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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07화 (1,687/2,000)

1707. 빌드 업-42-

[당연하죠. 저런 느끼한 멘트를 현실에서 진짜로 쓰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무리 주인님이라도 저건 커버 못합니다. 오히려 진심이 아니라 장난친다고 여기는 여자들이 훨씬 많을 걸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냥 로시 네 말대로 정보창이나 보고 추천 멘트 따라할 걸.'

100% 성공할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3번의 실패가 너무 타격이 컸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 오늘이 딱 그날이었다.

심기일전을 위해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기로 했다.

시내 한가운데라 한참을 걸어가서야 겨우 흡연구역을 찾을 수 있었다.

'젠장. 흡연자를 위한 배려라곤 눈곱만큼도 없구만.'

먼거리를 걸어오느라 지친 나는 짜증을 내며 인벤토리에서 담배를 꺼냈다. 인벤토리에는 평소 즐겨 피우는 담배가 거대한 원통 안에 낱개로 담겨 있었다. 언제든 원할 때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일전에 미리 작업을 해 놓았다. 담배를 거의 30보루는 뜯어 넣었을 것이다.

그때 하필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여자에게 공중에서 담배를 빼는 장면을 들키고 말았다. 여자가 놀라서 물었다.

"어어? 방금 그거 마술맞죠?"

"네?"

"방금 팝 하신 거 아니에요? 제가 똑똑히 봤는데?"

* * *

하필 민간인에게 인벤토리를 들키게 된 도훈은 당황하고 말았다.

하지만 상대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으니, 어떻게든 둘러댈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술 맞아요."

"한번만 더 보여줘 보세요. 손 등에 숨기신 건가? 대체 어떻게 하는 거예요?"

도훈은 깜짝 마술로 오해하는 상대를 보며 일부러 한 번 더 담배를 꺼내보이는 마술을 연출했다. 물론 인벤토리에서 빼내는 동작이 너무나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두번째도 들키지 않았다.

"이렇게요."

"와! 진짜 잘하신다, 혹시 마술 하시는 분이세요?"

"예, 뭐,"

"반가워요. 저도 요새 취미로 배우고 있거든요."

처음보는 여자가 악수를 청해왔다.

헌팅 실패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담배를 태우러 나왔던 도훈은 의외의 여성의 등장에 당황했다. 초면에 먼저 악수를 청하는 여자는 거의 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어쨌든 내민 손을 외면할 수 없었던 도훈이 악수에 응했다.

그 순간 손바닥에서 비정상적으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단순한 수족냉증이라곤 볼 수 없는 낮은 온도였다.

"···응?"

순간 도훈의 머릿속으로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설마 PK단?!'

[왜 그러십니까?]

'손이 지나치게 차! 설마 빙독!'

도훈이 화들짝 놀라 손을 빼자 악수를 청한 여자가 갑자기 빵- 터졌다.

"푸핫! 놀랐구나? 방금 놀랐죠?"

"···무, 무슨!"

"히히, 저도 마술 배우고 있다고 했잖아요. 방금전까지 손에 얼음 쥐고 있었거든요."

"그걸 왜?"

"마술사들은 처음 만난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줘야 한다면서요? 마술사 입문서 첫장에 나와 있는 트릭 인데, 설마 몰랐어요? 그쪽도 마술 하신다면서요?"

도훈은 어이없는 장난에 당한 것을 깨닫고 불끈 쥐었던 주먹을 겨우 거뒀다. 대답이 조금만 느렸어도 곧바로 내공을 가득 담은 칠성권의 일타가 소녀를 향해 날아갈 뻔했다. 맞았으면 즉사였다.

'깜짝이야. 갑자기 손이 너무 차서 PK단의 암습인 줄 착각했네.'

[정말로 PK단이었음 경보 알람이 먼저 울렸겠죠. 주인님이 너무 성급하셨습니다.]

'나도 당황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단 말이야. 진짜로 때릴 뻔했다고.'

"뭐야? 설마 삐졌어요? 미안해요. 저랑 비슷한 취향인 줄 알고 장난친 건데."

"음···."

"아, 맞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주아라고 해요. 요 근처 카지노 펍에서 일하고 있어요."

"카지노 펍이요?"

"네. 저는 바텐더예요."

도훈은 그제야 여자의 얼굴을 다시 보았다.

너무나 어려 보이는 얼굴이라 고등학생이나 되는 줄 알았는데, 몸매는 의외로 반전이었다. 한마디로 성숙한 몸에 동안의 얼굴을 가진 여성이었다. 베이글이라고도 불리는.

"넹. 원래는 대학생인데 학비 벌려고 휴학하고 일하고 있어요. 참, 그쪽은 소개 안 해줘요? 이름이 뭐예요?"

"저는···."

[주인님. 기횝니다. 현역 여대생, 평균 이상의 외모, 결정적으로 주인님께 깊은 호감을 보이는 여성입니다.]

'애를 헌팅하자는 뜻이야?'

[안 될 이유가 있나요?]

'얼굴이 너무 어려보이지 않아? 난 처음에 고등학생인 줄 알았다고.'

[조태오 말로는 어리면 어릴수록 좋다지 않습니까?]

'아니 그래도···.'

이른바 합법 로리로 불리는 취향.

어차피 만 20세만 넘으면, 법적으로 문제 될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나이는 성인인데, 고등학생처럼 앳된 얼굴이라면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도훈이 망설이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어리고 순진해 보이는 주아를 범죄 행위에 동참시킨다는 데 일말의 가책을 느낀 것이다.

[이제와서 뭘 망설이십니까? 다른 여자는 되고, 주아양은 안되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그게 아니라 너무 순진해 보여서.'

[바텐더 일하는 여성이요? 얼굴이 어려보인다고 정말로 순진할까요?]

'듣고보니 그것도 이상하긴 하네.'

아무리 알바라도, 바텐더 일을 하는 여성은 드문 편이었다. 취객을 상대하는 만큼, 지저분한 일에 얽힐 가능성이 큰 편이니까.

도훈은 주아의 정보창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로시, 정보창 열어봐.'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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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 이주아(비처녀, 일시 17세 6개월)

나이 : 21 #바텐더#카지노 딜러#프리 섹스주의자

호감도 : 69/100

개방성 : A

성감대 : 클리토리스, 젖꼭지, 항문

*애무 포인트 : 애널 섹스에 환장합니다.

성욕지수 : 매우 높음

공략팁

*위 대상은 당신에게 호감이 있습니다.

-카지노 펍에서 근무하는 바텐더 입니다.

-손님들과 텍사스 홀덤 게임의 딜러를 하면서 카드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최근 개인기로 사용할 카드 마술을 독학으로 연마 중입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어려서부터 남자를 밝히는 탓에 일찍 성에 눈을 떴습니다.

-복잡한 가정사로 학비를 스스로 충당하기 위해 고액 알바비를 주는 바텐더를 지원하였습니다.

-하지만, 워낙에 성에 개방적이라 이따금 추파를 던지는 손님들 중 마음에 드는 사람과 원나잇을 즐기기도 합니다.

-애널 섹스를 선호하며, 남자랑 자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프리섹스 주의자 입니다.

-추천멘트 : "혹시 저한테 마술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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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창을 확인한 도훈은 생긴 것 답지 않은 주아의 문란함에 혀를 내둘렀다.

'와, 고딩처럼 생긴 얼굴로 애널 섹스 마니아라니! 완전 반전이네.'

[프리섹스 주의자라는 걸 보니 설명 끝났군요.]

'내 예상이 완전히 엇나갔군.'

[이제 헌팅할 마음이 생기십니까?]

'음, 이런 여자라면 죄책감도 덜하겠다. 어차피 호빠 선수랑 섹스하는 걸 크게 어려워 하지도 않을 것 같아.'

"전 서준이라고 해요. 하서준."

"와, 이름도 멋있다. 몇 살이에요? 전 스물 하나."

"스물 셋이요."

"오빠구나? 편하게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편할 대로."

주아가 담배 연기를 뿜으면서 말했다.

"오빠도 이 근처에서 알바하는 거예요?"

"알바라니?"

"아니었어요? 여긴 주로 알바생들 모이는 곳인데"

도훈은 주변을 둘러싼 건물들을 둘러보더니 주아의 말을 이해했다. 흡연 구역은 상가 건물로 둘러싸인 골목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근처 상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의 집결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던 것이다.

"아니. 나는 잠시 서점 들렀다가···."

"서점? 오빠 혹시 학생이에요?"

"응."

"어디 다니는데요?"

"나? 난, 그냥 연암대."

도훈이 자연스럽게 학교를 속였다.

"아하, 저는 호텔관광대 다녀요."

"호텔관광대학?"

"잘 모르시는구나. 카지노딜러 학과는 아세요?"

"아, 거기?"

"네. 지금 1학년 마치고 개인 사정 때문에 휴학 중이에요."

"그렇구나. 신기하네."

"이런 시간 다 됐네요. 저희 쉬는 시간 정해져 있어서 이제 가 봐야겠어요."

"근데 펍을 이렇게 일찍 열어?"

그녀를 바텐더로 알고 있던 도훈은 오후 2~3시 밖에 안되는 지금 출근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 지금은 카지노 펍이 아니고, 예전에 잠시 알바 했던 음식점이에요. 서빙 도와주고 있거든요."

"서빙?"

"네. 주말에만 가끔 땜빵요. 거기서 같이 일했던 오빠랑 언니들이 부탁할 때가 있어서."

"그럼 알바를 두 개나 뛰는 거야?"

"두 개는 아니고 가끔 땜빵만요."

주아가 계속 핸드폰을 힐끔거렸다.

아무래도 돌아갈 시간이 늦은 모양이었다.

[이대로 그냥 보내면 안 됩니다. 어렵게 찾은 헌팅 대상인데요.]

'지금 헌팅을 시도하는 건 너무 조급해 보일 것 같은데. 타이밍이 영 별로네.'

벌써 3번의 실패를 겪는 바람에 도훈의 넘치던 자신감도 꺾인 상태였다.

하지만 주아가 금방이라도 돌아갈 분위기였기 때문에 도훈이 어쩔 수 없이 운을 띄웠다.

"저···."

"오빠. 이건 저희 가게 명함인데, 심심하시면 한번 놀러 오세요. 절 찾아주시면 더 좋고요."

"응?"

도훈이 말을 걸기 전에 주아가 먼저 명함을 건네고는 후다닥 뛰어갔다.

"꼭 오세요!"

주아는 달려가는 와중에도 도훈을 향해 돌아보며 덧붙였다.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주아가 먼저 나서주어 다행이었다.

[다행히 주인님의 수고를 덜었군요.]

'그러게.'

[명함도 줄 정도면 상당히 관심을 보이는 것 아닌가요? 일이 쉽게 풀리겠는데요?]

'자기 명함도 아니고 가게 명함인데 뭘. 그냥 호객행위 하는 걸지도.'

[호객행위라뇨?]

'바텐더들은 팁이 월급보다 많다잖아. 나를 고객으로 끌어들이면 본인 매상을 올릴 수 있으니까 그냥 찔러 본 걸수도 있다는 소리지.'

[그래도 호감도는 충분히 높았던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보여. 일단 펍 위치부터 파악해 놓을까?'

도훈은 명함 뒤에 그려진 약도를 보고 길을 따라갔다. 멀지 않은 곳에 불 꺼진 간판을 찾을 수 있었다. 영업 시간 전이라 그런지, 아직 오픈은 안 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주아는 주말에 알바를 두 탕을 뛴다는 거지? 점심때 식당에서 일하다가 펍 오픈할 때쯤 옮겨서.'

[그런 것 같습니다.]

'흐음, 프리섹스 주의자인데, 타락하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군.'

[타락이라뇨?]

'정보창 설명에 따르면 색기가 철철 넘치는 타입이잖아. 섹스에 대해 딱히 거부감도 없고. 근데 알바를 두 탕이나 뛸 만큼 돈 버는 일에 적극적인데, 막상 쉽게 돈 버는 일에는 뛰어들지 않은 걸 보면 최소한 창녀 마인드를 가진건 아니라는 뜻이야.'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겠군요.]

'전공만 봐도 그래.'

[카지노딜러 학과요? 그게 왜요?]

'어. 나도 대충 들은건데, 거기가 은근히 취업률이 상당히 높다고 하더라고. 아마 졸업하고 나면 강원랜드나 외국인 대상으로 하는 호텔 카지노에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거야.'

[오, 상당히 좋은 거 아닙니까? 취업이 보장되어 있다면, 주인님이 다니는 국성대보다 나아 보이는데요?]

'대신 그만큼 들어가기도 힘들고, 배우는 과정도 복잡하다고 알고 있어. 굳이 그런 전공을 택한 걸 보면, 본인 힘으로 자립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것 같아.'

[그렇군요.]

'카드 마술을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같아.'

[그건 왜요?]

'보통 바에서 일하는 여자들은 손님한테 적당히 끼부려 팁을 두둑히 받거나, 가끔 2차를 뛰기도 한단 말이지. 그게 알바보다 훨씬 돈이 되니까.'

[당연히 그렇겠죠?]

'그럴거면 굳이 마술 같은 개인기를 익힐 필요도 없겠지. 남자를 꼬시는 데 그런 잡기술보단 노출이 훨씬 효율적인 전략이니까.'

[듣고 보니 그렇군요.]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어렵게 간다라···. 요즘 보기 드문 성실한 고학생이군.'

[그 와중에 섹스는 또 프리하다니까 그게 더 신기합니다.]

카지노 펍의 불 꺼진 간판을 올려다보던 도훈은, 명함에 적힌 오픈 시간을 확인했다.

'7시 오픈이라고 적힌 걸 보면 그때쯤 주아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당분간 대기하셔야겠군요.]

'잘 됐다. 연습이나 해야지.'

[무슨 연습요?]

'공략 추천 멘트가 마술이었잖아. 보여줄 마술을 미리 익혀 놔야 하지 않겠어? 아까 하던건 인벤토리를 이용한 사기였잖아.'

[그렇다고 지금 당장 마술을 익히겠다고요? 주인님은 배운적도 없지 않습니까?]

'못할 게 뭐 있어? 아직 3시간 넘게 시간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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