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5. 제주도 푸른 밤-95-
도훈은 들박 자세를 유지한 채 욕실 밖으로 나갔다. 젖은 몸에선 물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침실로 장소를 바꾼 도훈이 보미를 안은 채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침대 옆으로 누우며 보미가 자신을 올라타게 만들었다.
“이젠 네 차례야.”
“으, 응.”
보미는 앞선 들박으로 힘이 빠진 뒤였지만, 도훈의 위에 올라타자 반사적으로 엉덩이를 찧어댔다. 도훈의 넓은 가슴에 두 손을 짚고 다리 벌려 무릎 꿇은 자세로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푹찍푹찍-!
리듬을 타기 시작한 보미가 골반을 앞뒤로도 흔들었다. 밑에서 지켜보던 도훈이 스스로 팔베개를 만들며 감탄했다.
'와, 이젠 말타기도 잘 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엔 어딘가 어설퍼 보였는데, 지금은 로데오 기수처럼 현란하군요.]
'타고난 재능이 상당한 편인 거 같아. 성욕도 엄청 강하고. 이정도면 거의 색녀라고 봐야지.'
[처음엔 분명 순진하지 않았습니까?]
'몰라서 순진했던 것뿐이지. 혼자서 자위도 곧잘 했던 걸 보면 성욕은 원래부터 강했던 게 틀림없어.'
[주인님이 원석을 발견한 셈이군요.]
‘발견만 했을까? 갈고 다듬어 주었지.'
흥분한 보미가 자신의 가슴을 양손으로 붙잡고 날뛰기 시작했다. 그걸론 부족했던지 도훈에게 요구했다.
“가슴 주물러줘 도훈아.”
도훈이 두 손을 위로 뻗어 보미의 젖가슴을 받쳐 들었다.
“아앙, 난 네가 가슴 만져줄 때 좋아.”
“너무 좋아하면 곤란한데?”
“왜?”
“나 곧 서울 돌아갈 건데 이래서 참을 수 있겠어?”
도훈의 말에 보미가 갑자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함께 살을 비비고 있어도, 조만간 그의 빈자리가 그리워질 것이다.
마음 같아선 경찰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도훈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평생을 지켜온 플레이어의 사명을 한순간 감정으로 내팽개칠 순 없었다. 그녀는 철부지 소녀가 아니었다.
“···참아볼게.”
“꼭 참아야 해.”
“당연하지. 내가 너 말고 누가 있다고?”
“굳이 따지면 김 형사가 있긴 하지.”
“뭐라고?”
보미가 눈을 흘기며 도훈을 째려보다 잔뜩 삐친 목소리로 칭얼거렸다.
“너 설마 날 그런 여자로 보는 거야?”
“당연히 농담이지. 김 형사랑은 다 정리됐다면서?”
“응. 솔직히 먼저 말 꺼낼 땐 엄청 부담스러웠는데, 다행히 잘 이해해 주셨어.”
“김 형사님 정도면 진짜로 양반이야. 짝사랑했던 여자를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구질구질하지 않게 물러난 걸 보면.”
“어쩔 수 없다고. 난 도훈이 네가 더 좋으니까.”
“알았어. 고마워.”
“너도 나 몰래 바람피우면 안 돼?”
“물론. 학교 가면 또 찐따 처럼 지낼 거야.”
도훈은 일말의 고민 없이 공수표를 남발했다. 그녀에게 위치 추적기를 달아놓기로 한 이상, 사고가 날 일도 없었다.
‘로시. 말 나온 김에, 추적기 설정은 어떻게 하는 거야?’
[지금 하시게요?]
‘응.’
[잘됐습니다. 추적기능을 활성화 시키려면 대상의 몸에 1회 터치가 필요하거든요.]
‘터치?’
[쉽게 말해 태그를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어디에 터치하면 되는데?’
[위치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주인님 마음입니다.]
‘그렇다면.’
가슴을 만지고 있던 도훈이 보미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위치추적 온!’
[현 시간부로 윤보미양이 위치추적 대상자로 설정되었습니다.
이제부터 그녀의 위치는 스마트 워치에 실시간으로 표시됩니다.]
“아야! 자세 바꾸라는 거지?”
“응. 말귀 잘 알아듣네.”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것은 체위를 바꾸자는 사인이기도 했다.
“어떻게 바꿔?”
“뒷방아 한 번 가보자.”
“뒷방아? 그건 어떻게 하는 거야?”
“쉽게 말해 지금 하는 말타기가 앞 방아거든. 방향을 반대로 돌리면 그게 뒷방아고.”
“반대로?”
“일단 무릎을 세워.”
보미가 도훈이 시키는 대로 무릎을 세웠다.
“그리고 재래식 화장실에 앉는 것처럼 쪼그려 앉아 봐.”
“이렇게?”
보미가 쪼그려 앉자 도훈이 계속 설명했다.
“잘했어. 그다음엔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고.”
“그래도 괜찮겠어?”
여전히 삽입된 상태였기 때문에 위에서 자세를 바꿨다간 도훈에게 온전히 무게가 실릴 수 있었다. 하지만 도훈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 그 정도로 내 거 안 부러지니까.”
“해볼게.”
보미가 한쪽 다리를 옆으로 넘기자 두 다리가 나란히 모였다.
도훈을 밑에 깔고 옆으로 앉은 모습이었다.
“하읏.”
잦이를 빼지 않은 상태로 몸을 90도 돌렸기 때문에 보미도 자극이 상당했다.
“잘했어. 이젠 완전히 반대로 몸을 돌려.”
“으응.”
보미가 다시 몸을 90도 회전하자, 처음과 다르게 도훈을 등지고 앉은 자세가 되었다.
“이게 뒷방아야. 쉽지?”
“흐읏, 이제 어떻게 하면 돼?”
“똑같아. 위에서 흔들어.”
도훈을 등지고 앉은 보미가 천천히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자세라 그런지 어딘가 어설펐다. 두 손을 어디에 둘지도 모르겠고, 자꾸 잦이가 빠지는 느낌이 들었다. 도훈이 불안정한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조언했다.
“내 정강이를 잡아.”
“정강이를?”
“응, 두 손으로 정강이를 붙잡고 엉덩이만 트월킹하듯 흔들면 돼.”
“어, 어려워.”
“하다 보면 느낌이 올 거야. 일단 흔들어.”
보미는 도훈이 시키는 대로 두 팔을 쭉 뻗어 무릎과 정강이 사이를 짚은 채 골반을 튕기며 엉덩이를 흔들었다.
“흐, 흐읏.”
“좋아, 지금 그 자세야. 더 빨리.”
보미가 점점 체위에 적응하자 도훈이 속도를 올리라고 주문했다. 감을 잡은 보미가 엉덩이를 야릇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단순히 위아래로 내리찍는 게 아니라 봊이 전체를 사타구니에 문지르듯 앞뒤로 꺾기를 시도한 것이었다.
“오오, 제법인데?”
잦이가 앞으로 확 기울었다가 뒤로 젖혀지며 강렬한 자극이 밀려왔다. 잦이가 거의 빠질 정도로 골반을 들었다가 내리찍는 동작도 추가했다. 그 모습이 마치 도훈을 올라타고 로데오를 하는 느낌이었다.
뒷방아가 계속되는 사이 도훈이 보미의 뒤태를 감상했다.
허리는 쏙 들어가고, 가슴과 엉덩이는 모래시계 모양으로 퍼져 있었다. 가슴은 어찌나 큰지 뒤에서 보는데도 옆 가슴과 밑가슴의 윤곽이 드러날 정도였다.
‘진짜 빨통도 지리는 구나 보미는.’
[거참, 전부터 빨통이 뭡니까 빨통이? 품위 좀 지키시죠.]
‘물고 빠는 젖통이니까 빨통 맞잖아.’
“하읏, 하읏!”
뒷방아를 시작하면서 보미의 신음이 더 거칠어졌다. 처음보다 훨씬 더 느끼는 모습에 도훈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슬슬 마무리를 해줘야겠군.’
도훈이 복근에 힘을 주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그 자세에서 도훈이 허리를 끌어안으며 찰지게 박았다.
“아앙, 아아앙, 도, 도훈아앙.”
“여기서 바로 뒤치기로 넘어갈 거야.”
도훈이 다리를 뒤로 빼며 후배위로 바꿨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체위전환. 보미의 허리를 잡은 도훈은 힘차게 박음질을 시작했다.
퍼억- 퍼억-!
“흐앗, 핫, 흐아앙!”
거대한 대물이 뿌리까지 쑥쑥 박혀 들어갔다. 쿵쿵- 하고 박을 때마다 보미가 숨넘어가는 신음을 토해냈다.
‘확실히 깊이 박히는 걸 좋아한단 말이지.’
[보미양이요?]
‘응. 게다가 약간 구속감을 느낄수록 더 느끼는 것 같아.’
“팔 뒤로 넘겨봐.”
“파, 팔을?”
“열중 쉬어하는 것처럼.”
보미는 도훈이 시키는 대로 허리 뒤로 두 손을 넘겨 교차시켰다. 도훈이 수갑을 채우듯 팔목을 붙잡고 다시 박음질을 시도했다.
“하악!”
두 팔로 바닥을 짚을 수 없게 된 보미의 몸이 자꾸 아래로 쏠렸지만, 도훈은 두 팔을 고삐처럼 잡아당기며 그녀의 몸을 공중에 붕- 띄웠다.
“하읏, 흐읏, 기, 깊어!”
“넌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뭐, 뭐하는 거야.”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하아앙, 나, 난 범죄자가 아니라고.”
두 팔을 제압한 도훈이 경찰인 보미에게 미란다 3원칙을 읊으며 농을 건넸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대준다. 알겠지?”
“흐으응!”
“대답해.”
“아, 알았어.”
퍼억퍼억!
도훈이 마무리에 들어갔다. 두 팔을 포박해 구속감을 극대화 시킨 도훈은 온 힘을 다해 보미를 따주었다.
“크읏, 싼다.”
“안에 싸도 돼.”
“크흡!”
도훈이 부르르 떨더니 종일 생산한 정액을 그득그득 밀어 넣었다.
부욱-
정액이 보미의 질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도훈이 마침내 그녀의 두 팔을 놓았다. 보미가 탈진한 것처럼 침대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널브러졌다.
“하아···하아···.”
옆으로 쓰러진 그녀는 한참 동안 밀려오는 오르가즘에 취해 헐떡거렸다.
당분간 그녀와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섹스가 끝이났다.
* * *
보미와 끈적한 섹스를 마치고 단잠에 빠져 있던 도훈은 새벽녘에 눈을 떴다.
[주인님. 일어나십시오.]
‘뭐야? 벌써 아침이야?’
잠에서 깬 도훈의 곁에는 보미가 팔베개를 한 채 곤히 잠들어있었다. 주변은 여전히 어두웠고, 벽시계 바늘은 새벽 4시를 막 넘어가는 중이었다.
[인벤토리에 넣어두신 대포폰에 부재중 전화가 남아 있습니다.]
‘뭐라고?’ 기다리고 있던 미호의 연락이었다. 도훈은 조심스럽게 보미에게서 팔을 거둔 뒤 다른 베개를 끼워 넣었다.
“음냐음냐-.”
보미가 잠시 뒤척이며 칭얼거렸지만,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도훈은 도둑처럼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온 뒤 안방에서 거실로 나왔다.
‘연락은 언제 온 거야?’
[대략 1분 전입니다.]
‘뭐야? 날 바로 깨웠어야지.’
[깨우려고 했는데 신호음이 3번도 안 울리고 바로 끊어졌습니다.]
‘흐음. 뭐지 대체?’
도훈은 거실에서 통화했다간 혹시나 보미가 잠에서 깨어날 것을 우려했다. 그는 대충 바지와 면티를 걸치고 담배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혹시나 나중에 보미가 깨어나 추궁하면, 담배를 피우고 왔다고 핑계를 대기 위함이었다.
집을 나오자 연립식 복도가 펼쳐졌다. 난간에 기대선 도훈이 담배를 입에 물고 대포폰을 꺼냈다. 아파트 내부에선 금연이지만, 늦은 새벽이라 누가 보는 사람은 없었다.
부재중 전화 1통.
발신자는 예상대로 미호였다.
담배를 태우던 도훈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굴까?’
[네?]
‘만약 미호가 아니면?’
[흠.]
‘미호가 놈들에게 배신한 사실을 들킨 거라면? 핸드폰을 빼앗은 놈들이 통화 상대를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전화를 걸었을 수도 있잖아.’
[음···. 그럴 가능성도 있군요. 거기까진 미처 생각 못 했습니다.]
‘애매하네. 미호의 상황을 전혀 알 길이 없으니.’
미호는 붙잡히더라도 자신에 대해 끝까지 함구했을 것이다. 어차피 핸드폰 번호가 들키더라도, 번호에 이름을 따로 저장하지 않았을테니 자신이 누군지 특정하는 건 불가능했다. 설사 번호를 추적해 신원조회를 한다고 한들, 해당 폰은 최번개가 구해준 대포폰으로 다른 사람 명의였다.
절대 자신까지 추적될 리 없었다.
그런데 만약 도훈이 지금 미호에게 전화를 건다면?
그 순간 자신의 목소리를 PK단 놈들에게 노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별도의 추적 장치가 있다면 목소리뿐만 아니라 위치까지 들킬 위험도 컸다.
‘그냥 확 걸어?’
[혹시 모르니 한 번만 더 기다려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미호가 다시 전화하기를?’
[네.]
‘그렇다고 다시 전화를 건 사람이 미호라는 것도 확신할 수 없지. 결국엔 한번 쯤 도박을 걸어야 한단 뜻이야.’
작심한 도훈이 전화를 걸었다.
‘신호 간다.’
[이번에는 전원이 안 꺼져있군요.]
신호음이 한참 울리고 전화가 걸렸다. 도훈은 일부러 상대가 말할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의 예민한 청각으로 상대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미호 맞나?’
지루한 침묵이 이어지던 중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
“자는 줄 알고 일부러 끊었는데, 먼저 걸 줄은 몰랐어. 나야 미호.”
“미호?”
“그래. 나야.”
“어떻게 된 거야 어제는? 전화를 걸었다가 폰을 껐잖아.”
“놈들이 도훈이 네 행방을 뒤쫓다가 우리 지부원을 의심하고 감시원들을 붙였어.”
“감시라고? 설마 지금도 감시 받는 중이야?”
“아니. 3일 내내 계속 따라다니더니 오늘은 좀 잠잠해.”
“휴-. 다행이네.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어. 잡힌 줄 알고.”
“날 걱정할 필욘 없어. 내가 그렇게 허술하게 당하진 않으니까.”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야? 여전히 특임대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조사 중이야?”
“그것도 모르겠어. 어쩌면 본부로 다시 복귀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놈들이 다시 본부로 돌아간다고?”
“정확한 건 내일 회동이 끝나야 확실하게 알 수 있어. 그러니까 내가 다시 연락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어.”
“그게 언젠데?”
“얼마 안 걸릴 거야. 빠르면 내일?”
뚝-.
할 말을 마친 미호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