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99화 (1,679/2,000)

1699. 빌드 업-34-

* * *

"어째, 즐거운 시간 보내셨습니까 누님들?"

도훈과 질펀한 스리섬을 마무리한 수경과 라희가 건물 1층으로 내려오자, 전담 웨이터였던 찬호가 곧바로 달라붙었다. 눈칫밥으로 먹고 사는 웨이터가 돈 냄새를 맡은 것이다.

"최고였어."

"새로 온 선수 진짜 끝내주더라."

"다행입니다. 두 분 이서 동시에 저희 서준이 형님 머리를 올려 주셨군요."

"호호, 머리라니? 초보도 아니던데 뭘?"

"하긴 이 가게에선 처음이니까."

"택시 잡아드릴까요? 같이 오신 예빈 누님은 1시간 전에 먼저 가셨습니다."

"그럼 고맙지."

찬호가 높이 손을 쳐들자, 반대편 차선에서 대기하고 있던 택시 한 대가 재빨리 U턴 해왔다. 찬호는 차량 문까지 열어주며 두 사람을 극진히 배웅했다. 원래 접대한 호스트가 직접 배웅하는 게 맞았지만, 도훈이 안 따라 나왔기 때문에 전담 웨이터인 찬호가 대신한 것이었다.

뒤늦게 차에 오르던 라희가 갑자기 백에서 지갑을 꺼내 열더니 오만원 두 장을 찬호에게 건넸다.

"기분이다, 팁 해."

"아앗, 누님들 감사합니다."

"감사는 내 쪽에서 해야지. 다음에 또 서준이 보러 올테니까 잘부탁해."

"나두."

찬호가 허리를 90도 숙이며 한 번 더 감사를 표했다.

"언제든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입구에서 웨이터 박찬호만 찾아 주십쇼!"

"풉-. 무슨 나이트 삐끼 같잖아."

"빠잉. 서준이 만나면 잠든 것 같아서 우리 먼저 갔다고 전해줘."

"넵!"

찬호는 택시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허리를 펴지 않았다. 룸미러를 통해 뒤를 확인하는 손님까지 계산한 움직임이었다.

한참 뒤 허리를 편 찬호가 담배를 입에 물며 베스트 포켓 안에 팁 10만원을 챙겼다.

'와, 뭐지? 서준이 형님은 배웅도 못 나올 정도로 시달린 건가?

하긴 쩜오 둘한테 당했으면 좆뿌리가 뽑혔을지도?'

찬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담배 한대만."

고개를 돌려보니 막 모텔방에서 씻고 나온 모습의 도훈이 보였다.

"엇? 형님. 괜찮으십니까?"

"혹시 방금 내려온 여자 두명 못 봤어?"

"마침 제가 택시 불러 배웅해 드렸습니다."

"아···.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

"괜찮으십니까?"

찬호가 담배를 건네며 물었다. 기진맥진해서 뻗어 있을 줄 알았던 도훈은 의외로 멀쩡한 얼굴이었다. 오히려 막 샤워를 하고 나와서 그런지 얼굴에선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안 괜찮을 건 또 뭐야?"

"아니···. 방금 돌아가신 누님들께서 형님이 방에서 기절했다고 해서요."

"기절은 무슨. 찝찝해서 씻고 나오려고 자는 척했던 거야. 근데 벌써 가버렸을 줄은 몰랐네."

"아하. 근데 정말 대단하셨나 봅니다. 기분이 무척 좋았던지 누님들이 저한테 팁까지 두둑이 꽂아 주시더라고요."

"팁? 나도 주던데?"

"에엣? 형님도요? 형님 2차비는 이미 결제되었는데요?"

"근데 그걸 카드로도 받아?"

"당연히 내역서에는 2차 비용이라고 표시되진 않습니다. TC에 들어가는데, 양주5번이라고 되어 있으면 그게 2차비거든요."

"가격이 얼만데? 내가 처음이라 잘 몰라서."

"대실비는 5만원으로 따로 계산되고, 양주5번의 비용은 25만 원입니다."

"2차가 25만원이야 그럼?"

"네. 매니저님이 이리저리 떼고 나면 15가 형님 몫입니다."

"헐. 생각보다 짜네."

도훈은 자신의 화대가 고작 15만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 그게 실은···."

찬호가 시간이 남는지 도훈에게 이것저것 설명했다.

"형님께는 좀 죄송하지만, 이것도 급 차이가 있습니다."

"급 차이라니?"

"저희 가게에서 에이스로 꼽히는 3분은 양주1번으로 들어가거든요."

"그건 얼마야?"

"60만원입니다."

"헐. 무슨 3배 가까이 받아?"

"그리고 에이스 바로 밑은 양주3번으로 계산되는데 40이고요."

"그것도 거의 두 배네?"

"네. 아무래도 형님이랑 함께 들어갔던 한결 형님과 준후 형님이 제일 낮은 등급이라서 그렇게 계산된 것 같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화류계 여성들도 자기들끼리 등급을 나누어 텐프로니 쩜오니, 노래방 보도니 해서 급 차이를 두는 것처럼 호빠 선수들도 나름의 등급이 있었다. 바로 이런 등급 차로 인해 같은 섹스를 해도 화대가 2배, 3배씩 휙휙 벌어지는 것이다.

사실 다른 호빠에서는 2차 비를 현장에서 별도로 계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선수를 고용하고 돌리는 업장에선 손해를 보기 때문에 최대한 돈을 뽑아먹기 위해 이런 방식을 택하는 것이었다. 특히나 풀살롱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은 모텔비까지 별도로 챙기며 이윤을 극대화했다.

'2차 비를 미리 계산했는데 나한테 따로 팁을 주고 간 거구나.'

도훈은 두 사람이 마지막에 현금으로 꽂아 준 30만원이 생각보다 큰 금액이었음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래도 형님은 2차비라도 챙기셨죠. 한결 형님하고 준후 형님은 TC 2시간에 양주 세트 값만 계산됐고, 거기에 수수료 떼고 들어간 인원 셋으로 나누면 시간당 5만원도 못 버셨을 겁니다."

"시간당 5만원?"

"네. 그래도 시급 5만원이면 쏠쏠하죠. 하루에 2~3테블이 씩 5~6시간만 뛰면 최대 20~30만원까지 번다는 소리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또 적진 않네?"

"물론 공치는 날도 있고, 진상 중엔 술 제일 싼 거 시켜놓고 테이블값만 계산하는 경우도 있으니 매일 그렇게까진 못 법니다. 그래도 저처럼 삐끼에 웨이터 뛰는 것보다야 낫죠. 저흰 기본급이 최저 시급 밑이거든요."

"최저보다 낮다고? 그럼 뭘로 돈 벌어?"

"호객 성공하면 받는 리베이트랑, 가끔 손님들이 주시는 팁으로 먹고삽니다."

"그럴 바엔 호빠 선수가 낫지 않나? 웨이터보다는."

도훈이 무심결에 한 말에 찬호가 펄쩍 뛰었다.

"에이, 저같은 게 무슨 선숩니까. 와꾸가 이 모양인데요."

하지만 도훈은 의문이 들었다.

'준후도 딱히 잘생겼다고 보긴 어려운데? 또 예전에 일했던 곳에선 빻은 얼굴로도 얼마든지 선수 뛰는 애들도 있었고 말이야.'

"그래도 해볼 순 있잖아?"

"저희 가게는 수질 관리가 빡센 편이라 힘들거고, 뭐 하빠리 잔뜩 모아서 허수아비 세우는 가게면 가능은 하겠죠."

"허수아비라니?"

"초이스 3~4번씩 박스 단위로 들이붓는 곳에 들러리 서는 애들을 허수아비라고 부릅니다. 에이스는 한 두명 껴있고, 대부분은 와꾸도 평범하고, 특기도 별로 없는 선수들을 쪽수만 채우려고 밀어 넣거든요."

"아, 그래서 허수아비?"

"네. 허수아비들은 런웨이 나가듯 초이스만 수십번 씩 드나들다가 결국 선택도 못 받고 하루 공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선수들이 모두 서준이 형님처럼 잘나가는 건 아니니까요."

"아니 나는 그런 뜻은 아니라···."

"괜찮습니다. 사람이 분수를 알아야죠. 공치는 선수보다야 웨이터가 훨씬 안정적이거든요. 저는 딱 적성에 맞더라고요."

찬호가 자조적으로 얘기하더니 뭔가 생각난 것처럼 도훈에게 말했다.

"아참, 아까 매니저님이 일 끝나면 사무실에 잠시 들르라고 했는데 제가 깜빡했네요."

"매니저? 마담 형님?"

"네. 저희들한테는 꼭 매니저라고 부르라고 하셔서. 암튼 시간 날 때 잠시 들르시랍니다."

"알았어. 지금 가볼게."

도훈은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 조태오의 사무실로 향했다.

똑똑-

"하서준입니다."

"어, 들어와."

도훈이 룸으로 들어가자 새끼마담 조태오가 두 팔을 벌려 그를 환영했다.

"수고했어. 첫날부터 아주 날렸다면서?"

"네?"

"같이 들어간 한결이랑 준후가 서준이 너에 대해 아주 극찬을 하더라고. 근본 있는 선수라면서."

"아···. 감사합니다. 운이 좋아서 첫날부터 메이드가 됐습니다."

"겸손하기까지."

"근데 절 찾으셨다고."

"어, 다름이 아니고. 오늘 TC랑 2차비 정산 말인데···."

"찬호한테 대충 설명 들었습니다."

"그래? 내가 그럼 더 설명해줄 필욘 없겠군. 우리 호스트빠는 참고로 주급제야. 정확히 일주일 분을 모아서 정산이 들어갈 거야. 그러니까 다음주가 주급날이라는 뜻이지."

"네. 알겠습니다."

태오가 뭔가 생각난 듯 더 말했다.

"아, 그리고."

"네?"

"이런 말 해서 미안하지만, 우리 가게도 나름 세금 내고 장사하는 곳이란 말이지."

"네."

"그러다 보니 가끔 경찰들이 단속 올 때도 있고, 이런저런 문제 때문에 피고용인에 대한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어."

"아."

"물론 형식적인 거야. 그래도 기본적인 사항은 알아야 하니까. 혹시 또 모르잖아? 만에 하나 범죄자를 고용하면 가게 입장이 무척 곤란해지니까."

[빙빙 둘러 말하는게 뭔가 꿍꿍이속이 있는 것 같군요.]

'그런 것 같아. 로시, 마음의 소리 켜.'

[넵.]

"그래서 말인데, 내일 출근할 때 휴학했다는 대학의 재학증명서랑, 가족관계부 증명서 발급해 올 수 있겠어? 아, 그리고 건강검진 진단서도."

"재학증명서랑 가족관계부, 건강진단서 말씀이시죠?"

"어어. 요샌 온라인으로 다 뗄 수 있으니 금방 발급 될 거야. 채 용검사는 가까운 병원 가면 될 거고. "

"네, 알겠습니다."

{만에 하나 나한테 속인 게 있으면 절대 무사하지 못 할 거야. 우리가 그렇게 허술하게 일하는 곳이 아니거든.}

태오의 속마음을 읽은 도훈은 그가 자신의 신원을 확인하려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우의 소개만으로는 확신을 못 한 모양이군.'

[이제 어쩌시렵니까? 가뜩이나 맨얼굴로 다녀서 신원이 노출되면 위험할 텐데요.]

'조작하면 그만이지.'

[공문서를 조작한다고요?]

'알게 뭐야? 지들이 무슨 경찰도 아니고 내가 조작하면 무슨 수로 찾을 건데?'

[아하. 그런 방법이.]

'그렇지. 아마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을 찾는 거나 마찬가질 거야.'

아무 의심 없이 대답하는 도훈을 향해 태오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덧붙였다.

"혹시 기분 상한 거 아니지?"

"아닙니다. 당연한 절찬데요."

"그래, 이해해 줘서 고마워. 시우 소개로 왔으니 당연히 신원은 확실하겠지만, 또 업장을 관리하는 입장에선 조심스러울수밖에 없는 부분이거든. 우리 가게 이야기는 아니고, 예전에 다른 호빠에서 선수 한 명을 뽑았는데, 그놈이 하필 에이즈 보균자라서 지역 전체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거든."

"아, 그런 일이···.."

"막말로 경찰들이 여기가 불법 성매매하는 걸 몰라서 안 잡는 건 아니거든. 선만 적당히 지키면 알음알음 넘어가 준단 말이지.

근데 에이즈가 퍼지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야. 그땐 경찰 빽이고 지랄이고 아주 작살 난다고 봐야지."

"네, 알겠습니다. 문제없습니다."

"그래. 오늘 더 뛰다 갈 건가? 새벽 3시 정도면 한 팀 정도 더 초이스 받을 것 같은데."

"혹시 근퇴가 정해져 있나요 여긴?"

"꼭 그건 아니야. 저녁 8시에 오픈하면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가 피크 타임이고 5시에 마감이야. 선수들은 마감 전에 말하고 퇴근해도 상관없고."

"네. 그럼 저는 첫날이기도 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그래. 듣기론 무리 좀 한 것 같은데, 집에 가서 푹 쉬라고."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은 어디야?"

"택시 타면 20분 거립니다."

"여기, 택시비라도 해."

태오가 갑자기 5만원권을 내밀었다.

도훈은 무슨 속셈인지 몰랐으나, 사양하는 것이 오히려 의심을 살 것 같았다.

"아···. 안 주셔도 되는데."

"첫날이니까 챙겨주는 거야. 내일부터 얄짤 없어. 그래도 주급 받을 때까지 교통비는 있어야지."

"감사합니다."

"그래. 수고 많았어. 가봐."

"네, 형님."

도훈이 꾸벅 고개를 숙이고 룸을 나오는데, 누군가 노크를 하더니 밖에서 말했다.

"태오 형, 나 왔어."

"어, 창민이냐? 들어와."

도훈은 룸을 나가던 중 창민이라는 선수와 마주쳤다. 호빠 선수치고는 덩치가 상당했는데, 얼굴도 쾌남으로 생긴 상남자 스타일이었다.

창민은 입구에서 마주친 도훈을 보더니 태오에게 대신 물었다.

"이 친군 뭐예요?"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새로 일하게 된 하서준이라고 합니다."

태오가 설명을 덧붙였다.

"어, 서로들 인사해. 저쪽은 우리 가게 에이스 창민이. 그리고 이쪽은 이야기 들었겠지만, 시우 소개로 대타 뛰는 막내 서준이."

"아, 네가 시우가 소개했다는 걔구나? 잘생겼는데?"

"감사합니다."

"대답 하난 씩씩하네. 운동 좀 했냐? 몸 좀 좋아 보인다?"

창민은 덩치가 비슷한 도훈이 신기한지 계속 입구에 서서 말을 걸었다. 그때 태오가 그를 불렀다.

"통성명은 나중에 하고, 얼른 들어와봐. 긴히 할 얘기 있어서 불렀으니까."

"알았어요. 만나서 반가웠다 서준아. 다음에 또 보자."

"넵."

도훈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방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룸 안에서 태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 작업한 애들은 어떻게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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