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613화 (1,593/2,000)

1613. 제주도 푸른 밤-43-

같은데 달랐다.

사이즈도 비슷하고, 테크닉도 비슷했다. 솔직히 단순한 피스톤운동에 뭐 그런 대단한 운동 재능이 필요할까? 필두는 도훈에게 박히는 귤희의 반응이 어째서 달라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겉보기엔 비슷해 보였다.

귤희가 침대에 누워있고, 도훈이 그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다. 그러나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필두가 직진과 후진밖에 모르는 단순 왕복이었다면, 도훈은 거기에 미묘한 변화를 주고 있었다. 박을 때마다 살짝 골반을 틀어 잦이가 휘어져 들어갔다. 결국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순간은 비슷하지만, 직구로 넣느냐 변화구로 넣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또한 도훈의 피스톤 운동엔 리듬감이 가득했다.

마치 그루브를 타는 흑인처럼, 특유의 박자가 있었다. 강강강만 할 줄 아는 필두에 비해, 강약을 조절하고 엇박을 치는 타이밍이 놀라웠다. 해서 똑같은 정상위 피스톤 운동이라도 박힐 때 느껴지는 쾌감은 전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필두의 대물에 비해 도훈은 깊이감이 달랐다.

자궁구를 직접 때리는 장장 20cm의 길이는, 필두가 전혀 도달하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을 자극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 요소가 달라지자 귤희는 극도의 오르가즘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이야, 귤희양의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는데요?]

'이게 바로 클래스의 차이라는 거야.'

[필두 군이 열등감을 느끼겠군요.]

'일부러 자극하는 측면도 있지.'

[네? 필두군을 자극한다고요?]

'단순히 물건만 믿고 까불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주는 거야. 흔히 게으른 천재의 딜레마처럼, 타고난 대물들은 테크닉을 배우기 귀찮아하거든. 필두도 앞으로 더 즐거운 섹스라이프를 즐기려면, 대물 위에 또 다른 경지가 있다는 걸 깨우쳐야 해.'

[역시 주인님은 그 와중에도 필두군에게 가르침을 선사하는 군요.]

'필두가 자극을 받아 분발할수록 나는 몰래 빠져나가기 용이할 테니까.' 도훈은 필두를 자극하기 위해 내친김에 쉬고 있는 리나까지 끌어들였다.

"리나 너도 이쪽으로 와."

두 사람의 섹스를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관전중이던 리나가 뭔가에 홀린 것처럼 도훈에게 다가갔다.

"귤희 위에 앉아."

"위, 위에요?"

"그래. 귤희 얼굴 깔고 앉으라고."

도훈의 말에 리나가 멈칫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와중에 엮이고 싶지 않았던 것. 하지만 도훈의 단호한 태도에 결국 리나는 귤희의 얼굴에 봊이를 들이밀고 주저 앉았다. 난데없이 친구의 봊이가 얼굴 위에 내려앉자 귤희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무, 무슨!"

"리나 거 빨아줘."

"아니…."

귤희는 같은 여자의 봊이를 빤다는 걸 상상도 안 해봤지만, 자신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주는 도훈의 명을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

결국 귤희가 혀를 날름 거리며 리나의 봊이를 빨았다.

"아앙!"

리나 또한 귤희가 자신의 그곳을 빠는 행위에서 극도의 수치심과 배덕감을 느꼈다. 원수처럼 서로 미워하는 사이였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힘을 모아 강적인 도훈을 상대하는 느낌이었다. 도훈도 리나의 입술에 키스를 퍼부으며 불을 붙였다.

세 남녀가 뒤엉켜 물고 빠는 모습에서 필두가 진한 패배감을 맛보았다.

'내가 아니어도 저 셋은 저렇게 즐겁구나. 난 어쩌면 불청객이었나 봐.'

포섬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감 넘치던 필두였지만, 막상 도훈과의 현격한 차이를 실시간으로 체감하면서 자신감이 팍 꺾이고 말았다. 도훈은 도무지 범접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필두가 꼬무룩해지는 걸 본 도훈이 그에게 말했다.

"뭐해? 너도 끼지 않고."

"나, 나? 나는 들어갈 데가 없는데?"

필두가 사양했지만 도훈이 막무가내로 그를 참여시켰다.

"이리 오라니까? 멀뚱히 구경만 할 거야? 나 혼자선 무리야."

도훈의 채근에 필두가 겨우 옆으로 다가왔다. 도훈이 리나에게 말했다.

"넌 이제 필두 잦이 빨아."

"제가요?"

"그럼 내가 빨까?"

도훈의 명령은 절대적.

리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필두의 잦이를 빨기 시작했다. 그 사이 도훈은 귤희와의 섹스를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뭐야, 오빠 왜 하다가 말아?"

"쌀 것 같으니 잠깐만 쉴게. 필두랑 놀고 있어."

"아이참."

갑자기 허전해진 귤희가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키더니 리나와 함께 나란히 필두의 잦이를 빨기 시작했다. 동시에 두 여자에게서 오랄을 받게 된 필두는 다시 힘을 냈다.

'아아, 도훈이는 끝까지 나를 배려하는구나. 혼자만 즐겨도 충분한데 일부러 나를 참여시켜 줬어.'

필두는 도훈이 일부러 빠져줬다는 걸 깨달고 그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꼈다. 실제로 도훈은 세 사람에게서 한발 물러나더니 재밌는 구경을 하듯 관전을 계속했다.

"나 잠깐 밖에서 담배 좀 피우고 올게. 잠깐만 셋이 놀고 있어."

"어? 지금 나간다고?"

"그냥 안에서 피우지?"

"담배 연기 때문에 주인 아저씨라도 쫓아오면 큰일이니까 그냥 밖에 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괜히 민원 들어오면 곤란하다고."

도훈은 빠르게 옷을 걸치더니 혼자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셋만 남게 되자 잠시 뻘쭘한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이미 흥분한 상태였기 때문에 세 사람은 다시 침대 위에서 뒤엉켰다.

한편 몰래카메라로 모든 장면을 보고 있던 덕수는 도훈이 갑자기 밖으로 나간 걸 깨달았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세 사람이 서로 물고 빠는 모습이 너무나 자극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탁탁탁!

"으으, 씨발 년들. 이 영상으로 내일 협박해서 존나게 따줘야지. 양쪽 번갈아 따먹으면 소원이 없겠네!"

탁탁탁!

카운터 방에서 모니터 화면을 보며 열심히 딸을 치고 있는 덕수는 도훈이 바로 근처까지 다가온 줄도 몰랐다. 도훈은 카운터 방문 앞에서 귀를 기울여 안에서 덕수가 혼자 자위하는 소리를 들었다.

'역겨워 죽겠군. 도촬도 모자라, 영상으로 리나와 귤희를 협박할 계획까지 세웠구나.'

[완전히 범죄자군요. 현행범으로 잡아 처넣으시죠.]

'내가 경찰이 아니라 체포는 불가능해. 대신 지구대원들 도착할 때까지 증거 훼손 못하게 붙잡아 두는 건 가능하지.'

덕수가 있는 카운터 방은 당연히 내부에서 잠겨 있었다.

그러나 도훈은 괴력을 발휘해 단숨에 문고리를 뜯고 들어갔다.

"야이, 개새끼야!"

방안에서 모니터를 보며 혼자 열심히 딸을 치고 있던 덕수는 갑자기 난입한 도훈을 보고 귀신을 본 것처럼 놀랐다. 방금 전 영상에서 신나게 그룹섹스를 하던 도훈이, 난데없이 방문을 열고 등장한 것이었다. 마치 TV 출연자가 영상을 뚫고 나온 것같은 충격이었다.

'허, 헉! 무, 문을 잠가놨는데 대체 어떻게?'

도훈이 문고리를 부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던 덕수는 현장에서 그대로 적발되고 말았다. 여전히 모니터에선 세 사람이 뒤엉킨 장면을 적나라하게 녹화되고 있었다. 도훈이 재빨리 영상을 끄려는 덕수의 멱살을 잡아 제압했다.

"감히 몰카를 찍어?"

"하, 학생 뭔가 오해가 있나 본데 나 그냥 야동을 틀어놓은 거라고!"

덕수가 발뺌했지만, 영상 속의 인물은 누가봐도 귤희와 리나 필두였다.

"좆까고 있네. 그딴 개소린 경찰 올 때 씨부려 보시고."

"겨, 경찰이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그때 밖으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타이밍 맞게 지구대에서 순찰 요원이 도착한 것이었다. 덕수의 낯빛이 흙빛으로 변하더니 갑자기 영상을 지우기 위해 발버둥 쳤다.

"하, 학생 이것 좀 놔! 놔보라고 새끼야!"

하지만 도훈의 힘이 어찌나 좋은지 덕수가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끄떡없었다. 오히려 도훈은 주먹을 말아쥐며 덕수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내 손으로 직접 처단하지 않는 걸 다행으로 알아. 마음 같아선 콩밥이 아니라, 병풍 뒤에서 향냄새 맡게 해주고 싶으니까."

"아, 아니 학생. 제, 제발 한 번만 살려주게. 내가 잘못했네. 도, 돈이 필요한가? 합의를 해주겠네."

궁지에 몰린 덕수는 급기야 협상을 제안했다. 돈을 줄 테니 없던 일로 무마하자는 것이었다. 몰카 현행범으로 잡힌 이상, 게스트 하우스는 영업정지가 분명했고, 자신은 구속될 가능성이 컸다.

큰돈을 주더라도 어떻게든 도훈을 무마하는게 최선이었다.

"합의? 얼마를 줄 건데?"

"어, 얼마를 원하나? 천만원?"

"……."

대학생인 도훈에게는 큰돈이었지만, 게스트 하우스 주인에겐 한 달 순 익 정도였다. 하지만 도훈은 천만원이란 제안을 받고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급해진 덕수가 곧바로 금액을 올렸다.

"오, 오천 만원! 오천 만원 주겠네. 이번 일 눈감아주면 내가 바로 입금해 줄게!"

"필요 없어."

그때 순찰 온 경찰들이 게스트 하우스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카운터로 와서 영상을 보기만 하면 끝장나는 상황이었다. 덕수의 표정이 완전히 사색으로 변했다. 이젠 모든 걸 걸어야 했다.

"이, 일억! 일 억을 줄게! 내가 가진 전 재산이라고!"

"지랄 옆치기하고 있네. 나를 모욕할 셈인가? 돈으로 나를 살수가 있다고 생각해?"

"뭐, 뭐라고?"

덕수는 일억도 마다하는 도훈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구속시키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돈을 받으면 1억이 남는 것인데도 이를 거부한 것이었다.

"좆까고 법의 심판이나 받아 새끼야! 어디서 코묻은 돈 가지고"

그때 경찰이 카운터로 들어왔다.

"신고 문자를 받고 왔습니다만…, 헉! 아니 무슨 일입니까?"

* * *

경찰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게스트 하우스가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투숙객들이 몰려들었고, 그 사이 스리섬을 하고 있던 세 사람도 몰래 빠져나와 구경꾼 대열에 합류했다. 몰카현장을 적발당한 장덕수는 현행범으로 그 자리에서 체포되어 수갑을 찼다.

"신고하신 분이 누구시죠?"

"접니다."

"죄송하지만 조사를 위해 함께 경찰서로 동행하셔야겠습니다.

괜찮으실지."

"알겠습니다. 잠시 짐 좀 챙겨 올게요. 여기서 하루도 더 있기 싫어서."

도훈은 짬을 내 필두와 귤희 리나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다들 놀라지마. 게스트 하우스 주인이 우리 몰카를 찍고 있었어."

"헐! 진짜?"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우연히 담배 피우러 나가는 길에 보니까 카운터 안에서 이상한 영상을 보고 있더라고. 근데 거기에 너네가 나오는 거야."

"와…."

"그럼 우리 영상 찍힌 거예요?"

여자애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영상을 찍혔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다행히 경찰이 와서 영상은 모두 확보했어. 내가 대표로 신피해자 조사받으러 가서 진술할테니까 걱정말고 기다리고 있어. 유출될 일은 없을 거야."

"와, 소름. 게스트 하우스에 몰카라니…."

"조심히 다녀와요."

"응."

도훈은 다시 돌아올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필두만 따로 불러 말을 전했다.

"필두야."

"으, 응?"

"오늘 수고 많았어."

"무, 무슨 소리야. 도훈이 너한테는 너무 고맙지. 일이 이렇게 끝나긴 했지만."

"나중에 서울 가면 연락해."

"응? 도훈이 너 다시 안와?"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현행범으로 잡혀가는 마당에, 숙소가 운영이 되겠어? 아마 내일 쯤 폐쇄될 거야. 다른 숙소를 구해야 할지도 모르고."

"아…. 그렇겠구나. 그럼 리나랑 귤희도…."

"걔들은 더 이상 신경 쓰지마. 어차피 오래 볼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그, 그래도…."

"필두야. 세상에 널린 게 여자야. 너 정도면 걔들보다 훨씬 착하고 예쁜 애들 만날 수 있어."

"내, 내가?"

"그래. 자신감을 가져. 그리고…."

도훈은 굳이 잔소리처럼 들릴까봐 꺼내지 않으려 했지만, 하루종일 고생한 필두를 위해 조언을 남겼다.

"그리고 할 때 힘 좀 빼."

"으, 응?"

"너무 힘으로만 밀어붙이지 말라고. 그럼 지금보다 훨씬 잘한다는 소릴 들을 거야. 잊지마."

"아…."

"그럼 난 간다."

작별 인사를 마친 도훈이 경찰차에 올랐다. 리나와 귤희는 마지막까지 도훈을 쳐다보다가 서로 "흥!"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돌렸다.

[이제 저들과는 영영 작별인가요?]

'미션도 끝났겠다, 몰카범도 잡았겠다. 다시 볼일은 없겠지.'

[뭔가 하다가 중간에 끊겨서 아쉽겠습니다. 흐지부지된 느낌이 랄까요?]

'어차피 미련도 없어. 그리고 제주에 널린 게 여잔데 뭘.'

[제주도에요?]

'옛날부터 삼다라고 불렸잖아. 물, 바람, 여자.'

[아하. 주인님은 원하시면 언제든 새로운 여자를 꼬실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경찰서에 도착한 도훈은 담당 경관 앞에서 사건에 대해 건조하게 진술했다. 당시의 상황, 우연히 몰카 현장을 발견한 내용을 모두 진술하자 경관이 고생했다면서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정말 큰일 치를 뻔했네요 학생."

"영상은 이제 어떻게 되나요?"

"저희 관할 경찰서에서 폐기할 것입니다. 물론 여죄를 추궁하기 위해 하드디스크를 더 뒤져본 이후에요."

"네, 감사합니다. 저는 그렇다 치고 여자애들이 충격을 크게 받았더라고요. 꼭 폐기 부탁드릴게요."

"걱정마세요. 유출에 대해선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가봐도 되나요?"

"다시 그 숙소로 돌아가시게요? 장덕수가 유치장에 들어가서 관리할 사람이 아무도 없을텐데요."

"다른 숙소 알아봐야죠. 빈 방 없으면 찜질방이라도. 그럼 수고하세요."

"네. 협조 감사합니다."

조사를 마치고 지구대를 나오던 도훈은 입구에서 지구대 조직도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조직 내 구성원들의 직위와 이름이 증명사진과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무심코 지나치던 도훈은 경위 직급에 있는 여자 경찰의 사진을 보고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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