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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41화 (1,621/2,000)

1641. 제주도 푸른 밤-71-

한 모금이 두 모금이 되더니, 새로 한 캔을 따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처음엔 운전 때문에 절대 술을 안 마시겠다던 보미도 어느 순간 마음을 놓아버렸는지 도훈과 함께 꼴딱꼴딱 나눠 마셨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머리가 띵할 만큼 차가운 맥주. 노릇노릇 구워진 새우와, 스스로 입을 벌린 조개가 절로 군침을 돌게 했다.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장작불을 응시하고 있으면, 따스한 온기에 닫혀있던 마음까지 녹진녹진 녹아버렸다.

은근한 취기를 식히듯 선선하게 불어오는 초가을 바람.

그리고 너무나 잘생긴 미남이 매너좋게 새우껍질을 까주고 있었다. 보미는 갑자기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거부하기엔 너무나 강렬한 유혹이었다.

도저히 술을 참아내기 힘들었다.

“짠! 잔 한번 치자고.”

“하아-. 나 너무 많이 마신 거 같은데.”

“에이, 무슨 소리야. 아직 한 캔도 다 안 마셨구먼.”

도훈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힘들면 내가 운전할게. 걱정 마.”

“넌 나보다 더 많이 마셨잖아.”

“정 안되면 잠깐 저기서 눈붙이고 가면 되지.”

도훈이 데크 위에 펼쳐진 텐트를 가리켰다. 새로 산 텐트라 그런지 유난히 표면이 번쩍거렸다. 바닥에 두꺼운 쿠션도 깔려있고, 서비스로 받은 무릎 담요가 정갈하게 깔려 있었다.

“자, 자다니?”

“난 한 시간만 자도 술 금방 깨버리는 체질이야.”

“그래도···.”

“어차피 집에서 겨우 30분 거리잖아. 뭐하면 택시 불러도 금방 가겠구먼 뭘.”

집이 너무 가깝다는 사실이 오히려 보미를 안심시켰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긴장이 절로 풀려 버린 것이다.

물론 이는 도훈이 모두 의도한 바였다.

[정말로 보미양이 택시타고 가면 어쩌시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부르겠냐?’

[네?]

‘같이 캠핑와서 고기 구워 먹고 신나게 웃고 마시고 놀다가, 갑자기 혼자 집에 가는 사람이 어딨겠어?’

[그럼 왜···.]

‘안심시키는 거지. 넌 언제든 원하면 집에 돌아갈 수 있다. 그 말 한마디에 보미는 계속 술을 마실 수 있는 거야. 하지만 막상 마시고 나면 집에 돌아갈 생각을 접기 마련이거든..’

[그것까지 모두 계산하셨습니까?]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적당히 있는 것도 안정감을 주는 요소지.’

[근데 그건 왜 그렇죠?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요?]

‘옆에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많은데 설마 무슨 일이 있겠으려니 안심을 해버리는 거지.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외로 남 일에 크게 관심 없거든. 막말로 옆 텐트에서 떡을 쳐도, 연인끼리 놀러와 불장난하나보다 생각할걸. 오히려 구경이나 안하면 다행이지.’

[이제 그럼 보미양이 취하기만 하면 게임 끝인가요?]

‘안 그래도 슬슬 눈이 풀리는 거 같아. 모닥불 열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서 혈액순환이 빨라지고 있거든.’

“에이, 모르겠다. 그럼 딱 한 잔만 더 해.”

“짠!”

술이 돌았다.

술을 마시고, 안주를 먹고, 얘기하고, 불멍을 때리다, 다시 술을 마셨다.

술이 달았다.

도훈과 함께 갑작스러운 캠핑을 와서 모닥불 앞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마시는 술이 왜 그렇게 달짝지근한지 알 수 없었다.

“어, 달 떴다.”

“응?”

“저거 보름달이지?”

“아, 응 그런 것 같은데?”

제주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어느새 휘영청 보름달이 솟아 있었다. 짙푸른 바다와 노란 보름달이 그림처럼 어울렸다. 배경까지 환상적이었다.

“제주도 참, 예쁘다.”

“그치? 나도 맨날 그 생각 자주 해.”

“이런 풍경을 밖에 나와서 보니까 얼마나 좋아? 나랑 캠핑 오길 잘했지?”

“···응.”

보미가 수줍게 속삭이듯 대답했다.

“장작에 불 좀 넣고 있을래?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화장실?”

“어. 맥주를 너무 마셨는지 못 참겠네.”

“알았어. 다녀와.”

도훈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보미가 모닥불을 지켰다. 장작을 넣고, 후식으로 호일에 쌓아 넣은 고구마를 뒤집고, 혼자 맥주를 홀짝거렸다.

‘늦어지는거 같은데?’

도훈이 바로 안 돌아오자, 보미는 다시 타오르는 모닥불을 조용히 응시했다. 보고만 있어도 불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기분에 보미의 감정이 싱숭생숭해졌다.

‘그나저나 이렇게 계속 마셔도 되는 건가? 좀 취하는 것 같은데 ···. 집이었으면 바로 침대에 쓰러졌겠다.’

보미는 본래부터 술이 약했다. 맥주 한 캔이면 쓰러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야외기도 하고, 분위기가 너무 좋아 주량을 넘어서까지 계속 마시고 말았다.

말 동무를 해주던 도훈도 없고, 혼자 뜨끈한 모닥불 앞에 앉아 있으려니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왜 안 돌아 오지? 점점 졸리는데···.’

크게 하품을 하던 보미가 문득 텐트를 쳐다보았다. 모기장 사이로 아늑해 보이는 바닥 쿠션과 담요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 누우면 바람도 솔솔 잘 통하고,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잠깐만 눈 좀 붙일까? 도훈이 말마따나 자고 깨면 운전 하는데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으니까···.’

결국 졸음을 참지 못한 보미가 텐트 지퍼 문을 열고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밖에서 볼 땐 비좁아 보였는데, 막상 안에 혼자 들어가 누우니 딱 적당한 크기였다.

‘흐음, 어차피 도훈이도 금방 돌아오겠지? 조금만 자야겠어. 너무 졸려.’

보미가 스스륵 눈을 감았다. 그 사이 멀지 않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도훈이 바닥에 담배를 비벼 끄더니 천천히 텐트로 향했다.

“이제 다 익었구먼.”

도훈이 텐트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보미가 흐트러진 자세로 완전히 쓰러져 있었다.

[마침내 때가 왔군요. 이제 시작하시는 겁니까?]

‘아니. 지금 하면 면간이지.’

[네?]

‘술 먹고 쓰러진 애를 강제로 따먹으면 강간이라는 소리야. 기껏 고생해놓고 업적을 날려버릴 것도 아니고.’

[그럼 왜 술을 먹이신 겁니까?]

‘있어 봐. 기다리면 스스로 올 테니까.’

[당최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도훈은 잠든 보미 옆에 나란히 누웠다.

그러나 털 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잠을 청할 뿐이었다.

[이게 무슨···.]

* * *

“스읍-.”

텐트 안에서 엎드려 자고 있던 보미가 입가에 흘린 침을 닦다가 벌떡 일어섰다.

“헉, 진짜로 잠들어 버렸네?”

그녀는 침흘리고 잔 자신을 누가 봤을까 봐 창피한 마음에 벌떡 일어나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옆에서 뭉클하는 촉감이 느껴졌다.

“헉!”

도훈이었다.

자신의 옆에 도훈이 쿨쿨- 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얘가 왜 내 옆에서 자고 있지?’

보미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설마 내가 자고 있는 사이 옆으로 기어들어 온 건가?’

보미가 놀라서 스스로의 옷매무새를 확인했다. 자기 전과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자는 사이 도훈이 자신에게 엉큼한 짓을 한 것 같진 않았다.

‘뭐야? 그냥 옆에 와서 잠만 든 거야 그럼?’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었다. 무방비로 잠이 든 자신을 보고도 아무 반응도 없었다는 소리였다.

“···어이가 없네?”

보미가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발언이라고 생각했는지 급히 말을 주워 담았다.

“흠흠, 아니 왔으면 깨우지는 못할망정.”

보미가 텐트 옆 모기장을 통해 밖에 있는 모닥불을 쳐다보았다.

상당한 시간이 지났는지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은 은근한 잔불만 남기고 사그라져 있었다.

어느 정도 소란스럽던 주변도 조용해지고, 이따금 풀벌레 소리만 들려왔다. 파도치는 소리가 잔잔한 음악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버린 거지?’

보미가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을 먹고 맥주를 마시고 잠든 시각이 9시 조금 넘었는데, 어느새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하아···. 내가 3시간이나 잠들어 버렸구나.”

보미는 그제야 도훈이 자기 옆에 누워 있는 상황을 이해했다.

아마 도훈이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잠들어 버린 자신을 일부러 깨우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혼자서 계속 모닥불을 지키다 피곤을 못 이겨 텐트로 들어와 쓰러진 것이고.

하지만 보미는 다른 의미에서 묘하게 짜증이 났다.

‘근데 나를 그냥 방치한 건가?’

솔직히 도훈이 잠든 자신을 건드렸으면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매너 좋은 남자라고 믿었는데, 술에 취해 자는 여자를 몰래 추행하는 변태로 여겼을 테니까.

그런데 반대로 아예 건드리지 않는 것도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일이었다. 마치 자신이 성적 매력이 조금도 없어서 옆에 누워 자든 말든 신경도 안 쓰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율배반적인 상황 앞에 보미는 도훈이 얄밉게 보였다.

건드려서도 안 되지만, 안 건드린 것도 괘씸했다.

‘하, 진짜.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네? 내가 그렇게 별로야?’

보미가 변장한 얼굴이었으면 납득을 했을 것이다. 솔직히 자신이 평소에 하고 다니는 얼굴은, 스스로 거울을 봐도 매력 없게 생겼으니까. 남초나 다를바 없는 경찰대 재학 시절에도, 이후 현직발령이 난 후에도 보미는 늘 남자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본 모습 상태에서도 도훈을 유혹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괜히 약이 올랐다.

‘진짜로 어이없네. 어젠 내 옷에 몰래 정액까지 싸놓은 주제에.’

불쑥 그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거리는 보미였다.

‘아침부터 발딱 꼴려 있던 거 보면 성욕이 없는 편도 아니면서.’

잠든 도훈을 멀뚱히 쳐다보던 보미가 그의 옆에 스르륵 누웠다.

턱을 괴고 옆으로 누운 자세로 도훈을 빤히 쳐다보는데, 얼굴 옆선이 너무나 잘생겨 보였다.

‘칫, 얼굴만 잘생기면 뭐해? 자는 여자 건드릴 용기도 없는 게.’

괜히 심술이 난 보미가 발로 도훈의 다리를 툭 밀었다. 하지만 도훈은 생각보다 깊이 잠들었는지 미동도 없었다.

‘이래도 안 깬다고?’

이번엔 좀 더 힘을 주어 무릎으로 도훈의 허벅지를 눌렀다. 어쨌든 이제 술도 깼으니 짐을 챙겨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으음···.”

도훈은 자는 데 방해를 받은 게 귀찮았는지 갑자기 몸을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런데 하필 방향이 옆으로 누워 있던 보미를 정면으로 향하는 자세였다. 서로 마주 보고 새우잠을 자는 모습으로 눕게 된 것이었다.

‘헉.’

갑자기 도훈의 얼굴이 정면에 들어오자 보미가 깜짝 놀랐다. 그와 함께 있으면서 이토록 서로의 얼굴이 가깝게 근접한 적은 처음이었다. 도훈의 호흡이 바로 앞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뭐, 뭔데. 왜 갑자기···. 설마 깨어 있는 건 아니겠지?’

“야.”

보미가 조용히 말을 걸었다.

여전히 도훈은 잠에 든 모습이었다.

“야, 자는척 말고 일어나봐.”

보미가 한 번 더 속삭였다.

그러나 스스로 생각해도 이상한 태도였다. 목소리가 너무 작아자는 사람을 깨우기엔 부족했던 탓이다.

이쯤되자 보미도 자신이 도훈을 깨울 생각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러워졌다.

‘흐음. 3시간이나 내 옆에서 자는 척 하는 것도 말이 안되긴 하는데···.’

보미가 도훈을 의심했던 것은, 자신이 어젯밤 침대에 누워 자는 척 시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도 도훈은 매너좋게 이불까지 덮어준 뒤 방으로 돌아갔다.

‘그치만, 혼자 방에 가서 몰래 야동 켜놓고 자위까지 했지.’

자위를 생각하자 불쑥 보미는 아침에 본 도훈의 발기된 대물이 떠올랐다. 그것은 너무 크고, 단단했다.

‘흐읍···. 괜히 또 떠올라 버렸잖아.’

보미는 도훈이 잠들었다고 확신하고 천천히 다리를 앞으로 내밀어 도훈의 다리 위에 겹쳐 보았다. 둘다 반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살과 살이 닿자 순간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헉.’

도훈의 피부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근육질의 몸에 비해 피부가 말끔한 것 같았다.

“흐음···.”

보미는 눈을 감고 자는 척 연기하더니, 뒤척이는 척 좀 더 다리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옆으로 돌아누운 도훈의 허벅지 사이로 보미의 무릎이 끼워졌다.

‘···닿았다.’

무릎 끝에 확실히 살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말캉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은, 보미가 생각하던 그것이었다.

‘어떡하지? 도로 뺄까? 아니지. 어차피 둘다 잠들었다가 그냥 뒤척인거라고 해도 되잖아.’

보미는 점점 대범해졌다.

도훈의 허벅지 사이에 끼운 다리를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었다.

그러자 무릎에 닿았던 도훈의 대물이 조금씩 부푸는 게 느껴졌다.

‘커지고 있어!’

그것은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여자도 성적인 흥분을 하면 유두가 딱딱해지거나, 질 입구가 벌어지긴 하지만, 시각적으로 확커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훈이 발기하는 것을 느낀 보미는 점점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술기운 탓으로 돌리기엔, 술을 마시고 잠든 시간이 꽤 길었으나 스스로를 기만했다.

‘취해서 그런 거야. 이건···. 그냥 잠결에 우연히 닿은 것 뿐이니까.’

보미는 점점 대담해져, 좀 더 몸을 가까이 붙이더니 이젠 허벅지를 비비기 시작했다. 상체는 거리가 있었으나, 하체는 서로 가위치기하듯 겹쳐져 비벼지는 자세였다.

“흐응···.”

발기된 잦이를 다리에 비비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보미도 흥분이 차올랐다. 어젯밤처럼 그곳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간질거렸다.

‘어떡하지···. 못 참겠어. 도훈이가 옆에 있으니까 더 흥분되는 것 같아. 나 변태인가?’

보미는 성추행범이나 강간범들을 잡아넣던 경찰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잘 알고 있었다.

‘···아니야. 그냥 우연히 살이 닿은 것 뿐이야. 직접 그걸 꺼내서 만진 것도 아니니까.’

스스로를 합리화하던 보미는 점점 벅차오르는 흥분에 반바지 밑으로 손을 내렸다.

‘내걸 내가 만지는 건 추행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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