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5. 빌드 업-30-
"네."
후배위 자세로 엎드려 있던 콩순이 군소리 없이 한결의 잦이를 물고 빨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도 한결이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이게 되네? 갑자기 왜 이래?"
"모르죠. 취향이 바뀌었나? 형 소파 위로 한 번 올라와 볼래요?"
"위로?"
"네."
한결은 준후가 시키는 대로 소파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사이 준후가 콩순의 뒤를 잡더니 갑자기 뒤치기를 시작했다.
퍽퍽!
앞뒤로 따이게 된 콩순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헐떡거렸다. 준 후가 박아서 앞으로 밀면 한결의 잦이가 입으로 들어왔다. 톱니처럼 아귀가 딱딱 맞으며 무한의 궤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우, 근데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
"몰라요. 지가 대준다는데 우리야 신나게 따먹으면 그만이죠."
흥이 오른 준후가 사정없이 콩순이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찰싹-찰싹-!
"아싸, 타격감 좋고!"
고삐가 풀린 준후의 행동에 한결도 덩달아 동조하여 콩순의 머리채를 잡아끌었다. 눈이 완전히 풀린 콩순이는 평소와 달리 엄청 순종적이었다. 마치 영혼이 가출한 표정이었다.
"더 깊게 빨아, 이년아!"
"우욱!"
두 사람은 순한 양처럼 변한 콩순을 두고 앞뒤로 뚫으며 신나게 즐겼다.
평소 업보가 쌓여있던 콩순이 사정없이 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친구인 라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콩순이, 도훈에게 관심을 끊고 쩌리들을 안고 자폭한 게 즐겁다는 반응이었다.
'예빈이 저 미친년, 뭘 잘못 먹었나? 하여간 어딜가나 또라이 티를 내요.'
"하아, 하아-. 우리도 슬슬 시작할까?"
옆에서 벌어진 스리섬에 몸이 단 라희가 도훈에게 말했다.
"네."
도훈이 소파에 누운 라희의 봊이에 박아넣으려던 순간, 화장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수경이 달려오더니 다짜고짜 도훈의 잦이를 공중에서 붙들었다.
"엇!"
봊이에 박히려던 대물이 난데없는 훼방에 허공에서 멈췄다.
귀두가 구멍에 닿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멈춰!"
"뭐, 뭐야?"
라희가 놀라 소리쳤다. 도훈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주춤하고 말았다. 수경이 달려오는 줄은 알았으나, 설마 좆질을 중단시킬 줄이야. 이건 상상도 못 했던 경우였다.
"아이씨, 이게 갑자기 뭐하는 짓인데?"
라희가 빡쳐서 소리쳤다.
"서준인 내가 데리고 나갈 거야."
"뭐라고?"
수경이 도훈의 잦이를 바통처럼 붙잡은 채 계속 말했다.
"하지 말라고. 내 거니까."
"무슨 개소리야? 나랑 파트넌데? 넌 네 파트너한테나 가!"
도훈의 대물을 받아낼 생각에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라희가 빼액 소리쳤다. 수경도 지지 않았다.
"나 파트너 없어."
"그게 무슨 소리야?"
"저길 보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고개를 들어보니 예빈이 두 명의 선수에게 앞뒤로 따먹히는 중이었다. 원래 파트너였던 한결이 예빈에게 붙었다는 소리. 여자 한 명에 남자 둘이 붙었으니, 남은 남자 한 명을 두고 다툴 수밖에 없었다.
"니 파트너 뺏긴 걸 왜 나한테 지랄인데? 그게 내 책임이야?"
"뺏기다니? 내 파트너는 아까부터 서준이었어!"
"웃기고 있네? 파트너 바뀐 지가 언젠데?"
"누구 맘대로? 니가 서준이랑 하려고 맘대로 바꿨지."
"너 진짜 이런 식으로 나올 거야?"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싸울 것처럼 으르릉거렸다.
중간에 잦이를 붙들린 도훈만 난감했다. 이거야말로 빼도 박도 못할 상황 아닌가? 아니 박지도 못했으니 더 억울했다.
'아니 이게 무슨 병신같은 상황이람?'
[두 사람이 주인님을 놓고 싸움이 난 것 같군요.]
'싸울 거면 자기들끼리 쇼부 칠 것이지, 중간에 나만 이게 뭐냐고. 고삐 잡힌 소도 아니고.'
[아무래도 주인님이 선택을 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결정하시죠. 수경양인가요, 라희양인가요?]
'내가 한 명을 편들면, 나머지 한 명이 나를 원수처럼 여길 거 같은데.'
[그야 당연하죠.]
'괜히 마담인 조태오의 귀에 불만이라도 들어가면···.'
도훈이 지금 손님 접대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조태오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작업조에 합류하기 위함이었다. 작업조에 들어가야 범죄 행위를 녹화할 수 있고, 이들의 범죄를 낱낱이 까발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양자택일은, 무조건 한 쪽을 적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안 되겠다. 전가의 보도를 꺼내는 수밖에.'
[전가의 보도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었을 때 가장 현명한 대답 말이야.'
[그게 뭐죠?]
'정답은, 둘 다 좋다야.'
"잠시만요."
"뭐야?"
"우리 아직 얘기 안 끝났으니까 끝나고 얘기해."
"제가 지금 중간에 낀 상황이라 몹시 난감한데 이것부터 놓고 얘기하시면 안 될까요?"
"아, 앗! 미안. 고의가 아니었어."
수경이 그제야 대물을 놓았다.
도훈이 자세를 바로 하더니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좋은 기분으로 우리 가게 놀러 오셨는데, 두 분이서 싸우면 제 입장만 난처해지거든요."
"그러면 서준이 네가 확실하게 한 명을 선택해."
"맞아. 나야 라희야?"
"아니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도훈이 색다른 중재안을 제시했다.
"어떻게?"
"일단, 여기는 장소가 좀 그러니 2차로 옮기는 거죠."
"2차?"
"모텔비라면 내가 낼게."
"됐어. 너만 돈 있니? 누굴 거지로 아나. 내가 낼 거야."
"싸우지 말고 제 말 좀 더 들어보세요."
도훈이 사정사정하며 두 사람을 설득했다.
"텔비를 누가 내든 상관없는데 일단 2차로 장소를 옮기는 건 동의하시죠? 여긴 저 셋이서 놀라고 하고."
도훈이 스리섬을 펼치고 있는 콩순이 등등을 가리켰다. 사실 동물의 왕국도 아니고, 룸에서 여럿이 동시에 떡치는 것은 라희나 수경도 별로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설사 자신이 접대를 하러 들어갔다고 해도, 피치 못할 상황이 아니면 룸떡은 대부분 거부하는 편이었다.
"좋아. 모텔로 옮긴다고 쳐.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설마 가서 한 명을 고르겠다는 건 아니겠지? 거기서 탈락하는 게 더 억울할 것 같은데?"
"아뇨. 제가 둘 다 한번 커버해 보겠습니다."
"우리 둘을?"
"지금 스리섬 제안하는 거야? 우리한테?"
도훈의 제안에 수경과 라희가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른바 2:1 플레이.
수경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하-. 너 지금 우리 무시하니?"
"서준아. 네가 잘 몰라서 그러나 본데, 우리도 매일 2차 뛰는 누나들이야. 너 혼자선 감당 못 할 텐데?"
"제가 하면 어쩌시려고요?"
"뭐?"
"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네. 저보고 둘 중 한 사람을 고르라는 건 너무나 고통스러운 선택이에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제가 둘 다 동시에 상대해 드리겠다는 거죠."
"하-. 참나. 무슨 이런···."
어처구니없는 제안이었지만, 가능만 하다면 최선일 수 있는 옵션이었다. 라희가 먼저 수긍했다.
"좋아. 난 찬성. 여기서 답도 안 나오는 싸움 계속하느니 그냥 서준이 말대로 하자. 이렇게 아무것도 못하느니."
"진심이야? 너랑 나랑 스리섬을 하자고?"
"왜? 비교될까 봐 자신 없나 보지?"
"웃기고 있네. 니가 비교되겠지. 서준아, 그럼 하나만 약속해."
"네."
"우리 둘 다 동시에 해보고 누가 더 맛있는지 꼭 말해주기. 그래서 진 쪽이 2차비를 싹 다 계산하는 걸로."
"콜!"
"나도 콜이야!"
갑자기 경쟁이 붙은 두 사람이 서로 콜을 날렸다.
도훈이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일단 옷 좀 다시 입고 웨이터 부를게요. 어차피 저긴 지금 정신없는 것 같으니까."
도훈과 라희가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사이 수경도 짐을 챙겼다.
그 와중에 콩순이는 위아래로 샌드위치를 당하는 중이었다.
한결이 맨바닥에 누워 있고, 그 위에 콩순이 포개졌으며, 말타기를 하는 콩순이의 후장을 준후가 뚫고 있었다. 이른바, 이차선 동시 개통.
도훈이 스리섬에 한창인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
"형님들, 재미보고 가세요. 전 2차 나갈게요."
"헉헉, 그래! 막내야."
"잘하고 와!"
복수심에 불타는 한결과 준후는 도훈이 2차를 나가건 말건, 두 여자와 함께 나가건 말건 관심도 없어 보였다. 웨이터 찬호를 부른 도훈이 문이 열리자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지금 2차 나갈 건데, 방 좀 잡아줄 수 있어?"
"네 형님. 매니저님께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마워."
"근데 2차 비용은 선결제인데."
"이걸로 긁어."
수경이 나서서 카드를 내밀었다.
"넵. 그럼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찬호가 후다닥 달려가자, 수경이 라희에게 말했다.
"일단 내 돈으로 결제할게. 대신 네가 지면 나중에 나한테 현금으로 갚아."
"누가 떼먹니? 후회나 하지나 마."
"누가 할 소릴?"
잠시 후 계산을 마친 찬호가 다시 문을 열고 도훈에게 방 호수를 알려왔다. 이곳 호빠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이 단란주점 형태로 운영되었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 모텔로 바로 연결된 이른바 풀살롱 방식이었다. 물론 사업자는 바지사장을 내세웠기 때문에, 다른 두 개의 업종이 우연히 같은 건물에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주인은 한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방 번호는 304호입니다. 룸 왼쪽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그대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고마워."
"근데 주대는···."
"안에 아직 한결이 형이랑 준후 형 있어. 지금 신나게 즐기는 중이니까 방해하지 말고."
"아하, 넵. 즐거운 시간 되십쇼."
방키를 건네받은 도훈이 수경에게 신용카드를 돌려주며 말했다.
"저희 304호래요. 위로 올라가시면 될 것 같아요."
"얼른 나가자. 쟤들 짐승 같아서 더는 못 봐주겠다."
"예빈이 저렇게 안 봤는데···. 완전 변태잖아?"
세 사람은 룸을 떠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304호로 향했다.
방으로 올라온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벗었다.
마치 먼저 벗는 사람이 도훈과 떡을 치기로 한 것처럼 경쟁적이었다.
도훈이 과열된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잠시만요. 담배 한 대씩만 피우고 시작해도 될까요?"
"같이 피자 그럼."
"그러든가."
나체가 된 세 사람은 침대에 둘러앉아 담배를 나눠 피웠다.
도훈의 급작스러운 중재안을 받아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막상 모텔방에 홀딱 벗은 세 남녀가 둘러앉아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호빠에 놀러 올 때만 해도 전혀 상상하던 그림이 아니었다.
"후-. 내가 살다 살다 수경이랑 너랑 스리섬을 다 해본다."
"누가 할 소릴? 난 어렸을 때 말곤 근래들어 해본 적도 없다고."
"해보긴 했나 보네?"
"라희 넌 안 해봤어?"
"스리섬 뿐이야? 난 갱뱅도 당해봤어."
"자랑이다 이년아."
"내가 좋아서 한 건데 뭐? 설마 강간이라도 당했을까 봐?"
또다시 티격태격 말싸움이 시작되자 도훈이 중간에 나서서 말했다.
"누님들. 아니 그냥 말 서로 편하게 할까요?"
"난 이미 말 텄잖아."
"그럼 나도 틀게."
"시원시원해서 좋네. 근데 나 하나 궁금한 거 있어."
도훈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뭔데?"
"콩순이 누나는 원래 저렇게 놀아?"
"콩순이가 누구야?"
"아, 예빈이?"
"예빈이가 콩순이야?"
"그런 것 같은데?"
"사실 나도 오늘 처음 들었는데, 맨날 룸에서 콩 깐다고 콩순이라고 부른다는데? 형들이 알려줬어."
"푸하하.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별명하나 잘 어울리네."
"예빈이가 원래 지저분하게 놀긴 해. 호빠만 오면 선수들을 쥐잡듯이한다니까? 자기가 평소에 당한 거 다 쏟아내는 것처럼."
"그러니까 남자애들이 싫어하지. 예빈이랑 같이 놀러 가면 항상 진상을 부려대서 어지간한 가게는 다 뺀지먹었어."
"그럼 여긴 어떻게?"
수경이 뭔가 사연을 아는지 설명했다.
"여기 마담 오빠랑 예빈이랑 옛날부터 아는 사이일걸. 지금 마담 오빠가 웨이터 출신이라고 들었어."
"웨이터 출신이라고?"
"몰랐어? 암튼 웨이터 시절에 있던 가게에 예빈이가 아가씨로 있었나 보더라고. 그때 둘이 떡을 쳤는지, 뭘 했는지 암튼 지금까지 나름 잘 지내나 보더라."
"원래 고생했던 시절에 부대끼던 사이는 손절하기 어렵지. 그래서 예빈이가 아무리 깽판 쳐도 마담 오빠가 그냥 눈감아 주는 거야. 다른 손님 같았음 진작 블랙 먹었지."
"대신 에이스도 절대 안 넣어 주잖아."
"하긴. 나도 솔직히 예빈이가 오늘 쏜다고 안 했으면 여기 올생각 없었어. 맨날 초이스도 못하고 쩌리들만 넣어주는데 우리라고 뭐 좋겠니?"
"근데 서준이 네가 들어오는 거 있지?"
"히히. 난 선수 입장할 때부터 서준이만 보이더라."
"나도 그랬어. 사람 보는 눈이 다 똑같지 뭐."
"서준이 넌 누구 첫인상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
"이건 솔직히 얘기해 줘. 둘 다 좋다고 하지 말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