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2. 정체불명의 그녀-47-
이윽고 송이가 들려준 이야기는 도훈이 사이코메트리에서 봤던 영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저런. 그런 일이 있었구나. 너무 자책하지마. 절대 네 잘못이 아니니까."
도훈이 잠시 피스톤 질을 멈춘 상태로 송이를 꼭 안아주었다.
본인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으로 송이양의 트라우마가 극복된 것일까요?]
'스스로 먼저 말할 정도면 상당 부분 떨쳐냈다고 봐야지. 말하기까지 상당히 힘들었을 거야. 그것도 남자 앞에서.'
[의도가 어찌됐건, 결과적으론 잘된 일이군요. 주인님은 미션을 해결했고, 송이 양은 지긋지긋한 남성공포증에서 벗어났으니까요.]
'물론 아직 더 물어볼 게 남았지.'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과외선생님이 그때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겠네."
"그 당시엔 과외선생님이 아니셨어요. 나중에 경찰대생인 걸 알고 제가 과외를 부탁드린 거죠."
"그래?"
"네. 그 언니 진짜 예뻤는데."
"너보다?"
도훈이 일부러 그녀의 과거를 찔렀다.
송이가 지체없이 대답했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죠. 그 언니에 비하면."
"너무 겸손한 거 아냐? 중학교 졸업할 때면, 너도 아직 덜 자랐을 테니까 대학생이 훨씬 커 보일 순 있겠지만."
"아니에요. 그런 뜻이 아니라, 지금 봐도 굉장한 미인이었어요.
그리고 저, 솔직히 어렸을 땐 못생겼거든요."
"못생겼다고?"
도훈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부끄럽지만. 솔직히 나이 먹으면서 많이 나아진 거예요."
"혹시···. 성형?"
"아, 아니에요. 성형은 안 했어요. 젖살 좀 빠지고 꾸미다 보니까 많이 나아진 거죠."
도훈은 송이의 얼굴이 달라진 게 경찰대생 플레이어 덕분이라는 걸 알았지만, 더이상 묻지 않았다.
"그랬구나. 아무튼 그분은 너한테 은인이겠다."
"맞아요. 제 인생을 달라지게 해주셨으니까요."
"지금 이 모습을 보면 대견해하시겠는데?"
"무, 무슨 모습요?"
"남자에게 사랑받는 모습?"
"부, 부끄럽게 진짜."
"왜? 자기 제자가 어엿하게 잘 커서, 트라우마도 극복해 낸 걸 알면 뿌듯해하지 않겠어?"
"모, 몰라요. 얘기 그만하고 얼른 다시 시작해요."
송이가 애가 탔던지 스스로 허리를 꿈틀거리며 섹스를 종용했다.
"알았어. 이번엔 진짜 끝장나게 박아줄게."
* * *
폭풍 같은 2연전을 마무리한 두 사람은 잠시 소파에 누워 섹스후 토크를 시작했다.
"하아, 진짜. 정신 나가는 줄 알았어요. 오빤 왜 이렇게 잘해요?"
"오랜만이라 그럴 거야."
"오랜만이라뇨?"
"나도 이쪽에 문제가 생겨서 한동안 개점 휴업 상태였거든."
도훈이 손가락으로 바지춤을 가리켰다. 두 차례 사정으로 잠잠해진 대물은, 화가 많이 풀린 상태였다.
"맞다. 오빠는 어떻게 된 거예요? 원래 안 선다지 않았어요?"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봐."
"설마 거짓말한 건 아니죠?"
"누구한테? 교수님한테? 아니야. 너 때문에 고쳐진 거라고 봐야지."
"저 때문에요?"
"송이 네가 너무 맛있게 생겨서?"
"앗. 부끄럽게···."
"근데 너, 나랑 이런 거 친오빠가 알면 큰일 나겠지?"
"흠. 오빠한테는···."
"괜찮아. 굳이 밝히지 않아도. 아무리 가족이라도, 여동생 아랫도리 사정까지 시시콜콜하게 얘기할 필요 없으니까."
"오빤 괜찮아요?"
"뭐가?"
"이렇게 해놓고 제가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입 싹 닦으면요
"어쩌겠어. 각자 사정이 있는 거지."
"역시 쿨하네요. 원래 여자한테 인기 많죠?"
"많아도 쓸모없어."
"왜요?"
"너랑 비슷해. 너도 인기는 많았지만, 결국 남자 한 명 제대로 못 사귀었잖아. 나도 이것 때문에 한동안 여자를 못 만났으니까.
겁나더라고. 쪽팔리기도 하고."
"아···."
"이게 안 서면 남자는 자신감이 팍 죽어.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거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해가 될 것 같긴 하네요."
두 사람은 어느새 옷을 단정하게 갈아입은 상태였다. 송이 입장에선 언제 윤교수가 집으로 들이닥칠지 몰랐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가중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도훈은 제집처럼 편안했다.
실제로 자기 집이었고, 본인이 바로 윤교수였다.
"저희 잘 치워겠죠?"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까지 싹 다 해놨으니까 절대 티 안 날 거야."
"교수님한테 너무 죄송하네요. 남의 집에 와서 이러면 민폐인데."
"난 어쩌면 교수님이 의도했다고 생각했는데."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송이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생각해봐. 남자를 무서워하는 여자, 심인성 발기 부전에 빠진 남자. 두 사람을 한 곳으로 불러 모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
"설마 교수님이 저희를 일부러 단 둘이 만나게 했다고요?"
"서로가 서로에게 치료제가 될 거라는 걸 예상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그럼 교수님이 자리를 비우신 것도?"
"그건 너무 억측이지. 실제로 사고가 나셨다고 하니까."
"그렇겠죠?"
"다만, 우리 둘이서 이렇게 빨리 진도가 나갈 줄은 모르셨겠지만."
"하긴···."
"송이 네가 이렇게 야한 앤 줄은 모르셨나 봐."
"뭐, 뭐예요. 그건 오빠가 먼저···."
"내가 뭘? 난 진짜로 잦이가 지퍼에 씹힌 거라고."
"그걸 보고 대체 어떻게 참냐고요."
"참으니 사람이지. 못 참으면 짐승이고."
"치. 저는 20년 넘게 참고만 살았다고요. 그러는 오빠도 저보고 꼴리셨으면서."
"그래. 둘 다 반반씩 책임있는 걸로 해."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송이가 자꾸 벽시계를 힐끔거렸다. 윤교수가 돌아올 시간을 계속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두 시간 뒤에나 오시겠죠?"
"누구? 윤교수님?"
"네."
"왜 돌아올 시간을 계산하고 있는 거야?"
"그냥···."
"설마 그 와중에 한 발 더 뽑게?"
"뭐, 뭐래요. 진짜. 제가 뭐 그렇게 밝히는 여잔 줄 아나."
"아니었어?"
도훈이 갑자기 송이의 가슴을 옷 위로 움켜쥐더니 세게 주물렀다.
"아, 아앗, 하지마요."
"왜?"
"다 씻고 옷도 다시 입었는데···."
"싫다는 말은 끝까지 안하네?"
"모, 몰라요. 오빠가 자극하면 또 하고 싶어 지잖아요."
"꼴리면 하면 되지."
"무, 무슨 그걸 하루에 3번씩이나 해요?"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나는."
"지, 진짜요?"
"너하고는 가능할 것 같아."
"안 돼요. 지금도 살짝 불안해요."
"왜? 교수님 올까봐?"
"아니 그건 아니고, 안에 두 번이나 싸셨잖아요. 세 번이면 진짜 임신해 버릴지도 모른다고요."
"헐. 안전한 날 아니었어?"
"안전하긴 한데, 또 모르잖아요. 세 번은 진짜 위험할지도."
"알았어 그럼 자극 안 할게."
"그냥 제가 만져드릴게요."
도훈이 손을 치우자 이번엔 송이가 도훈의 바지춤으로 손을 올렸다. 지퍼 부위를 가위로 잘라낸 바지는 가운데가 뻥 뚫려 손을 넣기도 편했다.
"얼씨구. 자긴 하지말라면서, 나는 왜 해주는데?"
"오빠도 한 번 참아보라고요."
단숨에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송이가 도훈의 잦이를 마음껏 주물렀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엄청 밝히는 스타일이었다.
'남자 친구 제대로 사겼으면, 누군지 몰라도 감당하기 힘들었겠는데.'
[송이양은 어떻게 이런 걸 참고 살았을까요? 저렇게 좋아하는데.]
'꼭 참은 건 아니지. 자위는 실컷 해댔으니까.'
"으음. 이게 그렇게 좋아?"
"좋아요. 아니, 좋아졌어요.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너 진짜 남자 없인 못 살 스타일이네."
"그런 것 같아요. 오빠 때문이니까 책임져요 그럼."
"너 바쁘잖아. 수업에 방송에, 운동도 하지 않아?"
"바빠도 없는 시간 쪼개야죠. 히히."
송이가 주물러대자 도훈의 잦이가 금방 꼴렸다.
도훈은 송이가 마음껏 잦이를 가지고 놀게 놔둔 채 경찰대 플레이어의 정보를 캐기 시작했다.
"과외 선생님이 여자였길 천만 다행이네."
"왜요?"
"아니면 네가 못 참고 유혹했을 거 아니야."
"저 고등학생이었는데요?"
"그때도 지금이랑 별반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 자위 일찍 시작하지 않았어?"
"그, 그건 그렇지만···. 설마 선생님을 유혹했겠어요? 아무리 그래도."
"모르지. 그래서 여고생 있는 집은 남자 대학생 과외 안 쓰잖아. 그 나이 대 남녀란 붙어 있기만 해도 불이 붙어 버리니까."
"오빠가 송은이랑 했던 것처럼요?"
"그건 내가 당한거라니까?"
"어쨌든요. 좋으니까 계속 했겠지."
바지 밖으로 잦이를 꺼내든 송이가 야무지게 대딸을 해주었다.
송은이를 언급하면서 좀 더 강하게 내리 찍는 것은 명백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근데 그 과외 선생님은 지금 외국에 있다고?"
"네. 저 대학교 입학할 때쯤 임관하신다고 했거든요. 근데 공부를 엄청 잘하셨나 보더라고요. 바로 국비장학생으로 외국 유학을 보내준 거 보면."
"어디로 갔는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소식이 뚝 끊겨서."
"그 뒤론 한 번도 연락 없었어? 3년이나 과외를 받았으면 꽤 친했을 것 같은데.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렇고. 보통 인연은 아니니까."
"친하긴 엄청 친했죠. 그 언니가 저를 되게 예뻐해 주셨어요.
제가 왕따 당한 걸 알고 많이 챙겨주셨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올해 초 한 번 이메일이 왔던 것 같긴 해요."
[오옷? 이건 단서 아닙니까?]
"이메일?"
"네. 과외 할 때 학습 자료 같은 걸 가끔 메일로 보내주셨거든요."
"뭐라시는데?"
"잘살고 있냐고. 가끔 저 생각나신다고."
"잉? 그게 다야? 답장은 안 보냈어?"
"당연히 보냈죠. 근데 제가 안 쓰던 메일이라 확인이 좀 늦었거든요. 한 달이나 넘게 있다가 보내서 안 읽으시더라고요."
"아쉽겠네. 전화라도 해보지."
"연락은 외국 나가시면서 폰을 정지 시켰는지 끊겼어요. 지금은 아마 다른 사람이 쓰는 것 같더라고요."
"흐음. 그럼 연락할 방법은 이메일 밖에 없다는 거네?"
"뭐, 읽으시면? 근데 오빤 왜 그렇게 그 언니를 궁금해해요?"
"응? 내가?"
"아까부터 계속 물어보시는 거 보니까 혹시 관심있는 거 아니에요?"
"뭐래. 들어보니 나보다 나이도 많겠고만."
"흐음, 아닌데. 혹시 제복 페티시 같은 건가? 남자들은 그런 거 좋아한다던데. 간호사, 스튜어디스, 경찰같은."
"뭐, 유니폼 입은 여자가 싫진 않지. 그냥 너한테 중요한 사람 같아서 궁금해서 그랬어."
"정말이죠?"
"당연하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아, 저 사진 있어요."
"어?"
"핸드폰에요. 사진 있어요. 같이 찍은 사진."
송이는 오래전 핸드폰을 여태까지 바꾸지 않고 쓰고 있었다.
"보여드려요?"
"지금?"
"아니 뭐, 궁금해 하시는 거 같으니까."
송이는 한손으로 도훈의 잦이를 흔들면서 폰을 꺼내 사진첩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 근데 저 고등학교 때라 완전 못나게 나왔는데."
"그 말 들으니까 더 궁금해지네."
"뭐라고 하지 마요. 그땐 진짜 못 생겼으니까."
"에이, 지금 예쁘면 됐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훈은 송이의 과거 얼굴따위엔 조금도 관심 없었다. 다만, 여성 플레이어로 추정되는 인물에 대한 얼굴이 궁금했을 뿐이었다.
"아, 여깄다. 과외하다가 둘이 같이 찍었던 사진이에요."
송이가 폰을 내밀었다.
도훈은 순간적으로 스캔하듯 사진을 훑어내렸다.
두 사람이 책상 앞에 앉아 상반신을 찍은 사진이었다.
왼쪽에 앳돼 보이는 소녀는, 아마도 고등학생 시절의 한송이.
지금과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지만 약간은 현재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른편에는 경찰대녀가 있었다.
얼굴을 본 순간 도훈은 말문이 막혔다.
'와, 이건 무슨 연예인인데?'
"예쁘죠? 제가 말했잖아요. 저랑 비교도 안되게 예쁘다고."
"지, 진짜 이분이 지금 경찰이라고?"
"네."
옛날 폰으로 흐릿하게 찍힌 사진임에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미인이었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와, 새하얀 피부. 그리고 눈동자 색이 우리나라 사람 같지 않게 붉으스름한 기운을 띄고 있었다. 사이코메트리에서도 한 번 보긴 했지만, 실제 사진으로 보니 훨씬 더 미인이었다.
"혹시 혼혈이신가?"
"네?"
"아니 눈동자가···."
"아, 저도 신기해서 물어봤는데 원래 그런 색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흐음. 예쁘긴 한데 내 스타일은 아니네."
"근데 왜 이건 더 딱딱해졌어요?"
송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도훈을 추궁했다.
"그, 그거야 니가 계속 잡고 흔드니까."
"아닌 것 같은데?"
"뭐래. 자꾸 말이 많아지는 거 보니까 안 되겠다."
도훈이 갑자기 송이의 목덜미를 잡더니 가랑이 사이로 내리 눌렀다.
"물어."
"아, 앗!"
억지로 잦이를 입에 들이민 도훈은 송이의 화면에 뜬 플레이어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 사람이 또 다른 플레이어란 말이지?'
[확실히 범상치 않은 분위기군요.]
도훈이 송이의 입에 잦이를 물린 건 다름이 아니었다. 송이를 밑에 처박아 놓고 몰래 사진을 사진 찍기 위해서였다.
'좋아. 일단 얼굴 사진까진 확보했고.'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지금 확실한 건 플레이어의 얼굴과 이메일 정도뿐이야. 이름이 진짜인지도 모르겠고, 경찰대생이었다는 것도 가짜 신분일지도 모르니. 우선 확실한 단서를 가지고 다시 추적해봐야지.'
도훈은 송이가 정신을 못 차리도록 계속 뒤통수를 누르며 강제오랄을 이어갔다. 송이는 억지로 하는 것에 더 흥분을 느끼는지 꺽꺽 대면서도 빼지 않고 잦이를 빨아댔다.
그때 도훈의 집에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예상치 못한 방문에 소파에 앉아 오랄을 즐기던 도훈과 송이 두 사람이 얼음처럼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