. 치밀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야.'
[아하.]
경찰 단속으로 도박장이 폐장되는 바람에 도훈은 중간에 붕 뜨고 말았다.
'1층 카지노 펍도 함께 단속 중인 걸까?'
[거긴 대놓고 불법적인 요소는 없다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한데···. 아, 그렇구나! 이제 알겠다.'
[뭘요?]
'카지노 펍은 애초에 단속을 대비해 만들어 위장이었어. 경찰들이 털어도 아무것도 안 나오게끔.'
[아하, 그러면 경찰들은 1층 위주로 둘러보고 가면 되겠군요.]
'그렇지. 그래서 철저하게 1, 2층 운영을 분리해 놓은 거야. 누군지 몰라도 설계를 기가 막히게 했네.'
[아무래도 해당 조직에 머리가 잘 돌아가는 브레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뭐, 나야 알 바 아니지.'
거리로 나온 도훈은 다시 카지노 펍 쪽으로 향했다. 그의 예상대로 순찰차 한 대가 사이렌 등을 켠 채 펍 앞에 정차되어 있었고, 펍에 있던 손님들은 불만 어린 표정으로 가게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다.
'저기도 단속 중인가 본데?'
[저 큰 가게를 고작 순찰차 한대 인원만으로요?]
'어차피 형식적인 절차야.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 영장을 받아 온 것도 아니거든. 사설 도박장을 운영하더라 수준의 피해자 신고만 있기 때문에 저런식으로 뭉갤 수 있는 거야. 대충 훑어본 다음 특이사항없음으로 치워버리면 끝이거든. 2층엔 당연히 아무도 없으니까, 뒤지나 마나일 테고.'
[그렇군요. 엇, 저기 성희양 아닙니까?]
'어디?'
[손님들하고 같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음? 아직 퇴근 시간은 아닌데.'
도훈은 인파들을 해치고 성희에게 다가갔다. 일시에 쫓겨난 손님들 때문에 가게 앞이 무척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어, 서준씨. 어디 있었어요? 안에 있는 줄 알고 한참 찾다가 나왔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들어 오길래, 괜히 찝찝해서 밖으로 대피했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아직 바텐더 유니폼을 입고 있던 성희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몰라요. 갑자기 신고가 들어왔다는데···."
"신고요? 무슨 일 있었어요?"
"무슨 일은요? 보나 마나 돈 잃은 손님 하나가 꼬장 부리는 거지."
"이런 일이 가끔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은 꼭 이래요. 아니, 우리 가게에서 무슨 사행성 도박을 한다고···."
성희는 2층의 존재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갑작스러운 경찰 단속에 불만을 터뜨렸다.
"암튼, 전 지금 퇴근했어요."
"정말요?"
"네. 오픈조 먼저 퇴근 하래요. 상황 정리되면 마감조가 마무리한다고. 어차피 지금 경찰들 뭐 조사한다고 들쑤시는 중이라 영업도 제대로 못 해요."
'성희가 오픈조고, 주아가 마감조인 모양이군. 주아가 더 늦게 출근했던 걸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잘 됐다. 같이 나가는 모습을 들키면 주아가 의심할 수 있으니까 얼른 여기서 벗어나야겠다.'
"근데 그 복장으로 퇴근하시게요?"
"급한 데로 탈의실에서 옷을 챙겨 왔는데···. 하도 정신이 없어서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어요."
성희가 손에 든 종이백을 들어 보였다. 안에는 출근할 때 입고 온 사복이 담겨 있었다
"일단 잠바라도 걸쳐야겠어요. 새벽이라 쌀쌀하네."
성희가 종이백에서 후드 짚업을 꺼내거니 유니폼 위에 껴입었다. 정장 비슷한 바텐더 복장을 입고 있을 땐 몰랐는데, 후드가 달린 귀여운 잠바를 걸치자 의외로 귀엽고 깜찍한 인상이었다.
"응? 왜 그렇게 봐요?"
도훈이 계속 자신을 쳐다보자 성희가 민망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밖에서 보니까 느낌이 또 색다르네요."
"달라요? 혹시 별로란 소린가?"
"아뇨. 역시 미인이시구나 하는."
"윽, 뭐야 진짜. 근데 언제까지 존댓말 쓰실 거예요? 이제 가게도 아닌데."
"성희씨가 저보다 누나 아니었어요?"
"네? 제 나이 아세요?"
"대학 졸업했다면서요. 전 아직 학생이거든요."
"전문대라고 했잖아요. 저흰 2년이면 졸업해요."
"그리고 미용사 생활도 하셨다고."
"미용사는 아니고 그냥 보조요. 그리고 고작 1년밖에 안 했어요. 커트 한 번 못 하고 손님 머리만 말려주다 끝났는데."
"어쨌든 그럼 최소한 저랑 동갑이거나 누나겠네요."
"서준씨는 그럼 몇 살인데요?"
"스물셋이요."
"응? 갑인데?"
"아. 진짜?"
"뭐야,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였어?"
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스물 다섯 정도로 봤는데···.'
[주아 양이 상대적으로 너무 동안이라서 착각하신 거 아닙니까?]
'하긴 걔는 고등학교 막 졸업한 애처럼 생겼으니까. 21살에 대학 졸업해서, 22살에 미용실 시다하고, 올해 바텐더 하는 거면 스물셋이 맞겠네.'
[전문대 출신은 확실히 사회 생활이 빠르군요.]
'그보다 성희는 기억 못 하겠지만, 망각의 라이터로 기억을 삭제하기 전 얘기했던 것 때문에 오해한 것 같아.'
[무슨 대화요?]
'내가 코인 계좌 보여주니까 눈이 돌아가서 그랬었잖아. 남자친구 버리고 갈아타고 싶다고.'
[아···. 그런 말을 하긴 했었죠.]
'그때 좀 속물같아 보였거든. 보통 나이 어린 애들은 남자들 돈 많은 거 별로 안 따지는데, 지나치게 돈을 밝히길래.'
[하긴 그렇네요. 23살 밖에 안 먹었는데, 남자친구가 부자인지 아닌지 신경쓰는 사람은 그리 많진 않죠. 주인님 대학 여자들만 보더라도요.]
'아마 사회물을 일찍 먹어 그럴 거야. 특히 시다같은 거 하면 월급도 제대로 안주고 부려먹었을테니, 돈에 대한 서러움도 많이 느꼈을 거고.'
"아, 내가 착각했어. 대학 졸업했다고 하길래."
"넌 무슨 대학 다니는데? 마술 같은 거 배우는 그런 곳이야?"
"아니? 그냥 인문대."
"그렇게 말해도 잘 몰라. 난 실업계 나왔거든."
성희는 생각보다 가방끈이 짧았다. 요샌 4년제 대학 졸업생이 더 많은 시대다 보니, 오히려 성희 같은 이력이 드문 편이었다.
'어쩐지 고졸 경리 느낌 난다 싶더라니.'
[그게 무슨 느낌인가요?]
'있어. 그런 거. 싼티 나는 맛이랄까? 불량식품 같은데 맛은 좋지.'
[무슨 여자가 음식입니까? 그리고 사람한테 싼티가 뭡니까 싼티가?]
'남자친구 뻔히 있으면서 오늘 처음 만난 손님이랑 새벽에 몰래 만나는게 싼티가 아니고 뭐야?'
성희는 망각의 라이터로 기억이 10분간 삭제되기 전 도훈에게 남자친구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밝힌바가 있다. 그러나 다시 대화를 했을 땐 따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껏 아무말 없다는 것은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이라고 봐야했다.
"근데 우리 이제 어디갈까?"
두 사람은 어느덧 카지노 펍에서 멀어진 상태였다. 번화가를 정처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모텔촌으로 들어와 있었다. 성희가 야시시한 눈빛을 보내며 되물었다.
"서준이 넌 어디 가고 싶은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쪽으로 방향을 정한 사람은 성희였다. 아무 생각없이 걷는 줄 알았으나, 좌회전과 우회전을 거듭하며 교묘하게 모텔촌으로 유도했던 것이다.
'캬. 이건 신종 답정너인가.'
[답정너라뇨? 저 질문에 정답이 정해져 있습니까?]
'일부러 모텔 쫙 깔린 거리로 데려와놓고 어디가고 싶냐고 물으면 뻔한 거 아니야? 안에서 한 얘기도 있는데.'
[차라리 잘 됐습니다. 성희양이 먼저 원하고 있다면 들어주시면 끝날 일이니까요.]
'정식 공략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보창은 한 번 열어주는 게 예의겠지?'
[다 된 밥에 굳이요?]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알겠습니다. 신성희 양의 정보창을 띄워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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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신성희(비처녀, 일시 18세 11개월)
나이 : 23 #카지노 딜러#사실혼 관계#디그레이디
호감도 : 74/100
개방성 : A+
성감대 : 클리토리스, 겨드랑이, 목덜미
*애무 포인트 : 모욕적인 말에 흥분합니다.
성욕지수 : 높음
공략팁
*위 대상은 당신에게 성적 호감이 있습니다.
*위 대상은 바람바람바람 업적을 달성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카지노 펍에서 근무하는 바텐더 입니다.
-일찍이 대학 시절부터 동거해온 남성이 있으며, 서로 부부간 호칭을 사용하고, 가족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사실혼 관계입니다.
-하지만 너무 이른 나이부터 동거를 해온 까닭에, 현재 서로의 관계가 소원한 편이며 서로의 근무시간이 달라 부부 사이가 원만치 않습니다.
-직장 동료들에게는 동거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으며, 누가 묻지 않으면 남자친구의 존재도 밝히지 않는 음흉한 타입입니다. 특히 사실혼 관계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습니다.
-바람기가 다분한 그녀는, 이따금 마음에 드는 손님과 원나잇을 즐긴 적이 있습니다. 미용실 시다 생활할 때도 여러 차례 전력이 있으며, 바텐더가 된 이후로는 훨씬 잦아졌습니다.
-추천행동 : 모욕적인 말에 쉽게 흥분하는 타입입니다. 그녀를 능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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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정보창을 열어본 도훈은 큰 충격을 받았다.
'뭐, 뭐야 이 여자? 사실혼 관계라고?'
[헐, 완전 반전인데요?]
'뒤통수 얼얼하네. 근데 저게 다 사실이야? 그대 이름 바람바람바람 업적 대상이라는 거?'
[해당 업적은 유부녀 전용 업적입니다. 사실혼 관계라서 유부녀로 인정되는 것 같습니다.]
'저게 그 업적 맞지? 바람 피우는 여자 호감도 100프로 달성 시키는.'
[네. 기억이 잘 안 나시는 것 같으니 한 번 더 띄워드리겠습니다.]
58. 그대 이름 바람바람바람.
(불륜관계의 여성의 호감도를 100으로 만들 시 달성)
-당신은 유부녀의 마음을 완벽히 훔쳤습니다.
-바람 피우는 여자를 후리고, 박고, 뚫고, 싸고, 호감도 100으로 만들어 육노예로 만드세요.
-업적 보상 : 바람의 망토(ITEM), 반경 100M내로 점멸 가능
'맞네. 이거.'
[실은 일전에 두 번이나 도전했다가 실패하신 업적이기도 합니다.]
'두 번씩이나? 내가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