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0. 제주도 푸른 밤-60-
* * *
침대에 배를 깔고 대자로 뻗어버린 보미.
심지어 한 발은 침대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잠든 줄도 모르고 침대에서 기절해 버렸다는 소리였다.
도훈이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로시, 혹시 업적 중에 면간은 없나?'
[면간이라뇨?]
'그러니까 일종의 수면간이랄까?'
[휴먼? 제정신입니까? 강간 따위가 업적이 되는 경우는 절대로 없습니다!]
'하긴 그건 좀 그렇지?'
잠자는 숲속의 공주가 인기가 많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무방비 상태로 잠든 미인은, 그 자체로 야설이나 다를 바 없다는 걸 방금 전 깨달았으니까.
'오우쉣, 이걸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배를 깔고 누운 탓에 보미의 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위로 볼록 튀어나온 엉덩이는 육안으로 봐도 쿠션감이 엄청났다. 그야말로 손가락으로 누르면 통통 튀어 오를 것 같은, 탄력 넘치는 힙이다. 살짝 맨살을 드러낸 새하얀 종아리와 앙증맞은 복숭아뼈는 어떻고?
저걸 그냥 두는 건 고자새끼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면 게이거나.
"크흠, 보미야? 자니?"
도훈이 거리를 둔 채 조용히 보미를 불러 보았다.
하지만 내심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건지 유난히 소곤거리는 목소리였다.
[주인님, 정말로 깨울 생각은 있으신 겁니까?]
'지금 고민 중이야. 이걸 깨워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도훈은 좀 더 가까이 보미에게 다가갔다. 고개를 돌려 누운 탓에 얼굴의 절반만 드러나 있었다.
'옆 라인이 예술이네.'
[네?]
'살짝 튀어나온 이마에, 오똑한 코끝. 그리고 앵두같은 입술까지···. 신께서 그녀에게 굉장한 축복을 내리셨군.'
[쯧쯧. 하여간 여자만 보면 사족을 못 쓰시니 참.]
'말 똑바로하라고. 내가 언제 여자만 보면 그래? 게하에서 만난 계집애들한테 하는 거 못 봤어? 난 요즘 안 예쁜 여자들한테 눈길도 안 준다고.'
실제로 도훈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만난 귤희와 리나에게 무심하게 대했다. 아니, 무심하다는 말로 모자라 못되게 굴었다.
[귤희양과 리나양도 나름 예쁘지 않았습니까?]
'그게 문제야.'
[네?]
'요즘엔 나름 예쁜 것 정도로는 성에 안찬다고. 원래 여자들은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면 조금이라도 예쁜 구석이 있어. 하지만 아쉽지. 눈이 더 컸으면 어땠을까? 콧대가 좀 더 높았으면 어땠을까. 가슴이 한 사이즈만 더 컸으면 좋았을텐데. 이런식으로 부족한 게 조금씩 보인단 말이지.'
[그런데요?]
'보미는 어디한군데 빠지는 데가 없잖아. 연예인 뺨치는 얼굴하며, 모델 씹어먹는 몸매하며···. 심지어 처녀야. 요즘 같은 세상에 스물 다섯이 훌쩍 넘은 말만한 계집애가 처녀라는 게 말이돼?'
[물론 보미양이 굉장한 미인이라는 건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주인님 언젠가 한번 말한 것처럼, 모든 장미엔 가시가 있죠.]
'가시?'
[보미양은 단숨에 주인님 머리를 날려버릴 플레이어 이기도 하니까요.]
로시의 엄포에 도훈이 뜨끔했던지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잘못 건드렸다간 가시에 찔리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통이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어휴, 그래. 내가 너무 안일했다. 아무리 업적이 중요하다지만, 목숨을 걸 만큼은 아니지.'
다시 마음을 고쳐먹은 도훈은 침대 위에 놓인 이불을 펼치더니 잠든 보미에게 덮어주었다.
"잘자라."
도훈이 불을 끄고 나간 뒤.
잠든 척 누워있던 보미가 어둠속에서 눈을 떴다.
'흠. 생각보다 신사였네?'
사실 보미는 잠든 게 아니었다. 도훈이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지 궁금해 그를 시험해 본 것 뿐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도훈이 자신에게 엉큼한 짓을 했다면, 같은 플레이어고 뭐고 당장 집에서 내쫓을 생각이었다.
'뭐, 내쫓을 필요까진 없겠구나.'
도훈이 신뢰할 수 있는 사내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지만, 한편으로 왠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왔다.
'가만. 근데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편인가?'
보미는 플레이어가 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제 얼굴이 아닌 모습으로 살아왔다. 이따금 기분을 내기 위해 본 얼굴로 돌아다닌적이 있었지만, 그럴 때에도 남자를 만나거나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들이댄 남자는 없었다.
보미는 그것이 자신이 보기보다 매력이 없어서 그렇다고 착각했지만, 여자가 너무 미인이면 남자들이 기가 죽어 들이대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모를 뿐이었다. 그러다 보니 보미도 가끔씩 자신이 정말 예쁜 얼굴인지 궁금했다.
'흐음, 좀 더 노골적으로 노출을 해볼 걸 그랬나?'
유혹이 부족했다는 생각을 하던 보미는 문득 자신이 왜 도훈에게 신경쓰는지를 고민했다.
'가만. 내가 왜 저 애를 이렇게 의식하지?'
처음으로 만난 같은 종족이라서?
그건 아닐 것이다.
보미는 사실 도훈이 정체를 밝혔을 때 반갑기보다는 귀찮음이 앞섰다. 기껏 잘 숨어지내고 있었는데, 괜히 풍파를 몰고 올 것 같은 불청객이었다.
아니면 보기 드문 미남이라서?
오히려 그쪽이 가까웠다.
도훈은 누가봐도 혹할 만큼 미남이었고, 심지어 보미는 우연히 그의 알몸까지 보게 된 것이다.
'아아, 아까 괜히 쓸데 없는 걸 봐버려가지고.'
다 큰 성인 남자의 알몸을 본 것은 오랜만이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것은, 강간 현행범을 체포할 때 였는데 그마저도 너무나 끔찍한 광경이라 기억에서 지워버린 지 오래.
'근데···. 원래 남자들은 다 그렇게 큰가?'
근육질인 도훈의 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가운데 달랑거리던 그의 심볼이었다. 심지어 두 손으로 가렸는데도 살짝 보일만큼 압도적인 크기였다.
'어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람?'
보미가 이불을 끌어안고 뒤척거렸다.
사춘기 중학생도 아니고, 남자 잦이 좀 봤다고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심란하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플레이어가 된 이후, 그녀는 오로지 업적을 위해 살아왔다.
경찰대 진학에서부터 임관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모든 행위는 오로지 레벨업에만 맞춰져 있었다. 앞만보고 살아온 인생이기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사람이라면 당연히 겪게되는 연애감정 한 번 느껴본 적 없었고, 혹시라도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면 밀어내기 일쑤였다.
업적을 달성하는데 연애는 사치스러운 감정이었고, 그런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남은 업적을 하나라도 더 빨리 해치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도 결국엔 사랑받고 싶은 평범한 여자였다. 하도 연애를 안했더니, 몇 번 공조수사를 함께했던 노총각 형사에게까지 설레일 지경이었다.
'하아. 진짜 미쳤나봐. 괜히 술을 마셔가지고.'
실제로 술이 약한 그녀는 한 캔만 먹어도 잠이 드는 주사가 있었다. 도훈의 앞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것은 연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오늘은 술을 마셨는데도 잠이 쉬이 오질 않는 다는 것이었다. 한다리만 건너면 넘어갈 수 있는 곳에 도훈이자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괜히 들였나? 은근 신경쓰이네. 방문이라도 잠가놓을까?'
보미는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잠글까 고민하다 그냥 놔두었다.
어차피 도훈이 보여준 능력으로 볼 때 문을 잠근다 한들 마음만 먹으면 금방 부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설마 도훈이가 몰래 들어오길 기대하는 건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보미의 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기 시작했다.
'정말 들어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경찰로 일 하다보니 갖은 성범죄 사례를 무수하게 접했다.
자신이 해결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매일같이 전국에서 사건 사고 사례가 쏟아졌다.
성범죄 중에는 단연 강간이 제일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길가던 여자를 뜬금없이 강간하는 사례는 적은 편이었다. 오히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나 주변 지인에 의한 면식범인 경우가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만큼 남자들이란 여자와 같이 지내다보면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덮치려 든다는 소리였다.
보미는 도훈이 방문을 몰래 열고 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런데 그런 상상만으로 이상한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아··· 내가 왜 이러지?'
마치 가랑이 사이로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처럼 간지러웠다. 자꾸 숨이 가빠지고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쏟아졌다.
"하아···."
억지로 잠을 청하기 위하여 눈을 감고 있으면,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발가벗은 도훈이 그 커다란 잦이를 바짝 세운 채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모습.
그 순간 보미의 봊이에 찌릿하는 자극이 왔다.
"흡."
보미는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내, 내가 왜 이러지?'
보미는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어딘가 몸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보미가 천천히 팬티 위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팬티 위에서 봊이를 꾹 누르자 감전된 것처럼 찌릿한 자극이 밀려왔다.
'헉! 서, 설마?'
보미는 자신이 상상만으로 흥분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도훈이 강제로 자신을 덮칠지도 모른다는 상상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 버린 것이다.
보미는 확인을 위해 팬티를 슬쩍 들춰 중지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추, 축축해. 왜, 왜? 왜지?'
봊이가 간질거렸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갑자기 애액이 흘러나왔고, 이런 이질감을 평소 느껴본 적이 없었으니까.
'아··· 뭐야. 나 지금 설마 도훈이 때문에···.'
차라리 만지지 말았어야 했다.
손가락이 소중한 부위에 닿자 보미는 자기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손가락을 꿈틀댔다.
"흐으음."
찌릿한 자극과 함께 말단에서부터 쾌감이 밀려왔다.
평소 자위를 거의 해본적이 없던 보미는, 생전 처음으로 황홀한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이, 이게 어째서···.'
한 번 시작하자 멈출 수가 없었다.
보미는 눈을 감고 상상을 이어갔다.
거대한 잦이를 우뚝 세운 도훈.
그는 잠들어 있던 자신의 입을 틀어 막더니 갑자기 상의를 부욱- 찢어버린다.
찢겨져 나간 보미가 젖가슴을 드러냈다.
도훈이 우악스럽게 젖가슴을 붙잡더니 입술을 내밀어 쪽쪽 빨아대기 시작했다.
"하읏···."
보미는 어느새 남은 손으로 자신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밑으로는 봊이를 비비고, 위로는 젖꼭지를 잡고 비틀었다.
'이, 이러면 안되는데···.'
하지만 한 번 시작한 이상 멈출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도훈이 방문 두개만 건너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자고 있다는 생각에 더 흥분되었다.
'도훈이를 집으로 들였으면 안되는 거였어···. 괜히 걔 때문에 나만···. 혹시 도훈이도 나를 생각하면서 혼자 위로하고 있을까?'
보미는 문득 궁금증이 치밀었다.
자신만 이렇게 자극받은 것인지, 아니면 도훈도 방에서 자신을 따먹는 상상을 하며 딸딸이를 치고 있는 것인지.
* * *
이불을 펴고 방에 혼자 누워있던 도훈은 미세한 소리를 감지했다.
'응? 이 소리는···.'
처음엔 보미가 잠결에 뒤척이며 내는 소리쯤으로 치부했다. 정의의 사도인양 굴던 보미가 설마 자신을 다른 방에 재우고 혼자 자위를 한다고는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하읏!
그러나 점점 격해지는 소리를 듣고 도훈은 확신했다.
'뭐야? 설마 보미 지금 자위하고 있는 거야?'
[네?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아니 아까부터 자꾸 끙끙대는 소리가 들리길래, 긴가민가 했거든. 근데 진짜로 하는 거 같은데?'
[보미양이요? 설마 그럴리가요?]
도훈도 믿기지 않았기에 청력을 곤두세웠다.
의식을 집중할 때와 아닐때의 차이는 상당했다.
평소엔 보통 사람보다 2~3배 뛰어날 뿐이지만, 의식을 집중하면 먼 거리에서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감지해 낼 수 있는게 도훈의 능력이었다.
-찌꺽찌꺽-
"어랍쇼?"
젖은 살이 비벼지는 소리.
도훈은 익숙한 사운드의 정체를 곧바로 간파했다.
보미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봊이에 쑤시는 소리였다.
'와 씹, 진짜네? 이게 뭐람?'
[정말입니까? 보미양이 주인님을 옆방에 재우고 혼자 자위를 하고 있다고요?]
'와, 이건 좀 충격인데. 남자 손 한번 못 잡아본 순진한 처녀라고만 생각했는데.'
보미가 김형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도훈은 그녀가 쑥맥이라고만 생각했다. 오죽 남자 볼 줄 모르면, 고릴라 같은 노총각 형사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겠냐면서.
[뭐, 처녀라도 자위는 할 수 있긴 하죠. 주인님이 옆방에 있는데 그런 것은 의외지만요.]
'하긴. 보미는 내 귀가 엄청 밝다는 걸 모를테니.' 보미가 자위하는 소리를 듣던 도훈도 불쑥 잦이가 빳빳해졌다.
도훈이 갑자기 바지와 팬티를 훅 내리더니 왼 손으로 불기둥의 밑둥을 붙잡았다.
[주인님. 지금 뭐하십니까?]
'왜? 보미는 되고 나는 안 돼?'
[주인님이 자위를 하신다고요? 정말로요?]
도훈은 이제껏 살면서 자위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정 하고 싶으면 어장에 있는 여자 중에 아무나 불러서 따먹으면 그만이었다.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고.'
[그럼요?]
'보미를 한 번 유혹해 보려고.'
[어떻게요? 안 방에서 자고 있는 보미양이 주인님을 볼 수도 없는데요.]
'꼭 봐야 아는 건 아니지. 보미가 내가 자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만 하면 되니까.'
[네?]
도훈이 천천히 잦이를 흔들었다.
탁탁탁-
하지만 방 두개를 건너 그 소리가 전달될리는 없었다.
[보미양이 주인님처럼 밝은 귀를 가지지 않는 이상 들리지도 않을 겁니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지.'
"으음!"
도훈이 갑자기 입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