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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16화 (1,696/2,000)

1716. 빌드 업-51-

"그래요. 이따 봬요."

"어디서 기다릴 건데요?"

"안에서 게임이나 하고 있을게요."

"알았어요."

성희가 부끄러워하며 총총걸음으로 가게로 다시 들어갔다. 도훈은 불룩 튀어나온 바지춤을 내려다보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런. 오늘 진짜로 몰린 거 같은데? 요거 했다고 꼴리나?'

[하루 걸렀다고, 바지가 터질 것 같군요.]

'내가 24시간 이상 섹스를 안 한 적이 드물거든.'

[주인님은 섹스 중독입니다.]

'섹서의 숙명이라고 생각해야지, 뭐.'

[그나저나 3시간 쯤 더 기다려야 하는데, 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냥 푼 돈 가지고 놀고 있지 뭐. 칩도 넘치는데.'

도훈이 다시 카지노 펍으로 들어가자, 갑자기 정장을 입은 사내가 따라붙었다.

"아까 텍사스 홀덤 게임 하셨던 분 맞으시죠?"

"누구세요?"

조폭처럼 보이는 사내의 접근에 도훈이 경계하며 물었다. 혹시 놈들이 그 사이 감시 카메라를 돌려보며 자신의 사기행각을 적발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든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텍사스 홀덤 게임 뿐 아니라, 앞선 룰렛 게임에서, 그리고 다이스 게임에서는 아예 대놓고 조작을 했던 전력이 있으니까.

특히 망각의 라이터는 스킬에 걸린 사람에게만 적용되므로 감시 카메라에는 그가 컵을 들어 주사위를 멋대로 만진 사실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을 것이다.

도훈의 떨떠름한 표정을 읽은 사내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오해는 마시길. 다른 용건은 아니고, 혹시 토너먼트에 관심이 있나 해서요."

"토너먼트라뇨?"

도훈이 문득 선글라스 청년과 중년 과부가 떠들던 대화를 떠올렸다.

'아, 그런 얘기가 있었지?'

"현재 VIP룸에서 토너먼트가 열리고 있는데, 관심있나 해서요. 물론 꼭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참가 자격이 실버 칩 10개부터라···."

도훈은 그제야 자신이 고액권으로 칩을 환전하는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텍사스 홀덤에서 딴 칩이 너무 많아 상위 칩으로 교환하는 과정에서 칩 보유 갯수를 들킨 것이다.

'흠, 어쩌지? 돈을 너무 많이 따서 VIP로 올려준다는 소리 같은데?'

[거절하시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괜히 범죄 단체가 운영하는 도박판에 끼었다가 일이 커질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그렇긴 한데···.'

도훈은 성희가 퇴근할 때까지기다려야 하는 점을 떠올렸다. 3시간 동안 초보자들과 도박판에서 노닥거리는 것은 그에겐 몹시 따분한 일이었다. 또 VIP 룸에선 어떤 고수들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뭐, 적당히 구경만 하면 크게 문제 없지 않을까?'

결국 그는 VIP룸의 맛만 보기로 했다.

"VIP룸은 어디있는 데요?"

"참가하신다면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냥 위치만 알려주셔도 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야 하거든요."

"네?"

도훈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정장 사내의 뒤를 따랐다.

정장을 입은 사내는 카지노 펍의 쪽문으로 도훈을 안내하더니, 건물 통로를 쭉 따라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VIP룸은 2층에 있거든요. 1층과는 분리된 독립 건물입니다"

"아,"

"펍하곤 다르게 아예 룸 형식으로 되어 있고요."

엘리베이터에 따라 오르자 정장 사내가 목에 차고 있던 카드키를 가져다 댔다. 카드키를 인식시키지 않으면 버튼이 안 눌리게 만들어진 특수 엘리베이터 였다.

'호오, 이것들 봐라? 너무 비밀스러운데?'

[근데 2층이면 계단으로 바로 올라가도 되지 않습니까?]

'아마 계단 출입구를 폐쇄시켜 놓았을 거야. 아무나 2층으로 올라갈 수 없도록. 경찰 단속시 시간을 끌려는 수작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도착하자, 도훈을 안내한 정장 사내는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지 않고 도훈에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카운터 직원이 직접 안내해 드릴 겁니다. 그럼 전 이만."

"어? 그냥 가시면, 전 나중에 어떻게 내려가요?"

"1층으로 내려가는 데는 별도의 카드키가 필요 없습니다. 바로 누르시면 됩니다."

"아하, 네."

엘리베이터를 내려보낸 도훈이 2층 입구로 들어갔다.

1층과 똑같이 입구 앞 카운터에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이 앉아 있었다. 1층과 차이점은 여직원이 굉장한 미인이라는 사실이었다. 1층에서 근무하는 카지노 딜러들도 어느정도 골라 뽑았다는 인상이 강했는데, 2층에선 카운터를 보는 직원조차 1층 직원들을 씹어먹는 수준이었다.

'뭐지? 왜 이렇게 예뻐? 무슨 스튜어디스 보는 줄.'

"어서오세요, VIP 고객님. 여긴 처음이신가요?"

"네."

"간략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VIP 룸은, 문자 그대로 룸 형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룸마다 딜러와 서버들이 별도로 배치되어 있고요."

"아무 룸이나 들어가면 되나요?"

"특별히 원하시는 게임이 있으면 해당 룸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저, 그리고···."

설명을 하던 카운터 직원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게임을 마치고 칩 환전시에는 10%의 수수료가 드니까 참고하세요."

"환전이요?"

"저희 업소에서는 특별히 VIP룸 고객 대상으로 현금 환전 서비스를 해드리고 있거든요. 모르셨나요?"

"아···. 네. 아뇨 알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게임에 참여하시겠어요?"

"게임은 뭐뭐 있죠?"

여직원이 룸 배치도를 꺼내 보여주었다.

건물의 평면도 처럼 생긴 배치도에는 모두 4개의 룸이 통로를 따라 나란히 배치되어 있었고, 통로의 끝에는 다른 룸보다 배는 큰 거대한 세미나실 형태의 룸이 보였다.

"각 룸마다 게임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도훈이 룸을 하나씩 훑어보는데 종목이 무척 다양했다. 고스톱, 섯다, 포커 등등 어지간한 메이저 종목은 모두 있었다. 1층이 카지노의 축소판이라면, 2층은 전문적인 도박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맨 끝의 큰 방은 뭐하는 곳이에요?"

"이곳은 토너먼트 대회가 열리는 곳입니다. 토너먼트는 룸에 있는 메인 딜러의 추천을 통해서만 참가 자격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추천이요? 무슨 기준인데요?"

"여러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칩이 가장 중요하겠죠?"

"아."

"그리고 이건 참고 사항이지만 처음이라 모르실 것 같으니···."

여직원이 살짝 볼에 홍조를 띄우며 말했다.

"중간에 휴식이 필요하시면 서버를 통해 호출하시면 됩니다."

"휴식요?"

도훈이 무슨 뜻인지 다시 묻자 여직원이 민망한 얼굴로 설명했다.

"배치도에는 없지만, 토너먼트장 옆으로 별도의 휴게 공간이 있습니다. 그곳에선 마사지나 취침도 가능하세요."

"아."

도훈은 그제야 여직원의 말뜻을 이해했다.

[설마 그 마사지라는 것이 성매매를 의미하는 겁니까?]

''그거 맞는 것 같은데?'

[와, 여긴 사설 도박장 규모가 아닌데요?]

'나도 올라 와보고서 알았어. 카지노 펍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1층은 완벽한 페이크였네. 진짜는 바로 이곳 VIP룸이야.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1층의 운영 자금을 돌리는 거였어.'

[본래 환전이 안되는 칩을 현금으로 교환해 주면서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었군요.]

'그렇지. 그것도 무려 10%의 살인적인 수수료를 받으면서.'

[수수료가 너무 센 거 아닌가요? 10프로면 사채급인데?]

'맞아. 돈 놓고 돈 먹기 수준이지. 국가 공인 도박장에는 수수료 한 푼 없는데.'

[그런데 사람들이 왜 여길 오는 거죠?]

'강원랜드는 너무 멀어서? 여긴 서울 한복판이고. 접근성 때문에라도 10% 손해보고 도박하겠다는 놈들이 엄청 많다는 거지. 내국인은 외국인 대상 호텔 카지노 출입도 불가능하니까.'

[게다가 성매매 알선까지···. 범죄의 백화점이었군요, 이곳은.]

'난 사실 조폭이 왜 이런 업장을 운영하나 했거든? 근데 이런 규모라면 확실히 돈이 될만 하겠어. 아니 술장사, 여자장사보다 훨씬 큰 규모야.'

[그런데 어째서 VIP룸만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걸까요? 여기서 번 돈으로 카지노 펍을 운영하는 것은 손해 아닙니까?]

'돈 좀 있는 사람들만 골라 받겠다는 거지. 백화점도 그렇잖아. 파레토 비율이라고, 상위 20%의 손님이 매출의 80%를 올리는 거거든. 잔챙이는 쪽수가 많아봐야 돈이 안돼. 상위 20%의 도박 중독자만 확보하면 충분하지.'

[도박 중독자들이요?]

'어중이 떠중이 다 받았다가 괜히 일 커지면 곤란하잖아. 그러니 도박에 죽고 못사는 중독자들만 골라서 끌어들이는 거지. 노름 좋아하는 놈들은, 어차피 손가락 하나 잘리기 전까진 절대 못 끊거든. 여기까지 올라와서 도박판을 기웃거리는 놈들이면 당연히 중독자들이겠지. 놈들에겐 이곳이 파라다이스일 테니까.'

[그렇군요.]

'게다가 주아나 성희 태도를 봐서는, 1층 직원들하고 2층이 전혀 교류가 없는 모양이야. 애초부터 여기서 일하는 사람은 별도로 관리하는 느낌?'

[카운터 직원만 봐도 알 것 같습니다. 훨씬 수준이 높군요.]

"그럼 종목은 정하셨을까요?"

"그냥 포커로 할게요."

"네. 그럼 이쪽 통로로 쭉 들어가셔서 4번 룸으로 들어 가시면 됩니다. 저희 직원이 안내해드릴 거예요."

잠시 후 색다른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도훈을 따라 붙었다. 서빙을 전담하는 직원인듯 유난히 치마가 짧았다. 마치 인방 BJ들이 팬서비스 차원에서 가끔 입는 노출심한 의상이 연상되었다.

"안쪽으로 따라오세요."

하이힐을 신은 여직원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걸었다. 직원은 도훈을 힐끔 쳐다보더니, 어리고 잘생긴 것에 흥미를 느낀듯 말을 걸어왔다.

"전 초희라고 해요. 나중에 끝발 안 서면 찾아주세요. 제가 끝발 발딱 세워드릴게요."

"예?"

"풉-. 뭘 순진한 척이래? 마사지 필요하시면 부르시라고요."

"마사지 하시는 분이세요?"

"진짜로 마사지만 하겠어요? 괜히 알면서 물으신다?"

초희라고 예명을 밝힌 여성이 갑자기 도훈의 사타구니를 허락도 없이 만졌다.

"여기 마사지가 제 전문이거든요. 헉, 뭐야, 벌써 꼴렸어요?"

초희는 버릇처럼 도훈의 잦이를 붙잡았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훈의 잦이가 발기된 것처럼 묵직했던 것이다.

"아뇨."

초희가 혀를 낼름 거리며 말했다.

"휘유, 오빠 진짜 대물이구나? 꼭 저 찾아줘요? 서비스 제대로 해드릴게요."

초희는 4번 룸 문을 열어주더니, 도훈에게 윙크를 하고 사라졌다. 어처구니 없이 성추행을 당한 도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룸으로 입장했다.

'뭐냐 방금?'

[주인님이 당하신 것 같은데요?]

'어이가 없네. 남의 좆을 함부로 만지고.'

[근데 너무 싼티나는 여성 아니었습니까? 카운터 직원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군요. 유니폼 부터 너무 노골적이고요.]

'내 생각엔 마사지하는 애들은 보도 뛰는 애들을 별도로 섭외한 것 같아. 딜러들하곤 출신이 다른듯.'

"어서오세요."

룸에 입장하자 룸 안에도 다른 직원이 있었다. 룸이라고 해서, 노래방 사이즈의 규모를 생각했던 도훈은 예상보다 큰 내부에 깜짝 놀랐다. 테이블이 무려 4개나 배치되어 있던 것이다. 또한 각각의 테이블엔 딜러가 배치되어 포커 게임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테이블 주변에는 구경꾼도 많이 몰려 있었다.

"대기 신청 하시겠습니까?"

"대기요?"

"네. 참가자가 꽉 차서 순번을 기다리셔야 합니다. 토너먼트 날이라 VIP분들이 많이 오셔서요."

"혹시 몇명이나 대기 중인가요?"

"손님의 순번은 7번째 입니다. 빈 자리가 나는 대로 안내해드리고 있습니다."

"아···. 일단 조금만 둘러보고요."

"네, 예약하시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룸 안에는 거의 서른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고작 3~4명이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도훈은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에 깜짝 놀랐다.

'미쳤네. 룸이 모두 4갠데, 그럼 룸마다 거의 20~30명씩 들어차 있다는 거잖아?'

[와···. 수수료만 해도 대체 얼마죠?]

'VIP룸 입장이 최소 100만원 부터니까 100명이 모두 수수료를 지불하면 하루에 천만원이 넘는다는 소린가?'

[100만원 이상을 환전하는 사람이 더 많을테니 이천만원도 넘지 않을까요?]

'하루 2천이면, 한달 6억이라는 소리야? 미쳤네. 아래는 진짜 장난이구나. 하긴 1층이랑 2층이랑 건물 크기가 똑같다고 생각하면 이 규모에 100명은 오히려 적은 거네.'

카지노 펍은 바도 있고, 테이블도 있고, 룰렛 같은 게임이 배치되고도 동시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었다. 당연히 텅빈 공간에 칸막이만 쳐둔 이층이 상대적으로 여유 공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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