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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03화 (1,683/2,000)

1703. 빌드 업-38-

"안녕."

"새끼, 잘 생겼는데?"

"나도 잘 부탁해."

선수들은 도훈의 빼어난 외모에 잠시 감탄하는 듯했으나, 이내 신경을 끊었다. 호빠 선수들 잘생긴 거야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었다. 게다가 휘겸이라는 에이스가 있었기 때문에 도훈이 특별히 대단해 보이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한결이 형, 형 오늘 주급 받는 날이죠? 마담 형한테 언제 가실거예요?"

"지금 가게?"

"네. 전 또 일찍 나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금요일인데 벌써 째는 거야? 오늘 초이스 좀 많을 거 같은데?"

"저는 마담형이 따로 시킨 일이 있어요. 아무튼 지금 가실래요?"

"그러자. 괜히 바빠지면 나중에 돈 달라기도 힘들 것 같으니."

도훈은 한결에게 말을 거는 사내를 보고는, 그가 작업조 중 한 명인 서원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저 새끼구나.'

[호빠 선수치고는 엄청 잘생겼다고 말하긴 어렵겠는데요?]

'그러니까 밖에서 헌팅 하는 역할을 맡았겠지.'

[어제 본 휘겸처럼 잘생긴 선수가 헌팅을 하는 쪽이 낫지 않나요?]

'아니야. 휘겸이는 솔직히 너무 잘생겨서 오히려 상대 쪽에서 의심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어. 딱봐도 여자 좀 따르게 생겼잖아.

그런 애가 뭐가 아쉬워서 밖에서 여자를 직접 헌팅하겠어? 차라리 서원이처럼 평범한 듯하면서도 애매하게 잘생긴 쪽이 여자 쪽에선 부담이 덜하거든.'

[그렇군요.]

'주급만 받고 바로 나간다고 하는 걸 보니, 밖에서 헌팅하러 가려는 모양이야.'

[오늘이 기회군요.]

'나야 빠를수록 좋지.'

한결과 서원이 대기실을 나가는 것을 본 도훈이 뒤따랐다. 그는 두 사람이 태오의 룸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갑자기 화장실은 왜 들어가십니까?]

'서원이 새끼 조지려면 나도 오늘 결근해야 할 것 같아서.'

[결근요?]

'서원이는 가게 밖으로 헌팅하러 나가는 거잖아. 나도 그럼 따라 나갈 핑계를 만들어야지.'

[어떻게 하시려고요?]

'쪽팔리긴 하지만, 고전적인 수법을 써야지. 지난번에 사용한 설사 아이템 있지?'

[설사 아이템이요?]

* * *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온 나는 룸을 청소하던 찬호를 찾았다.

"저···."

"형님? 일찍 나오셨네요? 아니, 안색이 왜 그러세요?"

핏기없는 얼굴을 본 찬호가 놀라서 물었다.

"그게···, 갑자기 설사를."

"저런! 약이라도 사다 드릴까요? 아직 9시 안 됐으니까 약국 열었을 거예요."

"아니 그보다는 지금 화장실 변기가 막혀버렸는데, 물이 도무지 내려가질 않네. 곧 영업 개시할 텐데 저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 여긴 남녀 공용이잖아. 손님들이 보면 큰일 날 텐데."

"진짜요? 제가 한 번 보겠습니다."

나는 찬호를 앞세워 다시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 내부는 이미 지독한 가스 냄새로 가득 찬 상황이었다.

찬호가 자기도 모르게 코를 틀어막았다.

"윽! 저, 저긴가요?"

"응."

나는 민망한 표정으로 화장실 칸막이를 가리켰다.

찬호가 뚜껑 덮인 변기를 긴장된 표정으로 열어보고는 곧바로 뛰쳐나왔다.

"으윽! 이건!"

"미안. 도저히 안 내려가서."

"하아-. 일단 형님은 나가 계세요. 제가 어떻게든 처리해 볼게요."

"그, 그래. 미안해."

"아닙니다. 속이 매우 불편하신 거 같은데, 오늘 일하실 수 있겠어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은데. 근데 출근 이틀째부터 빠지는 것도 좀···."

"아니, 뱃속이 이 지경인데 어떻게 술 마시면서 일을 해요. 중간에 화장실 가서 설사라도 하는 날에는 바로 파투 날걸요? 매니 저님께 사정 말씀드리세요."

나는 계속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 금요일이니 바쁠 거라고···. 내가 말씀드리기 너무 민망한데."

"휴, 안 되겠네요. 제가 같이 가드릴게요."

찬호는 결국 자신이 나서기로 했다. 나는 찬호를 따라 쭈뼛거리며 태오의 사무실로 향했다.

똑똑똑-

"매니저님, 저 박찬홉니다."

"무슨 일이야?"

"잠시만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와."

찬호와 함께 룸으로 들어가자 주급 정산을 받는 한결과 서원이 보였다. 둘 다 흰 봉투를 손에 쥐고 있는 걸 보니, 이미 돈을 받고 나가려던 참이었다.

태오가 둘을 향해 말했다.

"너흰 나가봐."

"네."

"서준아, 무슨 일 있냐? 낯빛이 왜 그래?"

한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다가 태오의 눈치를 보고 밖으로 나갔다. 찬호가 대신 내 상황을 설명했다.

"오늘 서준이 형님 일 힘드실 것 같습니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찬호가 전후사정을 설명하는데 민망함에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다.

'꼭 이렇게 해야만 했을까?'

[주인님이 선택한 방법입니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십시오.]

"서준이 형님이 이제 출근 이틀째인데, 조퇴하겠다는 말씀을 도저히 못 드리겠다고 해서 제가 대신···."

"알았어. 찬호는 얼른 화장실 가서 정리해. 곧 손님 들어온다니까."

"네."

태오의 사무실에는 이제 나만 남았다.

내가 계속 핏기없는 얼굴로 배를 감싸 쥐고 있자 태오가 껄껄웃었다.

"너 속 많이 안 좋냐? 그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바로 알렸어야지."

"죄송합니다. 최대한 참아보려고 했는데···."

"참을게 따로 있지. 설사를 그 정도로 하면 장염 아냐?"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사정은 알겠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 봐."

"근데 오늘 바쁘시다고 하셔서."

"인마. 너 하나 없다고 업장 안 돌아갈 정도로 여기가 허술해 보이냐? 그런 걱정은 말고 얼른 가봐. 괜히 손님들 앞에서 추한 꼴 보였다가, 이 바닥 소문 쫙 나면 너 이미지만 손상되지."

"아···."

"괜찮으니까 얼른 가. 손님 받기 전이라 다행이지, 큰일 치를 뻔했네."

"죄송합니다. 점심 때 먹은 육회가 탈이 난 것 같습니다."

"그래. 도저히 견디기 힘들면 응급실이라도 가보고."

퇴근 명분을 얻어낸 나는 태오에게 꾸벅 인사하고 곧바로 가게를 빠져나왔다. 변기에 똥칠을 해놓은 게 마음에 걸렸지만, 나중에 찬호에게 크게 보답하는 것으로 갚기로 했다.

가게 밖에 나오자 마침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 서원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멀리 안 갔구나.'

나는 곧바로 정체불명의 모자를 눌러쓰고 그의 뒤를 쫓았다. 서 원이 택시를 타고 출발하자 나 역시 택시를 잡고 말했다.

"저 앞에 택시 좀 쫓아가 주세요."

"네? 미행을 하라고요?"

"제 돈 떼먹고 도망간 놈 같아서요. 확인해야 겠어요.

"알겠습니다."

서원을 태우고 간 택시는 그리 멀지 않은 번화가 앞에서 멈췄다. 나 역시 택시에서 내려 그의 뒤를 밟았다.

'어디로 가는 걸까?'

[헌팅 상대를 물색하러 가는 거겠죠?]

'그러니까 그 장소가 어디냐는 거지.'

서원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감성주점 앞에 멈췄다.

그는 가게 내부를 밖에서 쓱 쳐다보더니 안으로 입장했다.

'헌팅 포차구나.'

[헌팅 포차요?]

'아예 대놓고 헌팅하려는 남자들하고, 헌팅 당하려는 여자들이 몰리는 곳이지.'

[그런 곳도 있습니까?]

'요새 유행이더라고.'

나는 위에 걸친 셔츠를 벗어 인벤토리에 넣은 뒤 반 팔 차림으로 모자를 눌러쓰고 입장했다. 그리곤 서원이 자리 잡은 테이블이 보이는 곳에 앉았다. 잠시 후 점원이 오더니, 메뉴판을 내밀었다.

"몇 분이세요?"

"조금 이따가 친구들 2명 더 와요."

"주문은 그때 시키시나요?"

"아뇨. 맥주 500 한 잔만 가져다주세요."

"네."

알바생에게 주문을 마치고 나는 서원의 행동을 계속 지켜보았다. 테이블에 혼자 앉은 놈은 계속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먹잇감을 물색하는 중이었다.

'이상하네.'

[네? 어떤 점이 말입니까?]

'헌팅 포차라고 해도 보통 여럿이 오거든. 2명 혹은 3명씩 팀을 이뤄서. 혼자 들어온 것은 무슨 꿍꿍이일까?'

[혼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일까요?]

'흠, 여자가 이런곳에 혼자 오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텐데.'

나는 먼저 나온 맥주를 홀짝거리며 계속 놈을 주시했다. 그때 서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여자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뭐지?'

놈을 주시하며 귀를 쫑긋거리는데 화장실 입구에 서 있던 놈이 갑자기 화장실을 나온 여학생에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네? 누구세요?

화장실에서 나온 여학생이 갑작스럽게 접근한 서원을 보고 놀라 물었다.

-아까부터 쭉 지켜봤는데, 그쪽 분이 마음에 들어서요. 괜찮으시면 연락처 하나만 알려주실래요?

여학생이 서원을 힐끔거렸다.

[저런 무식한 방식이 정말 먹히는 겁니까?]

'가능은 하지.'

[처음 보는 남자가 뜬금없이 연락처를 달라고 하는데 대뜸 알려 준다고요?]

'길거리에서 저랬으면 성공률이 낮았겠지만, 여긴 헌팅 포차잖아.'

[그게 왜요?]

'여기 오는 여자애들 보면 알겠지만, 다들 한껏 꾸미고 나왔지?

처음부터 남자들한테 헌팅 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놀러 온 애들이란 뜻이야. 남자의 추파에 훨씬 오픈마인드라는 뜻이지.'

[아하.]

'그리고 서원이는 아마 첫 시도에 바로 헌팅이 성공할 거라고는 생각 안 할거야.'

[그럼요?]

'그냥 찔러보는 거야.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한 번 시도해 보는 거라고요?]

'그렇지. 저렇게 계속 헌팅을 시도하다 보면 분명 한두명 쯤 걸려들거든. 시행 횟수를 늘려 확률을 올리는 방식이랄까?'

[그렇군요.]

'물론 나라면 한 방에 성공했겠지만.]

쭈뼛거리던 여학생이 서원을 향해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죄송해요. 아무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와서 힘들 것 같아요. 재밌게 노세요.

-아닙니다. 너무 제 스타일이라···. 실례 많았습니다.

서원은 깔끔하게 물러나더니 다시 자리로 되돌아갔다.

[의외로 순순히 포기하는군요.]

'말했잖아. 그냥 찔러보기라니까.' 최대한 천천히 맥주를 마시는 동안, 서원은 계속해서 화장실에서 혼자 나오는 여성을 대상으로 헌팅을 시도했다. 그렇게 4번째 시도 중 마침내 여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왔다.

-후훗, 재밌는 분이네. 핸드폰 줘보세요.

-감사합니다.

여학생은 서원의 핸드폰을 받아들더니 자기 번호를 적어주었다.

-여기요.

-혹시 시간 되시면 저랑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지금이요? 근데 저 친구들이랑 같이 왔는데.

-어떻게 안 될까요?

서원이 계속 매달리자 여학생이 잠시 친구들이 앉은 테이블을 힐끔거리더니 서원에게 말했다.

-그러시면 먼저 밖에 나가서 기다리실래요? 친구들한테는 거짓말하고 따라 나갈게요.

-앗, 감사합니다.

즉석 헌팅에 성공한 서원이 신을 내며, 가게를 빠져나갔다.

[와, 저게 먹히다니. 4번만의 성공이군요.]

'아마 여자애가 궁했나 봐. 아니면 남자친구랑 헤어져서 홧김에 아무나 만나는 것일수도 있고.'

[근데 왜 하필 커피를 마시자고 했을까요? 바로 술 먹자고 하는 게 더 빠르지 않습니까?]

'일종의 위장 전술이지. 처음 말 건 상대가 단둘이 술 한잔 하자고 하면, 목적이 너무 뻔해 보이잖아. 그러니 안심할 수 있는 커피숍으로 데려가 이빨 좀 털면서 진도를 빼겠다는 거야.'

[그렇군요. 하긴, 최종 작업은 결국 룸으로 데려가는 거니까요.]

'나도 슬슬 움직여야겠다.'

나는 알바를 불러 생맥주 500cc에 대한 요금을 계산하고 밖으로 나왔다. 서원은 여자가 나오길 기다리며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모자 때문인지 놈은 나를 전혀 못 알아보는 눈치였다. 하긴 애초에 오늘 잠깐 스치듯 만났는데 나를 완벽히 기억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긴 하지만.

'좋아, 어디 한 번 뚝배기 깨볼까?'

마침 여자가 헌팅 포차를 나오자 서원이 매너 좋게 에스코트했다.

-그럼, 가실까요?

-저, 원래 이렇게 쉽게 허락하는 스타일 아니거든요.

-하하, 그러실 것 같아요. 저도 진짜 용기내서 들이댄 겁니다.

'웃기고 있네. 4번 연속 시도하다가 겨우 얻어걸린 주제에.'

나는 길거리를 걷고 있는 두 사람을 계속 뒤 쫓았다.

동시에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데, 순진한 여학생을 감언이설로 꼬드기는 솜씨를 보니 확실히 숙련된 픽업 아티스트 다웠다.

별것도 아닌 걸로 여자애를 쉴 새 없이 깔깔거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하여간 양아치 같은 새끼. 저렇게 이빨 털어서 순진한 여학생을 창녀로 타락시키는 거였나?'

놈들의 악행이 떠오르자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걸음을 빨리해 놈의 어깨를 일부러 부딪쳤다.

쿵-!

충격을 받았는지 놈이 몸을 비틀거렸다.

"어, 죄송요."

일부러 성의 없게 사과하자, 서원이 발끈하며 소리쳤다.

"뭐야? 갑자기 뒤에서 부딪혀놓고 말로 사과하면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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