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8. 제주도 푸른 밤-78-
도훈이 문을 잠그고 잠든 척 누워있는데, 보미가 샤워를 시작했는지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쏴아아-!
어제까지만 해도 음악 소리처럼 들리던 소리가 지금은 죽음의 전주곡처럼 느껴졌다.
‘하아···. 제발. 별 일 없겠지?’
[너무 걱정 마십시오. 문이 잠긴 걸 보면 보미양도 무리하지 않을 겁니다. 설마 먼저 잠들었다고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곧 샤워가 끝났는지 물소리가 멈췄다.
욕실을 나온 보미가 도훈의 옷 방문을 노크했다.
“도훈아. 나 다 씻었어.”
“······.”
덜컥-.
“문을 잠그고 잠들었나?”
보미의 목소리에 살짝 짜증이 묻어 나왔다.
자는 척 누워있던 도훈의 심장이 떨려왔다.
‘이대로 가사 상태로 빠져들까?’
[그러다 영영 못 깨어나실 수도···.]
‘그나저나 보미 쟤는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새벽까지만 해도 엄청 부끄러워하더니. 이젠 너무 막나가는데?’
[어제 일을 계기로 바뀌었을 수도 있죠. 아니면 노선을 확실히 정했다던가요.]
‘노선을 정하다니?’
[주인님을 평생 지아비로 섬기기로요?]
‘아씨, 진짜.’
철컥-
그때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보미가 집 열쇠를 들고 문을 따고 들어온 것이었다. 혹시나 잠긴 문을 보고 단념할까 기대했던 도훈이 질린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잠든 척 연기했다.
“진짜로 피곤했나 보네. 오자마자 잠들 줄은 몰랐는데···.”
보미는 쓰러져 잠든 도훈을 내려다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도훈 옆에 누워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나저나 보면 볼수록 잘생겼단 말이지?”
“······.”
“옷이라도 벗겨 줘야 겠다.”
“?!”
잠든 척 연기를 하던 도훈은 보미의 손길이 닿자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하지만 연기한 게 들켰다간 더 큰 화(?)를 입을까 두려워 잠자코 누워 있는 수밖에 없었다.
“에효, 밖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자면 어쩌자는 건지. 내가 벗겨 주는 수밖에 없잖아?”
보미는 혼잣 말을 중얼거리며 도훈의 상의를 벗겼다. 옷을 탈의 시키는 중에 깨어나도 상관없다는 태도였기 때문에 도훈을 갈등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깨어난 척 할까?’
[감당하실 수 있습니까?]
‘그럼 그냥 벗기게 넵둬?’
[정말로 겉옷만 벗길 수도 있으니까요.]
‘젠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군.’
결국 상의를 모두 벗길 때까지 도훈은 계속 잠든 척할 수 밖에 없었다. 속옷을 입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티를 벗기자 곧바로 도훈의 알몸이 드러났다.
“흐음. 바지도 마저 벗겨 줘야겠지?”
‘제발.’
[주인님. 절대 반응하시면 안 됩니다.]
‘무슨 반응?’
[괜히 꼴려서 보미양을 자극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너라면 꼴리겠냐? 이 와중에? 내가 무슨 24시간 발기중인줄 알아?’
보미가 이어 도훈의 반바지까지 벗겼다. 그런데 문제는 도훈이 관계를 끝내고 팬티를 입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어? 속옷이 왜?”
보미는 바지를 벗기자마자 잦이가 튀어나오자 살짝 당황한 눈치였다. 도훈도 밑이 헐렁한 것을 깨닫고 몹시 놀랐다.
‘이런 씨, 나 팬티 안 입었었냐?’
[네. 텐트에 버리고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귀찮다면서.]
‘네가 말렸어야지!’
[귀찮다고 안 입을 땐 언제고 갑자기 왜 저한테···.]
보미는 느닷없이 알몸이 된 도훈을 수줍게 바라보았다. 옷을 입은 것보다 벗은 게 더 매력적이었다. 완벽하게 균형 잡힌 근육과 길쭉길쭉한 기럭지가 모델같은 포스를 풍겼다.
그리고 유난히 눈에 띄는 도훈의 잦이.
지금은 힘을 잃고 왼쪽으로 휘어져 있지만, 발기했을 때 모습을 떠올리던 보미는 그것의 본 모습을 기억했다.
‘도훈이도 분명 찝찝할 텐데.’
보미가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한 것은, 텐트에서 두 번이나 진한 섹스를 마친 후 몸을 씻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물티슈로 닦았다고 해도 그 찝찝함이 가시지 않았다.
‘대충 닦아주기라도 할까?’
이에 생각이 미친 보미는 화장실로 가더니 뜨거운 물을 적셔 물수건을 만들어 왔다. 피곤해서 잠이 든 도훈의 몸을 대충이라도 닦아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보미는 먼저 도훈의 상체를 닦았다. 탄탄한 대흉근과 복근을 닦은 보미는 팔을 들어 겨드랑이도 싹싹 밀었다.
“휴, 여긴 됐고···.”
상체를 모두 씻겨준 보미가 이번엔 밑으로 내려왔다.
여전히 멋대로 늘어진 잦이가 눈에 들어왔다.
“마저 닦아야겠지?”
보미가 조심스럽게 도훈의 말랑한 잦이를 손으로 잡더니 불알부터 좆기둥에 이르는 부위를 젖은 수건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우면서 축축한 물수건의 느낌에 도훈이 흠칫 놀랐다.
‘으읏, 좆됐다!’
[참으셔야 합니다.]
‘젠장. 대체 왜 멀쩡히 자고 있는 사람을 홀딱 벗겨서 몸을 닦아주는 거냐고. 내가 무슨 욕창 걸린 환자도 아니고.’
[주인님 예측대로면 깨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 아닐까요?]
‘뭐?’
[깨면 깬대로 좋고, 안 깨도 만져서 좋고. 보미양 입장에선 꽃놀이패란 뜻입니다.]
‘흥, 그렇다고 누가 따먹어 줄줄 알고?’
도훈이 독한 의지로 발기를 참아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성의 손길이 닿다 보니 조금은 부풀 수밖에 없었다. 그는 워낙에 건강했고, 새벽에 두번 한 것으로는 그의 정력을 잠재우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도훈이 몰래 실눈을 뜨고 보미가 하는 행동을 훔쳐보는데, 수건으로 잦이를 닦아주던 보미가 갑자기 잦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는 것이었다.
‘뭐, 뭐하는 거지?’
킁킁-
보미는 코를 가까이 가져가더니 잦이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젖은 수건을 닦아내다 보니 제대로 씻겨졌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흐음. 아직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기도. 역시 비누칠을 했어야 했는데.”
‘아니 왜 멋대로 자고있는 사람 잦이에 비누칠을 하려는 거냐고!’
“어떡한다?”
보미는 잠시 고민하더니 갑자기 입을 동그랗게 벌려 도훈의 잦이를 입에 담았다.
‘억!’
[주인님! 이건!]
‘설마 입으로 씻겨주려는 건가?’
[아아, 보미양의 성욕이 상상이상인데요?]
보미는 아예 대놓고 잦이를 빨기 시작했다. 샤워를 막 마치고 나온 그녀는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긴 티를 입고 있었는데, 젖꼭지 부분이 툭 튀어나온 것으로 보아 속옷도 입지 않고 하의실종 상태로 옷 한 벌 걸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쪼옥-쪼옥-.
보미가 한참 도훈의 잦이를 빨아대자 도훈도 사람인지라 잦이가 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금새 빳빳해진 대물을 흐뭇하게 쳐다보던 보미는 이번엔 도훈의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가더니 불알 밑을 핥기 시작했다.
‘하윽! 거, 거긴!’
[보미양이 언제 저런 걸 배웠죠?]
‘그냥 하고 싶은거 다 해보는 거잖아!’
[호오, 역시 호기심이 대단하군요.]
“으음, 여기도 깨끗하게 씻겨줘야지.”
보미는 한 손으로 잦이를 잡아 세운 뒤 혀를 길게 내밀어 불알을 싹싹 핥았다. 도훈은 계속 잠든 척하고 있으면 언젠간 보미가 포기하고 물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자는 사람 건드리는 거 성추행 아니냐?’
[이미 두 번이나 하셔놓고 무슨 상관입니까?]
‘적어도 의사는 물어봐야지.’
[보미 양은 씻겨줬다고 둘러대겠죠.]
‘누가 입으로 잦이를 씻기는데?’
[평소에 잘만 시키셔놓고선.]
“흐음···. 이래도 안 일어난다고?”
도훈의 잦이와 불알을 한참 빨아주던 보미는 도훈이 계속 깨어나지 않자 살짝 골이 난 표정이었다. 사실 그녀가 도훈의 잦이를 빤 것은 그를 깨우겠다는 의도였다.
‘쳇. 계속 버텨보시겠다 이거지?’
보미가 갑자기 입고 있던 단벌 수면 원피스를 벗기 시작했다.
샤워로 깨끗해진 그녀의 몸에서 향기가 풍겨나오자 도훈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저렇게까지 하는데 안 깨어나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갑자기 눈을 뜨면 일부러 잠든 척 한 걸 들킬 게 뻔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도훈은 아예 몸을 뒤집어 엎드리는 전략을 취했다.
“크흠···.”
잠들다 뒤척이는 척 배를 깔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보았지만, 보미는 포기하지 않았다. 갑자기 그의 위에 엎드리더니 커다란 젖가슴으로 도훈을 등을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안 일어날 거야?”
“······.”
위에 올라타도 도훈이 계속 자는 연기를 하자 보미가 작심한 듯 말했다.
“좋아. 이래도 안 깨나 보자고.”
보미가 도훈의 몸을 타고 밑으로 내려오더니 갑자기 도훈의 가랑이를 좌우로 벌리기 시작했다. 자는 척 연기하던 도훈은 힘을 주지 못하고 그대로 V자로 다리를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뭐, 뭐지? 뭐하는 거야?’
도훈이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갑자기 보미가 도훈의 엉덩이에 얼굴을 처박았다.
‘윽엑! 똥박죽!’
그리고는 엉덩이를 두손 잡고 벌리더니 갑자기 똥구멍을 핥는 것이 아닌가? 혀를 내밀어 똥구멍을 살살 약올리 듯 핥아대자 도훈도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엉덩이를 위로 쳐들고 말았다.
“으으, 뭐, 뭐하는 거야.”
“왜 계속 자는 척해?”
“지, 진짜로 잠들었다고.”
“거짓말 하지마. 실눈 뜬 거 다 봤거든?”
하필 보미가 도훈이 눈을 뜨고있던 걸 캐치한 것이었다. 어쩌면 본인의 AI 비서를 통해 그의 수면 상태를 확인했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도훈은 이왕 들킨 거 보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아니, 진짜 피곤해서 자려고 했는데 그렇게 깨워버리면.”
“아깐 씻고 잔다며?”
“자고 일어나서 씻으려고 했지.”
“그럴까봐 내가 미리 씻겨준 거야.”
“그, 그래. 근데 갑자기 왜 옷을 벗고 있어?”
“우리 집이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이미 다 봐서 이젠 별로 안 궁금하다는 거야?”
보미의 말에 도훈이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자칫 한 번 따먹고 난 휘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일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었다.
“그, 그럴리가!”
“근데 반응이 왜 그래? 나 섭섭해 지려고 그래.”
“아니 나는···. 피곤하기도 하고···. 한 숨 자려고.”
“나도 잘거야.”
“자, 잔다고? 이 상태로?”
“응. 네 옆에서.”
“방이 있는데?”
“뭐 어때. 여긴 우리 집이고, 여기도 내방이고, 우린 어제 텐트에서 같이 잤잖아. 그땐 맞고 지금은 틀려?”
딱히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같이 자기 싫어서 그래?”
“아니 그게 아니라···.”
도훈은 어떤 말로도 지금의 보미를 밀어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어젯밤 느낀 오르가슴을 또 한번 느끼고 싶어 했다. 마치 처음 피운 담배 맛에 중독된 사람처럼, 섹스의 쾌락에 정신이 팔려 본능적으로 도훈에게 달려드는 꼴이었다.
“남자는 여자랑 달라.”
“뭐가 다른데?”
“중간 중간 휴식이 필요하거든.”
“휴식?”
“응. 그러니까 정력을 회복하려면···.”
“방금 잘만 서던데?”
“아니 그건 반사적으로.”
“그새 마음이 바뀐 건 아니지?”
“내가 뭘?”
“언제는 알려주고 싶다며. 이것저것.”
“그, 그러니까 알려주기 싫다는 게 아니라, 지금은 회복이 덜 돼서···.”
“엎드리지 말고 똑바로 누워봐.”
엎드려 누워있던 도훈이 다시 바로 누웠다. 지금은 시키는대로 따르는게 최선이었다. 바닥에 눌려있던 잦이가 빳빳하게 천장을 향해 우뚝 섰다.
“내가 보기엔 다 회복된 거 같은데?”
“아니야. 그게···. 뭐랄까, 이러면 얼마 못 버티고 금방 죽어버릴 거야.”
“금방 죽는다고?”
“조루라고 알지? 그런 것처럼 금방 찍.”
“흐음···.”
설득이 먹히는 듯하자 도훈이 적극적으로 변명했다.
“남자들은 섹스할 때 자기가 좋은 것도 있지만, 여자를 만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단 말이지. 그래서 기왕이면 힘을 좀 회복한 후에 하려고 했어.”
“정말이야?”
“당연하지. 내가 너랑 하는 게 왜 싫겠어? 나도 엄청 좋았는데.”
“알았어. 그럼 욕심 안 낼게. 나도 좀 지나쳤던 것 같아.”
“이해해줘서 고마워.”
“그럼 옆에서 같이 자기만 해.”
“으, 응?”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 줄 게.”
“아···.”
“왜? 그것도 안 돼?”
그것마저 거부했다간 도훈은 당장 목이 날아갈 판이었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보미가 하고 있었다.
‘왜 저렇게 적극적인 거냐고. 내가 알던 순진하고 정의감 넘치는 경찰 맞는 거야?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180도 바뀌냐?’
[주인님이 호기심 폭발하게 만들어놓고선 이제와서 왜 그러냐고 물으시면···.]
‘허으, 미치겠네 진짜.’
“근데 여긴 바닥도 딱딱하고···.”
“그럼 내방으로 갈래?”
“어?”
“여긴 옷방이라 침대도 없잖아. 그냥 내 방 침대에서 자 이제.”
“침대에서?”
“응. 원래 여긴 독신자 전용이 아니라 원래 신혼부부 대상으로 제공된 곳이라 침대가 꽤 넓거든. 같이 자도 충분할 거야.”
“그, 그래?”
도훈을 어쩔 수 없이 보미의 방을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알몸인 상태로 방으로 이동하는데, 도훈은 이상하게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