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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548화 (1,503/2,000)

1548. 정체불명의 그녀-33-

"실험이라뇨?"

"남성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씩 줄여보는 것이지. 전문 용어로는 점진적 소거법이라고 한다네."

"아, 네."

도훈은 자꾸 전문용어를 써가며 송이에게 신뢰를 주었다.

"우선은 이렇게 손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지. 어떤가? 아직도 불안한가?"

"아, 아뇨. 교수님 말씀처럼 상대에 따라 불안 정도가 다른 것 같아요. 지금은 괜찮아요."

"그것 참 다행이군. 그럼 이건 어떤가?"

도훈이 갑자기 송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소파에 누워있던 송이는 불쑥 손이 쿠션 쪽으로 들어오자 당황했지만, 그것을 치료의 일종이라고 생각하자 참을 수 있었다.

"괘, 괜찮은 것 같아요."

"이건?"

도훈은 이제 본격적으로 송이의 굳은 어깨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적당한 힘으로 뭉친 근육을 세심하게 마사지하자 송이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으음."

"이건 제이콥스란 학자가 주장한 점진적 이완훈련법이라는 걸세."

"네? 그, 그게 뭐예요?"

도훈이 마사지를 계속 하면서 설명했다.

"사람은 강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이 수축하고 이러한것은 뇌신경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네. 반대로 근육을 이완시키면 뇌신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아, 무, 무슨 소린 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쉽게 말하면 근육이 이완되는 것만으로도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야."

"그, 그렇구나."

"동시에 자네가 남자의 손길을 두려워 하는 증상도 조금씩 개선할 수 있고."

"감사합니다."

도훈의 상세한 설명을 들은 송이는 이것이 불순한 의도가 아닌 치료 기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게다가 도훈의 마사지 솜씨가 워낙에 빼어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리고 몸이 늘어지는 효과도 있었다.

[사기치는 건 아니죠?]

'사기라니? 원래 있는 이론이야.'

[어떻게 이런 걸 다 아십니까?]

'그냥 예전에 공부했던 걸 풀어 놓는 거지. 이것도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전문가의 조언이 될수도 있고, 사기꾼의 말장난이 될 수도 있겠지.'

[송이양은 주인님을 저명한 대학교수로 믿고 있으니 꼼짝없이 속아 넘어가겠군요.]

'속이는 게 아니라 진짜로 있는 이론이래도?'

[아, 그렇습니까?]

어깨부터 시작한 도훈의 마사지는 어느새 귀 뒤 쪽을 꾹 누르며 얼굴로 올라왔다. 송이는 점점 몸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도훈의 몸에서 나는 체취를 의식했다.

'이상해. 나이 먹은 할아버지인데, 되게 좋은 냄새가 나.'

노인들은 흔히 쉰내라고 하는 특유의 체취가 있다.

노화의 자연스러운 증상이지만 아무래도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훈에게선 전혀 그런 냄새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젊은 남성에게서 날 것 같은 산뜻하고 청량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손의 피부도 부드러운 걸 보면 자기 관리를 잘하시는 분인가 봐.'

"좀 어떤가? 긴장이 풀리는 것 같은가?"

"네, 교수님."

"남자가 얼굴을 만지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은가?"

"네. 전혀 불안하지 않습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조금은 불안감이 해소된 것 같아요."

도훈은 이제 얼굴 마사지를 지나 흔히 쇄골이라 불리는 빗장뼈근처를 손끝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송이는 그 위치에 약간 당황했으나,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점진적 이완훈련에는 코스가 있다네."

"코스요?"

"몸을 풀어주는 순서가 있다는 뜻일세. 어깨부터 시작해서 머리, 얼굴, 그리고 가슴까지 상반신을 마무리 한다네. 그 다음에는 하체로 이어지고."

"아. 가, 가슴을요?"

[이건 개소리죠?]

'응.'

[역시 주인님은 음흉하십니다.]

"치료의 일환이므로 너무 거부감 갖지 말게나? 혹시 불안한가?"

도훈이 다시 치료를 핑계로 묻자 송이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지금 멈추면 마치 그의 순수한 의도를 의심하는 것처럼 보일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도 가슴은 좀 예민한데.'

"혹시 유방암 검사를 받아 본적이 있나?"

"아, 아뇨 아직은."

"하긴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지. 아무튼 유방암 검사를 받을 때 남자의사가 가슴을 직접 만지며 촉진을 한다네. 그렇지만 누구도 그것을 추행이라고 부르진 않지."

"그, 그렇죠."

"비슷한 의미로 생각하면 된다네. 이것은 치료의 일종이니까."

"아, 아, 넵."

도훈은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더니 윗가슴을 누르기 시작했다.

빗장뼈에서 자연스럽게 위로 손을 올려 눌렀기 때문에 딱히 추행처럼 느껴지진 않았으나, 송이는 남자가 자신의 가슴을 만진다는 사실만으로 얼굴이 빨개졌다.

'아, 앗. 이래도 되나?'

도훈은 아슬아슬 꼭지까지는 닿지 않은 상태로 윗가슴을 마사지했다. 송이는 온 몸에 열이 나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하아-. 부끄러워. 아무리 교수님이라고 해도 남자긴 남잔에, 이렇게 가슴을 대놓고 만지게 하다니.'

귀밑까지 빨개진 송이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아 버렸다.

그때 도훈이 갑자기 송이의 상의 속으로 손을 불쑥 집어 넣었다.

"흡!"

"놀라지 말게나. 옷 때문에 마사지가 잘 안돼서 말이야."

"아, 네. 넵.' 옷 안으로 손을 넣은 도훈은 송이의 옆가슴을 직접 누르며 사이 즈를 가늠했다.

'C컵.'

[이건 대놓고 성추행 아닙니까?]

'나는 마사지를 해주는 거고, 본인이 치료로 느낀다면야.'

[정말이지 노인네로 분장해서도 음욕은 다 채우시는 군요.]

'나만 느낄 거 같아?'

[네?]

'송이가 얼마나 굶주렸는지 나는 알것 같은데?' 송이의 가슴을 마음껏 주무르던 도훈은 송이의 다리가 잠시도 참지 못하고 꼼지락 거리는 것을 목격했다. 허벅지를 모아 배배꼬면서 꿈틀거리는 것이 마치 애무라도 받는 것처럼 반응을 보였던 것이었다.

[왜 저러는 걸까요?]

'몸이 반응하는 거야.'

[몸이요? 송이양은 남자 경험이 전무한 처녀라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이성의 터치를 훨씬 자극적으로 느끼는 거야. 지금 보면 눈 감고 말도 없이 즐기고 있잖아.' 도훈의 말대로 눈을 감은 송이는 어느새 새액 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도훈에게 완전히 몸을 맡긴 모습이었다. 어쩌면 치료를 핑계 삼아 남자에게 애무를 받는 것을 스스로 정당화 시키는 것 같기도 했다.

'훗-. 은근히 색기가 있는 타입이었네. 어디 한 번 실험해 볼까?'

[뭘 하시려고요?]

'브래지어 안 쪽으로 들어간다.'

옆가슴을 주무르던 도훈이 갑자기 브래지어 캡을 들춰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허, 헉! 교, 교수님!"

"음, 여기가 좀 뭉친 것 같아서 말이야."

도훈은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며 송이의 젖꽂지를 손끝으로 꾹눌러버렸다. 이미 딱딱하게 서있던 젖꼭지를 버튼처럼 누르자 송이가 움찔 허리를 튕겼다.

"하, 하읏."

"아픈가?"

사실 송이는 아프기보단, 너무나 강한 자극에 놀란 것이었지만, 도저히 부끄러워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아, 네, 네."

"어쩐지 좀 뭉친 것 같더구만. 여자들은 평소에도 이렇게 가슴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네."

"아, 아. 네."

브라 속에 손을 넣은 도훈은 아예 작정한듯 가슴을 움켜쥐고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돌렸다. 계속되는 자극에 송이는 점점 이성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하, 하윽. 마, 마사지가 너무 자극적이야.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

송이는 점점 도훈의 행동이 대담해지자 덜컥 겁이 났다.

그가 자신을 추행하려는 것보다, 자신의 성욕에 스스로 무슨 짓을 벌일까 두려워 진 것이었다.

'아, 안돼. 신음소리를 내버릴 것 같아.'

결국 송이가 먼저 도훈의 팔을 덥석 잡았다.

"교, 교수님."

"응?"

"이,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아요. 충분히 풀렸어요."

"그런가?"

도훈은 미련없이 손을 빼더니 마사지를 중단했다.

송이는 스스로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고는 소파에 똑바로 앉았다.

그녀는 방금 전 애무로 팬티 끝이 살짝 촉촉해진 것을 느끼고는 도훈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교, 교수님 화장실 좀 다녀올 수 있을까요?"

"음, 송이양. 중간에 갑자기 상담 분위기가 깨지면 별로 좋지 않다네. 이제 곧 마무리가 될테니 끝나고 가는 편이 어떤가?"

송이는 실제로 요의를 느낀 것은 아니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내가 알려준 점진적 근육이완을 기억하고 마음이 불안해 지면 혼자서 해보시게나."

"알겠습니다 교수님."

"원래는 하체도 해야 하는데, 일단 첫날이니 상체만 해보았네."

"네."

송이는 하체라는 말을 듣자, 얼굴이 다시 화끈거렸다.

가슴을 아예 대놓고 주무르는 마사지라면 하체는 대체 얼마나 심할지 상상해 버린 것이었다.

'위, 위험해. 잘못하다간 마사지 받다가 느껴버리겠어. 이러면 곤란한데.'

"송이양이 가진 강간공포는 중학교 시절 끔찍한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라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세상 모든 남자가 그렇게 야만적이고 폭력적이진 않다네. 물론 머릿속으론 받아들이더라도 본능적인 거부감 때문에 아직은 힘들테지만."

"네."

"하지만 치료를 받다보면 차차 개선될테니, 너무 걱정 말게나.

충분히 완치가 가능해 보이네."

"네, 교수님. 감사합니다."

"끝내기 전에 몇가지 물어볼게 더 있는데, 불편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되네."

"네."

도훈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책상이 있는 자리로 되돌아갔다. 그리고는 만년필과 노트를 들고 질문을 시작했다.

"송이양은 평소 자위를 하나?"

"···?!"

느닷없는 질문에 송이는 순간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설마하니 저렇게 대놓고 물어볼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불편하면 대답하지 않아도 되네. 다만, 앞으로 치료를 위해서 중요한 사항이라서 그렇네."

"하, 합니다."

"다행이군."

"네?"

"성욕이 없는 편이 아니라니 다행이라는 소릴세."

"그게 왜···."

"음, 끔찍한 얘기지만, 성폭행을 당하거나 비슷한 충격을 받은 여학생 중 일부는 성행위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감을 갖는 경우가 종종 있다네. 그 경우라면 치료법을 달리해야 하니 물어본 걸세."

"아···. 네."

"그렇다면 일주일에 몇번 씩 하나?"

"이, 일주일에요?"

도훈이 워낙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기 때문에 송이는 이것이 희롱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분명 치료에 도움이 될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하자 보다 솔직한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

"이, 이틀에 한 번씩 합니다."

"이틀에 한 번 자위를 한다라."

도훈은 굳이 송이의 말을 되뇌이며 노트에 끄적거렸다.

송이는 볼 수 없었지만, 도훈은 노트에 '존나 밝힘'이라고 적었다.

"그래. 왕성한 자위는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니 다행이네. 그렇다면 한 번에 몇 분 정도 하나?"

"그, 그런 것도 알려드려야 하나요?"

"자위 빈도와 시간에 따라 성욕의 강도를 파악할 수 있으니 묻는 질문이라네. 불편하면 역시···."

"사, 삼십분 정도."

"30분이라면 예열을 포함한 시간인가?"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음, 삽입만 30분인가 그럼?"

"아, 아···. 네."

"삽입 자위로 이틀에 30분씩."

역시 도훈은 노트에 "개변태"라고 적고 있었다.

[와우, 상상 이상인데요? 저건 자위 중독 수준 아닙니까?]

'가능은 한데, 좀 빈도수가 높긴 하네. 거의 남자 대학생 수준의 성욕지수랄까.'

[말이 안됩니다. 남자와 함께 있는 건 무서워서 옆에 단둘이 있어도 불안감을 느끼는데, 막상 혼자하는 자위는 중독 수준이라니.]

'두 가지 사건을 굳이 연결 시킬 필요는 없지. 송이는 확실히 성폭행 미수 사건의 휴우증이 남아 있어. 하지만 성욕 또한 왕성한 편이라 혼자서 해결 할 뿐이고. 그 두가지는 별개의 사건이거든.'

[아하.]

"솔직한 답변 고맙네."

"호, 혹시 제가 무슨 문제가 있나요?"

송이가 도훈이 계속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적는 것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사실 도훈의 노트에는 '존나 밝힘' '개변태' '자위중독녀' 등등의 쓸데없는 낙서로 가득했지만, 송이의 입장에선 상담에 해박한 노교수가 진지하게 자신의 증상을 기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음, 문제는 아닐세. 다만."

"다, 다만 뭔데요?"

"확실히 송이양은 건강한 편이군."

"가, 감사합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는 것 같고."

"네. 매일 홈트레이닝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자위를 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신호일세. 그러니 너무 걱정말게나. 하지만 너무 심하게 했다간 상처가 날 수 있으니, 도구를 쓰더라도 검증된 제품을 쓰는 편이 좋다네."

"도, 도구를···. 네, 감사합니다."

대답하는 것조차 너무나 민망한 내용이었지만, 송이는 노교수의 권위에 눌려 의문을 제기하지도 못했다.

"이것으로 오늘 상담은 마치도록 하지. 아마 2~3회 정도 더 진행되면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걸세."

"교수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마음이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행이고. 혹시 궁금한 게 있나?"

"음, 아, 아뇨.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지. 도훈군에게 고맙다고 전해야 겠군.

송이양의 사례는 워낙에 특이해서 논문에 싣기도 적절할 것 같거든."

"아."

"하긴 도훈군도 꽤 독특한 사례였지."

"도, 도훈 오빠가요?"

"궁금한가?"

원래 다른 내담자의 상담 내용은 절대 발설하지 않는게 원칙이었으나, 도훈은 당연히 자신의 이야기므로 해당사항이 없었다. 송이는 상담쪽의 지식이 없어 도훈이 잘못을 저지른다고 생각조차 못했다.

"네. 도훈 오빠는 멀쩡해 보이는데 사실 교수님께 상담을 받았다는 게 이상했거든요."

"도훈군은 사실 임포텐츠라네."

"임포···. 그게 뭐죠?"

"발기부전이라는 뜻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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