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0. 제주도 푸른 밤-10-
* * *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살짝만 과장해서 안 좋은 이야기를 전달하면, 한쪽은 더 흥분해서 상대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장리나 : 오빠, 걔 사실 남자친구 있는 거 알아요?
-이도훈 : 남자 친구가 있다고?
-장리나 : 진짜 이건 말 안 하려고 했는데, 걔 남친 군대에 있어요.
-이도훈 : 군대? 남자친구가 군인이야?
-장리나 : 그렇다니까요. 완전 어이없어. 오빠한테는 뭐라고 했는데요?
-이도훈 : 그냥 뭐. 제주도 와서 좋은 인연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장리나 : 미쳤네. 아까 술 마실 때도 저한테 몰래 그러더라고요. 남친 있는 거 밝히지 말라고.
-이도훈 : 근데, 혹시 헤어진 거 아니야? 군대 가서 연락이 뜸해질 수도 있고.
-장리나 : 오빠. 걔 아까 공항에서 출발하기 전에도 남자친구랑 전화했어요. 제 옆에서.
-이도훈 : 헐.
-장리나 : 가족들이랑 여행가는 길이어서 며칠 연락 못 받을 수도 있다면서.
-이도훈 : 흠, 그럼 귤희가 지금 바람 피울 속셈으로 제주도에 왔다는 거야?
-장리나 : 바람이야 진작 피우고 다니죠. 남자친구 군대 보내고 일주일도 안돼서 저랑 같이 클럽 가자고 했던 앤데.
-이도훈 : 왜 그러지? 그럴거면 그냥 헤어지는 게 낫지 않나?
-장리나 : 걔 원래 그래요. 욕심도 많고, 군대 간 남자친구 기다리는 착한 여자 코스프레하면서 뒤로는 기회만 있으면 원나잇하고 다니고.
도훈은 리나가 쏟아내는 귤희에 대한 험담을 보고 둘 사이의 균열이 가기 시작했음을 직감했다.
'싸움이나 안 나면 다행이겠는데.'
[정말이지 의리라곤 없는 친구 사이군요. 친구의 치부를 모조리 까발려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이쯤 되면 원수나 마찬가지 아닌가?'
-장리나 : 걔 원래 남자 엄청 밝히거든요. 기회만 있으면 끼부리고 다니고, 질질 흘리고. 제 친구지만 가끔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니까요?
-이도훈 : 흠, 귤희가 그런 앤 줄은 몰랐네.
-장리나 : 말도 마요. 걔가 여우짓 한 거 다 말하면 날을 새도 모자랄 테니까. 어, 여우 담배 피우러 나가나 봐요.
-이도훈 : 귤희?
-장리나 : 네. 완전 꼴초라니까요? 1시간도 못 참고 맨날 들락날락. 아까도 공항에서 비행기 기다리는데 타기 전에 갔다가, 내려서 바로 또 피우고 진짜. 담배도 제 것까지 2보루나 사온 거 있죠?
리나는 작심한 듯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평소에 쌓인 감정을 도훈 앞에서 폭발시키는 것 같았다.
심지어 도훈이 대답을 않고 보고만 있었는데, 스크롤이 자동으로 내려갈 정도였다.
'이야, 독하다 독해. 친구가 아니라 웬수구만 아주.'
[증오가 뼈에 사무친 느낌인데요?]
그때였다. 아무도 오지 않던 4인실 문이 스르륵 열리는 것이었다.
'어? 누구 왔나?'
게스트하우스 특성상 당일 룸메이트는 숙소 측에서 랜덤으로 정해주는 편이었다. 도훈은 제발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 코골이만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슬쩍 2층 침대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응? 뭐야 쟤는?'
"도훈 오빠? 오빠 안에 있어?"
"···귤희니?"
놀랍게도 3층 4인실에 방문한 사람은 투숙객이 아닌, 2층에 있던 귤희였던 것. 그녀는 아까 맥주 파티에서와 달리 가벼운 파자 마 차림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원피스처럼 위아래가 통으로 이루어진 잠옷이었다.
"혼자 있었어?"
"응. 아직 다른 사람들은 파티하고 있나봐."
"아하. 잠이 너무 안 와서 잠깐 얘기나 하려고."
귤희랑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핸드폰은 수시로 울리고 있었다. 뒷담화의 당사자의 깜짝 방문에 나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머뭇거렸다.
'여길 찾아올 줄이야.'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곧 다른 투숙객들이 들이닥칠 텐데요.]
'그러니까. 데리고 나가야 겠다.'
"그래? 그럼 밖으로···."
내가 2층 침대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귤희가 방으로 들어오더니 문을 닫았다.
"아니야. 잠깐 얘기만 하다 가려고. 괜히 나올 필요 없어."
"어, 그래."
귤희는 맞은편 1층 침대에 앉더니 2층 침대 위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혼자 누워서 생각해 봤는데, 아까 오빠한테 괜히 심술 부린거같아 가지고."
"어, 어? 무슨 소리야?"
"아니. 아까 같이 담배 피울 때."
"아, 그거? 아니야. 난 괜찮은데?"
침대 위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니 귤희가 입은 파자마 상의가 벌어져 가슴이 훤히 보였다. 옷이 헐렁하기도 했지만, 뭔가 살이 너무 보인다 싶은 게 브래지어를 안 한 상태인 것 같았다.
'헐, 노브라로 온 것 같은데?'
[네? 게스트하우스 같은 공동 숙소에서요?]
'미친. 설마 작정하고 온 거 아니야?'
[무슨 작정이요?]
'뭐겠어? 리나한테 담배 피우러 간다고 하고 우리방으로 몰래 왔으면 뻔하지.'
[설마 4인실에서요?]
귤희가 벌떡 일어났다.
"내가 안 괜찮잖다고. 오빠, 나 고개 들어서 얘기하니까 너무 목 아파."
"아, 미안 내가 내려갈게."
"아니야. 괜히 귀찮게 내려오지 마. 내가 위로 올라갈게."
귤희는 그렇게 말하더니 2층 침대의 발판을 밟고 올라오는 것이었다. 말릴 새도 없이 2층으로 올라선 귤희는 2층 침대바닥에 앉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와, 2층이 이렇게 생겼구나. 우리 방은 그냥 더블베드라 몰랐어."
"그, 그래?"
"오빠 왜 당황하는 것 같지?"
"아, 아니. 그게 아직 다른 사람들이 안 돌아와서."
"풉-. 뭐래? 잠깐 여자친구랑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귤희는 여자친구란 단어를 굳이 강조했다. 자신을 여자친구로 만들고 싶지 않냐는 의견을 묻는 것 같았다.
"그, 그렇긴 한데."
"맞다. 아까 오빠가 마사지 해주기로 했잖아. 지금 좀만 해주면 안 돼?"
"마, 마사지? 지금?"
"응. 딱 좋네. 침대에 누워서 하니까."
귤희가 대뜸 침대에 배를 깔더니 베개를 턱에 괴고 누웠다. 안 그래도 나에겐 비좁은 침대가 물러설 수도 없을 만큼 좁아졌다.
'와씨, 이건 무슨 육탄돌격이냐?'
[귤희양이 엄청 과감하군요.]
'리나는 지금 폰으로 자기 욕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도훈이 힐끔 핸드폰을 보니 리나는 혼자서 열심히 떠드는 중이었다. 도훈은 일단 리나에게 잠시 일이 생겼다면서 깨톡을 중단했다.
"오빠 누구랑 톡해?"
그 짧은 순간을 캐치했는지 귤희가 날카롭게 물었다.
도훈은 그녀의 뒷담화를 했다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핸드폰을 재빨리 바닥에 뒤집으며 말했다.
"어, 친구."
"여자친구?"
"아니야. 나 여친 없어."
"풉-. 있으면 뭐 어때서?"
"뭐?"
"솔직히 오빠가 여친 있든 없든 난 상관없는데?"
"그게 무슨···."
"오빠. 나 지금 노팬티야."
엎드려 누워있던 귤희가 치마를 올리듯 허벅지에 걸쳐 있던 원피스형 파자마를 천천히 위로 끌어올렸다. 미니스커트처럼 짧아지는 길이에 놀라기도 전에 그녀의 맨살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억!"
허리까지 치마를 걷어 올리자 그녀의 맨살이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볼륨감 좋은 탱탱한 히프라인이 제주도의 쌍봉 오름처럼 봉긋 솟아있고, 그 음영진 곳으로 계곡물이 조르르 흐르고 있었다.
"야, 너···."
"나 아까 오빠랑 키스할 때부터 쭉 이 상태야. 오빠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오빠가 책임져."
'미친!'
[이건 뭐 공략도 뭣도 필요 없이 그냥 떠먹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줘도 못 먹는다고 뭐라고 하더니, 아예 알몸으로 가져다 바치는 구나.'
"오빠 나 부끄럽게 할 거야?"
귤희가 엉덩이를 위아래로 씰룩이며 나를 유혹했다.
벌어진 틈으로 봊이가 훤히 보였기 때문에 나도 더 이상 참아내기 힘들었다.
엉덩이를 손아귀로 꽉 주무르자 귤희가 "핫-" 하는 신음을 토했다.
"아, 아···. 밑에 만져봐."
"여기?"
중지를 세워 엉덩이 골에서 회음부 쪽으로 쓱 내리자 손가락에 흠뻑 물기가 묻어나왔다. 키스할 때부터 젖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듯, 한참 애액을 흘린 모양이었다.
"왜 이렇게 됐어?"
"몰라서 물어? 오빠 위에 올라타서 문지르고 비비니까 이렇게 돼 버렸잖아."
"아니 그래도···."
"나 원래 물 많은 편이란 말이야."
"아···."
나는 젖은 봊이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벌어진 구멍으로 손가락 한마디를 꾹 찔러넣었다. 막힘 없이 쑥 들어가는 손가락에, 귤희가 엉덩이를 바짝 조이며 신음을 토했다.
"하읏···."
"근데 이게 네가 말하는 마사지야?"
"응. 오빠 몽둥이 마사지."
"헐."
나는 귤희의 시답지 않은 농을 들으며 손가락으로 계속 구멍을 쑤셔 주었다. 귤희는 엄청 예민한 타입인지 손가락만 들락거리는데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헐떡였다.
"하아, 하아··· 하읏, 흐읏···. 오빠, 오빠 때문이야."
"내가 뭘?"
"흐읏··· 오빠, 나 처음 봤을 때부터 흑-. 따먹고 싶었지?"
자신의 감정을 나에게 투사하는 귤희였다.
[주인님은 그냥 썅년이라고 욕하지 않았던가요?]
'당연하지. 따먹고 싶기는 무슨. 미션만 아니었으면 곧바로 싸닥션이었지.' 하지만 생각은 그러해도 말은 맞춰야 했다.
"응···. 처음 봤을 때부터. 아까도 리나만 아니었으면···."
"리나 얘기는 하지마."
"응?"
"그냥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어, 그래. 미안."
얼마 꽂지도 않았는데, 손가락이 완전히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물이 많다고 하더니 진짜로 홍수가 난 것 같았다.
"흐으···. 오빠 나 가슴도."
봊이만으론 만족을 못했는지 귤희가 몸을 뱅글 돌리더니 이번엔 천장을 보고 누웠다.
"브라 안하고 왔어. 바로 만지면 돼."
"어."
나는 한 손으로 봊이를 만지면서, 동시에 파자마 목부분으로 손을 넣어 귤희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흑!"
"오, 좀 하는데?"
"나 꽉 찬 씨야."
리나가 말했던 글래머러스한 가슴이 바로 꽉 찬 씨였던 것.
확실히 몸매만 봐선 귤희가 훨씬 육감적인 부분이 있었다. 얼굴이야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싹 다 벗겨놓고 보면 굴곡이 훨씬 좋은 편인 것 같다.
"하아··· 하아···. 나도 오빠 거 만지고 싶어."
"뭐?"
"오빠 잦이."
"잠깐만."
애무만으론 만족을 못 하겠는지 귤희가 팔을 뻗어 사타구니를 더듬었다. 나는 지퍼를 열어 잦이를 꺼내주었다. 밖으로 튀어나온 잦이를 본 귤희의 첫소감은 이랬다.
"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뭐가?"
"오빠 이게 클 거 같더라고."
"아, 이거?"
"아까 담배 피울 때 올라탔는데, 밑이 묵직하더라고. 오빠 진짜 크다."
"뭐, 좀 큰 편이지."
귤희는 황홀한 표정으로 잦이를 보더니 손으로 밑둥으로 귀두 쪽으로 쓱쓱 쓸어올렸다.
"개 딱딱해!"
"너 때문에 꼴려서 그래."
흥분된 대화를 이어가던 그때였다.
예민한 나의 귀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귤희야."
"응? 왜?"
"밖에 누구 온다."
"뭐? 누가 온다고?"
귤희도 당황했는지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아니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4인실로 육탄돌격을 했단 말이야?
정말이지 대책이라곤 없는 계집이었다.
"어떡하지? 문 앞까지 다 온 것 같은데."
지금 내보내기엔 늦었다. 나는 급히 귤희에게 말했다.
"일단 침대 안쪽으로 들어가. 이불 덮어 줄 테니까."
다행히 2층 침대였기 때문에 벽에 붙은 구석은 일어서서 봐도 보이지 않는 사각이었다. 귤희가 재빨리 안쪽으로 들어가자 나는 이불을 덮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녀를 가렸다.
바로 그때 남자 셋이 내 방으로 들어왔다.
"어? 누가 먼저 온 것 같은데?"
나는 2층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목례했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언제 오셨어요? 아까 맥주 파티 시작할 땐 안보이시더니."
"일정 때문에 늦게 도착했거든요."
"그러시구나. 오늘 엄청 재밌었는데. 내일은 꼭 같이 가요. 저희도 오늘 여기서 처음 만났거든요. 저는 황필두라고 합니다."
"아, 네."
상대가 이름을 먼저 말했음에도 나는 굳이 이름을 밝히지도 않고 단답으로 끊을 뿐이었다. 딱 보니 처음 만난 사람한테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것을 봐선, 오지랖도 넓고 말도 많은 타입 같았다.
괜히 말을 이었다간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아서 이쯤에서 끊었다.
"제가 좀 피곤해서요. 먼저 누웠어요."
"아하, 그러시구나. 피곤하시면 먼저 주무셔야죠. 내일 아침이나 같이 드시면서 얘기하시게요."
"네···. 읍!"
"응? 어디 불편하세요?"
"아, 아뇨. 갑자기 다리에 쥐가···."
"아이고. 올레길 도셨나 보네. 제가 스포츠 마사지 좀 할 줄 아는데 풀어 드릴까요?"
역시나 오지랖 넓은 필두라는 청년은 대뜸 2층 침대로 올라오려고 했다.
"아니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냥 먼저 잘게요. 쉬세요."
"그래 필두야 피곤하시다는 것 같은데 우리끼리 놀자."
"난 먼저 씻고 올게 그럼."
"어."
내가 갑자기 놀란 건 다름이 아니었다. 이불을 덮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이불 속에 숨어있던 귤희가 대뜸 잦이를 빨아댄 것이다. 슬쩍 이불을 들추자, 안쪽에 쪼그린 채 잦이를 물고 있던 귤희가 배시시 웃고 있었다.
"너 진짜···."
귤희는 자신이 모르는 남자들 사이에 갇혔다는 사실마저도 잊은 채 힘차게 잦이를 빨아대기 시작했다. 밑에 있는 다른 남자애들한테 들켰다간 정말이지 빼도 박도 못하고 게스트하우스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아오, 무슨 이런 애가 다 있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