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2. 제주도 푸른 밤-12-
준성이 나에게 물었다.
아까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수건 좀 달라던 친구다.
"여자?"
"그래. 너 잘생겼잖아. 사실 아까 처음 보고 깜놀 했다. 너무 존잘러라."
"맞아, 도훈이 잘생겼지. 여자들한테 인기 많을 것 같은데?"
"야, 솔직히 이건 반칙아니냐. 우린 돈 들여서 맥주 사 멕이고 몇 시간 뻐꾸기 날려도 간신히 연락처 받을까 말깐데, 도훈이는 그냥 자리에 앉아서 웃고만 있어도 여자들이 알아서 번호 줄 듯."
놈들이 갑자기 이구동성으로 나를 추켜세웠다.
"왜 그래, 갑자기?"
"그러지 말고 도훈아, 연락처 받은 애 있으면 새끼 좀 쳐주라."
"원래 클럽가도 에이스 하나가 캐리 하는 거잖아. 우리같은 잔챙이들은 솔직히 콩고물 떨어지는 거 주워 먹어야지."
"야. 내가 먼저 말했다? 도훈아 혹시 메이드 된 애들 없어?"
어쩐지 아부를 엄청 하더라니, 이런 목적이었군.
하긴, 스물 셋. 여자에 굶주린 청춘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저게 보통 20대 초반 남자들이지.
나처럼 원하면 어떤 여자든 눕힐 수 있는 알파남과, 그를 우러러보면서도 질투할 수 밖에 없는 베타남의 처지랄까?
"그게. 오늘 숙소에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아, 맞다."
"아깝다. 도훈이 너 정도면 백퍼 오늘 안에 한 명은 후렸을 텐데."
"도훈이 너 근데 여자친구 없어? 없을 수가 없는 와꾼데?"
놈들은 귀찮을 정도로 계속 물어왔다. 아무래도 다들 평범하게 생긴 얼굴들이다 보니, 잘생긴 사람이 신기한 모양이다.
"그냥 여사친만 좀."
"도훈이 진짜 인기 엄청 많을 것 같아."
"우리 서울 가서도 친하게 지내자. 내 연락처 줄게."
필두가 대뜸 폰을 내밀었다.
삼국대 어쩌고 하더니, 정말로 서울가서도 찾아올 기세였다.
'귀찮네. 그냥 연락처만 주고 후딱 치워야지.'
나는 필두의 폰에 번호를 남겼다. 일부러 틀리게 적을까 했다가, 그냥 나중에 차단할 생각으로 똑바로 남겼다. 아니나 다를까 필두가 적힌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잘못 남겼으면 괜히 민망해 질 뻔 했다.
부르르-
"그거 내 번호야. 저장해 놔 도훈아, 황필두."
"어."
굳이 연락할 일도 없겠지만 일단 저장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그런데 번호를 저장하려고 핸드폰을 켜자, 리나가 보낸 카톡폭탄이 주르륵 올라오는 것이었다.
"어? 여자?"
"오, 도훈이 여자한테 연락온 거 같은데?"
"너 여친 없다며? 설마 구라쳤냐? 시작부터 장난질이야?"
"여친 아니야."
"에이, 뭐야. 여친 있네. 뭘 그런 걸 구라치냐? 있으면 있다고 하면 되지."
"그러게. 남자들끼리 서로 이해 못 해줄 것도 아니고."
"난 도훈이 네가 바람피워도 눈 감아 줄게."
자꾸 나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통에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게 아니라, 제주도와서 오늘 우연히 만난 애야."
"엉? 제주도에서?"
왠지 잘못 말하면 정말 거짓말쟁이로 몰릴 분위기 였기 때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아니라, 비행기에서 내릴 때 가방이 서로 바뀌는 바람에 ···."
나는 구구절절 리나와의 관계를 설명했다. 하지만 깨톡 내용을 훑어본 필두가 의혹을 제기했다.
"근데 벌써 이렇게 친해졌다고? 내용을 보니 완전히 사귀는 사인 것 같은데?"
"뭐래? 필두 너 봤어?"
"아니 다는 못 봤는데, 대충 내용이 좀 그렇던데?"
"헐, 도훈이 벌써 꼬신 거야?"
"역시 잘생긴 애들은 다르다니까? 그냥 스쳐만 가도 여자들이 가만두질 않잖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
참으로 피곤한 친구들이었다.
여행와서 들뜨고 새로운 인연을 만날 생각에 흥분된 건 이해가 가지만, 확실히 나이가 어린 동갑내기들과 함께 있으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정신연령 차이 때문에 대화가 영 피곤하네.'
[근데 리나양에 대해서 밝혀도 괜찮으십니까? 아직 미션이 끝나지도 않았는데요. 게다가 아직 2층 침대에 귤희양이 숨어 있다는 걸 잊지 마십시오.]
'귤희한테는 적당히 둘러대면 돼. 그리고 지들이 알면 어쩔거야. 훼방 놓을 애들론 안 보이는데.'
[괜히 일이 꼬이실까 봐서요.]
'알아서 잘 해볼게.'
"야야. 도훈아. 혹시 그 여자애 혼자 온건 아니지?"
"가방 바뀔 때 다른애가 착각하고 들고 갔다고 했잖아. 최소 두명이지."
"도훈아, 부탁이다. 새끼 좀 쳐줘라."
역시나 예상대로 놈들이 새끼쳐달라고 달라붙었다.
오로지 여자 생각밖에 없는 애들 같았다.
"모두 몇 명이서 온 건데? 4명이면 딱 좋은데."
"두 명."
"둘? 하, 아쉽네."
"그럼 우리 중에 한명한테는 기회 있는 거 아니야? 최소한 한 명은 남는다는 소리잖아."
"친구 이쁘냐?"
"프로필 사진 살짝 봤는데 이쁘던데?"
"역시! 도훈이가 눈이 낮을 리가 없지."
"도훈아, 어떻게 안 될까? 부탁한다."
'아오, 진짜 확 다 입을 찢어 버릴까?"
[주인님.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 마십시오. 주인님은 실제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자니까요.]
'애새끼들 존나게 말 많고 성가시게 하잖아. 대충 그냥 던져주고 치워야겠다.'
[던져주다뇨?]
'쪽수 맞춰서 더블 데이트 한다고 하면 지들끼리 어떻게든 결정하겠지.'
"음. 말은 해볼 수 있는데···."
"있는데?"
"지금 물어봐 그럼. 안 자는 거 아니야?"
"근데 숫자가 안 맞으니···."
"아."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치를 보았다. 셋 중 한 명만 구제받을 수 있는 상황에 서로 누가 더 경쟁력이 있을지 재는 눈치였다.
다들 서로가 조금씩 낫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놈이 그놈이었다. 딱히 외모가 뛰어난 친구도 없었고, 그렇다고 내놓기 부끄러운 수준도 아니었다. 평범 그 자체. 고만고만한 사이에서 한명을 고르자니 쉽지가 않았다.
"도훈아. 그냥 네가 뽑아줘."
"차라리 그게 공정하겠다."
"도훈아. 나 국성대랑 가깝다. 알지? 삼국대는 동맹이야."
세 사람이 도저히 답이 안 보였는지 결정을 나에게 미뤘다.
하지만 내가 선택할 경우, 선택하지 못한 나머지 둘이 나를 원망할 가능성이 컸다. 괜히 원망을 사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그러지 말고. 셋이서 결정해 봐. 나는 누가 되든 같이 놀자고 설득해 볼 테니까."
"오케이. 그렇게 하자."
"근데 뭘로 결정할 건데?"
"제일 간절한 사람으로 뽑는 게 어때?"
"누가 제일 간절한지 어떻게 알고?"
"여기서 여자랑 헤어진지 가장 오래된 순으로."
"난 2년."
"난 5년."
"5년은 또 뭐야? 고등학교 때부터 사겼냐?"
"어. 맞어."
"장난해? 고삐리때 사귄게 무슨 사귄거라고. 그런 식으로 따지면 난 초등학교때도 여친 있었어."
"웃기고 있네. 니 얼굴에?"
세 사람은 서로 투닥거리며 치열하게 다투었다. 그 사이 나는 리나에게 밀린 깨톡을 보냈다.
-이도훈 : 미안. 갑자기 룸메이트가 몰려와서.
-장리나 : 오빠 안 잤어요? 대답 없길래 자는 줄?
-이도훈 : 내 방 4인실이잖아. 셋이 우르르 몰려오더니 갑자기 맥주 마시면서 통성명이나 하자더라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술마시고 있어.
-장리나 : 그랬구나. 계속 내용을 안 읽고 있길래 자는 줄 알았어요.
-이도훈 : 근데 너 말 편하게 하기로 하지 않았어? 왜 깨톡에선 존댓말해?
-장리나 : 원래 전 채팅으론 존댓말 써요. 그냥 반말할까? 오빠편한 대로
-이도훈 : 알아서 해.
-장리나 : 오빠 근데 귤희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이도훈 : 뭐가 이상한데?
-장리나 : 아까 담배 피우러 나갔는데, 아직도 안 돌아 왔어요.
당연하지. 내 방에 숨어 있으니.
-장리나 : 근데 속옷도 안 입고 나간 거 있죠? 맨 몸에 파자마원피스만 걸쳤다니까요?
-이도훈 : 헐 진짜? 왜 그랬을까?
-장리나 : 뻔하죠. 얘 진짜 내 친구지만 솔직히 걸레거든요. 분명 아까 파티 때 만난 남자애 잠깐 보러간 것 같아요. 백퍼.
-이도훈 : 만날 수야 있는데 속옷도 안 입고?
-장리나 : 왜 그랬겠어요? 보나마나지.
리나는 귤희의 모든 게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아까 나의 이간질 이후로는 사사건건 그녀의 흉을 보고 있었다. 내가 리나와 깨톡을 하는 사이에도 세 친구의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
"도훈이 걔랑 계속 애기중?"
"어. 다른 친구랑 같이 놀 수 있냐고 물어보는 중이야. 결정했어?"
"아니. 절실한 걸로는 합의가 안 될 것 같아."
"당연하지. 여친만 없었을 뿐 여자는 얼마든지 만나고 다닐 수 있으니까."
"그럼 그냥 섹스 가장 오래 안 해 본 순으로 어때?"
"넌 얼마나 안 했는데?"
"나? 나 1년 넘었지."
"장난하냐? 난 물 뺀지 3년 넘어가."
"맨날 딸딸이 치잖아 인마."
"그건 빼야지."
여전히 쓸데없는 얘기를 하는 녀석들을 무시하고 리나와 깨톡을 주고 받았다.
-장리나 : 이런 얘기까지 해도 되나? 오빠, 걔 예전에 저랑 클럽VIP룸에 같이 간적 있거든요?
-장리나 : 남자친구 군대가고 한 달 지났을때요.
-장리나 : 근데 거기서 처음보는 남자랑 같이 화장실 들어갔다가 30분만에 나왔잖아요. 옷 다 흐트러져 있고. 무슨 말인지 알죠?
-이도훈 : 모르겠는데.
-장리나 : 처음 보는 남자랑 클럽 룸 화장실에서 떡쳤다고요.
그런 애라니까요?
그럼 너는 왜 같이 따라갔느냐 묻고 싶었지만 굳이 따지지 않았다. 지금은 알아서 서로 갈등의 골이 패이는 두 사람을 보며 흡족해할 뿐이었다.
[리나양도 참, 친구 흉을 너무 심하게 보네요.]
'리나는 저렇게 해야 내가 귤희에게 학을 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남자는 자기에게만 주는 여자는 좋아도, 모두에게 다 주는 여자에겐 매력을 못 느끼거든.'
[그러니까 친구를 문란한 여성으로 매도해서 주인님에게 나쁜 선입견을 심어주려는 의도라는 거죠?]
'그런거지. 하나 옛말에 근묵자흑이라고, 음탕한 친구랑 같이 어울리는 리나도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봐, 나는.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랄까?'
[주인님 말씀이 맞습니다.]
-장리나 : 귤희가 원래 술먹으면 약간 정신 못차리는 게 있어요. 아무 남자한테나 스킨십하고, 또 그러다 흥분하면 막···. 진짜 친구지만 그럴때마다 정떨어진다니까요?
-이도훈 : 그냥 담배를 오래 피웠을수도 있지 않아? 나도 가끔 땡길 때 줄담배 피우거든.
-장리나 : 모르죠. 전적이 있으니까 의심하는거지. 그리고 아까부터 저한테는 말도 안 거는데 점점 여행 따라온 게 후회되고 있어요. 이럴거면 왜 같이 오자고 했는지. 자기 혼자 재미나 보러 갈 거면.
리나는 계속 귤희를 흉보고 자신이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이 내용을 귤희가 못 보길 천만 다행이군.
"야, 그냥 좆대 봐라 어때?"
"좆대 봐라가 뭔데?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라잖아. 그냥 심플하게 대보고 결정하자고."
"설마 좆된다는 게 아니라 진짜 좆을 대보자고?"
"와,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찬우 넌 쫄리면 빠지시든가? 자신 없냐?"
"무슨 소리야? 장난해? 나 안 작아."
"그럼 까 인마!"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남자끼리···."
"어떻게 그럼? 가위바위보라도 할까? 자신 없으면 운에 맡기든가 그럼?"
결국 세 사람은 합의가 안 되자 경쟁으로 결정하기로 한 것 같은데, 설마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의심스러운 대화 내용이었다.
"근데 뭘 대보자는 거야? 정말로 그걸?"
"그렇다는데?"
"몰라, 씨발. 그냥 까. 도훈이가 심판해."
그때 갑자기 가장 먼저 좆대봐라를 제안한 준성이라는 친구가 바지를 훌렁 내렸다. 추리닝을 입은 상태라 그대로 팬티와 함께 내려가면서 덜렁하고 잦이가 튀어나왔다.
"오우 쉣! 이 새끼 진짜 좆깠는데?"
"까라니까 진짜 까네?"
"됐냐? 내가 이겼지?"
준성은 부끄럽지도 않는지 잦이를 꺼내놓고 실컷 과시했다.
'음···. 저게 무슨···.'
[주인님께 비할바는 아니군요.]
'말이라고.'
준성을 시작으로 찬우가 지퍼를 내렸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지."
"오오!"
"찬우 좀 하는데?"
"와, 이건···."
'세상에. 제주도까지 와서 다른 새끼 좆이나 보게 될 줄이야.'
[근데 정말 아무리 취했어도 제정신들이 아니군요. 무슨 저런 걸로 경쟁을 한답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필두. 너만 남았어."
"기다려봐."
마지막으로 황필두가 바지를 내렸다. 필두의 양물을 본 친구들이 갑자기 폭소를 터뜨렸다.
"푸하하, 이게 뭐야."
"응, 나 애기꼬추."
"와, 필투 그렇게 안봤는데. 한남 소추가 여기 있었네."
필두는 생긴 것 답지않게 보기드문 소추였다.
다만 두께는 셋 중 제일이었으나, 크기가 너무 작아 웅크린 애벌레 같았다.
"대보니까 알겠네. 내가 이겼지?"
찬우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육안으로 봐도 셋중 가장 큰 사람은 찬우였다. 그때 필두가 이의를 제기했다.
"어허. 아직 승부 끝난 거 아니지."
"뭔 소리야?"
"누가 봐도 찬우가 이겼는데?"
"아직 발기 안 됐거든?"
"아서라. 거기서 꼴려봐야 소추가 중추 되겠지."
하지만 필두는 끝까지 고집 부렸다.
"잠깐만 기다려봐."
필두가 갑자기 뒤돌아서더니 혼자 열심히 꼬추를 주물렀다.
"저 새끼 뭐하냐?"
"용쓴다 진짜."
"조금만 기다려 다 끝났으니까."
변신(?)을 마친 필두가 다시 돌아서자 순식간에 다들 말문이 막 히고 말았다.
"헉 미친!"
"저게 말이 돼?"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발기가 된 필두의 양물이 상상이상으로 굵고 묵직했던 것이다.
"내가 좀 힘순찐이거든. 이게 진짜라고."
필두가 의기양양 웃으며 양물을 껄떡거렸다. 물론 나에 비할 반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 작은 사이즈는 아니었다.
"필두 네가 이겼다."
"이건 인정."
"도훈아 필두로 결정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