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3. 빌드 업-28-
'저 새끼 잦이는 무슨 공용변소야 뭐야? 개나 소나 다 들락거리 네.'
그 모습을 보고 제일 화가 난 사람은 당연히 콩순이, 예빈이었다. 맨 처음 라희에게 오랄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이번엔 수경이 소파에 엎드려 그의 좆을 물고 있었다.
"와우, 화끈하게 노는데 저 커플?"
"우리도 질 수 없죠."
자극을 받은 라희와 준후도 진한 스킨십을 시작했다. 모든 커플이 물고 빨고 있자 콩순이와 짝이 된 한결도 슬슬 부담감을 느꼈다.
"저희도···."
"닥쳐!"
"아 넵."
한결은 조용히 술만 들이켰다. 예빈은 아까부터 뭐가 불만인지 계속 씩씩거리기만 했다. 진상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은 유독그 패악질의 정도가 심한 것 같았다.
"야, 늙다리."
"넵."
"너 할거 없으면 다리나 주물러."
예빈이 갑자기 소파 위로 다리를 쭉 펴더니 한결 앞에 들이밀었다. 검은 스타킹을 신을 다리가 올라오자 한결이 곧바로 안마를 시작했다.
"종아리부터 인마."
"넵."
한결은 속으로 좆같다고 욕을 할지언정 겉으론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그가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좆같지만 참아야지. 자존심 같은 챙길 필요 없어. 버티면 다 돈이니까.'
하지만 예빈의 발을 주무르고 있던 한결도 자연스럽게 오랄을 받고 있는 도훈에게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시발, 근데 신참 저거 너무한거 아니야? 누구는 꼬랑내 나는 발이나 주무르고 있는데, 무슨 상전처럼 대놓고 오랄을 받다니.'
호빠는 여자들이 손님이다. 특히 화류계에서 놀러온 이들은, 남자 손님에게 당했던 스트레스를 호빠 선수에게 대신 화풀이 한다고 할 정도로 못살게 굴 때가 많았다. 따라서 남자에게 애무를 시킬 지언정, 여자쪽에서 먼저 남자를 오랄해 주는 것은 극히 드문일이었다.
'생각해보니까 준후 파트너도 한 번 빨아주지 않았나?'
벌써 두명에게 오랄을 받는 도훈을 보며 한결은 만시지탄의 감정이 들었다.
'헛살았구나 진짜. 재능이 없는 걸 알았으면 진작 다른 일 알아봤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직업은 경력이 중요한 경우가 훨씬 많다. 신규보단 1년차가 낫고, 1년차보단 5년차가 당연히 숙련된 노동자가 된다.
하지만 호빠는 그런게 없었다. 여기선 얼굴이 깡패란 말이 진리였다. 못 생긴놈은 초이스도 못받고 허송세월하지만, 잘생긴 놈은 첫날부터 에이스 소릴 들으며 여자를 후리고 다녔다.
시간이 흘러봐야 느는 것은 술이요, 망가진 몸뚱이뿐.
한결은 뒤늦게 자신의 자질이 부족한 걸 알았지만, 이미 너무 오랜 시간을 호빠에서 보낸터라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래. 너라도 잘 나가라. 못난 형은 그냥 빌붙어 사는 수밖에.'
"야, 똑바로 안 해? 무슨 안마가 이 따위야?"
예빈이 갑자기 발바닥으로 한결의 얼굴을 밀었다.
소파에서 내려와 쪼그려 앉은 자세로 다리를 주무르던 한결은 그대로 균형을 잃고 볼썽사납게 나가떨어졌다.
쿵-!
갑자기 사람이 쓰러지자 다들 애정행각을 멈추고 예빈쪽으로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야?"
"예빈아 왜 그래?"
"이 새끼가 다리도 제대로 못 주무르잖아. 짜증나게."
굴욕적인 대접을 받은 한솔은 그 와중에도 화도 안 내고 벌떡 일어나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다시···."
"꺼져 씹새끼야. 가서 너네 마담 불러."
"예?"
"귀에 좆 박았니? 마담 불러오라고! 지명 바꿀라니까!"
"아···."
손님이 마담을 부르는 경우는 대부분 두가지 경우였다. 호빠 선수가 비위를 거슬렀거나, 혹은 손님이 진상이라 괜한 변덕을 부리는 것이다. 원인은 달라도 결과는 선수에겐 최악이었다. 이유 불문하고 손님에게 뺀지를 맞으면 TC는커녕 주대도 못 챙기는 것이다.
결국 한 시간 넘게 삽질한 셈이다. 다른 예약이 잡혀있지 않는 한 하루 공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결이 자존심을 굽히고 예빈 앞에 무릎 꿇었다.
"죄송합니다. 누님, 정말 잘하겠습니다."
한결이 애원하며 매달리자 콩순이 더더욱 화를 냈다.
"누님이 지랄, 나이 처먹어서 오죽 할 게 없으면 사내 새끼가 호빠질인데? 너 진작 은퇴했어야 하는 거 아니니? 너보다 어린 나한테 욕처먹으니까 좋아?"
"······."
한결은 분했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콩순이의 진상은 유명했고, 감내하면 그만이었다.
"꺼지라고 씨발놈아. 얼른 마담이나 불러와."
"한 번만 용서를···."
"아, 됐다니까?"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엉망이 되고 말았다.
도훈 역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저 씨발년이 또 지랄이네?'
[주인님 참으셔야 합니다. 성질대로 하셨다간 마담의 눈밖에 날 겁니다. 목적을 생각하셔야죠.]
'그래도 해도 너무 하잖아. 호빠 선수는 사람도 아니냐? 지들도 똑같은 나가요 주제에 어디서 행팬데?'
[그래도 성질대로 하시면 안됩니다. 목적을 떠올려 보십시오. 주인님도 첫 신고식 때 굴욕을 참으셨잖습니까.]
'으···.'
한결이 계속 무릎 꿇은 채 머리를 조아리자 콩순이가 갑자기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스타킹 신을 발을 한결의 얼굴에 들이밀었다.
"좋아. 한번은 용서해주지. 대신 내 발을 핥으면."
"발을···."
"그래. 싹싹 핥아. 기분 좋아지면 마담 부르는 일은 없는 걸로 할 테니까."
롱부츠를 신고 있던 콩순이의 발바닥에선 꼬랑내가 풀풀 났다.
몇시간 동안 음습한 곳에서 삭힌 냄새는 제 아무리 한결이라도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한결은 호빠일을 시작한지 8년만에 처음으로 때리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굴욕을 당하고 사느니 그냥 죽고 싶었다.
보다 못한 도훈이 파트너인 수경에게 양해를 구했다.
"나 잠깐만 실례할게."
"어쩌려고?"
"미안.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서."
"괜히 나서지 마. 예빈이 쟤 성격 더러워. 빡돌면 우리도 못 말린다고."
"그런 게 아니야. 아무튼 좋았어. 너랑 파트너라서."
도훈이 찡긋 윙크하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님."
도훈이 벌떡 몸을 일으키자 거인이 등장한 것 같았다. 남자들 중에서 키도 제일 컸거니와 어깨도 넓은 편이라 룸 안을 꽉 채우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뭐, 뭐야?"
도훈의 기세에 밀린 콩순이 움찔 놀라며 물었다.
호빠 선수도 어쨌든 남자. 물리력으로 덤비기 시작하면 여자들은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상대의 자존심을 너무 긁었나 싶은 생각에 예빈이 살짝 긴장했다.
"한결이 형님 말고, 제가 대신 핥아보고 싶습니다!"
"니가?"
"제가 여자 발에 패티시가 있었가지고."
[주인님? 왜 나선 겁니까?]
'도저히 두고 못 보겠어서. 한결이가 불쌍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콩순이 발을 빠신다고요?]
'당연히 공짜는 아니지.'
한결은 도훈이 대신 나서주는 것이 고마웠지만, 이런 일로 신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야 인마. 내가···."
"형님. 저의 즐거움을 빼앗지 마시죠."
도훈은 예빈이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한결을 옆으로 밀치고는 자신이 자리를 잡았다. 우악스러운 도훈의 힘에 밀려난 한결은 버티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예빈은 갑자기 도훈이 다시 돌아오자 기쁜 마음으로 허락했다.
"호호, 졸라 깬다 너. 발바닥 패티시라니. 완전 변태잖아?"
"제가 좀···."
도훈이 씩 웃더니 스타킹 신은 예빈의 발을 잡았다.
멀리서도 꼬랑내가 풀풀 풍기고 있었다.
'으. 일주일 안 씻은 노포 좆을 빠는 여자들 기분이 이런 거였나?'
[주인님도 가끔 시키긴 했죠.]
'그 죄를 이제 돌려 받는 구나.'
도훈이 숨을 참고 스타킹으로 다가갔다.
그러다 갑자기 스타킹을 부욱 찢어 버렸다.
"꺄아! 뭐하는 거야?"
"누님. 맨살이 더 좋은데, 맨입으로 빨아드리면 안될까요?"
"···미친놈. 어디 맘대로 해."
예빈은 도훈이 스타킹을 찢은 순간 움찔 놀라고 말았다.
그 박력에 찔끔 애액을 지린 것이었다.
'하아-. 뭐지? 왜 가까이 오기만 해도 몸이 반응하는 거지?'
도훈은 천천히 예빈의 발을 어루만졌다. 물론 몰래 몸에 좋은 크림을 꺼내 바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손가락 끝을 넣어 살짝 크림만 묻히는 교묘한 솜씨를 발휘한 그는 예빈의 발을 쓰다듬는 척 하면서 발바닥 전체에 크림을 펴발랐다.
몸에 좋은 크림이 발리는 순간 예빈은 더더욱 놀라고 말았다.
"흡!"
간지러운 정도가 아니라 순간 성감대를 직접 만진 것처럼 진한 자극이 밀려온 것이었다.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있던 예빈이 갑자기 엉덩이를 움찔 거리자 흥미롭게 지켜보던 다른 여자들이 그녀를 놀리기 시작했다.
"예빈이 느끼는데?"
"발바닥으로 가버리는 거 아니지, 예빈아?"
"다, 닥쳐!"
예빈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도훈의 터치 한 번에 이미 흠뻑 몸이 달아 버렸다. 발등까지 크림을 묻힌 도훈이 본격적으로 예빈의 발가락을 빨기 시작했다.
'혀안의 딜도!'
[키야, 주인님이 발가락을 빨며 이 스킬을 쓰실 줄은!]
'최대한 빨리 보내버려야겠어. 미친년 더 설치지 못하게.'
도훈이 엄지발가락을 쪽쪽 빨며 혓바닥을 굴리기 시작하자 예빈이 사지 경련을 일으키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흐앗, 핫, 하아앙!"
그러나 그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기엔 너무나 우스웠기 때문에 조롱이 이어졌다.
"푸하하, 예빈이 좀 봐. 미쳤나봐!"
"싼다, 싸 아주."
하지만 예빈의 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온 몸을 성감대처럼 만들어버리는 몸에 좋은 크림의 효과로, 예빈은 마치 봊이에 직접 혀를 꽂아넣고 딜도를 돌린 것 같은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흐앙, 아아앙, 아아앙!"
소파에 완전히 몸을 누운 채 신음을 터뜨리던 예빈이 도훈에게 소리쳤다.
"그, 그만해!"
"네? 이제 시작인데요?"
도훈은 한 번 더 발등을 따라 핥으며 혓바닥을 놀렸다.
"흐, 흐앙, 흐아아앙, 그, 그만, 하아앙!"
예빈이 간질 발작 환자처럼 소파위에서 자지러지더니 결국 흥분을 못 참고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쿵-!
"예빈아!"
"뭐야? 왜 지 혼자 굴러 떨어져?"
다른 사람들이 몰려와 예빈을 부축해 일으켰다.
그녀는 이제 맨발이 바닥에만 닿아도 애액을 주륵주륵 흘릴만큼 예민해진 상태였다.
"흐앙, 하아앙."
"이년이 미쳤나? 왜 이래?"
"상태 안좋아 보이는데?"
도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만 할까요?"
"그, 그만···. 하아, 하아···. 나, 나 화장실 좀."
예빈이 갑자기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면서 혼자 몸을 일으켰다.
도훈이 크림을 바른 발은 바닥에 딛지도 못하고 한 발로 깡충깡충 뛰어 룸에 있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다들 영문을 몰라 도훈에게 물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무슨 짓 했어, 서준이?"
"그냥 발가락 빨아줬는데요?"
도훈이 발가락을 빠는 장면은 모두가 함께 지켜봤기 때문에 딱히 이상한 점은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 콩순이만 우스운 꼴을 보이고 말았다.
한편 급히 화장실로 들어간 예빈은 방금 전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 뭐야 대체.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그녀는 수치스러움에 견딜 수 없었다.
아무리 룸떡을 좋아하는 그녀라지만, 단순히 애무만 받고 이렇게 흥분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분명 스타킹을 찢었을 때부터 심상치 않긴 했는데···.'
그 뒤로 도훈이 발을 어루만지며 발가락을 빨기 시작하자, 성감대를 직접 만진 것처럼 강력한 쾌감이 밀려왔다. 실제로 예민해진 발은 땅을 딛지도 못할 만큼 계속 자극이 이어지고 있었다.
예빈은 변기 커버를 내리고 그 위에 앉아 찢어진 스타킹을 모두 벗어 버렸다. 그리고 슬쩍 팬티 위를 만져 확인하는데, 엄청나게 젖은 게 느껴졌다.
'세상에, 고작 발가락 좀 빨렸다고 이렇게나···.'
도훈은 변태라고 놀렸는데 정작 발가락 패티시가 있던 것은 자신이 아니었을까 의심이 들었다.
'하아···. 미치겠어. 갑자기 성욕이 폭발해 버렸잖아.'
예빈은 당장이라고 하고 싶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팬티 위를 계속 손으로 문질렀다. 애액이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며 성욕이 더 더욱 솟구쳤다.
그녀의 눈앞으로 도훈의 우람한 잦이가 떠올랐다.
'안 되겠다. 나가자 마자 그냥 확 덮쳐버려야지.'
조금 진정을 시킨 예빈이 밖으로 나왔을 때 한결이 반주를 켜놓고 신나는 노래를 하는 중이었다. 다들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데, 예빈이 도훈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너 이쪽으로 와."
룸 구석으로 도훈을 부른 예빈이 그의 귓가에 대고 소리쳤다.
노래 소리 때문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큰 소리로 말해야 했다.
"너 나랑 한번 하자!"
"네?"
"나랑 자자고!"
"2차 나가자고요?"
"아니 여기서!"
도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싫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