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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593화 (1,573/2,000)

1593. 제주도 푸른 밤-23-

귤희가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녀는 필두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가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배를 끌어안았던 것.

'필두 오빠 몸이 좋다고? 뱃살이 한 움큼씩 잡히던데?'

그의 뱃살은 어젯 밤 도훈의 섹시한 복근과 비교하기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귤희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따져 묻자 도훈이 답했다.

"응. 진짜로 좋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귤희가 계속 부정하자 도훈이 보다 정확하게 말했다.

"필두는 하체가 좋아. 아까 샤워하고 나오는 거 보다 깜짝 놀랐잖아."

"하체?"

"자전거를 많이 탔나?"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자 필두가 민망한지 손사래를 쳤다.

"도, 도훈아 무슨 소리야 갑자기."

"옛말에 남자는 하체가 튼실해야 한다잖아. 내가 보증할게. 필두는 진짜 하체가···."

도훈은 더 이상 설명을 생략하고 엄지만 치켜 올렸다.

두껍고 짧은 엄지가 상징하는 바는 명확했다. 눈치가 빠른 귤희가 대번에 행간을 읽었다.

'아, 그거 말하는 거였어? 헐, 진짜로 필두 오빠가 그렇게 크다고?'

오늘 새벽, 불과 몇 시간전 도훈과 열락의 밤을 보냈던 귤희는 도훈의 물건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이제껏 만난 100여명이 넘는 남자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대물이었다. 그런 도훈이 인정한 사내라면 대체 어느 정도 란 말일까? 귤희는 처음으로 필두가 다르게 보였다.

'생긴 것하곤 다르게 물건은 제법 실한 가 보네?'

귤희가 필두에게 조금 흥미를 보인 것과 달리 리나는 여전히 필두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언제쯤 도훈이 자신에게 고백할지만 생각했다.

'분위기 보니까 도훈 오빠가 필두 오빠랑 귤희를 맺어주려고 애쓰고 있네. 하여간 오빠도 참.'

"근데 오빠, 우리 아점 먹고는 뭐해?"

"혹시 너희 둘이 생각해 둔 코스는 있어? 오토바이도 있으니, 멀리 나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제주도 끝에서 끝까지 이동해도 2시간이면 어디든 갈 수 있거든."

"정말? 그럼 어디가 좋을까나? 원래 우린 중문 근처만 생각하고 있었거든."

"중문관광단지도 좋지. 아님 우도는 어때?"

"갑자기 우도?"

"우도면 북쪽에 있는 거 아니야?"

"뭐, 서귀포는 아니지. 배 타고 들어가는 섬인데, 가본 사람들이 되게 좋다고 하더라고."

"좋다. 그럼 우도로 가자 우리."

도훈이 뜬금없이 우도를 언급한 데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

[리포트에 나왔던 지점이군요.]

'그렇지.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경찰대녀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지점이니까.' 도훈은 공항에서 미호가 입수해준 『PK단 제주 지부 학살』 리포트를 훑어 보았다. 그때 플레이어가 자취를 감춘 마지막 장소가 우도라는 것을 떠올린 것이었다.

'미션도 미션이지만, 제주도 온 목적을 까먹으면 안되니까 말이야.'

[저는 주인님이 휴양 오신 줄 알았습니다.]

'휴양은 얼어 죽을 휴양? 정확히 말하면 특임대 피해서 피난 온 거지.'

[…라고 하기엔 미션에 너무 열심히시던데요?]

'제주도 도착한 지 겨우 12시간 지났다고. 사실상 도착하자마자 조사에 착수하는 셈이야.'

[그것도 그렇네요.]

도훈이 혼자 다른 꿍꿍이를 생각하는 이상으로 귤희와 리나 사이에서는 물밑에서 암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겉으로는 사이가 좋은 척했지만, 여자 특유의 우회화법으로 서로를 자극했다.

"필두 오빠는 그럼 여친 없어?"

"어, 뭐 나야…. 지금은 없지 하하!"

"잘 됐다. 리나도 헤어진 지 얼마 안되서 솔론데."

귤희는 굳이 리나가 솔로임을 강조하며 필두를 떠넘기려고 했다.

"아, 정말?"

"응. 난 군대에 남친 있거든."

"헐? 귤희 너 남자친구 있어?"

"응."

또한 귤희는 필두가 자신에게 호감을 보인다는 것을 알고 떨쳐 내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군대 남친을 적극 활용했다. 이미 임자가 있으니 넘보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기도 했다.

하지만 리나도 잠자코 듣고 있진 않았다.

"호호, 군대 간 애인이 애인이니? 어차피 만나지도 못 하는걸."

"무슨 소리야? 나 맨날 남친이랑 통화하는데. 어제도 했잖아."

"통화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근데, 그런 말도 있잖아.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필두 오빠,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는 거 아니야."

"뭐래 진짜?"

리나가 열심히 역공을 펼쳤지만, 이미 필두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귤희가 남자친구가 있었다고? 아이씨, 이러면 나가린데. 지금이라도 리나 쪽으로 돌려야 하나?'

그때 도훈이 필두에게 말했다.

"필두야. 나 후식으로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데 1층에 주문하고 오자."

"어, 어? 아이스크림?"

"어. 니가 쏜다며. 고르긴 내가 골라도 계산은 네가 해야지."

도훈이 염치없이 필두의 지갑을 털 것처럼 굴었다.

필두는 난처했지만 자기가 뱉은 말이 있었기 때문에 떨떠름한 표정으로 도훈을 뒤따랐다.

"우리 아이스크림 좀 사서 올게."

"응."

1층 카운터로 내려간 도훈은 가장 비싼 샤베트 아이스크림을 주문하더니 계산하려는 필두보다 먼저 현금을 내밀었다.

"어? 나보고 사라는 거 아니었어?"

"뭔 소리야. 얻어만 먹어서 쓰나. 이건 내가 사야지."

"아니 도훈아 그래도…."

"됐고, 기다리는 동안 밖에서 담배나 피우자."

도훈은 아이스크림을 주문해놓고 필두를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애초에 그는 필두와 따로 얘기할 목적으로 나온 것이었다.

"귤희 마음에 들었는데 하필 남자친구 있다네…. 쩝."

"마음에 들었으면 그냥 가는 거지."

"뭐?"

"야, 막말로 너도 나도 군대 다녀왔지만 군대 가있는 동안 고무신 거꾸로 신는 애들이 태반이야. 뭘 그런걸 신경써?"

"아니 그래도…. 귤희가 딱 잘라 말하니까…."

필두는 상당히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는 건드릴 생각 자체를 안하는 순수한 성격 같았다. 하지만 도훈은 리나의 원만한 공략을 위해서라도 귤희를 필두에게 넘겨야 했다.

"에라이. 아까 리나 말 못 들었냐?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면 축구를 왜 하는데?"

"그거야 그렇지만…."

"골도 먹혀본 놈이 먹는 거야. 골키퍼가 철벽은 아니거든."

"무슨 뜻이야?"

도훈이 필두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자기쪽으로 끌어들였다.

"필두야. 내가 여자 많이 만나봤다고 했었지?"

"응, 도훈이 넌 고수잖아."

"내가 어제 사실 걔들이랑 잠깐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해봤거든."

"맥주? 너 어제…."

"아니, 막 숙소 도착했을 때 잠깐 맥주파티할 때."

"아아."

"그때 말하는 눈치를 보니까 귤희 걔 그렇게 지조있는 애는 아니더라고."

"정말?"

"솔직히 너라면 군대 간 남자친구를 2년 동안 기다리겠냐? 요샌 뭐 1년 반이면 제대하긴 하지만, 어쨌든 짧은 시간은 아니지."

"그렇긴 하지만…."

"그리고 어제 여자애들끼리 대충하는 말이 둘 다 제주도에 남자 구하러 온 것 같더라고."

"근데 왜 남자친구 얘기를 굳이 꺼냈을까? 나한테 거리두기 한 거 아냐?"

필두가 여전히 못 미더운지 도훈에게 물었다.

"딱 보면 모르겠냐? 뚫어 보라는 거잖아."

"뚜, 뚫어? 뭘?"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는데 용기있게 들일 댈 수 있겠냐는 거지. 그리고 옆에 리나도 있으니까 어차피 공개는 했어야 했을 거고."

"아…."

"필두야. 내 말 잘 들어. 귤희 조금만 꼬시면 백퍼 자빠뜨릴 수 있어. 너 막말로 걔랑 사귈 것도 아니잖아."

"아니 뭐 그거야…."

"여행지 와서 그냥 서로 재미보고 가면 그만이야. 강물에 배가 지난다고 자국이나 남냐?"

"헐!"

"알았지? 우도까지 가는 길이 머니까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작업 좀 해보라고. 내가 아까 밑밥 깔아줬잖아."

"아니 근데 여자들 그런 얘기 싫어하지 않아?"

도훈은 필두를 띄워주기 위해서 꺼낸 말이었지만, 필두는 굉장히 민망해 했다.

"보통은 싫어하지. 하지만 귤희는 왠지 좋아할 것 같아서."

"어떻게 알아?"

"난 딱 보면 알아. 걔 엄청 밝히는 애야."

"저, 정말?"

"내 말 못 믿냐?"

"아, 아니. 믿지."

"믿을 거면 끝까지 믿어봐. 너 오늘 1층에 대실하게 해줄게."

"도, 도훈아."

"알았지? 용기 있게 들이대라고."

"으, 응."

필두에게 조언을 건넨 도훈이 주문 나온 아이스크림을 들고 옥상의 루프탑으로 향했다.

"아이스크림 왔다."

"참고로 이건 도훈이가 샀어."

"도훈 오빠가?"

"응. 돌아가면서 사야지. 우도가면 니들이 밥 사라 알았지?"

도훈은 필두 혼자 독박을 쓰지 않도록 신신당부했다.

다른 사람이 말하면 남자가 쪼잔하다고 투덜거렸을 여자들도, 도훈의 말에는 껌뻑 죽었다. 그만큼 도훈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둘 다 분투하고 있었다.

"그럼 아까랑 똑같이 나눠서 타고 가?"

리나가 쐐기를 박으려는 듯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도훈에게 물었다. 그러자 귤희가 곧바로 반발했다.

"무슨 소리야? 이번엔 바꿔야지."

"왜 굳이?"

"아니, 그거야…."

둘러댈 말이 마땅치 않았던 귤희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나도 빠른 오토바이 타보고 싶다고."

"어 그러면 나랑 필두랑 오토바이 바꿀 게. 아까 타보니까 역시 초보가 타기엔 너무 빠른 것 같아. 필두는 오토바이 많이 타봤으니까 괜찮지?"

"어? 나, 나야 뭐."

"아니…."

도훈이 억지로 필두와 자신을 엮으려들자 귤희도 점점 뿔이 났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험악한 말을 쏟아낼 것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때 도훈이 급히 귤희에게 말했다.

"맞다. 귤희야. 나 담배 떨어졌는데, 요 앞 편의점에서 담배 좀 사다줄래?"

"뭐?"

"사다 달라고. 식사는 필두가 쏘고 후식은 내가 쐈으니, 이제 여자들도 좀 써라."

"아니, 근데 왜 나야?"

"리나는 담배 안 피우잖아."

"참나."

귤희가 어이없어하자 도훈이 다리를 쩍 벌리면서 또박또박 다시 말했다.

"부탁 좀 할게."

노발기 상태임에도 밖으로 툭 튀어나온 그의 잦이가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앞으론 국물도 없을 거라는 협박 같았다.

"…칫, 알았어. 뭘로 사와?"

"마쎄."

"으이구 진짜."

귤희가 투덜거리며 루프탑을 내려갔다. 귤희를 부려먹는 것이 민망했는지 필두가 뒤따라 나서려고 했다.

"나라도 같이…."

"아니야. 담배 하나는 사는데 뭘 둘이나 가. 귤희 혼자 다녀오면 되지."

귤희를 담배 셔틀 시키는 도훈의 모습에 속으로 통쾌해하던 리나도 거들었다.

"넵 둬요 오빠. 귤희 원래 담배 사러 자주 가거든요. 익숙해요."

"그, 그래?"

"쟤 보기보다 골초거든요. 오빠들 앞에선 자제하는 것 같지만."

[리나양은 오늘도 여지없이 뒷담화 작열이군요.]

'서로 앙숙이라니까 진짜. 앞에 없으면 바로 뒷담화 시작할 걸?'

[근데 귤희양에게 굳이 심부름은 왜 보내셨습니까? 제가 알기론 주인님 인벤토리에 담배가 보루로 쌓여 있는데요.]

'당연히 따로 할 말이 있어서지.'

[할말이요? 지금 어떻게요?]

'연기해야지.'

"아씨, 화장실 어디지?"

"왜 그래?"

"급 똥 마렵네. 아침에 똥을 못 쌌더니…."

도훈은 뻔뻔하게도 배를 잡고 앓는 시늉을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잠깐 얘기하고 있어 봐. 금방 똥 때리고 올 게."

"아, 아니 도훈아."

도훈은 제 할 말만 마치고 급하게 아래로 내려가버렸다.

둘만 남은 리나와 필두는 뻘쭘해하며 아이스크림만 퍼먹었다.

"에이씨, 고딩 때도 안 하던 담배 셔틀이나 하고."

바로 앞에 있다던 편의점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었다.

난데없는 심부름에 열이 받은 귤희가 길 빵을 하며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불쑥 다가왔다.

"길 빵하면 과태료 무는 거 몰라?"

"어? 도훈 오빠? 어떻게 된 거예요?"

귤희는 도훈이 자신을 뒤따라오자 놀라서 물었다.

"미안. 따로 얘기할 게 있어서 먼저 보낸 거야."

"난 또 왜 갑자기 담배를 사오라고 하나 했네."

귤희는 도훈의 등장에 잠시마나 가졌던 원망이 눈 녹듯 사르르녹았다. 눈치볼 사람이 없어진 그녀는 도훈의 팔짱을 끼며 가슴을 문질렀다.

"히잉, 진짜. 근데 오빠 왜 자꾸 나랑 필두 오빠랑 엮는 건데?

어차피 오빠랑 나랑 커플이잖아."

귤희가 콧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리자 도훈이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귤희야."

"응?"

"너 필두한테 한 번 대줘라."

"뭐, 뭐라고?"

귤희가 충격을 받은 듯 도훈을 밀쳐냈다.

평생을 걸레처럼 살아온 그녀였지만, 대놓고 누구랑 자라 마라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오, 오빠!"

"왜? 싫어?"

"그런 말이 어딨어? 내가 무슨 오빠 물건이야?"

귤희가 화내는 건 당연한 처사였다. 그녀가 도훈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과 별개로, 마음에도 없는 필두와 몸을 섞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도훈은 막무가내였다.

"내가 실은 약간 그쪽 취향이거든."

"취향?"

"어. 들어봤어? 네토라레라고."

"그게 뭔데?"

"쉽게 말하면 내 여자를 다른 남자한테 돌리면서 흥분하는 거야."

"무슨 미친 소린데 그게?"

"어떻게 한번만 안 될까? 나 진짜 귤희 네가 필두한테 따먹히는 상상만해도 이렇게 되버리는데…."

도훈이 여의봉 스킬을 이용해 잦이를 잔뜩 발기시켰다.

평소보다 더 커진 그의 잦이가 바지위로 튀어나오더니 벨트에 걸쳤다.

"오, 오빠!"

길거리에서 귀두를 꺼낸 도훈을 보고 귤희가 놀라서 황급히 그를 가렸다.

"지, 진짜 왜 그래? 여기 밖이야."

"그니까. 밖인데 이렇게 잦이 터질만큼 흥분해 버린다고. 니가 필두한테 따먹히는 상상만 해도."

"아니 진짜…."

귤희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심하는 눈치였다. 꼭 마음에 들었던 도훈의 성벽이, 이렇게 괴팍하고 변태적일 거라론 상상도 못해본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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