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700화 (1,680/2,000)

1700. 빌드 업-35-

'뭐지? 작업한 애들이라고?'

도훈은 방금 룸으로 들어간 창민과 태오가 나누는 대화가 그들의 범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내용임을 직감했다. 문을 완전히 닫은 도훈이 문 옆에 바짝 붙은 채 귀를 기울였다.

본래 단란 주점의 룸은 방음이 무척 철저한 편이다. 외부에서 소음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의미도 있지만, 내부에 노래방 기기도 있는데다, 그밖의 다른 소음(?)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걸 막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안에서 노래를 부르더라도, 밖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는 편인데 도훈은 그 와중에 청력을 돋워 내부의 대화를 엿듣기 시도한 것이었다. 그는 방음 문을 간신히 뚫고 새어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증폭시켰다.

-내일 방문하기로 약속 잡아놓았습니다.

-내일? 이번엔 상당히 공을 들였군. 모두 몇명이라고?

-둘 입니다. 작업조가 작업에 성공한 애하고, 그 친구요.

-돈은 좀 있어 보여? 하긴, 없어도 상관없지. 어리고 예쁘면 그게 현찰이니.

-강남에 사는 걸 봐선, 살고 있는 아파트만 해도 십수억은 나갈 겁니다.

-좋아, 좋아. 잘하고 있군. 이번달에만 벌써 4명째인가?

도훈이 집중하여 엿듣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그를 보고 말을 걸어왔다.

"거기 서준이 아냐? 언제 돌아왔어?"

내부의 대화에 집중하느라 가까이 다가오던 준후의 걸음소리를 놓친 것이었다.

준후가 도훈에게 계속 다가오며 물었다.

"어? 너 근데 마담형 룸 앞에서 뭐하는 거야?"

두꺼운 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있는 모습은 누가봐도 수상쩍은 모습이었다. 도훈은 당황하지 않고 자세를 낮추며 바닥을 주섬거렸다.

"나오면서 동전을 떨어뜨려가지고요."

"동전?"

문에 귀를 붙이고 있다가 무릎을 굽히는 동작은 무척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준후도 더 의심하지 않았다. 도훈은 몰래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100원짜리 동전을 끄집어내더니 바닥에서 막 찾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집어들었다.

"여기있네요. 찾았어요."

"새끼, 100원 짜리를 뭘 또 줍고 그러냐? 가오 떨어지게. 나가자."

"네? 나가자뇨?"

"형이 야식 사줄게."

"아···, 네."

준후가 도훈을 데리고 호스트바 밖으로 나갔다. 50M쯤 떨어진 길가에 노점상이 있었는데, 오뎅과 떡볶이, 순대등을 파는 곳이었다.

"아까 양주 많이 마셔서 속 쓰리지? 국물로 해장이라도 해."

"네."

"이모, 여기 순대 2인분하고 떡볶이 1개만 포장이요."

주문을 마친 준후가 도훈에게 말했다.

"배 채울 때까지 마음껏 먹어도 돼. 내가 쏠게."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준후가 오뎅 꼬지를 간장 소스에 찍더니 한입에 베어 물었다.

도훈도 그 모습을 보자 시장기가 돌았는지 옆에 서서 오뎅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저녁 날씨가 슬슬 쌀쌀해지는 계절이었기 때문에, 야밤에 노점 앞에서 먹는 오뎅이 무척 맛있었다. 두 사람 앞에 오뎅 꼬지가 하나, 둘 쌓여갈 때쯤 준후가 물었다.

"맞다, 너 아까 2차 어떻게 됐어?"

"2차요?"

"왜, 우리 안에서 콩순이랑 있을 때 두 명 데리고 나갔잖아. 진짜로 셋이서 한 거야?"

준후가 노점상 이모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노점상 주인은 50대는 훌쩍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였는데, 두 사람 대화에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위치가 유흥가 쪽 직원들이 자주 들르는 곳이니 만큼,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일부러 못 들은척 하는 것 같았다. 때론 말을 아끼는 게 장사에 도움이 될 때가 있으니 말이다.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와, 그게 진짜로 가능한 거야?"

"워낙 프로들이잖아요. 자기들끼린 이미 경험이 있었나 보더라고요.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온 것 같은데, 제가 운좋게 뽑힌 것 같아요."

도훈이 일부러 겸양을 떨었다. 마치 여자들이 처음부터 2:1을 원해서 그를 선택해 데리고 나간 것처럼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아하, 그런 거구나. 난 또 네가 두 사람을 동시에 꼬신 줄 알았잖아."

"설마요."

"그래도 대단하다. 나라면 한 명도 제대로 못 버텼을 듯."

"형도 잘하시던데요?"

도훈이 일부러 준후를 추켜 올렸다. 준후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아니야. 오늘은 좀 운이 좋았어. 콩순이가 평소랑 달랐거든."

"평소랑 다르다뇨?"

"걔가 원래 룸에서 하는 걸 좋아하긴 하는데, 그렇게 막 고분고 분한 타입은 아니란 말이야? 근데 오늘은 너도 봤겠지만···."

준후가 계속 말하다 다른 손님들의 눈치를 보더니 말을 아꼈다.

"암튼 진짜 오늘 제대로 복수 해줬다."

"하하, 다행이네요."

"그래, 사양말고 많이 먹어. 오늘은 형이 쏘는 거니까."

"근데 분식은 왜 포장해 가시는 거예요? 한결이 형 거예요?"

"아니. 한결이 형은 피곤하다고 아까 퇴근했어. 그것 좀 했다고 허리 쑤신다잖아. 내가 볼 땐 또 노름하러 간 것 같긴 하지만."

"아, 그럼 이건···."

"휘겸이가 저녁을 안 먹었다고 사다달래 더라고."

"휘겸이요? 혹시 선수예요?"

"맞다. 너도 좀 있다 소개시켜줘야 겠네. 휘겸이라고 우리 가게 에이스야."

"아, 에이스."

"걔도 너처럼 엄청 잘 생겼어. 딱 보면 왜 그런 애가 연얘인 데뷔안하고 호빠에 있나 싶을 걸?"

"그 정도예요?"

"응. 다 먹었으면 같이 가볼래?"

포장 음식을 받은 준후가 도훈에게 제안했다.

도훈은 원래 집으로 바로 귀가하려고 했지만, 가게에 있는 선수들을 미리 파악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휘겸이라는 에이스 뿐만 아니라, 아까 태오와 있을 때 교차한 창민이라는 이름의 선수도 궁금했다.

"맞다. 아까 마담 형이랑 같이 있을 때 창민이란 분하고 인사했는데."

"창민이형도 벌써 만났어?"

"네."

"창민이 형은 올해 스물 여섯이야. 덩치 엄청 좋지?"

"그렇더라고요."

"그 형 원래 운동 해서 그래."

"운동이요?"

"내가 알기론 야구 선수 출신이라더라. 사회인 야구 말고 진짜 선출."

"근데 왜?"

"왜 호빠 선수하고 있냐고? 뻔하지. 고3때 부상을 크게 입어서 드레프트 참가를 못 해서 어쩔 수 없이 야구부 있는 대학에 진학했나봐. 하필 그때 여자를 알아가지고···. 크크크. 뒤늦게 자기 적성을 찾은 거지."

"야구선수보다 호빠선수가 적성인 거예요?"

다시 가게 입구로 돌아온 준후가 자연스럽게 담배를 꺼내 물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형이 진짜, 정력 하나는 끝내주거든. 예전에 같이 술먹으면서 말해줬는데, 하룻밤만에 5명까지 따먹은 적도 있었데."

"아···."

[주인님에겐 아무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5명가지고 허세는. 10명도 쌉가능이지.'

[하긴 그래도 일반인치고는 상당한 정력이긴 하군요.]

"그리고 창민이형이 너처럼 엄청 대물이거든."

"대물이요?"

"어. 진짜 꼴린 거 한번 본적 있는데 장난 아니더라. 너 몇센티냐?"

"키요?"

"에이, 키겠냐. 거기 얼마나 크냐고."

"글쎄 정확히 안 재봐서···."

[18cm 아닙니까?]

'상대방 크기도 모르는데 먼저 알려줄 필요가 있나.'

[패를 숨기시는 거군요.]

"그 형은 자기 말론 20cm 라더라고. 줄자로 한 번 재봤데."

"아···."

[오, 주인님보다 큰 사람은 처음 보는것 같습니다.]

'나도 늘리면 24cm거든? 그리고 저번에 제주도에서 만난 애도 나보다 길었지.'

"더 놀라운 게 뭔지 아냐? 그 와중에 다마까지 박았잖아. 그것도 해바라기로. 해바라기 알지? 한바퀴 쭉 둘러서."

"해바라기···. 와,"

"그래서 그형 별명이 대왕 해바라기야. 진짜 무슨 방망이 하나 밑에 달고 다니는 것 같다니까?"

"듣고보니 적성이 이쪽이긴 했네요."

"그치? 야구 빠따보다, 좆 빠따가 타율이 더 좋으니 뭐. 근데 그형은 좀 조심해야 해."

"왜요?"

"야구할 때도 성격이 지랄맞았다고 하더라고. 여자 문제도 있었지만, 대학 야구부 시절에 폭행 사건에 휘말려서 그만 뒀다고 들었거든. 그러다 결국 호빠까지 흘러들어 온거고. 그냥 자기 기분 나쁘면 가끔씩 욱해서 손찌검을 하는데, 덩치가 워낙 좋으니까 아무도 못 말려."

"음."

"물론 거슬리는 행동만 안하면 막 사람을 일부러 괴롭히는 타입은 아니야. 지가 아무리 싸움좀 한다고 해봐야 일반인이잖아.

우리 가게 뒷배 봐주는 조폭들한텐 어림 없지. 여기선 함부로 폭력 쓰고 그러면 바로 처맞는 거야."

[왠지 주인님하고 부딪힐 거 같군요.]

'부딪히면 걔는 나한테 죽어.'

[폭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일단 내가 선빵 날리는 일은 없겠지만, 거슬리면 진짜 좆몽둥이를 부러뜨려버릴 생각이야. 아까 잠깐 마주쳤는데도 어쩐지 재수가 없더라니.'

[설마 주인님보다 물건이 커서 질투하는 건 아니시죠?]

'뭔 소리야? 초대물 진화 하면 30cm도 가능한데. 고작 20 가지고.'

"담배 다 폈으면 들어가자. 휘겸이 소개시켜 줄게. 우리 가게 에이스 알아두면 너한테도 좋을 거야."

"혹시 그분은 몇 살인가요?"

"휘겸이? 나랑 동갑."

두 사람이 선수 대기실에 들어가자 청자켓에 청바지를 입은 청년이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휘겸아. 저녁 사왔다."

"오, 땡큐땡큐."

거울 앞에 앉아있던 휘겸이 의자를 빙그르르 돌리더니 도훈을 보고 물었다.

"어, 너구나? 새로 왔다는 신참."

"저 아세요?"

"당연하지. 잘생겼다고 벌써 웨이터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하던데?"

휘겸은 청청 패션을 했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패션리더처럼 멋지게 소화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 진짜 잘생겼는데요?]

'좀 생기긴 했네.'

[확실히 호빠 에이스급 정도 되니까 주인님하고 비교해도 꿀리 지가 않는 군요.]

'좆까. 남자는 힘이지. 얼굴만 허여멀건 해가지고는.' 휘겸은 180정도의 키에, 호리호리하게 잘 빠진 미남이었다.

피부색의 유난히 희고, 눈썹이 짙어 더욱 대비되어 보였다.

특히 패션 감각이 남달랐는데, 비율이 좋다보니 아무거나 걸쳐도 모델처럼 보였다.

"반가워. 난 휘겸이라고 해. 본명은 김동출. 존나 웃기지?"

"···예?"

"넌 뭐하러 본명까지 얘기하냐? 쪽팔리게."

"뭐 어때? 그게 내 원래 이름인데. 넌 서준이 맞지? 하서준."

"네."

휘겸은 도훈을 위에서 아래부터 쭉 훑어보더니 감탄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와, 진짜 마담 형이 얘기한 그대로네. 완전 물건이야."

"휘겸아. 이 새끼 좆도 커."

"진짜? 하여간 있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휘겸은 처음보는대도 넉살 좋게 대화를 이어갔다. 미남 특유의 넘치는 자신감과,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유머 감각도 겸비하고 있었다. 도훈은 자신 앞에서도 전혀 꿀리지 않는 당당한 태도에 감명받았다.

'확실히 에이스라 불릴만 하네. 어지간한 여자들은 정신도 못차리겠는데?'

[그 정돈가요?]

'일단 성격이 밝잖아. 얼굴값 하는 다른 애들처럼 싸가지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말투도 나긋나긋한 호감형이고.'

[주인님이 인정하는 사내는 오랜만에 보는 군요.]

'호빠라도 능력자는 있기 마련이니까. 저런 외모에 성격이면 무슨 일을 했어도 잘 했을 거야.'

"뭐래. 휘겸이 너도 잘하면서. 휘겸이가 겉으론 비리비리해 보여도, 운동 졸라 열심히 한다."

"에이, 서준이에 비하면 쪽팔리니까 그만해. 잘 됐다. 서준이 너도 야식 같이 먹자. 혼자 먹으면 심심한데."

"아, 네."

"준후도 고마워. 저녁 사다줘서."

"니가 준돈인데 뭘. 거스름 돈 줄까?"

"아냐. 너 가져."

알고보니 준후는 휘겸의 돈으로 야식을 사온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쏜다고 생색을 냈던 것. 도훈은 역시 준후답다고 생각했다.

"그래, 호구조사 좀 해볼까? 서준이는 올해 몇살이야?"

"스물 셋이요."

"난 준후랑 동갑이야. 스물 다섯. 나이 차이 별로 안나니까 편하게 형이라고 불러. 말 놔도 상관없고."

"아니에요, 형."

"넌 근데 뭐하러 왔어?"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던 휘겸이 도훈에게 물었다.

도훈이 뜨끔하며 대답을 못하자 휘겸이 먼저 말했다.

"난 여자가 좋아서 왔어."

"여자가 좋아서요?"

"응. 내가 생긴건 순진하게 생겼는데 사실 존나 밝히거든. 여기서 일하면 여자들이랑 실컷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헐, 미친놈인가? 섹스가 좋아서 호빠 일을 한다고?'

[그거 완전 주인님 아닙니까?]

"농담 같지만 진심이야. 그래서 나는 여자애들 얼굴보고 내가 초이스하잖아."

"참나, 호빠 선수가 손님을 가려 받는다네. 에이스가 그래도 돼?"

준후가 옆에서 핀잔하듯 말했다. 진상 전담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모든 여자를 다 받아야 하는 그에 비해, 여자 손님을 골라 받는 휘겸이 몹시 부럽다는 표정이었다.

"에이스는 우리집 침대 메이컨데?"

"저는 그냥 돈 벌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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