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2. 빌드 업-27-
그런데 신참으로 불려 나온 도훈은, 위에 언급한 수많은 장점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너무나 완벽했다. 이쯤 되자 콩순은 도훈의 정체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너 오늘 처음 일하는 애 맞니?"
"아닙니다. 다른 곳에서 일하다 넘어왔습니다. 이곳 데뷔는 처음이지만요."
"나이가 몇인데?"
"스물셋이요."
"헐, 그것밖에 안 먹었다고?"
도훈이 늙어 보인다는 뜻이 아니었다. 다만 미성년자를 호빠 선수로 고용하는 곳은 없으니, 끽해야 최대 경력이 2~3년일텐데, 너무 빼어나다는 의미였다.
결국 콩순이는 도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 진짜로 타고났구나?"
"칭찬 감사합니다."
"혹시 노래도 잘 부르니?"
"노래요?"
룸 안에는 당연히 가라오케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응, 18번으로 한 곡 뽑아볼래?"
도훈이 군소리 없이 리모컨으로 노래를 찾는 사이, 콩순이 잔을 숟가락으로 두들기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땡-땡-땡-
"자자, 집중. 우리 신참 노래한단다."
"와!"
"발라드 한 곡 찐하게 부탁해~."
이윽고 곡을 선택한 도훈이 자리에 일어서 마이크를 들었다. '오늘은 내가 가수다' 목캔디를 몰래 삼킨 도훈이 발라드 곡을 멋들어지게 한 곡 뽑았다.
설마 노래까지 잘할까 하고 의심했던 콩순이는, 첫 소절을 듣는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대박, 노래까지?'
도훈이 노래를 마치고 마이크를 내려놓자, 사방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가수네 가수!"
"쟤 뭐니?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 불러?"
"원래 저렇게 잘 불러?"
"저희도 오늘 처음 같이 놀아봐요."
도훈의 노래하는 모습을 본 콩순의 친구들은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나머지 두 사람이 진상 담당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비교되었다.
"우리 파트너 바꿔가면서 놀면 안 돼?"
"맞아. 나도 뉴페이스랑 얘기하고 싶다고."
라희와 수경이 예빈에게 강하게 요구했다. 사실 지명된 파트너를 바꾸는 행위는 매너가 아니었지만, 같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남자들과 어울리는 편이 가성비가 좋았기 때문에 종종 쓰는 수법이긴 했다.
"굳이 뭘 바꿔? 정해지면 그냥 노는 거지."
예빈이 거부했지만, 이번엔 친구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너 지난번에 왔을 때도, 또 그전에도 계속 파트너 체인지 요구해서 우리가 다 받아줬잖아. 기억 안 나?"
"맞아. 근데 이제와서 싫다는 게 말이 돼?"
"이러면 우리도 같이 못 놀지 앞으로."
두 사람이 과거의 일을 사례로 들어 압박하자 예빈도 궁색해졌다. 특히 세 사람은 함께 호빠를 함께 드나드는 멤버였기 때문에, 두 사람이 토라지면 예빈만 난처해지는 상황이었다.
오늘만 살 게 아니라면, 미래를 내다봐야 했다.
"크흠. 알았어. 그럼 누구랑 누굴 바꿔 달라는 건데?"
라희와 수경이 동시에 손을 번쩍 들었다.
"나!"
"당연히 나부터지!"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둘의 술 시중을 들던 한결과 준후만 머쓱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우린 완전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구먼.'
'어쩌겠어요, 형. 어쨌든 술 빨리 회전되고 시간 잘 가니까 일당이나 챙기죠.'
둘은 이심전심으로 눈빛을 교환했다.
어차피 쩌리였던 둘은 이런 상황에 익숙했다.
다만 상대가 에이스가 아니라 신참이라는 것이 달랐지만, 어쨌든 이미 증명한 것이 있기 때문에 도훈을 이미 에이스로 인정하고 있었다.
"너 저번에 생리한다고 내가 대신 2차 대타 뛴 거 까먹었어? 은혜를 원수로 갚아도 유분수지."
"지금 언제적 얘기를 하고 있어? 작년에 내가 너 급하다고 500빌려준 건 벌써 잊었나봐? 내가 이자도 안 받고 있구만."
"참나 치사하게. 그거랑 이거랑 무슨 상관인데?"
"야, 됐고 가위바위보로 정해."
"콜!"
라희와 수경은 깔끔하게 가위바위보로 고르기로 합의했다.
"가위바위보!"
"아싸, 이겼다!"
가위를 낸 수경이 승리에 감격하며 환호했다.
"서준이, 이쪽으로 와."
수경이 소파를 팡팡 두들겼다. 도훈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자리를 바꾸려는데, 콩순이 그의 손목을 잡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적당히 놀아. 넌 내꺼니까.
끝까지 도훈에게 집착하는 콩순이었다. 파트너가 서로 바뀌었고, 다시 각자의 시간이 이어졌다. 준후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사이 새롭게 짝을 이룬 라희가 준후를 백허깅을 하며진한 스킨 십을 했다. 한결과 파트너가 된 콩순은 말없이 그가 따라주는 술만 들이키는 중이었다.
"이름이 서준이야?"
"네."
"본명은 뭔데?"
도훈에게 찰싹 달라붙은 수경이 도훈의 실명을 물어왔다.
"제 본명이요?"
"왜? 알려주기 그래? 어차피 전번 교환하면 깨톡에 실명 뜨잖아. 미리 알고 싶어서."
"···정우입니다."
"그럼 하정우? 본명도 멋있네. 이름은 왜 바꿨어?"
"실은 아직 학교 다니고 있거든요."
"헐, 진짜? 졸업할 나이 아닌가?"
"군대 다녀와서 이제 2학년입니다."
"아하. 남자들은 좀 늦구나. 난 작년에 졸업했는데."
"누난 몇 살이신데요?"
"나? 스물넷. 한 살 차이니까 말 편하게 해."
"네."
"네 하지 말고. 응."
"응."
"으구, 귀여워. 술 많이 마신 것 같으니, 니 술은 내가 대신 마셔줄게."
"괜찮아요."
"존댓말 쓰지 말라니까? 내가 괜히 나이 들어 보이잖아."
"알았어. 근데 내가 마셔도 괜찮아."
"됐거든? 우리도 물처럼 마시는 게 술이야. 이 정도 가지고."
수경은 콩순이에 비하면 훨씬 수다쟁이였다. 끊임없이 말을 걸었고, 적극적으로 도훈에게 스킨십을 시도했다.
"너 근데 진짜 잘생겼다. 가까이서 보니까 뒤에서 막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아."
"고마워."
"여자친구는 있고?"
"없는데."
"뭘 우리끼리 속이고 그래? 그냥 있으면 있다고 해도 돼. 난 신경 안 쓰니까."
"···그럼 있어."
"정말?"
"응."
"여자친구는 너 이런 일 하는 거 몰라?"
"응."
"밤마다 사라지는데 어떻게 몰라?"
"제주도에 있거든."
"아, 장거리 연애? 흐흐. 제법 깜찍한 데가 있네?"
"그냥 어쩌다 보니. 여친이 발령을 거기로 났어."
"발령? 무슨 발령?"
"직업이 공무원이거든."
"와, 연상이네 그럼?"
"응."
"능력 좋다. 대학생 주제에 연상의 공무원도 만나고."
수경이 계속 생글거렸다. 말도 많고 웃음도 헤픈 편이었다. 얼굴은 살짝 고친 듯 하지만, 길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돌릴 만큼 눈에 띄는 미인이었다.
수경이 계속 도훈에게 바짝 붙으며 말했다.
"근데 이 일은 왜 하는 거야?"
"나?"
"하긴 뭐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네. 돈 필요하지?"
"···뭐, 그렇다고 봐야지."
"사지 멀쩡한데 막노동이나 뛰지 그래?"
"해봤는데, 시급이 부족해가지고."
"너 돈 많이 필요하구나?"
"뭐···. 그렇다고 봐야지?"
"왜? 빚 있어?"
"어."
"대학생이 뭐 하다가 빚을 져?"
"코인."
"코인?"
"마통 뚫었다가 쫄딱 망했어."
"아이고. 그러게 코인은 왜 해가지고. 빚이 모두 얼만데?"
"좀 많아."
"그니까 얼마냐고."
도훈이 의아한 표정으로 수경을 쳐다보았다. 계속 사적인 질문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뭔가 좀 이상한데?'
[왜 그러십니까?]
'그냥 하룻밤 즐기러 온 사람이 왜 저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거지?'
[수다쟁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호구조사가 과하지 않나?'
"얼만 줄 알아 뭐하게?"
"내가 대신 갚아줄까 하고."
"대신?"
도훈이 처음으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 봤다고 남의 빚을 갚아준다는 것일까?
"왜? 내가 그것도 못할 것 같아?"
"아니··· 그것보단 이유가 궁금해서."
"왜냐니? 정우 네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그렇지."
"내가?"
"뭐, 먹어 봐야 똥인 줄 된장인 줄 아나? 안 먹어도 알겠구만."
"아···."
"네 빚 내가 다 갚아 줄 테니까 대신 나랑 같이 살래?"
'역시나 이거였구나.'
[헐, 만나자마자 동거 요청은 좀···. 아무리 화류계 여성이라곤 하지만 너무 빠른 거 아닙니까?]
'진짜 어이가 없네. 이런 게 먹힌다고?'
[뭐, 외모도 나쁘지 않고 직업이 좀 걸리지만 남자한테 손해보는 제안은 아니군요.]
'그렇긴 한데···.'
"살자는게 무슨 뜻이야?"
"뭘 순진한 척해? 같이 동거하자는 거지."
"음···, 아까 말했듯이 여친이···."
"그게 무슨 상관인데? 누가 너랑 사귀재? 그냥 나랑 동거나 하자고."
"그러니까 나보고 기둥서방 해달란 소리야?"
"뭐 일종의? 흐흐."
제안을 건넨 수경이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우리 집, 시내 중심가 오피스텔에 있어. 복층이고, 둘이 살기엔 충분해. 고양이 한 마리 키우는데, 똥오줌 스스로 가리니까 딱히 성가시진 않을 거야."
"······."
"그냥 뭐···. 알잖아. 일적으로 만나는 남자들론 충족이 안 된다는 거. 가을 돼서 그런가 요샌 좀 외롭더라고."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음, 알았어."
"근데 왜 하필 나야? 나도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닌데."
"누가 너 좋은 사람이래? 하하, 웃겨 증말. 여친 몰래 호빠 알바나 뛰면서 좋은 사람 소릴 들을 줄 알았니?"
"?"
"그냥 일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안고 잘 사람이 필요한 것 뿐이야. 같이 밥 먹고, 가끔 영화도 보고. 그 정도면 돼. 너도 이 기회에 빚도 갚고 좋잖아."
"음."
수경이 다시 술을 한잔 걸치더니 하소연을 시작했다.
"뭐랄까. 난 사실 그렇게 돈이 궁하지도 않았고, 밤마다 남자 갈아타면서 만나는 게 되게 좋았다? 꽁씹도 즐기고 돈도 버는데 얼마나 좋아. 나 사실 섹스 엄청 밝히거든."
도훈은 수경이 혼자 떠드는 것을 묵묵히 보기만 했다.
"근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1년째 그렇게 밤낮 바뀐 채 사니까 너무 허무한 거야. 옛날엔 누구라도 상관없었는데, 이젠 못생긴 유부남들 내 위에 올라타면 빨리 끝냈으면 좋겠고, 술이 떡이 돼서 혼자 오피스텔에 들어가 자려고 누우면 신경질이 나더라고.
돈만 많이 벌면 뭐해, 애인도 하나 없는데."
"남자친구 원하면 금방 사귈 거 같은데?"
"노노. 내가 하는 일 이해해줄 남자는 얼마 없을 걸?"
"숨기면 되잖아?"
"그건 더 싫어. 내가 왜 눈치 보면서 남자를 만나야 하는데? 내가 뭐가 부족해서? 어리지, 예쁘지, 돈도 잘 벌지. 나 한 달에 얼마 버는 지 알면 깜짝 놀랄걸?"
수경이 배시시 웃더니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내밀었다.
[저게 무슨 뜻일까요? 2장?]
'이천이란 말 같은데?'
[이천만원요? 월급이 이천이라고요?]
'쩜오 정도면 가능하긴 하겠네. 스폰 몇 개 받으면서.'
[와, 빚갚아 준다는 소리가 농담이 아니었군요.]
"그러니까 호빠 선수를 만나겠다고?"
"응. 어차피 나나 너나 똑같잖아. 웃음 팔고, 몸 팔고. 같은 입장이면 서로 이해해 주지 않을까? 사귀는 것도 아니니까 사생활은 서로 존중해주고."
"음···."
"한 번 생각해봐. 너한텐 좋은 기회야. 나한테 공사치고 싶으면 해도 상관 없어."
"그럴 생각 없는데."
"피-. 귀엽긴."
수경이 슬쩍 도훈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렸다.
아까부터 계속된 스킨십이 술을 계속 마시면서 점점 더 대담해 지고 있었다.
"제주도에 있다는 여자친구는 예뻐?"
"뭐, 그럭저럭?"
"나보다?"
수경이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술냄새가 훅- 퍼지면서 그녀의 눈빛이 흐트러졌다. 진한 쌍커풀과 긴 속눈썹이 무척 예뻐 보였다.
"하긴, 예쁠 것같네. 안 예쁜데 네가 사귈 리가 없으니. 근데 지금 옆에 없잖아."
"그렇긴 하지."
"···허전하면 나로 대신 채워도 돼. 2차 끊어줄게."
수경이 볼을 도훈에게 비비면서 바짝 달라붙었다. 볼에 뽀뽀를 할 것처럼 가까워지자 화장품 냄새가 도훈의 코를 진동했다.
[어우, 너무 적극적인데요?]
'돈으로 남잘 꼬시는 여자는 처음보는 것 같아.'
[하필 상대를 잘못 골랐군요. 주인님이 얼마나 부잔지 알면 깜짝 놀랄텐데요.]
'보통 돈 많은 애들은 호빠 선수 안하니까.'
"···생각해볼게."
도훈이 완곡히 거절하자 수경이 삐친 표정으로 도훈의 귓불을 깨물었다.
"비싸게 굴긴."
"그건 아닌데."
"아니긴 뭐가 아니야?"
도훈의 귓불에 계속 뜨거운 바람을 불어 넣던 수경의 손이 바지 위로 올라왔다. 이미 그의 잦이를 확인했던 수경이었기에 지퍼 사이로 과감히 손을 밀어 넣으며 좆을 붙잡았다.
"···흥분 좀 시켜줘?"
"흐음, 서로 입장이 바뀐거 아니야?"
"상관없어. 난 마음에 드는 남자에겐 공짜거든."
갑자기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떨어뜨린 수경이 지퍼 밖으로 꺼낸 잦이를 빨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오랄에 옆에 있던 여자들이 모두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