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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86화 (1,666/2,000)

1686. 빌드 업-21-

"사실 여자들이 호빠 놀러 가서 룸 떡을 치는 경우는 흔치는 않거든요. 여자는 남자와 달라서, 섹스를 한다 쳐도 따로 방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근데?"

"피해자들 대부분이 룸 안에서 몰카를 당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설마 강간이라는 소리야?"

"아뇨. 약을 탄 것 같더라고요."

"약이면 마약?"

"네. 정체를 숨기고 있는 구씨가 마약 보급 책으로 추정됩니다."

"하- 씨발. 이것들이 진짜. 가지가지 하는구먼?"

"마약을 공급받는 구씨는 아마 폭력 조직과 연관이 되어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자칫하면 조직 간···."

"어이, 최번개."

"네, 행님."

"그딴 건 니가 걱정할 일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걸리적거리면 밟아버리면 그만이야."

도훈이 표정을 굳히며 말하자 번개가 대번에 납작 엎드렸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 넘었습니다."

"잡아 왔다는 선수 새끼는 또 뭔데?"

"네. 구씨파 소속 선수인데 구씨 소재를 파악하려고 계속 심문해도 도통 입을 열지 않더라고요."

"지금 어디 있어?"

도훈의 질문에 번개가 부하들에게 눈짓했다.

잠시 후 사무실 안 쪽 방에서 얼굴이 곤죽이 된 선수 한 명이 양팔을 붙들린 채 질질 끌려 나왔다.

"저 새끼야? 입은 왜 또 막아놨어?"

끌려온 선수의 입은 마스킹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얼굴은 떡이 되고, 입고 있던 셔츠에도 피가 잔뜩 묻은 걸로 봐선 번개가 어떻게든 입을 열게 하려고 모진(?) 심문을 했던 모양이었다.

"입만 열면 고래고래 악을 쓰길래···. 아시다시피 감금 폭행이 떳떳한 일은 아니다 보니."

"순진한 여대생들 마약 먹인 뒤 몰카 찍어 협박하는 건 괜찮고?

저 새끼 테이프 떼 봐."

"네."

번개의 부하가 입에 붙은 테이프를 떼자 놈이 갑자기 악을 쓰기 시작했다.

"야이, 씨발 놈들아! 니들이 나한테 이러고도···."

하도 크게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놀란 번개가 재빨리 테이프를 다시 붙이도록 지시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도훈이 마침내 몸을 일으켰다.

"말로 해선 안 될 놈이구나?"

"은근 독한 놈이더라고요. 무슨 호빠 선수 깡다구가 저렇게 좋은지···."

"번개야."

"네?"

"저건 깡다구가 좋은 게 아니라, 니들이 어설퍼서 그런 거야."

"죄송합니다. 저희 애들이 워낙에 물러터지다 보니···."

"됐고. 넌 애들 데리고 나가 있어. 내가 직접 물어볼 테니."

"행님께서 직접 말입니까?"

"어."

도훈이 갑자기 목을 좌우로 꺾더니 손가락에 깍지를 껴 두둑 거리는 소리를 냈다. 도훈의 위협적인 행동에도 붙들려 온 호빠 선수는 끝까지 눈알을 부라리며 도훈을 노려보았다. 말 그대로 악에 받친 눈빛이었다.

"저 새끼 이름이 뭐냐?"

"본명은 모르겠고, 호빠에서 애칭은 시우라고 했습니다."

"시우? 알았어. 그만 나가봐."

"행님. 괜히 더러운 꼴 보지 마시고 저희한테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시면···."

"나가라고 했지."

도훈이 선글라스를 벗어 남방 가운데 끼우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 눈빛이 워낙에 살벌했기 때문에 번개가 움찔 놀라더니 부하들을 데리고 사무실 밖으로 잽싸게 나갔다.

"행님, 대신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불러주십시오.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시체 담을 큰 봉투 하나만 챙겨놔라."

"···예? 봉투요? 아, 예예."

번개의 사무실에 두 사람만 남자 도훈이 차분히 시우에게 걸어갔다. 시체 봉투 이야기를 했음에도 악에 받친 눈빛은 여전했다. 험상궂은 얼굴에 문신으로 도배한 성난 도훈 앞에서도 계속 개기는 걸보니 확실히 배포가 보통은 넘는 것 같았다.

도훈이 회색 마스킹 테이프를 직접 떼주었다.

그 즉시 시우가 고래고래 악을 썼다.

"좆같은 새끼들! 니들이 그러면 내가 겁 먹을···."

도훈은 시우가 몇 마디 씨부리기도 전에 다짜고짜 뺨부터 후려갈겼다.

퍼억-!

어찌나 세게 쳤는지 맞는 순간 입안에서 이빨이 몇 개 튀어나왔다.

"크억!"

"아가리 싸물어 개새끼야. 한마디만 더하면 혀를 뽑아 버릴 테니까."

"······."

뺨을 한 대 맞는 순간 뇌가 흔들릴 정도로 타격을 입은 시우는, 도훈이 먼젓번 번개의 부하들과는 차원이 다른 깡패임을 깨달았다.

번개의 부하들이 사채업자 밑에서 일하는 3류 양아치라면, 도훈의 행색은 누가 봐도 정통파 조폭이었다.

도훈은 의자를 끌고 오더니 시우를 강제로 자리에 앉혔다. 시우의 머리채를 잡고 도훈이 살벌한 협박을 시작했다.

"어이, 호빠 선수. 지금부터 내 말 똑똑히 들으라고. 어차피 넌 오늘 안에 내 손에 죽는다."

"?!"

"묻는 말에 대답해도 죽고, 안 해도 죽는다는 소리야. 그러니까 네가 뒈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야."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시체 봉투 준비하라는 게 그럼 농담인 줄 알았어? 나는 허튼소리 안 좋아해."

"사, 살려···."

"내가 아가리 싸물랬지?"

도훈이 다시 한번 손을 쳐들자 시우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한 대 더 맞았다간 멀쩡한 이빨이 몇 개 더 뽑혀 나갈지 몰랐다.

지금도 입안에선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강제로 발치 된 잇몸 부근이 죽을 정도로 아팠다.

"나한테 입 안 열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구씨파 새끼들 몇 놈 잡아다 족치면 누군가는 불겠지. 한 놈이 안 불면 다음 놈. 그다음 놈도 안 불면 또 다음 놈 잡아 오면 그만이거든."

"······."

"근데, 생각해보니까 괘씸하잖아. 번거롭게 여러 놈 잡아 와야 하고. 그래서 나는 네가 대답을 안 하면 네놈 가족관계부터 파악할 거야."

"?!"

"너 하나 호적 따는 거? 1시간 안에 사돈에 팔촌까지 견적 쫙 나와. 여기가 뭐하는 덴 줄은 알고 있지?"

"······."

"그 뒤에 네놈 가족들을 잡아다가 하나씩 껍질을 벗기는 거지 ···."

"마, 말하겠습니다."

"왜? 갑자기 말할 생각이 들었어? 아니야, 아니야. 넌 어차피 말해도 나한테 죽는다니까? 그냥 하지 마. 그냥 네놈 가족들이나 싹다···."

"자,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좆만한 새끼가 눈알 부라릴 땐 언제고!"

"구, 구씨가 자기에 대해 얘기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해서···."

"뭐?"

"구씨는 부산 쪽 조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성파라는."

"오성파?"

"네, 러시아 쪽 마피아랑 연계해서 국내로 마약을 들여오는 조직인데, 구씨가 그쪽에서 파견된 식구라는 소문이···."

"하-. 이 새끼들 진짜 국제적으로 놀고들 있네? 러시아 마피아는 또 뭐야? 구씨 지금 어딨어?"

"모, 모릅니다."

도훈이 다시 악귀 같은 표정으로 시우의 쇄골을 손가락으로 짓눌렀다.

"으, 으아아악!!"

"버티지마. 버티면 뼈 부러진다."

"아, 아악, 지, 진짜로 모릅니다. 구씨는 저희한테 한 번도 얼굴을 보여준 적이···. 흐, 흐악 제발 자비를."

도훈이 고문을 중단하더니 다시 물었다.

"얼굴을 모른다고? 그럼 마약은 어떻게 전달받는데?"

"그, 그게···."

시우가 해준 이야기는 이랬다.

구씨는 명목상 마담으로 불리긴 하지만, 실제론 새끼 마담을 내세운 배후의 실력자였다. 새끼 마담 또한 구씨로부터 텔레그램으로 명령을 하달받으며, 마약 역시 퀵을 통해 받는다고 했다.

"구씨는 전면에 나선 적이 거의 없습니다. 저희가 구씨파라고 불리긴 하지만, 그는 저희 말고도 몇 개의 박스들을 그런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구씨파가 호빠 여러 곳에 흩어져 있단 소리야? 호빠하나를 운영하는 게 아니고?"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네."

도훈은 마음의 소리를 통해 놈의 속마음을 읽었다.

확인 결과 대부분 사실이었다.

"이것들이 진짜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여기가 누구 나와바린 줄 알고 설쳐?"

도훈이 일부러 조폭의 세력싸움으로 보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저, 저희는 그래서 기존 조직들의 사업은 일절 안 건드렸습니다. 마찰을 피하려고 최대한 신규 시장으로···."

"신규시장? 그래서 어린 대학생들을 노렸냐?"

"그, 그건···."

"순진한 대학생들 약쟁이 만든 것도 모자라 몰카로 협박해서 돈까지 뜯어냈어?"

"······."

"이 개새끼들. 역시 네놈은 살려둘 필요가 없겠다."

"사, 살려주십시오! 저는 진짜 아는 데까지 다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죽어야지. 구씨라는 놈이 니가 분 걸 알게 되면 어차피 죽일 거 아니야? 내 손에 죽나, 구씨 손에 죽나 무슨 차이가 있는데?"

"해, 해외로 튀겠습니다."

"뭐?"

"한국을 떠서 다시는 나쁜짓 않고 살겠습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이 새끼, 진짜 웃기는 놈이네?"

[주인님. 더 계속하시면 주인님도 위험합니다.]

'왜?'

[지금 행위는 플레이어 규칙에 어긋납니다. 비록 범죄자를 단죄하는 행위라 정상참작을 받는다 해도 필요 이상의 고문은 신벌을 받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이런 쓰레기 새끼들을 살려주란 소리야?'

[아뇨. 법대로 하라는 뜻입니다. 주인님이 직접 단죄하지 않아도 평생 교도소에서 썩을 인생들입니다. 괜히 손을 더럽히지 마십시오.]

'참나.'

도훈은 어이가 없었지만, 괜히 규칙을 어겼다가 신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꾹 참았다.

"야. 하나만 더 묻자."

"네, 네 말씀하십시오."

"강채은은 어디로 빼돌렸어?"

"강채은이 누구···."

"이름 몰라? 국성대 다니는 여자애 말이야. 이번에 이천 만원 뜯겼다는."

"아···. 그 여자애라면···."

"너 똑바로 대답 안 하면 산채로 목을 분리 시켜 버린다."

도훈이 으름장을 놓듯이 엄한 번개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가볍게 내리친 주먹에 책상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 반쪽으로 갈라졌다. 위에 있던 집기들이 우당탕 소리를 내며 쏟아졌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괴력이었다.

"제, 제가 공사한 애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서도···."

"모르면 뒤져야지. 남길 유언은?"

"아, 아닙니다! 어떻게 됐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말해."

"채무 금액이 너무 커서···. 나머지는 몸으로 갚는다고···."

"뭐?"

도훈은 어이가 없었다.

"몸으로? 이런 씨발 놈들이 진짜 해도해도 너무하네? 이천만원을 꿀꺽했는데 아직도 빚이 남았다고?"

"그, 그게. 여자애가 사채를 끌어 써가지고."

"사채?"

"네. 저희 가게에서 몇 번 외상으로 놀았는데, 그때마다 사채를 조금씩 빌렸던 모양입니다."

"그게 얼만데? 원금이."

"천···."

"똑바로 말 안 해?"

"천만원 조금 넘었습니다."

"이런 씨팔, 돈을 천만원 빌렸는데 이천 갚고도 부족해서 몸을 팔라고 시켜?"

"사, 사채 쪽은 저도 잘 모릅니다. 역시나 구씨와 관련된 대부업체 애들인데 이자를 달러 이자로 받거든요."

"그래서 술값 대신으로 빌린 천 만원이 모두 얼마가 되었다는 거야?"

"사, 사천 만원 가량입니다."

"이 개새끼들 보게? 그럼 여자애는 지금 어딨어?"

"부산 쪽으로 넘어 갔다고 들었습니다. 오성파 쪽 애들이 관리하는 오피로···. 그, 그게 강제로 끌고 간 것은 아니고, 채무를 갚느라 횡령을 저질러서 최대한 먼 곳으로 보내달라고 했답니다. 얼굴 팔리는 문제도 있고 하니까. 인신매매 이런건 절대 아닙니다!"

시우의 설명을 들은 도훈은 화를 참기 힘들었다.

요약하면, 멀쩡히 대학 다니던 여대생이 호빠 선수의 공사에 당했고, 사채빚을 변제하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가 업소를 뛴다는 내용이었다. 인신매매가 아니라고 했지만, 애초에 손 발을 묶어놓고 선택지를 좁혀놓았기 때문에 사실상 협박만 안했지 반강제나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이런 일을 자칫 정음이나 아영이 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도훈은 피가 거꾸로 솟았다.

'이건 도저히 못 참겠는데?'

도훈이 살기를 발휘하자 의자에 앉아 있던 시우가 겁을 먹고 덜 덜 떨기 시작했다. 주변에 뿌려지는 기운만으로 살해당할 것 같다는 압박을 느낀 것이다.

[흐음, 범죄 사실을 인지했으니 보미양에게 전달하는 게 어떻습니까? 이 정도 스케일이면 경찰이 해결해야 할 일 같은데요.]

'제주도에 있는 보미가 서울하고 부산에서 벌어진 마약 사건을 무슨 수로 해결하겠어?'

[아니면 이곳 경찰에 제보를 하시든지요.]

'그 정도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일이 이 지경까지 안 갔을 거야.

우리나라 몰라? 위 내용으로 제보해도 경찰이나 검찰 윗선까지 줄대놓고, 적당히 짝짜꿍 입 맞춘 다음 꼬리만 자른 뒤 흐지부지될 거야. 몸통이 남아있으면 언제든 똑같은 짓을 다시 벌일 거고.'

[그럼 어쩌시려고요? 주인님이 직접 나서시게요? 주인님이 무슨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는 아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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