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547화 (1,502/2,000)

1530. 정체불명의 그녀-15-

* * *

[갑자기 그 천박한 손짓은 뭡니까? 엄지척인가요?]

'아니, 따봉도 몰라?'

[근데 그걸 노애가 어떻게 알고 따라하는 거죠?]

'바보라도 따봉은 아나보지. 그나저나 말 잦이 같은 새끼, 다시 보니까 존나게 크네.' 동시 사정을 했는데도 노애는 여전히 발기가 풀리지 않는 상태였다. 자하의 입안에 허연 정액이 한가득 있는 걸 봐선 분명 마무리를 한 셈인데 도훈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었다.

'노애는 왜 아직도 꼴려 있는 거지?'

[그러고보니 이상하군요.]

도훈은 한바탕 싸고 나서 고개숙인 남자가 된 상태로 노애에게 물었다. 안그래도 크기에서 밀려 자존심이 상했는데, 똑같이 발사하고도 여전히 위용을 과시하는 노애의 대물을 보자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뭐야? 넌 왜 그대로야?"

"우우?"

노애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히려 조그맣게 줄어든 도훈을 보며 입을 막더니 손가락질 하면서 "풋!"하고 웃는 것이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아니, 저 새끼가?"

"주인님이 참으십시오. 바보천치한테 화를 내서 어쩌시려고요? 그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로시의 말이 옳다고 여겼는지 도훈도 흥분을 멈추었다.

하지만 여전히 노애는 보란듯이 대물을 껄떡거렸다.

"아무래도 수상해. 혹시 노애라는 캐릭터는 24시간 발기가 가능한게 아닐까?"

"네?"

"그렇잖아. 어차피 게임속 캐릭터라면 창작자가 조형하기 나름이니까. 발기 상태를 디폴트로 설정하면 저게 가능하지 않겠어?

어차피 게임인데."

"그럴듯 하군요."

"흐, 흐으으으. 나, 나쁜 새끼."

그때였다.

반쯤 기절해 있던 자하가 겨우 입을 열었다. 도훈은 그녀가 혹시나 힘을 되찾았을까 봐 바짝 긴장하고 내공을 일으켰다.

"뭐? 아직도 혼이 덜 나셨구만? 한 번 더 괴롭혀줘?"

"채, 책임져."

자하의 입에서 뜬금없는 단어가 나왔다.

"책임지라니?"

"후장을 건드렸으면 사내 새끼가 책임을 져야지!"

'오잉? 이게 또 무슨 소리야? 처녀를 뺏은 것도 아니고 후장을 땄다고 책임을 지라고?'

[후장은 처녀라는 뜻일까요?]

'아니야. 이건 뭔가 이상해. 24시간 발기하는 노애도 그렇고, 후장을 따먹히고 나서 자하의 반응도 그렇고. 혹시 게임 속에서 상식 개변이 일어나 있는 거 아니야?'

[상식개변이요?]

'혹시 게임 매뉴얼 같은 거 확인 가능해? 아무리 불친절한 게임이라도 어딘가 설명이 있을 것 같은데?'

[잠시만요. 세계관 설정 부분을 한번 뒤져보겠습니다.]

자하가 그녀답지 않게 훌쩍이는 사이 로시가 기상천외한 소식을 전해왔다.

[주, 주인님! 주인님 생각이 맞았습니다.]

'뭐? 정말?'

[이곳은 자궁 역전의 세계입니다.]

'자궁 역전?'

[네. 쉽게말해 처녀성의 상징이 질이 아니라 후장인 셈이죠.]

'헐! 그게 가능해?' 남녀 역전이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봊이와 후장의 상징성이 뒤바뀐 세계는 금시초문이었다.

[게임의 창작자가 비틀어 놓은 설정으로 보입니다. 일종의 상식개변이 사회 통념처럼 통하는 느낌이랄까요?]

'잠깐, 이건 말도 안돼. 저번에 스리섬 했을때 노애가 자하의 후 장에 넣었던 적이 있었다고. 그땐 왜 그럼 처녀성 상실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은 거지?'

[아마 게임 속 Npc에겐 적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즉, 변경룰은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죠.]

'아니! 이런 병신 같은 설정을 봤나, 이거 만든 새끼 싸이콘가?'

"아니 나는 그런 의민 줄 모르고···."

"사내 새끼가 비겁하게 발뺌할 셈이야?"

자하는 눈물까지 글썽이고 있었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캐릭터가 휙휙 바뀌는 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참고로 이쪽 세계에서는 여자가 처음으로 자기 후장을 내준 상대를 지아비로 모신다는 설정도 있군요. 아마도 주인님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미친, 보쌈이 존재하던 조선시대도 아니고.'

"책임지라고!"

"어, 어떻게?"

"당연히 나랑··· 결혼해야지!"

자하가 그런 말을 내뱉은 스스로가 부끄러운지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말타기 하다 목졸라 죽이고, 생체딜도로 개조하겠다며 뇌를 뭉게던 사이코패스년이 후장 한 번 따였다고 난데없이 결혼이라니.

'뭐, 뭔데 이 정신나간 설정은? 미친 거 아니야?'

[주인님의 관점에선 이해가 안되겠지만, 상식개변된 이쪽 세계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미치겠네 진짜.'

"내가 마교 소교주인 너랑?"

"으, 응."

"그럼 마교는 어떻게 하고? 네가 후계자 아니야?"

"마교의 부마가 되는 거지."

"가만. 이건 뭔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인데."

"뭐야? 그럼 설마 거기까지 생각도 않고 거길 건드렸단 말이야?"

자하가 갑자기 눈에 쌍심지를 켜고 씩씩거렸다.

눈빛에 자색의 기운이 감도는 게 금방이라도 내공을 일으켜 도훈을 겁박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도훈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알았어. 잠시만 진정해. 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설마 도망치려는 건 아니겠지? 그랬다간 마교를 총동원해서라도 너를 쫓을 거야."

"미치겠네, 진짜."

도훈은 잠시 구석으로 간 다음 허공에서 담배를 꺼내 들었다.

신기한 것은 인벤토리에 있는 물건을 얼마든지 꺼내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후-. 이걸 어쩐다?'

[주인님. 의외로 괜찮은 제안 일수도 있습니다.]

'저런 미친년의 남편이 되는 게? 24시간 발기중인 성노예를 옆에 끼고, 여자랑 밴대질도 서슴지 않는 여자랑?'

[그거야 게임속 설정이니 어쩔 수 없고요, 중요한 건 자하의 말대로 마교 소교주의 남편이 된다는 사실이죠. 자그마치 마교의 부마요.]

'응?'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 주인님이 찾아야 하는 구음진경이 어디에 있습니까?]

'마교. 아차!'

[그렇죠. 주인님은 지금 게임 제작자가 예상치 못한 백도어를 찾아낸 겁니다. 스토리 진행을 훌쩍 건너뛰고 바로 구음진경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요.]

로시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던 도훈은 불알을 탁 쳤다.

'그렇구나! 이거였어!'

담배를 다 피운 도훈은 어느새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침대에 다소곳이 앉아있는 자하에게 갔다.

"자하는 올해 몇살이지?"

"스무살."

"나는 스물 넷이니 앞으로 존댓말로 해."

"아니 무슨 이제껏···."

"어허, 지아비에게 존대도 안하겠다고?"

"지, 지아비? 설마 그럼!"

"그래. 내가 아깐 당황해서 말이 헛나왔는데, 기왕 이렇게 된 거 책임지는 게 맞는 것 같아."

"아, 아··· 소, 소녀는···."

도훈이 결혼으로 책임지겠다고 선언하자 자하의 눈빛이 순식간에 사랑스럽게 바뀌었다. 도훈이 여세를 몰아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려면 몇가지 전제조건이 있어."

"무엇인가요? 소녀, 낭군님의 소원이라면 무엇이든 다 들어 드리겠습니다."

너무나 극적인 변화였지만, 도훈은 게임속 세계관 설정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첫째. 노애를 풀어줘."

"노, 노애를요?"

"난 내 여자가 다른 사내랑 뒹구는 걸 보고 있을 수 없거든."

"아아, 그, 그 말뜻은."

"앞으론 내가 노애의 몫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지."

"알겠사옵니다."

자하는 도훈에게 결기를 보이겠다는 듯 즉각 명령했다.

"노애."

"우?"

"그동안 수고했다. 이제 내 시중은 그만 들어도 좋아."

"우우?"

노애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발기된 대물을 달랑거리며 자하에게 다가갔다.

"뭐, 뭐하는 거야?"

노애가 자하의 앞에서 갑자기 힘차게 딸딸이를 치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도훈이 어이없어 물었다.

"쟤는 왜 저래 또?"

"제, 제 말귀를 잘 못 알아들었나 봐요, 낭군님."

"아니 근데 왜 혼자서 저러냐고."

"그, 그것이. 제가 가끔 피부미용을 위해 정액으로 세안을."

자하가 민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나참. 내가 쫓아낼 게."

도훈은 노애의 존재가 껄끄러웠기 때문에 방생이 최선이라고 여겼다.

"이 놈! 썩 물러가라!"

내공을 복돋아 강하게 살기를 쏟아내자 서서 딸을 잡던 노애가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뒷걸음질 쳤다.

"다시는 여기 얼씬도 마라!"

도훈이 한 번 더 살기를 쏟아내자 노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후-. 됐다. 아마 겁먹어서 다신 안 올거야."

"이제 소원을 들어드렸으니 저와 결혼하시는 건가요?"

자하가 초롱초롱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신기하네. 후장을 따기 전까지만 해도 악독한 마녀의 얼굴이었는데, 지아비로 삼고 나서는 눈에서 꿀물이 뚝뚝 떨어지는 구만?

어떻게 저렇게 180도 사람이 변하지?'

[게임 속 설정 때문에 그렇습니다. 본 세계관에서 결혼은 무척 중차대한 행위이며, 일부종사야 말로 여성의 가장 큰 미덕으로 여기니까요.]

'그걸 아는 여자가 매일 섹스파티를 벌였다고? 남녀 가리지 않고?'

[결혼 전까지의 문란한 행동에 대해선 어느정도 용인하는 분위기입니다.]

'거참, 기똥찬 세계관이구만.'

도훈은 게임제작자의 머리를 들여다 보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였다.

'자궁역전의 세계가 있다면 정조역전이나, 뭐 다른 상식개변의 세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거잖아?'

[물론 그렇죠. 게임 속 세계는 제작자가 설정하기 나름이니까요.]

"잠깐. 한가지 더 있어."

"뭐, 뭐죠? 소녀 무엇이든 받들겠나이다."

"난 사실 구음진경을 찾고 있어."

"구, 구음진경이라면."

"그게 너희 마교에 있다지? 맞아?"

"그, 그렇습니다."

무엇이든 들어줄 것처럼 굴던 자하가 무공비급의 이름을 언급하자 갑자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난 그걸 결혼 선물로 받고 싶은데 가능할까?"

"하아. 다른 무공은 다 되지만 그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왜?"

"저희 부친께서 주화입마에 빠진 게 바로 구음진경 때문이거든요."

"응?"

자하가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현 마교의 교주인 그녀의 아버지가 동굴에서 혼자 폐관수련을 하다 주화입마에 빠져 혼수 상태가 되었는데, 그때 익히던 무공이 바로 구음진경이라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저희 마교는 후계자 문제로 시끄러워졌습니다. 맏이인 저를 미는 쪽과, 남생동을 미는 파벌로 나뉘어서요."

"아니 그럼 현재 마교는 누가 관리하는 데?"

"후계자가 정해지기 전까지 장로회에서 섭정을 하고 있습니다."

"후계자는 언제 정해져?"

"지금 아버님께서 사경을 헤매시고 계셔서···."

자하의 말에 따르면 주화입마에 빠진 마교 교주가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기 때문에 후계자를 못 정한 상태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마교 장로들이 두개의 파벌로 나뉘어 장녀와 차남을 두고 치열한 권력다툼을 벌인다는 것.

하지만 도훈은 마교의 교주가 누가 되느냐는 중요치 않았기 때문에 다시 구음진경에 대해 물었다.

"아니 잠깐. 근데 왜 구음진경은 안되는 거야?"

"아버님께서 주화입마에 빠지신 이후 위험한 무공서라고 금서로 지정하여 봉인해 두었습니다. 누구도 함부로 익히지 못하도록요."

"허-. 이런 씨."

도훈은 난감했다. 기껏 마교의 부마가 되는가 싶었더니 또 다시 암초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럼 다신 못 보는 거야?"

"그것은 아닙니다."

"그럼?"

"교주는 봉인된 금서를 풀 수 있습니다."

"아!"

한마디로 자하의 말은 자신이 교주가 되면 봉인된 금서를 해제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하여, 소녀가 당장은 드릴 수 없어도 장차 낭군님께서 원하시면 구음진경을 드린다고 약조하겠습니다."

"음."

'로시 어쩌면 좋지?'

[자하를 차기 교주로 밀어 주셔야 겠는데요?]

'차남인가 뭔가랑 후계다툼 중이라며?'

[그러니 권력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죠.]

'나참.' 도훈이 고민을 끝내고 결정했다.

"좋아. 이렇게 하자."

"어떻게 말씀이신가요?"

"당장은 구음진경을 받지 못했으니 결혼을 뒤로 미루는 거지."

"아! 그것은 불가피한···."

"알아.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너를 교주로 추대하면 해결되는 일이잖아."

"그, 그렇긴 하지만."

자하는 지참금(?) 없이는 결혼을 못해주겠다는 도훈의 말에 다소 실망한 표정이었다. 도훈이 그런 자하를 달랬다.

"말했잖아. 난 너를 끝까지 책임 지겠다고. 정식으로 식은 안올렸지만, 나는 너를 내 신부로 생각할 거야."

"네?"

"그러니까 일종의 비밀결혼인 셈이지."

"아아, 낭군님!"

갑자기 자하가 감동한 것처럼 도훈을 꼭 껴안았다.

뭉클거리는 가슴의 촉감에 도훈이 침을 훔치며 말했다.

"아무튼 비밀 결혼이니까 다른 사람들은 우리 관계에 대해서 몰라야 해. 혹시나 이를 약점 잡아서 후계자 경쟁에서 공격할 수 있으니까."

"그럼 어찌하시는 게 좋겠습니까?"

"그래서 내가 노애를 쫓아낸 거야."

"노애를요?"

"앞으론 내가 너의 노예가 될게."

"아아!"

자하가 갑자기 가슴이 벅차오르는지 도훈을 뜨겁게 안고 입술을 맞추었다. 도훈 역시 그녀의 입술에 혀를 밀어 넣으며 허리를 휘감았다.

[풋. 너의 노예라뇨. 라임 같은 건가요?]

'일단 감동은 줬으니 됐어.' 그때였다.

지하층에 갇혀 있던 옥봉사선자들이 미약에서 깨어났는지 끙끙거리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으으, 머리야.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누구냐! 우릴 이곳에 가둔 놈들이!"

갑작스러운 소란에 자하가 당황하며 도훈을 밀어냈다.

"낭군님. 잠깐 여기 계셔보셔요. 제가 깜빡한 일이 생각나서."

"응? 누군데? 여자 목소리 같은데?"

"아, 아니 그게···."

차마 가위치기를 하려고 옥봉사선자를 납치해 놨다는 얘기를 꺼낼 수 없었던 자하가 대답을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벌써 5회차를 진행중인 도훈은 전후사정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일부러 자하에게 말했다.

"뭔데? 설마 지아비에게 벌써부터 비밀을 만드는 거야?"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