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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569화 (1,549/2,000)

1569. 정체불명의 그녀-54-

"나, 나도 아까 얘기한 것 정도 밖에는···."

"아니, 얼굴을 알고 추적까지 했었다며? 그럼 어느 정도 정보는 공유되었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그게 2년 전쯤이었나?"

내가 젖가슴을 주무르는 사이 효옥이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주도에는 모두 4개의 지부가 존재했다고 한다. 섬 크기나 거주 인구에 비해 생각보다 많은 규모였는데, 관광객이 많다보니 그렇다고 했다.

"관광객이랑은 무슨 상관인데?"

"당연히 알고 있겠지만, 플레이어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니라. 정처 없이 세계를 떠도는 이들도 있고, 일부는 해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기도 하지. 제주공항은 동아시아의 허브같은 곳으로 생각보다 많은 플레이어가 거쳐 가는 곳이었어."

본래 인천공항을 경유 했는데, PK단의 감시가 심해지자 제주도로 우회하는 플레이어가 늘었다나?

그리고 2년 전 어느날.

한 플레이어가 공항에 나타났다.

"20대 여성 플레이어였지. 우연히 감시망에 걸렸는데, 해당 지부에서는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간과했던 모양이야."

"그게 저 사진 속의 여자였다는 말이지?"

"그렇지."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출입국 기록을 통해 확인한 여성의 이름은 윤소미였다.

'윤소미? 한송이한테는 윤보미라고 했다지 않았어? 어쩐지 경찰대 졸업생중 이름으론 찾을 수가 없더라니.'

[그러게 말입니다. 일부러 다른 이름을 알려줬군요. 그렇다면 여권에 적힌 이름 또한 가명일지도 모르겠네요.]

'PK단과 무관한 자기 제자에게마저 가명으로 알려줄 정도면 굉장히 주도면밀한 성격이겠군. 여권 또한 조작되었을 수도.'

얼굴 또한 공항 입국장에서 찍한 사진을 통해 나중에야 확보했다고 한다.

"참으로 악몽 같은 존재였지."

윤소미라는 플레이어를 잡기 위해 포위망을 구축한 지부는 단하루 만에 전멸했다. 연락이 끊긴 것을 수상히 여긴 다른 지부가 나머지 3개 지부와 함께 내막을 파악했고, 잔인하게 살해된 단원들을 보고 이성을 잃어버렸다.

"그때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본부에 특임대 파견을 요청했어야 했거늘."

그러나 제주 지역장인 임시연과 사이가 안 좋았던 부지역장은, 임시로 맡겨진 자신의 대리 권한을 남용해 제주 지부의 힘만으로 윤소미를 추격했다. 그 결과 3일 만에 제주 지부 전체가 몰살당하는 비극을 초래한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PK단도 충분히 강하지 않나?"

"지부의 역량은 고수급 플레이어를 사냥하는데 맞춰져 있으니까."

즉, 고수를 뛰어넘는 랭커급 플레이어는 한 개의 지부로는 상대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어떻게든 임시연이 돌아오기 전에 사태를 마무리하겠다는 부지역장의 성급한 판단이 겹치면서, 전 지부가 각개격파 당하면서 최악의 결말이 난 것이다.

나중에 소식을 들은 임시연이 특임대를 이끌고 제주도에 도착했을 땐, 윤소미라는 플레이어는 증발한 것처럼 사라진 상태였다고.

"그때부터 전국 모든 지부에 천라지망이 펼쳐졌다."

"천라지망?"

천라지망은 PK단에서 쓰는 은어. 대충 직역하면 전국단위의 포위망 정도로 해석된다.

"플레이어 한 명을 잡기 위해 몇 달간 고강도의 수색을 벌였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외모와 신분을 바꿔 외국으로 도주했던지, 아니면 기척을 감추고 도저히 찾을 수 없게 잠적해 버렸는지,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자세한 내막을 듣고 난 뒤 나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사이코메트리 영상 속에서 난 스스로를 경찰대 생이라고 주장했던 윤소미의 과거를 본 적 있다.

3단 봉을 빼들고 강간 미수범을 격퇴하던 그녀의 솜씨는 솔직히 말해,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상대가 무공은커녕, 일반적인 무술조차 배우지 않은 일반인이었기 망정이지 만약 덩치도 좋고 싸움도 할 줄 아는 불량배였다면 결코 제압하지 못할 수준이었다.

'뭔가 이상해. 내가 본 사람이 이 여자가 정말 맞는 거야?'

[얼굴이 똑같다고 하니까, 그렇지 않을까요?]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건, 보미인지 소미인지 하는 여자가 보여준 실력으론 절대 플레이어와 대적할 수 없다는 거야.

당장 미호만 해도 작심하고 덤비면 나조차도 승부를 가늠할 수 없는 실력자잖아. 근데 그런 어설픈 삼단봉 실력으로 20명의 PK단을 해치웠다는 건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단 말이지.'

"윤소미라는 플레이어가 대체 어떻게 했길래 악마라는 별명까지 붙은 거죠?"

"아아, 너무 끔찍해서 도저히 말로 표현하기도 벅차구나."

"아니 그 정도라고?"

효옥을 설득해 상세한 내용을 들은 나 역시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나중에 시신을 수습했을 때, 멀쩡한 사체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무언가 예리한 도검에 잘려나간 것처럼 사지가 모두 잘려 나가 있었다고. 그중 임시연을 대리해 지부를 이끌던 부지역장은 아예 몸통과 머리가 각각 다른 곳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미, 미친. 대가리를 잘랐다고?"

"참으로 악마 같은 플레이어였다. 아무리 적대시하는 사이라고 해도, 시체를 토막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짓이니까."

'완전 반전이고만. 사이코메트리의 영상에선 일부러 본인의 힘을 숨기고 있었나 봐.'

[어쩌면 변신 계열 능력자일 수도 있습니다.]

'변신 계열 능력자라니?'

[플레이어는 클라스에 따라 제각기 다양한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호색한인 주인님이 대물과 정력을 갖춘 것처럼요.]

'윤소미가 그럼 변신 능력자라고?'

[평범한 모습에서 전혀 느낄 수 없었던 강한 전투력을 숨기고 있었으니까요. 그렇다면 변신 능력이 가장 유력합니다. 아니면 아바타와 같은 화신 능력일 수도 있고요.]

'대체 뭘로 변신하는데?'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천사의 형상도, 악마의 형상도 뭐든요.

확실한 것은 변신 후 윤소미는 상대의 팔다리를 두부처럼 잘라버릴 만큼 압도적인 무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거죠.]

'랭커가 그 정도로 강력한 줄은 몰랐군.'

[플레이어 등급은 괜히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랭커에 올랐다는 것은 주어진 미션과 업적을 모두 해치웠다는 뜻이고, 그 과정에 당연히 충분한 아이템과 스킬을 획득하게 됩니다. 당연히 등급에 비례해 강력해질 수 밖에 없죠. 주인님이 하수때에 비해서 월등히 강해진 것처럼요.]

효옥이 해준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나니 PK단이 윤소미에 대해 왜 그렇게 발작하듯 반응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단원을 스무명이나 살해한 악마 같은 플레이어.

내가 찾는 여자가 그런 무시무시한 사람이었다니.

심지어 나도 플레이어였기 때문에 같은 편이라고 의심받는 것도 당연했다.

"근데 정말 흔적조차 못 찾는 거야? 그 뒤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적어도 한국에선 사라졌다고 보는 게 중론이었다."

'이거 어쩌면···.'

[주인님, 뭔가 짚이시는 게 있으십니까?]

'혹시 놈들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아이템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건가?'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니 저번에 로시 네 말로는 플레이어에게 천상계 마켓이 있는 것처럼 블랙 마켓이라는 다른 시스템이 있다고 했잖아. 근데 판매하는 물건이 서로 다른 거야?'

[그건 당연하죠. 완전히 다른 시장입니다. 쉽게 말해 천상계가 아마존이라면, 블랙마켓은 암시장에 가깝죠.]

'만약 윤소미가 나처럼 마법의 문고리 같은 아이템이 있다고 쳐 보자고. 그럼 그것을 이용해 자신이 한 번 다녀갔던 외국으로 곧바로 튀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거지.'

[아!]

'그런데 PK단에서 그러한 아이템의 존재를 모르고 있다면 절대로 못 찾는 거지. 공항이나 배편으로 제주도를 탈출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증발해 버린 셈이니까.'

[충분히 가능한 추론입니다.]

'완전히 농락당한 셈이군. 윤소미에게.'

"흐음, 이, 이제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된 듯싶구나."

"···응?"

소미에 대해 집중하던 나는 그제야 효옥의 젖가슴을 계속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이제 그만."

내가 손을 떼려는데 효옥이 갑자기 손목을 붙잡았다.

"내상은 회복하였으나, 다른 것이 아직 채워지지 않았구나."

"다른 것이요?"

"흠흠,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나, 군령의 대표로서 말하는 것이니 오해 말거라."

"뭔데요?"

"미호의 육신은 군령자라는 특성 때문에 남보다 10배 빠르게 노화가 진행된다. 미호 본인과 나머지 9명의 영혼이 동시에 생명력을 소진시키는 것이지. 그래서 주기적으로 남성의 정기를 보충해야···."

"아아, 그 말이구나."

"흠흠, 결코 내가 사사로운 욕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야."

"알죠, 우리 효옥이 누님은 지조 있는 양반가문 출신이니까."

"어째 말투가 나를 비꼬는 것 같구나. 윤소미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 분명 합당한 대가를 주기로···."

"에이, 알려주지 않아도 그건 그냥 해주지. 나랑 미호랑 맺은 계약이 있는데."

나는 그대로 가슴을 밀치며 효옥을 침대에 자빠뜨렸다.

"어머나!"

발라당 쓰러진 효옥의 위로 올라타며 그녀의 젖가슴을 빨았다.

"아, 아아, 갑자기 이렇게 덮쳐버리면···."

효옥은 놀라는 듯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즐기고 있다고 보는 게 맞았다. 내가 빨기도 전에 이미 젖꼭지가 단단하게 솟아 있었으니까.

"흐으응, 흐으응. 너, 너무 잘 하는 구나."

"쇤네, 마님이 부분 하신 것이면 온 힘을 다해 받들겠습니다요!"

"아아, 돌쇠야!"

'으잉, 돌쇠는 또 누구야?'

[효옥이 전생에 알고 지낸 하인이 아닐까요?]

'호오, 돌쇠랑 정을 통하셨어?'

[그거야 모를 일이죠.]

잔뜩 흥분한 효옥은 정신을 못 차리는 것 같았다.

효옥의 독특한 점은, 평소엔 지조 넘치고 절제력이 있는 현명한 여인인 척 하다가도 막상 떡을 치게 되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이었다.

"아아, 어서 속곳을, 쓸모도 없는 속곳을 치워버리거라."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마님!"

나는 상황극에 맞추어 효옥이 입고 있던 하의까지 모두 벗겨버렸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효옥 앞에서 나 역시 거추장스러운 옷을 모두 벗어 던졌다.

이미 한송이와 떡을 친 것은 모두 회복된 이후였다.

"모, 몸이…."

효옥은 벗은 나의 몸을 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하긴 이만한 몸매를 자주 보긴 힘들지.

[왜 저렇게 놀라는 걸까요? 이전에 한 번 보지 않았습니까?]

'볼때마다 새롭고 짜릿하니까?'

[네?]

'남자들도 그렇잖아. 몸매 좋고 예쁜 여자는 봐도봐도 새롭단 말이지. 어제보고 또 봐도, 작년에 보고 올해봐도 나도 모르게 눈이 가는 것처럼 말이야. 심지어 여자만 바뀌면, 수백명을 봐도 질리지도 않잖아.'

[아하.]

"왜 그러십니까 마님? 몸 좋은 쇤네를 보니 거기가 벌렁벌렁 하십니까요?"

"무, 무엄하구나!"

효옥은 놀리는 맛이 있는 여자였다.

천박한 표현으로 자극적인 언사를 건넬 때마다 얼굴이 빨개져서 나를 나무랬다. 하지만 그마저도 즐기는 것처럼 자꾸 밑이 젖는 것이다.

"에이, 이미 축축한데 뭘."

"이, 이것은 그저 미호를 위해…."

"알지. 미호를 위해 대신 대표로 떡쳐주러 나왔다는 거."

"흐읏."

"그럼 맛있게 먹겠습니다!"

* * *

한바탕 전쟁같은 섹스를 치르고 나자 효옥은 완전히 탈진한 것처럼 뻗어 버렸다. 꽤나 만족한 듯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던 효옥이 도훈에게 물었다.

"아까 그 처자와는 무슨 관계였느냐."

"누구?"

"우리가 오기 전 집에서 나간 여자 말이다."

"아, 한송이? 그냥 미션 때문에."

"미션? 임무 말이냐?"

"아무튼 별 사이는 아니야. 그냥 필요해서 만났고, 목적 달성했으니 이제 손절 해야지."

"천하의 난봉꾼이로구나. 그것은 여자를 가지고 노는 것이 아니냐?"

"가지고 놀다니? 무슨 조선시대 같은 소리야?"

[효옥은 실제로 조선시대 사람입니다.]

'아차.'

"아무튼 그런게 아니라, 서로 그냥 즐긴 것 뿐이라고. 남자가 여자를 따먹고 버렸다는 인식은, 한번 섹스를 하면 무조건 책임을져아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에서 나온 거라고."

"그 처자는 너를 좋아했으니 한 것이 아니냐?"

"좋았겠지. 나도 좋았어. 섹스할때는. 근데 그렇다고 꼭 사귀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아무하고나 섹스를 하다니. 그것 참…."

"그러니 효옥누님도 나랑 했잖아?"

도훈의 반문에 효옥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것은 서로의 계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한 것으로…."

"사랑없는 섹스를 한 것은 별반 다를 바 없지."

"하아. 그 입이 참으로 경망스럽구나!"

"그냥 좋으면 좋다고 해. 질투나면 질투난다고 하고. 난 겉다르고 속다른 것보다, 가식없이 솔직한 사람이 좋으니까."

"흐음. 고려해 보겠다."

"풋."

효옥은 너무 자존심이 강한 것이 문제였다.

거기에 조선시대 수준의 이성관을 가지고 있으니, 현대에 와선 잘 적응이 안 될 법도 했다.

"그나저나 내일 특임대를 만나러 간다고 했지? 전화로 들으니까 그렇다던데?"

"그것은 어찌 묻는 것이냐?"

"기왕이면 미호가 참여했으면 좋겠어. 놈들이 실제로 몇 명이나 왔는지, 얼마나 머물 예정인지, 그리고 놈들의 타겟이 정확히 누구인지 등등을 알고 싶거든."

도훈은 미호를 첩자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어차피 이제 한배를 탔기 때문에, 서로 같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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