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9. 제주도 푸른 밤-39-
도훈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덕수는 입에 귓가에 걸렸다.
'흐흐, 멍청한 놈. 공짜라고 넙죽 받아들이기는…. 아마 너는 그 값을 후하게 치러야 할 거야.'
도훈에게 제안을 끝내고 숙소로 돌아간 덕수는 대실 할 방을 청소하는 척 카메라 세팅을 확인했다. 가구 안에 교묘하게 내장된 카메라를 꺼내 충전지를 교체하고, 카메라의 각도를 다시 조절해 사각이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
'좋아. 오늘 작품하나 만들어 보자고.'
덕수는 대부분 몰카 영상을 기록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관음하는 위주였지만, 이번만큼은 녹화까지 생각했다.
'어린 새끼가 덩치에 걸맞게 물건도 실하니 꽤 근사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단 말이지. 여자들도 반반해서 카메라도 잘 받을 거고.
가만…. 잘하면 이거?'
덕수는 불쑥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몰카 영상을 면 이를 이용해 여자애들을 협박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예전부터 생각은 했지만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불쑥 다시 충동이 든 것이었다.
'사내 새끼야 야동에 출연해봐야 굳이 누가 찾아보진 않겠지만 여자는 또 다르지 않겠어? 그렇다면….'
장비 세팅을 완료한 덕수는 인터넷으로 예약한 투숙객의 숙박명단을 확인했다. 최근에는 숙박부를 따로 기재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사전 예약을 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모든 기록이 인터넷데이터베이스에 남아있었다.
'어디 보자, 208호 손님이었지? 여기 있다. 나이는 21살, 장리나 김귤희. 전화번호가… 옳지. 있구나!'
게스트하우스 예약을 위해 제출했던 개인 정보를 손쉽게 확보한 덕수가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여자애들은 내일까지 남아있으니까, 이걸 잘만 이용하면….'
덕수는 몰카로 찍은 섹스 동영상을 이용해 여학생을 협박하는 생각을 품었다. 남자인 도훈은 몰라도, 이제 갓 21살 먹은 여대생들이라면 섹스 동영상 유출에 엄청난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근데 만에 하나라도 경찰에 신고해 버리면 나만 좆되는 건데….'
물론 영상을 확보한다고 협박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궁지에 몰린 여학생들이 겁을 먹고 경찰에 신고한다면 몰카 촬영은 물론, 협박이나 강간 모의 등의 혐의로 잡혀들어갈 가능성도 있었다.
'흐음…. 그렇다고 맨날 이렇게 남의 섹스나 훔쳐보면서 군침만 삼킬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먹지도 못할 떡, 입맛만 다시는 것도 지긋지긋하다고.'
덕수도 참을 만큼 참았다. 딸딸이로 성난 잦이를 재우는 것도 한계에 봉착한 상태였다. 솔직히 본인이 직접 촬영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야동을 보는 것이나 차이가 없었으니까. 그는 두려움을 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 합리화를 시작했다.
'아니야. 한 번 생각해 보자고. 나는 여자애들 전화번호에 집주소까지 싹 다 알고 있어. 수틀리면 씨발 자폭해버린다고 하면 그만이야. 게다가 상대는 이제 대학물 먹고 아랫도리 쉽게 놀리는 발랑 까진 여자애들이고. 경찰에 신고하면 자기들 인생도 같이 나 락 가는데, 더러워도 씹 한번 대주고 말지 굳이 진짜 경찰에 신고까지 하겠어?'
신기한 것은 자기합리화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무모한 계획이 점점 그럴듯해 보인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나중에 끝나고 용돈 좀 쥐어주면 되는 거잖아. 강간이 아니고, 화간이었다고. 돈 받은 년도 결국 똑같은 년이니까.'
갑자기 여자들을 직접 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덕수의 잦이가 부풀기 시작했다.
'귤희라고 했던가? 빨통만 오지게 큰 그년도 맛있을 것 같고 약간 새침해 보이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도…. 어차피 여행와서 첨만난 남자애한테 대주는 애들이잖아? 이제껏 따먹은 새끼들이한 트럭은 넘을 텐데 나라고 안될 게 뭐야?'
촬영 준비를 마친 덕수가 조금 있으면 찾아올 쇼타임을 기대하며 눈빛을 번뜩였다. 이미 이성을 반쯤 잃은 눈빛이었다.
* * *
"도훈아. 귤희랑 리나도 파티 온 것 같은데?"
필두가 긴장된 목소리로 도훈에게 물었다.
"응?"
"저기 구석에."
필두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두 사람이 테이블을 잡고 앉아 있었다. 도훈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어. 내가 심심하면 내려와서 맥주나 마시고 있으라고 했어."
"정말?"
"아무래도 맨정신으론 무리일 것 같아서. 아까 얘기해보니까, 쟤들이 같이 해본 경험은 없더라고."
"아…. 그렇구나. 나는 엄청 잘 노는 애들인 줄 알았지."
"잘 노는 애들이긴 해. 귤희는 남친 군대 보내놓고, 맘껏 즐기고 있고 리나도 귤희 따라서 클럽 자주 다녔다고 하더라고. 근데, 남자들이랑 쉽게 자는 거랑 2:1이나 그룹 플레이하는 건 또 다른 문제거든. 필두 넌 절친이랑 같이 하는 거 쉬울 것 같아?"
도훈의 질문에 필두의 표정이 심란해졌다.
"으으, 난 도저히 안 될 것 같은데…."
"맞아. 은근히 이게 친한 사이끼린 더 어려운 법이거든.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면 다신 안 봐도 그만이지만, 친한 사이면 결국 다른 일로 계속 엮일 수밖에 없는데 만날 때마다 그 생각이 날 테니까."
필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도훈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도훈이 너는 이런 경험 많아?"
필두는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다. 본인이 주도할 수 없는 일이라면, 유경험자인 도훈이 자신까지 이끌어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나? 어떨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너 엄청 고수 같아."
"고수?"
"응. 너 정도면 여자애들 쉽게 따먹을 수 있잖아. 얼굴도 잘생겼지…. 돈도 많지."
"맞아."
"그, 그치?"
"그래서 사실 평범한 섹스가 재미었더라고."
"재, 재미가 없어?"
섹스가 재미없다는 말에 필두가 화들짝 놀랐다.
대부분의 자기 나이 때 또래는, 어떻게든 한 번 여자애 꼬셔서 따먹어 보려고 발버둥치는 게 일반적인 도훈에겐 시시한 모양이었다.
"생각해봐. 여자친구 사귀고 먹은 거야 10대 때 이미 끝냈지.
원나잇도 원 없이 해봤고. 그러다보니 성취감도 없고 자극도 없는 거야."
"아…."
"이제는 돌림빵이나 그룹섹스 정도는 해줘야 자극이 온 다니까? 그래서 귤희도 너한테 넘긴거고."
"그, 그렇구나. 난 그런거 상상도 못해봤는데…. 아, 아니 물론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곤 해봤지만, 실제로 만나본 건 네가 처음이야. 도훈이 넌 정말 대단한 것 같아."
필두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완벽한 숫컷의 삶. 하고 싶은 데로 다 하면서 사는 진정한 알파 메일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천하의 바람둥이니 인성파탄자니 매도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도훈이 필두의 어깨를 두르며 말했다.
"대단하긴. 오늘 밤 잘 부탁한다."
"나, 나야말로."
그때 다른 테이블로 원정을 다녀온 준성과 찬우가 다시 되돌아왔다.
"아씨, 더럽게 튕기네."
"왜? 잘 안 됐어?"
"준성이 이 새끼 완전 꼴통이야. 거기서 부모님 안부는 왜 물어?"
"뭐 인마. 니는 뭐 잘했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말도 없이 앉아있으니까 나혼자 떠들다가 그런 거지."
두 사람은 헌팅 실패의 이유로 서로를 탓하며 비난했다. 새롭게 여자들이 물갈이 되었다고 좋다고 덤벼들었다가 매운맛만 실컷 보고 온 모양이었다.
찬우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도훈에게 말했다.
"도훈아, 이제 좀 에이스 출격해 주면 안돼냐?"
"그래 도훈아. 아니 도훈이 형. 우리가 와꾸가 안되니까 계속 물만 먹는데…. 넌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으니."
다들 꾹 참고 있던 불만을 터뜨렸다. 에이스인 도훈이 나서서 뭔가를 해줄 것을 기대했는데, 정작 파티에 나온 도훈은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수작을 걸기 위해 용기내 찾아온 여자애들까지 돌려보낸 그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도훈의 처지를 알고 있는 필두가 그를 변호했다.
"야. 도훈이 오늘 컨디션 별로 안 좋다잖아. 그리고 니들이 발품 팔아서 꼬셔야지 도훈이한테만 기대면 어떻게 해?"
"도훈이는 그렇다 치고 필두 넌 왜 그렇게 소극적인데? 여자 안꼬실 거냐?"
"나?"
필두는 이미 선약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 둘보다 훨씬 여유가 넘쳤다. 그러나 사실을 밝혔다가는 다른 친구들에게 맞아죽을 분위기 였기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
"나, 난 뭐…. 아까 걔들 다시 얘기해 보려고."
"누구?"
"저기 있잖아."
필두가 소심하게 귤희와 리나가 앉은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준성이 혀를 끌끌찼다.
"얀마. 쟤들은 포기해. 진작 텄어."
"왜?"
"열 번 찍으면 넘어간다는 말 다 개구라야 인마. 여자는 한 번 아니면 아닌 거야. 도훈이까지도 마다한 애들인데 니가 성에 차겠냐?"
"그래 맞아. 쟤들도 다른 남자애들 꼬시려고 나온 거잖아. 옷봐라. 아주 작정을 했네."
찬우의 말대로 귤희와 리나는 파티 의상에 상당히 신경 쓴 느낌이었다. 편한 여행복 차림으로 나온 다른 여자애들에 비하면 클럽에 입장한다고 해도 믿을 정모로 야한 의상을 입고 있었다.
당연히 눈에 확 띄었고, 다른 남자애들도 군침을 흘리는 중이었다. 그런데 서로 말도 없이 몸을 돌린 채 술만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에 쫄아 접근할 엄두도 못내고 있었다.
"눈이 얼마나 높길래 도훈이까지 차버린거야? 씨발, 무슨 거기 금테 둘렀나."
"됐어. 어차피 여자는 많아. 다시 가보자. 필두 너 정말로 안 낄거지?"
"나, 난… 그냥 더 탐색 좀 해보고."
"오케이. 찬우야 가자. 씨발, 오늘 여기 온 여자들 다 한 번씩 찔러보자고. 혹시 아냐? 하나 쯤 얻어걸릴지."
"그래. 못 먹어도 고!"
의기소침해 있던 두 사람은 다시 맥주병을 들고 여자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불나방같은 두 사람의 행동을 지켜본 도훈이 피식 웃었다.
"거참, 근성은 대단하네."
"그러니까. 쟤들은 지치지도 않나. 저런다고 될 게 아닌데."
"아니야. 될 수도 있을걸?"
"진짜? 열 번 찍으면 여자들이 넘어간다고?"
"아니지. 싫다는 여자를 열 번 찍어봐야 헛짓이지. 그걸 말하는 게 아니고, 여기 온 여자들 다 찔러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소리야."
"정말?"
"응. 그러니까 빈도수를 높여서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지. 만약에 부킹 성공률이 10%라고 해봐. 그럼 10번 찌르면 한 명은 넘어 온다는 소리잖아."
"그렇지만 안될 수도 있잖아."
"스무번을 찌르면?"
"그러면…."
"서른 명은?"
"잘하면 가능할지도…?"
"찬우랑 준성이는 지금 그 전략을 취하는 거야. 손발은 고생해도 그나마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이니까."
"그렇구나."
"노력한 사람만이 그 결실을 얻는 법이니까."
도훈의 말을 들은 필두는 살짝 부끄러움이 들었다. 자존심도 버리고 이리저리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찬우와 준성에 비해 자신은 도훈이 깔아 준 비단길을 걷는 셈이었다. 댓가 없는 쾌락.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도, 도훈아…. 난 그럼…."
"필두 넌 부전승이니까 필요 없지."
"그래도 그 얘기 들으니까 좀 민망해지는데…. 나 정말 이렇게 넙죽 받기만 해도 괜찮은 거야?"
"왜? 내가 뭘 요구할까봐?"
"아, 아니 그건 아닌데…. 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도훈이 씩 웃더니 필두에게 말했다.
"그럼 이건 어때?"
"뭐?"
"나중에 리나랑 입실하면 리나 한 번 꾹 눌러줘."
"리, 리나를? 다 같이 하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합방을 하면 재미 없지. 일단 서로 돌려 먹다가 나중에 같이 모여야지."
"괘, 괜찮을까? 리나는 날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던데…."
"섹스는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하는 게 아니지."
"그, 그럼?"
"하다 보니 좋아지는 방법도 있거든. 뭐가 우선인지는 중요한 게 아니야.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거랄까?"
"그, 그렇구나."
도훈이 한 가지 더 제안했다.
"그리고, 너 혹시 2:1 해보고 싶은 생각 있어?"
"2:1? 다 같이가 아니고?"
"물론 다 같이도 할 거야. 난 근데 네가 여자 둘을 독식하는 모습도 궁금하거든."
"내, 내가 두 사람을 다? 혼자서?"
"응. 아까도 말했지만, 난 이미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봐서 시시하거든. 그래서 요샌 조용히 옆에서 구경하는 것도 어떤지 느껴보고 싶어."
"아…. 여, 역시."
필두는 도훈이 약간 NTR 성향이 아닌가 의심했다.
기껏 꼬신 여자들은 모두 자신에게 붙여준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안되었지만, 도훈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도훈이는 이 모든게 시시한거야. 그래서 더 자극적인 걸 원하는 거지. 이제 진짜 도훈이가 바라는 것이라면, 나도 도훈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필두는 혼자서 두 여성을 상대하는 스리섬에 대한 욕망도 있었다. 아무래도 맛있는 것은 둘이 나눠 먹는 것보다 혼자 다 먹는 것이 더 좋았던 것이다.
"네, 네가 원한다면야…."
[필두군을 미끼로 게하 주인을 낚으리시려는 그림이군요.]
'그렇지. 이 범죄자 새끼는 오늘 밤 나한테 끝장나는 거야.'
두 사람이 막 얘기를 끝낸 시점에 구석에 앉아 술만 죽치고 있던 귤희가 다가왔다.
"언제까지 계속 기다릴 건데요? 리나랑은 말도 안하고 있는데 심심해 죽겠어요."
어찌보면 당연한 불평.
도훈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충분히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다.
"좋아. 가자. 대실은 아까 잡아놨어. 리나 데리고 와."
도훈이 마침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