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31화 (1,611/2,000)

1631. 제주도 푸른 밤-61-

일부러 들으라고 내는 소리였다.

탁탁탁!

하지만 상상만으로 딸을 치려니 영 힘들었다. 하도 실전(?)만 치르다보니 그의 상상력이 고갈되어 버린 탓이었다.

'안되겠다. 야동이라도 크게 틀어버려야지.'

[진심이십니까? 보미양이 들으면 어쩌려고요?]

'들으라고 트는 건데?'

[네?]

'내가 만약 야동을 보고 딸을 친다는 사실을 보미가 알게 되면 어떨거 같아?'

[글쎄요. 주인님을 내쫓지 않을 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아닙니까? 낯선 사내를 집에 들였더니 혼자서 몰래 딸을 치고 있다면 몹시 불편할 것 같은데요.]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겠지.'

[보통의 경우요?]

도훈이 핸드폰으로 야동을 검색하며 말했다.

요새는 굳이 파일을 다운 받지 않아도 스트리밍으로 얼마든지 영상에 접근할 수 있었다.

'왜, 여자들도 자위하는 애들은 혼자 엄청 해대거든. 자위가 남자만의 전유물은 아니잖아?'

[그거야 그렇죠.]

'여자들이 자위할 때 무슨 상상할 것 같아?'

[음, 평소 상상해 왔던 근사한 남자와 하룻밤?]

'그렇지. 심한 애들은 자위 중일 때 남자가 와서 덮쳐주길 바란다고. 아무나라도 좋으니까.'

[아무나라고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하지만 손가락보다 잦이가 더 필요한 건 팩트니까.'

[그러니까 일부러 주인님이 자위하는 상황을 들켜서, 자위 중인 보미양에게 자극을 주겠다는 작전이신 겁니까?]

'맞아.'

마침내 폰으로 야동을 찾은 도훈은 핸드폰 음량을 필요 이상으로 올리고 영상을 재생했다.

-하아, 하아, 기모찌이!

영상은 일본 작품이었는데, 시작부터 격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고요한 새벽이었기 때문에 핸드폰 소리는 방문 두개를 뚫고 보미의 방으로 스며들었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혼자 열심히 클리토리스를 비벼대던 보미가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자위를 중단했다.

-아앙, 아앙!

희미하게 들리는 소리의 근원지는 도훈에게 임시로 내준 옷방이었다. 보미는 까무러치게 놀라며 입을 틀어 막았다.

'헙! 설마 지금 도훈이가···.'

이 새벽에 여자를 불러 들일리 없으니, 필시 야동을 보는 소리였다. 팬티를 끌어 올린 보미가 도둑 고양이처럼 침대 위에서 내려오더니 방문에 귀를 대고 집중했다.

-이끄, 이끄!

처음엔 환청을 들었나 했으나, 도훈의 방에서 나는 소리가 확실했다. 심지어 일본어로 말하는 대사 역시 그녀에게 익숙한 소리였다.

'세상에. 야, 야동을 보고 있다고? 내집에서?'

보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위하는 성인 남성을 처음 접한 것도 있지만, 설마하니 손님으로 들어온 첫날부터 욕망을 참지 못하는 도훈에게 놀란 탓이었다.

'어떻게 저런 짓을···.'

보미는 당장이라도 방문을 열고 나가 따지고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자신도 딱히 할 말이 없는 처지였다.

'맞네. 나도 몰래 하고 있었는데, 도훈이한테 뭐라고 하는 것도 ···.'

더구나 도훈은 건장한 대학생의 신체를 가진 성인.

하루에도 몇번이고 벌떡벌떡 발기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보미는 어이가 없었지만, 그를 최대한 이해해 보려고 했다.

'아니야. 그냥 모른 체 하는 게 낫겠어. 자위를 하는 것이 무슨 범죄도 아니고···. 건강하니까 그러는 거겠지?'

그때 도훈의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

이어지는 탁탁탁 소리.

이를 훔쳐듣고 있던 보미는 자기도 모르게 귀가 빨개졌다.

'왜, 왜 저렇게 적극적으로 하는 거야. 듣는 사람 민망하게···.'

안 그래도 혼자 자위를 하던 보미에게는 너무나 자극적인 소리였다. 특히 남자가 내는 신음을 처음 듣는 보미에게는 모든게 생소하고 신기했다.

'남자도 좋으면 저런 소리를 내는 구나. 세상에···. 근데 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 거지?'

탁탁탁!

도훈이 딸치는 장면을 상상하던 보미는 아까 욕실에서 보았던 잦이를 무의식적으로 떠올리고 말았다. 발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굉장한 사이즈.

'그걸··· 막, 손으로 잡고 흔드는 건가?'

보미는 의도치 않게 야동을 몇번 본적이 있었다. 한 때 몰카 혐의로 적발된 범죄자의 핸드폰을 확인하면서 였다. 여성의 은밀한 신체부위가 나오는 문제로, 해당 증거품의 확인은 여경들에게 맡겨졌는데 보미가 이를 담당하게 된 것이었다.

핸드폰 앨범에는 몰래 치마 속을 찍어 놓은 사진 뿐만아니라, 범죄자가 평소 파일로 저장해 놓았던 무수한 야동도 포함되어 있었다.

혹시나 영상으로 찍힌 피해자가 없는지도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보미는 어쩔 수 없이 저장된 야동을 모두 일일이 봐야했다. 그리고 거기서 남자들 여럿이 우르르 서서 딸딸이하는, 소위 부카케장면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으으, 도훈이도 그럼···.'

보미는 남자가 어떻게 자위를 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그때 배웠다. 잦이를 잡고 열심히 흔들어 대던 부카케맨들. 도훈이 지금 자신의 옷방에서 잦이를···.

'서. 설마?'

옷방이라는 생각이 들자 보미가 흠칫 놀랐다.

옷방에 있는 세탁바구니 안에 자신이 입다 벗어 놓은 속옷이 있다는 걸 떠올린 것이었다.

'마, 망했다!'

급하게 방을 내어주느라 빨래 바구니를 치운다는 걸 깜빡해버린 것이다. 보미는 갑자기 수치심이 밀려왔다.

'어, 어떡하지? 도훈이가 설마 내 속옷으로···.'

예전에 잡혀온 범죄자 중에는 옆집에 혼자 사는 여자의 속옷을 훔치다 적발된 사람이 있었다. 나중에 속옷을 왜 훔쳤냐고 물어보니까, 속옷에 밴 냄새를 맡으며 딸깜으로 썼다고 진술했다. 특히 빨지 않은 속옷을 애용했다고.

'아, 안돼!'

보미는 자기도 모르게 상상하고 말았다.

도훈이 자신이 벗어놓은 팬티 정중앙에 코를 대고 딸딸이를 치는 모습이었다.

'너, 너무 치욕스러워.'

하지만 그렇다고 문을 박차고 나가서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잦이를 발딱 세운 채 흔들고 있는 도훈과 마주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보미가 좌절감에 문 앞에 주저 앉았다.

'하윽, 왜 빨랫감을 안 치워가지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도훈이 자신의 팬티 냄새를 맡고 있다는 상상을 하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저, 정말 도훈이가 그걸로 자위를···. 그럼 설마 나를 의식하면서?'

마치 자신이 도훈을 상상했던 것처럼 도훈도 자신을 따먹는 상상을 하는 것이었다.

'미, 미쳤어.'

그 생각에 이르자 보미의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팬티 아래로 손을 넣어보자, 아까보다 훨씬 많은 애액이 분출되어 있었다.

'여긴 또 왜 이래?'

젖어도 너무 젖었다. 도훈이 자신의 팬티 냄새를 맡는다는 상상만으로 미친 듯이 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보미는 쪼그려 앉은 자세로 구멍에 살짝 손가락을 넣어 보았다. 그러자 아까보다 훨씬 깊이 손가락이 들어가는 것이었다.

"흡!"

보미는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다 놀라 입을 틀어 막았다.

'서, 설마 도훈이가 들은 건 아니겠지?'

보미는 팬티 에서 손을 빼지 못한 채 다시 방문에 귀를 바짝 붙였다. 다행히 도훈이 눈치 챈 것 같진 않았다. 여전히 야동 소리와 함께 탁탁 거리는 규칙적인 진동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보미는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도훈이가 만약 나도 자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밑에서 엄청난 쾌감이 밀려왔다.

보미는 손가락을 계속 움직였다. 특히 쪼그려 앉은 자세로 쑤셔대자, 아까보다 훨씬 예민한 곳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하, 하윽 어떡해. 멈출수가 없어!'

보미는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뛰쳐 나가고 싶었다.

딸딸이 그만 치고 나를 어떻게 해달라고.

그냥 확 덮쳐 버리라면서.

찌걱찌걱!

보미가 입을 틀어막고 문에 기대 자위를 하는 소리를 도훈도 똑똑히 들었다.

'걸려 들었군.'

[네?]

'아까보다 훨씬 움직임이 빨라졌달까? 손가락이 멈추지 않고 있어.'

[그 보미양이 말입니까? 정의감 충만한 윤경위 말씀이죠?]

'응. 내가 자위하는 소리에 더 자극받은 모양이야. 그리고 뭐 경찰은 여자아닌가? 직업과 성욕은 별개라고.'

[헐. 이건 뭐···. 이쯤 되면 이미 공략은 끝난 것 아닙니까? 그냥 가서 바로···.]

'아니지. 그건 아니야.'

도훈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 보미양이 주인님의 자위를 눈치채고도 아무말 않는 다는 것은, 보미양 역시 섹스에 관심이 있다는 뜻 아닌가요?]

'그건 맞는데,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는 소리야.'

[왜죠?]

'보미가 흥분한 것은, 이 모든게 상상이기 때문이야. 하지만 상상이 현실이 되면 오히려 경찰로서의 본능이 깨어나 버릴 거야'

[경찰로서의 본능이요?]

'동의없이 여자를 덮치는 성폭행 미수범을 떠올리겠지.'

[저는 이해가 안되는 군요. 보미양도 주인님을 마음에 들어하고, 주인님은 보미양을 공략해야 하는 입장 이잖습니까?]

'설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라는 소리야. 모든 건 때가 있는 법. 아직은 뜸이 덜 들었어.'

[주인님 생각은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기다려봐. 첫날부터 저 지경이면 얼마 안가서 먼저 무너지고 말테니까. 정보창도 없는 마당에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욘 없지.'

[알겠습니다.]

그때의 도훈의 예리한 청각으로 경련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렸다. 실제로 보미는 자위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오르가즘을 느끼고는 방바닥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아 소리를 줄였지만, 바닥의 진동을 도훈이 캐치한 것이었다.

'완전히 가버렸군.'

[보미양이요?]

'응. 엄청 자극적이었나 봐. 하긴 수녀도 아닌 주제에 십수년 넘도록 금욕하고 살았으니, 이 정도 자극에도 무너져버리는 게 이해가 되긴 해.'

보미의 자위가 끝나자 도훈도 마무리에 들어갔다.

손 속도를 빨리한 도훈이 온 힘을 다해 정액을 뿜었다.

"으읏!"

찌익- 찍!

천장으로 솟구친 정액은 하필 옷방에 설치된 행거로 날아갔다.

그곳엔 보미의 외출복이 걸려있었다.

[앗! 주인님 정액이 옷에 다 튄것 같습니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죠? 세탁 아이템이라도 구매할까요?]

하지만 사고를 친 도훈은 오히려 태연하게 대답했다.

'놔 둬.'

[네? 하지만···.]

'일부러 영역표시를 해 놓은 거야. 보미도 바보가 아니니 저게 뭔지 알아보겠지.'

[그러면 주인님이 곤란해 지는 거 아닌가요?]

'아니. 보미도 자기가 한 짓이 있으니 나한테 차마 따지진 못할 걸? 그리고 남자의 정액은 여자를 흥분시키기도 하는 법이니까.'

[남자의 정액이요?]

'왜 옛날 과부들이 밤나무 골에 모여 살았겠어? 밤꽃 향기가 남자 정액 냄새랑 비슷하거든. 여자들한테 그게 중독적인 냄새일 수도 있다는 거야.'

[하-. 주인님은 정말 신중한 건지 과감한 건지 모르겠군요.]

'둘 다지. 공략은 최대한 신중하게, 하지만 박아야 할 땐 누구보다 과감하게.'

자위를 마친 도훈은 팬티도 올리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 * *

이른 아침.

여느 때처럼 눈을 뜬 보미는 어젯밤 일을 떠올리며 부끄러움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썼다.

'아흑, 내가 미쳤나봐. 대체 무슨 짓을 해버린 거지?'

어찌나 후유증이 심했던지 자위가 끝나고 한동안 방바닥에서 경련을 일으킬 정도였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방바닥에 생수를 쏟은 것처럼 흥건히 젖어 있었다.

'아니야. 어젠 취해서 그런 거야. 그냥 실수였어.'

취기를 핑계로 합리화하기엔 마신 맥주가 고작 한 캔 뿐이었지만, 보미는 당당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부끄러운 행동을 했지만 어차피 도훈이 알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더구나 도훈도 똑같이 야동을 크게 켜놓고 자위를 했으니, 피장파장이라는 생각이었다.

'뭐, 나만 한것도 아니잖아? 오히려 남의 집에 신세 지는 주제에 첫날부터 못참고 자위한 도훈이가 더 나쁘지.'

애써 합리화를 시도한 보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이불을 정리하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 벽에 걸린 시계는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늘 남보다 일찍 출근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준비도 빨랐다.

'아직 자고 있나 보네?'

도훈이 자고 있던 옷방을 힐끔 쳐다 본 보미가 샤워를 하기 위해 화장실 문을 열다 문득 속옷 생각이 났다.

'맞다. 미리 속옷을 챙겨놔야 안에서 갈아입고 나오겠구나. 남자랑 같이 사니까 은근 불편하네.'

옷방을 도훈에게 내준 터라 속옷도 여전히 옷방에 있었다.

보미는 자신의 집임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옷방 문을 노크했다.

똑똑-

"도훈아, 아직 자니? 나 출근준비 해야 하는데."

함부로 문을 열수 없기에 노크를 했지만 도훈은 대답이 없었다.

계속 기다릴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보미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 지금 준비 안하면 늦을 것 같아. 들어간다?"

한번 더 들어간다는 말을 하고 보미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도훈은 자라고 남겨 준 이불도 걷어찬 채 방 한 가운데 뻗어 있었다.

"얘는 무슨··· 헉!"

아무 생각없이 옷방으로 들어온 보미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를 뻔 했다. 상의를 입고 자는 모습에 방심했다가 도훈의 하의가 없는 걸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미, 미친!"

설마 하의만 실종된 채로 자고 있을 줄 예상 못했던 보미는 몸둘 바를 몰랐다. 당장이라도 다시 방에서 나가려는데, 잠든 도훈의 심볼이 눈에 들어왔다.

'헐···. 저게 무슨···.'

어젯밤 일도 있었기 때문에 보미는 도훈의 잦이를 보자 눈을 떼지 못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