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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581화 (1,561/2,000)

1581. 제주도 푸른 밤-11-

리나 말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섹스 밝히고 남자 좋아한다는 말은 지금 보니 오히려 실제보다 축소해 말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완전 미친년인데, 이거.'

[어떻게 이렇게 막 나가죠? 들켜도 상관없다는 걸까요?]

나도 가끔 남몰래 스릴을 즐긴 적은 있지만, 이 정도로 똘끼 넘치는 여자는 처음이다. 그녀는 이불이 위아래로 들썩일 만큼 신나게 잦이를 빨아 재끼는 중이었다. 눈썰미가 좋은 누군가가 2층 침대를 눈여겨본다면,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했을 정도였다.

-그만해.

나는 이불 속에서 열심히 오랄을 하고 있는 귤희를 제지했다.

머리를 붙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하자, 이번엔 귤희가 입안에서 혀를 굴리며 귀두를 자극하는 것이었다. 도저히 말을 들어 처먹지 않는 못된 망아지 같았다.

"음···."

"근데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희는 모두 스물셋이거든요."

필두라는 녀석은 잔다고 했는데도 계속 말을 걸어왔다. 대답을 안 하면 혹시나 잠들었는지 직접 확인해 볼 것 같아 서둘러 대답했다.

"저도 스물셋요."

"오, 완전 우연이네. 어떻게 동갑끼리만 한 방에 모였지? 말 편하게 해도 될까?"

"어, 편할 데로"

"반갑다. 우리도 다들 오늘 여기 와서 만났어. 넌 어디서 왔어?"

'아씨, 존나게 말 많네.'

[그냥 무시하시면 안 됩니까?]

'그랬다간 계속 귀찮게 할 거야. 귤희라도 쫓아내고 나면 모를까···.'

"서울."

"나돈데. 서울 어디? 혹시 학교는 어디 다녀?"

"국성대."

"오, 삼국대구나? 나도 국민대 다녀. 반갑다."

삼국대라는 것은 흔히 '국'으로 시작하는 인서울 대학 3개를 통칭하는 의미였다. 특히 비슷한 위치에 뭉쳐 있다 보니 학생들끼리 교류도 잦았다.

"나, 국성대에 아는 친구들 많은데."

"그래."

그나저나 필두 이 새끼는 눈치도 없는지, 단답으로 끊는데도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보다 못한 다른 남자애가 필두를 말렸다.

"필두야, 피곤하다잖아. 고만하고 나랑 담배나 한 대 빨러 가자."

"담배? 좋지. 혹시 너도 담배 피워?"

"아니."

"아하. 그래. 그럼 우린 잠깐 나갔다 올게 먼저 자."

필두와 다른 친구는 담배를 피운다며 밖으로 나갔다.

또 다른 한 친구는 샤워를 위해 화장실에 들어간 상태였기 때문에 귤희를 내보내려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나는 이불을 들춘 뒤 여전히 잦이를 빨고 있는 귤희에게 말했다.

"지금 빨리 나가야 돼. 애들 나갔어."

"지금?"

"그래. 얼른! 이러다 들키면 우리 둘 다 여기서 쫓겨난다고."

하지만 잦이 맛을 본 귤희는 쉽게 물러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오빠만 즐기고 나는 이제 방으로 돌아가라고?"

"아니, 내가 빨아달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

"아- 수건, 수건! 필두야, 혹시 밖에 수건 있냐?"

그때였다. 화장실에 들어가 씻고 있던 또 다른 남자애 하나가 수건을 달라고 소리쳤다.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화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발가벗은 남자애 하나가 머리를 옆으로 내밀었다.

"필두야, 수건 좀 달라니까?"

"필두 나갔는데?"

"어? 나갔어요?"

"네. 담배 피운다고."

"아씨, 씻고 같이 가자니까. 죄송한데 거기 혹시 수건 좀 꺼내 주실 수 있어요? 화장실에 수건이 한 장도 없어서요."

"아···. 네 잠시만요."

나는 귤희를 구석으로 몰아넣고 얼른 2층 침대에서 뛰어 내렸다. 화장대 옆에 쌓인 수건을 한 장 건네자 남학생이 고맙다며 다시 화장실 문을 닫았다.

"지금이야. 얼른 내려와."

나는 아무도 없는 틈을 타 귤희를 내보내기 위해 2층 침대에 숨은 그녀에게 내려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귤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것이었다.

"나보고 그냥 나가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다른 사람들 방에 돌아왔잖아."

"이럴 거면 처음부터 시작을 말든가?"

"내가 먼저 하자고 조른 것도 아니잖아."

"어쨌든 이대로 끝내면 나만 뻘짓한 거잖아."

"그럼 어쩌라고?"

"오빠가 해줘."

"여기서?"

"약속하라고, 오늘 밤 다시 해주겠다고. 새벽에라도."

상황이 급박했다.

필두는 담배를 다 피우고 나면 다시 방으로 돌아올 것이고, 무엇보다 샤워를 마친 또 다른 친구 역시 금방이라도 나올 기세였다. 일단 누구라도 오게 되면 귤희를 밖으로 내보낼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약속할 테니까 얼른 내려와."

결국 귤희의 억지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다? 나 진짜 약속 안 지키면 오빠한테 실망할 거야?"

"알았다니까."

나는 화장실 문을 몸으로 막은 채 귤희가 2층 침대에서 내려올 시간을 벌었다. 혹시라도 몸을 다 씻은 친구가 밖으로 나오려고 해도 내가 문을 막고 있으니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귤희가 2층 침대 계단에 발을 딛으려는데, 갑자기 밖에서 필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씨, 그건 내 잘못이 아니지. 내가 말이 많은 거랑 여자들이 우릴 퇴짜놓은 건···."

젠장. 벌써 담배를 다 태운 모양이다.

결국 나갈 타이밍을 다시 놓쳐버린 것이었다.

"귤희야 다시 올라가!"

"뭐? 왜 이랬다가 저랬다가야"

"걔들 돌아 온다고! 다시 올라가!"

"누가 온다는 거야? 아무도 안 오는데?"

당연히 귤희는 필두가 방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을 알 리가 없었다. 밖에서 들리는 녀석의 목소리를 예민한 청력으로 미리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올라가라고! 얼른 이불 덮고 숨어!"

"아니 진짜···."

귤희가 뭐라고 따지려고 하는데, 벌컥 문이 열렸다. 귤희는 혼비백산 놀라서 쥐새끼마냥 2층 침대로 다시 뛰어 올라갔다. 스트레스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 잔다더니 다시 깼네?"

"어···. 안에 친구가 수건 좀 달라고 해서."

"준성이? 준성아, 다 씻었냐? 나도 씻으려고."

"지금 나간다."

결국 귤희를 내보내기도 전에 투숙객들이 방으로 모여 버렸다.

아까와 달라진 점이라고는 2층 침대에서 내가 내려왔다는 것과, 귤희가 침대 구석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숨어있다는 사실뿐이었다.

'진짜 개빡치게 하네. 아까 나가랄 때 나갔으면 아무 일도 없었잖아? 이제 어떡한다?'

[달리 방법이 없네요. 다들 잠들때까지 기다려야겠는데요?]

'이게 진짜 무슨 경우 없는 짓이냐고.'

귤희의 쓸데없는 고집 때문에 일이 틀어지자 짜증이 밀려왔다.

공략만 아니었으면 절대 안 건드렸을 피곤한 타입이었다. 줘도 안먹는다.

"그래도 이렇게 다들 모였으니 서로 소개라도 할까? 우린 아까 맥주 파티 가서 먼저 통성명했어. 이쪽이 찬우, 그리고 방금 씻고 나온 얘가 준성이. 내 이름은 아까 들었지? 필두, 황필두라고 해.

우리 다 동갑이고."

"난 이도훈."

"그러지 말고 어차피 잠도 깬 김에 맥주라도 가볍게 할래?"

"맥주?"

"지금 이 시간에? 편의점가서 사와야 할 텐데?"

"도훈이 너도 마실래?"

"그래 나도 그럼 같이 가자."

편의점에 들른다는 말에 잘하면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과 안주를 산다는 핑계로 넷이 우르르 다 같이 움직이면 그 틈에 귤희 혼자 몰래 방을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계획은 곧바로 폐기되었다.

"아니다. 아까 우리 저녁에 장 볼 때 미리 사놨잖아."

"맞네. 냉장고에 있겠다. 맥주."

"그럼, 그거 마시면 되겠네. 어차피 한 캔씩만 마시면 되니까."

결국 나는 예정에도 없이 생전 처음 보는 남자 셋과 객실에 둘러앉아 맥주캔을 홀짝거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2층 침대에 이불을 덮고 숨어있는 귤희가 계속 신경이 쓰였으나, 시선을 자꾸주면 오히려 다른 친구들이 알아챌 것 같아 모르는 척 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솔직히 탐색전이었어. 어차피 하룻밤 만에 메이드 되기엔 사람도 너무 많고 다들 조심스럽더라고."

"걔들 괜찮았는데."

"누구?"

"대전에서 여자 셋이서 왔다는. 숫자도 딱 맞았잖아. 내일 다시들이대 볼까?"

"아냐. 이제 도훈이도 왔으니 굳이 걔들한테 미련 가질 필요 없지. 숫자도 안 맞고."

자기들끼리 신나게 얘기하던 녀석들이 불쑥 나에게 물었다.

"도훈이 너도 낄 거지?"

"뭘?"

"넌 무슨 당연한 걸 물어? 여기 혼자 온 남자들은 다 맥주 파티 하나 보고 온 거지."

"확실히 듣던 것 보다 물이 좋더라. 내가 헌팅 잘되기로 유명한 감성 주점 꽤 다녀봤는데, 여기도 상당한 것 같아. 괜히 성지가 아니라니까?"

"성지? 혼자 여행 왔다가 셋이 돼서 돌아간다는 그 성지?"

"푸하하. 이 새끼 진짜 아까부터 계속 그 드립이네."

대화를 듣고 보니 이들은 헌팅을 목적으로 게스트하우스에 놀러 온 여행객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애초에 관광이나 여행이 우선 순위가 아니라, 클럽이나 감성주점에 들른다는 느낌으로 이곳에 온 것이다.

'이제야 이해가 가는구나.'

[뭐가 말입니까?]

'아까 맥주 파티 요금.'

[그게 갑자기 왜요?]

'첨엔 엄청 바가지라고 생각했거든. 5만원이 말이 돼? 심지어 남자만 낸다고 하니까 존나 열 받더라고. 요즘 같은 세상에 남녀차별이라니. 근데 그게 이유가 있는 거였어.'

[무슨 이유요?]

'이곳 게스트하우스는 말만 숙박업소지 실제론 클럽 운영 방식 이랑 똑같다는 거야.'

[어떻게 그렇게 됩니까?]

'우선, 입장료 겸해서 숙소비를 저렴하게 받는 편이잖아. 3만원이면 그냥저냥 클럽 입장료에 찜질방 하루 자는 수준이니까.'

[그리고요?]

'맥주 파티 요금도 바가지가 아니라, 사실상 남자가 여자들 요금을 대신 내주는 구조라는 거지.'

[대신 내준다고요? 여자는 공짜고, 남자는 돈을 받는 게요? 어째서 그렇게 하죠? 어차피 다같이 마시는 건데요.]

'그게 여길 핫플레이스로 만든 이유야. 여자가 이곳으로 놀러 오면 숙박비 말고는 돈이 전혀 안 들잖아. 여행을 왔는데,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어도 한푼도 안 내도 된다고. 그건 엄청난 메리트거든.'

[호오. 그럴싸하군요. 근데 그게 남자들에겐 무슨 좋은 점이 있습니까? 바가지 비용을 내야 하는데요.]

'여자들이 몰리잖아. 원래 게스트하우스는 남자 여자 비율을 알수가 없단 말이지. 때론 남탕이 되기도 하고 가끔 여탕이 되기도 하고 시시때때로 복불복이야. 더구나 나이 대도 20대부터 30대, 혹은 40대까지도 엄청 다양하거든.'

[그렇겠죠? 여행 목적으로 방문한다면요.]

'근데 이곳은 운영 방식 자체가 여행객이 쉬어가는 숙소의 개념이 아니라, 술 마시고 놀기 좋아하는 여자들에게 무료로 술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사실상 감성주점이나, 포차나 다른 없다는 거지.'

[그렇다면 젊은 여자들을 그렇게 확보해 놓고, 그들을 꼬시려는 남자들을 불러 들이는 구조군요.]

'그렇지. 그래서 남자가 여자들 요금을 대신 내준다고 하는 거야. 사실 여기 오는 남자들도 충분히 감수할 금액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제주도 어딜 가도 이렇게 젊은 남녀만 몰아 놓은 곳은 없을 테니까.'

[이야, 장사 수완이 아주···.]

'어쩐지 입장부터 존나게 까다롭더라니.'

[근데 왜 남녀 비율을 안 맞췄을까요? 방에 따라서 투숙객의 숫자를 제한하면 1:1로 맞추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데요.]

'그것도 머릴 쓴 거야 업주가.'

[그것도요?]

'남자는 기본적으로 경쟁적인 동물이거든. 근데 남녀 비율을 1:1로 맞췄다고 생각해봐. 어차피 짝이 지어지면 별다른 노력이 필요 없잖아. 그 말은 남보다 돋보이기 위해 무리를 할 필요가 없다는 거고, 호스트 입장에선 돈이 안되는 일이지. 여기서 돈을 쓰는 건 오직 남자니까.'

[와, 듣고 보니 모든 게 치밀한 장삿속이군요.]

'오히려 지금의 언밸런스한 비율이야 말로 주인의 의도가 담긴 배치일거야. 로시 네 말대로 방에 따라 남녀를 지정해서 일부러 비율을 조정하는 거라고 봐야지.'

[근데 그렇게 되면 짝을 못 짓는 남자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요? 7:3이면 여기 온 남자의 절반 이상이 허탕 치는 거 아닙니까?]

'아까 야외에 나와있는 비율로 봐선 6:4 정도로 맞춘 것 같아.

도태되는 비율은 열에 2명 정도. 남자가 경쟁심을 느끼기엔 딱 적절하지.'

[정말 대단하군요. 모든게 다 장삿속이라니.]

"난 뭐···."

"같이 하자. 오늘 우리가 한 번 쭉 둘러보고 왔는데 생각보다 물 좋더라."

"애들도 은근 개방적이야. 아까 클럽 노래 나올 때 부비부비하던 애들 봤지? 걔들 어제 처음 만났대 여기서."

"진짜 대박이다. 우리도 얼른 여자나 꼬시자."

이 방 남자애들은 오직 여자를 꼬실 목적밖에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들의 대화를 듣던 중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근데 여기 남녀가 각각 숙소를 따로 쓰지 않아? 그럼 어떻게 ···."

"크크. 도훈이가 뭘 좀 아네. 맞아. 자기 숙소로 부르는 건 좀 에바지."

"독방이 있어. 1층에."

"독방이 있다고? 게스트 하우스에?"

"말이 독방이지, 솔직히 눈 맞은 애들이 잠깐 대실하는 용도야.

주인 아저씨 말로는 3시간 씩만 빌릴 수 있다는데, 안에 침대랑 다 있대."

"헐, 완전 모텔 대실이랑 다를 게 뭐야?"

"같은 거야. 눈 맞은 애들은 거기서 떡치라고. 아마 1층에 있는 방 3개가 독실인 듯?"

좋은 정보를 얻었다.

오늘 밤 귤희를 꼭 눌러줘야 한다면,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지금 사용하는 사람 있을까?"

"모르지. 아저씨한테 방 비어 있는지 따로 물어봐야 한다니까. 왜? 도훈이 너 오늘 누구 꼬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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