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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71화 (1,651/2,000)

1671. 빌드 업-6-

[어이가 없군요. 도전이라니···.]

'말은 거창한데 그냥 이것저것 다 해보는 거지 뭐.'

[그나저나 주인님 힘이 예전보다 더 세진 것 아닙니까? 300Kg이면 지난 대회 때 준비하던 무게 같은데요?]

'나도 그런 것 같아. 내공이 더 늘어서 그런가? 내 생각보다 가벼운데?' 도훈은 일전 교내 보디빌딩 대회에 나갔을 때보다 더 힘이 늘어난 것을 여실히 체감했다. 물론 그때도 300kg는 무리 없이 들었지만, 지금의 부하는 조금 과장하면 양손에 아령을 든 것 같았다. 여기서 두 배 더 올려도 괜찮아 보였다.

"이잇! 이잇!"

한편 도훈을 벌 세운(?) 린이 연신 방아를 찧으며 그를 자극했다.

엉덩이를 마구 털어대며 힘껏 내리찍었지만, 도훈은 무슨 일이 있냐는 것처럼 평온한 표정이었다. 억지로 참으면서 린을 도발하는 것이다. 참다 못한 린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너 지금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척 버티는 거지?"

"언제는 벌서고 있으라면서?"

"하나도 안 힘들어 보이잖아!"

"그건 맞아."

"진짜 괴물이네. 어쩜 우리 지부장보다 힘센 거 아니야?"

"지부장? 그 대머리라는?"

"어."

"그 양반이 그렇게 힘이 세?"

"말이라고? 순수하게 파워만 놓고 보면 PK단 내에서도 손에 꼽힐걸?"

"그래도 아래는 내가 더 세지?"

"뭐라는 거야?"

"안 해봤어? 친하다면서?"

"넌 친하면 다 한 번씩 해보니?"

"거의 그렇지?"

"어이 없네? 지부장은 미호에겐 가족 같은 사람이라고!"

"하긴 가족이랑 그러는 거 아니지."

"이잇, 진짜. 그거 도로 내려놔. 하나도 안 힘들어하니까 재미도 없네."

"미안. 하지만 힘이 강한 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도훈이 들고 있던 바벨을 거치대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상체를 벌떡 일으키더니, 열심히 방아를 찧고 있던 있던 린을 와락 끌어안았다.

"뭐, 뭐하는 건데?"

"제대로 된 사과. 이제부턴 내가 서비스해 줄게."

"싫어. 놔."

"너도 솔직히 재미없잖아. 나를 그렇게 이기고 싶어?"

"···억울해."

이제 보니 린은 도훈이 자신을 함부로 대한 것보다, 방중술 대결에서 밀린 것이 더 자존심이 상한 것 같았다.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형편없이 깨져버리자 괜한 심술을 부리는 것이었다.

도훈이 그녀를 안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내 클래스가 뭔 줄 알지?"

"알아. 색골."

"섹서."

"그게 그거지."

"암튼 그래서 날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여자는 거의 없다고 보면 돼."

"지난번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잖아?"

"저번에?"

린은 도훈의 과거 섹스를 기억하고 있었다. 영혼이 바뀌어도 결국 몸은 하나였기 때문에, 감각이나 기억은 군령자 사이에 공유되었다.

"그래. 미향이랑 할 때도, 효옥이랑 할 때도, 심지어 요나랑 할 때도. 근데 나한테만 왜 그러는데?"

"그게 그렇게 억울했어?"

"이건 불합리하다고!"

"알았어. 내가 이유를 설명해줄게. 사실 나는 관계할 때 스킬이나 아이템을 자주 쓰는 편이 아니야.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런데?"

"근데 아까 네가 자꾸 한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말하길래, 처음부터 전력으로 모든 스킬과 아이템을 퍼부은 거야."

"아, 아니···."

"그러니 당연히 네가 못 버틸 수밖에. 이건 어떤 여자라도 감당못 할걸? 네가 부족하거나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연한 결과라고."

"하-."

이제야 진실을 깨달은 린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섹서 플레이 어와 섹스로 맞붙었으니, 패배는 당연한 결과였다. 도훈이 계속 말했다.

"이제부터는 나도 스킬이랑 아이템을 봉인할 테니까 공평하게 붙어보자고."

"쳇."

"이제 화 푸는 거지?"

"됐어. 내가 언제 화냈다고?"

린은 여전히 씩씩거렸지만, 아까보단 훨씬 표정이 밝아 보였다.

도훈의 설명으로 상처받은 자존심이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았다.

"그럼 다시 해볼까?"

"여기선 싫어. 바닥도 딱딱하고 퀴퀴한 냄새나는 것 같아."

"그럼 다시 1층으로 내려가자."

도훈이 두 팔로 린을 번쩍 안아 들었다. 체구가 작다 보니 솜털처럼 가벼웠다.

"근데 너 진짜 가볍네. 몇 킬로야?"

"갑자기 몸무게는 왜?"

"그냥 궁금해서."

"42킬

로."

"키는?"

"160."

"아··· 작구나. 그것보단 클 줄 알았는데."

"어쩌라고?"

"아니, 작아서 귀엽다는 뜻이야."

"키만 작지 다른 건 다 크거든?"

도훈에게 안겨 계단으로 내려가던 린이 빽 소리쳤다.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린의 말에 동의했다.

"그런 것 같아. 키도 실제보다 커 보이는 데다, 가슴이랑 엉덩이는 뭐···. 그리고 난 작은 여자가 더 좋아."

"왜?"

"키 큰 여자들은 골반도 넓어서 쪼이는 맛이 별로 없더라고."

"뭐라고? 완전 변태 아니야 이거?"

"그게 왜 변태야? 남자는 그게 클수록, 여자는 구멍이 좁을 수록 궁합이 잘 맞는 건 당연한 거지."

"웃기는 소리. 크면 전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 남자들 착각이겠지."

"그럼 넌 작은 게 좋아?"

"아니 그 말뜻이 아니잖아. 뭐든 적당한 게 좋다는 거지."

"역시 작은 건 싫구나?"

린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답했다.

"···너무 작은건 좀."

"그러고보니 너희들 남자 많이 만나봤을 거 아니야? 정기 빨아먹는다고."

"그래서?"

"궁금해. 작은 사람은 대체 얼마나 작은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도훈은 린을 안고 1층 거실에 도착한 상태였다. 1,2차전을 치르는 동안 침대가 엉망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도훈은 굳이 안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곳을 찾았다. 그러다 문득 일전에 상담 교수 역할을 사칭하며 구비 했던 마사지 베드가 떠올랐다.

"남자들은 꼭 그런 걸 궁금해 하더라? 궁금하면 혼자 목욕탕가서 직접 보면 되잖아?"

"아니지. 탕 안에서는 모두 노발기 상태인데, 어떻게 그걸로 비교하겠어? 꼴린 날과 안 꼴린 날의 차이, 몰라? 남자보단 남자를 많이 만나본 여자가 가장 정확하단 말이지."

"참나."

"새끼손가락 정도 하나?"

도훈은 마사지 베드가 놓인 작은 방문을 발로 밀고 들어가며 물었다.

"그것보다 더 작은 사람도 만나봤어."

"헐! 그것보다 작으면 그게 사람이야?"

[저 한 명 압니다. 이정우씨?]

'야이, 개새끼야!'

[아니, 팩트를 말하니 욕부터 박는 인성 뭐죠? 주인님이 전에 말씀하셨잖습니까? 과거 이정우일 때 비뇨기과에 상담 갔더니 의사가 그랬다면서요. 아무리 그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순 없는 거라고.]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지. 대체 언제적 이야기를···.'

"진짜로 있어. 특히 살 뛰룩뛰룩 찐 돼지들. 한참 빨아줬는데 도저히 안 서길래 물어보니까 그게 다 선 거래나?"

"음, 그 정도면 장애 수준 아닌가?"

"장애까지는···. 어? 근데 여기 어디야? 방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

린은 마시지 베드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장소가 달라진 걸 깨달았다. 도훈과 대화를 나누느라 정신이 팔려 어디로 오는지도 몰랐던 것.

"방은 맞아. 작은 방."

"작은 방? 그럼 이건 뭔데?"

"마사지 베드."

도훈이 안고 있던 린은 조심스럽게 베드 위에 눕혀주었다.

머리 쪽에 구멍까지 뚫린 전용 기구가 방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은 모습에 린이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너 진짜로 변태구나? 대체 이런 기구가 집에 왜 있는 건데? 여기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이라니? 그냥 필요해서 설치한 거야. 방도 많으니."

"아닌데. 아무리 봐도 이건···."

"암튼, 온 김에 누워. 내가 마사지 한 번 시원하게 해줄게."

"됐거든? 내가 왜?"

"일단 누워. 안 시원하면 그때 가서 따지고."

도훈이 계속 조르자 린도 하는 수 없이 마시지 베드 위에 엎드렸다. 실은 남자가 해주는 마사지를 받아본 적 없었기 때문에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구멍 안으로 머리 집어 넣어."

"머리를?"

"어. 그냥 엎드리면 목이 꺾이기 때문에 그게 더 편해."

린은 도훈이 시키는 대로 구멍 속에 머릴 집어넣었다.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면서 밖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게 되자 괜히 긴장되었다.

옆에 선 도훈이 홀딱 벗은 채 엎드린 린의 몸을 천천히 음미했다.

겨우 160 정도의 조그만 체형이지만, 의외로 보디의 볼륨감은 상당한 편이었다. 군살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는 전형적인 슬렌더체형에 반대로 가슴과 힙은 빵빵한 사기적인 몸매.

'신기하단 말이지? 여우가 사람이 되었는데, 이런 미인으로 태어 나다니.'

[전생에 예쁜 여우였나 보죠.]

'전생? 그게 무슨 소리야?'

[구미호는 날 때부터 구미호가 아닙니다. 평범한 암컷 여우가 우연히 산속에 있는 영약을 먹게 되면, 꼬리가 늘어나면서 점차 영물로 변하는 것이죠.]

'오, 정말?'

[네. 영물로 변한 구미호는 이후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게 되는 데, 생전 모습을 따라간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우 시절부터 미모가 출중했다는 뜻이겠죠?]

'신기하네. 그럼 군령자는 또 뭔데? 그것도 나중에 생긴 특질인가?'

[군령자와 구미호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상관이 없다고?'

[네. 보통은 신내림 받은 무당 중에서 군령자가 출현하죠. 타인의 영혼을 담을 수 있는 영매 특질이 있어야 하거든요. 또한 군령자는 그런 영매 특질 중에서도 굉장히 이례적인 능력으로 불립니다.]

'왜?'

[보통 영매는 한 명의 귀신을 받기도 벅차거든요. 하나의 몸에 여러 귀신이 섞여들면 영매가 미쳐버릴 수도 있어서요.]

'오호. 그럼 미호는 구미호면서 동시에 군령자인 거야?'

[그렇죠. 여우가 사람으로 변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군령자 특질을 가진 영매였던 거죠. 두 가지가 우연히 겹치면서 탄생한 매우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구나. 근데 꼬리는 왜 안 보이지?'

[보통 둔갑술을 쓰게 되면 꼬리를 감추게 됩니다. 사람이 꼬리를 달고 있으면 의심을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럼 다시 나타나게도 할 수 있나?'

도훈이 갑자기 궁금해져 린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뭐, 뭐야!"

"혹시 꼬리 보여줄 수 있어?"

"무슨 꼬리? 내 꼬리?"

"응."

"그게 왜 궁금한데?"

"아니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여우 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베드에 엎드려 있던 린이 어이없는 요구에 되물었다.

"넌 대체 취향이 왜 그렇게 다양해?"

"내가 뭘?"

"설마 동물 취향은 아니지?"

"갑자기 뭔 소리야?"

"그게 아니면 왜 꼬리를 드러내라고 하는데?"

"진짜로 궁금해서 그래. 한 번만 보여줘 봐."

"와, 진짜 변태."

린은 싫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하는 수 없이 꼬리 하나를 쏙 내밀었다. 린의 꼬리뼈 부근에서 갑자기 하얀 꼬리가 올라오더니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렸다.

"오! 이게 여우 꼬리구나?"

도훈이 신기한 듯 꼬리를 어루만졌다.

백색의 털은 윤기가 넘쳤고, 무척 부드러웠다.

"이잇, 멋대로 만지지 말라고."

"혹시 여기도 예민한 부위야?"

"무슨 소리야? 그냥 누가 만지면 기분 나쁘다고."

"그래?"

도훈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손을 뗐다. 꼬리가 달린 린을 보자, 문득 일전에 민주의 항문에 꽂았던 애널 플러그가 떠올랐다.

그땐 항문에 가짜 꼬리가 달렸는데, 실제 꼬리는 그보다 위인 꼬리뼈에 달려있었다.

'이러니까 진짜 구미호라는게 실감이 가는구나.'

[왜요? 거부감 드십니까?]

'아니? 귀여운데. 코스프레 한 것처럼. 일부러 꼬리 달린 플러그끼우고 하기도 하는데 뭘.'

도훈은 마사지를 하기 전 로시에게 말했다.

'혹시 마켓에 마사지용 오일도 팔던가?'

[오일이요?]

'응. 기왕 해주는 거 제대로 서비스 해주려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로시가 마켓을 검색하더니 곧 소식을 알려왔다.

[미용 목적으로 쓰이는 천상계 오일이 있습니다. 가격은 500포인트고요.]

'메이드 인 헤븐이 붙었으니 단순한 오일은 아닐테고, 이건 무슨 기능이 있지?'

[사용자의 피부를 갓 태어난 아기처럼 촉촉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덤으로 각질제거 기능도 있군요.]

'좋은 거네. 구매해.'

[인벤토리로 전송하겠습니다.]

도훈의 손이 허공으로 쑥 하고 사라지더니, 곧 그의 손에 대용량오일이 딸려 나왔다.

'이거야? 엄청 큰데?'

[용량은 1000ml입니다. 많아 보여도 전신에 사용할 경우 1~2회 밖에 못 쓰는 소모품이죠.]

'그렇군.'

도훈이 새로 산 오일의 펌프를 눌러 손에 가득 짰다.

푸쉭-푸쉭-

갑자기 용액을 짜내는 소리에 머리를 구멍에 박고 있던 린이 놀라서 물었다.

"뭐, 뭐야? 지금 이상한 소리 들은 거 같은데?"

"별거 아니야. 오일 짜고 있어."

"오일이라니?"

"아로마 마사지잖아. 피부에 좋을 거야."

"아깐 분명 안마만 한다고···하, 하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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