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4. 대학 축제-139-
'하-. 젠장. 다리 보니까 또 꼴리네. 각선미는 왜 저렇게 좋아서는.'
정음은 점점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니 본래부터 여자였지만, 학기 초와 지금은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 숏 컷에 선머슴 같던 천방지축 말괄량이에서, 한 학기 만에 완연한 숙녀로 거듭났다. 마치 새가 알에서 껍질을 깨고 나온 것처럼, 완벽하게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참으로 신기하단 말이지.'
[네?]
'정음이가 이렇게까지 예뻐질 줄이야.'
[어폐가 있는 것 아닙니까? 정음양은 원래 모태미녀인데요. 물론 주인님이 가슴 성형을 조금 도와주긴 했지만요.]
'그런 뜻이 아니야.'
[그럼요?]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
[분위기요?]
'예전에는 철이 안 든 10대 청소년 같은 느낌이 더 강했거든.
마치 고등학교 1학년 학생같이.'
[지금은요?]
'지금은 정말 여성미를 풍기잖아.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이제야 진정한 암컷의 냄새가 난달까?'
[주인님이 그렇게 만드신 것 아닙니까?]
'역시 여자는 남자를 알고 나서야 성적 매력을 뿜는단 말이지.'
도훈의 전립선이 짜릿해졌다.
평소대로라면 성난 대물로 바지 위가 터질듯 부풀었겠지만, 지금은 고요한 바다처럼 편온하기 그지 없었다. 무척 평탄했다. 꼴리지 않는 잦이를 떠올리자 도훈이 다시 시무룩해졌다.
'씨발. 이래도 좆이 안 서네.'
[기운 내십시오. 신벌은 언젠간 풀릴 테니까요. 영원한 고통이면 모를까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입니다.]
'아니 이럴거면 그냥 성욕까지 같이 지워버릴 것이지, 뭣하러 성욕은 남겨놓은 걸까? 왜 욕망만 남기고 능력만 거둬가신 거냐고!'
도훈이 속으로 오열했다.
그러다 문득 스스로 깨달았다.
'그렇구나. 내 생각이 짧았네. 그래서 신벌이구나.'
[…힘내십시오.]
"오빠, 근데 우리 어디로 가요?"
정음이 생기넘치는 목소리로 물었다.
운동을 오래 해서 인지, 타고난 천성 탓인지 정음은 늘 목소리가 씩씩했다. 아니, 발랄하다고 해야 하나? 목소리에서부터 자신감이 넘치고 건강미를 풀풀 풍겼다. 늘 살아있는 것처럼 통통 튀는 맛이 있었다.
"남산으로 갈까 해."
"남산이요? 남산타워 있는?"
"응. 거기 도보로 오르면서 단풍 구경하면 좋다더라고."
"꺄아, 재밌겠다!"
정음이 애처럼 신나했다. 도훈은 사소한 데이트에도 무척 좋아하는 정음을 보고 생각했다.
'역시 이래서 어린 여자가 진리라는 거지.'
[주인님이 워낙 영계를 밝히시니까요.]
'아니, 신체가 어린것도 있는데, 마음도 어리잖아.'
[마음이 어리다고요? 그건 무슨 뜻입니까?]
도훈이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을 얘기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육체적인 노화도 그렇지만, 감동을 잘 못느끼거든.'
[호오.]
'어렸을 땐 그저 바다만 보러가도 좋을 때가 있어. 조금만 비싼음식을 먹어도, 좋은 호텔을 놀러가도, 때론 별것 아닌 선물에도 쉽게 감동하거든. 모든 게 다 새로우니까. 처음이고.'
[아하.]
'근데 나이가 들수록 그런게 시시해지는 거야. 이건 전 남친이랑 해봤던 건데. 이것보다 비싼 음식도 먹어 봤는데. 저번휴가 때갔던 호텔은 5성급이었는데. 이것과 비슷한 선물 자주 받았던 것 같은데 하면서 점점 과거와 비교를 하는 거지. 자극은 무뎌지고, 진부하고 단순해지거든. 그럼 감동을 못 하게 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여자는 어리면 어릴수록 사소한 것에 더 감동하고, 반응도 훨씬 격렬하거든. 거기다 젊고 싱싱한 몸뚱이까지. 그러니 남자들이 더 좋아할 수밖에.'
[재밌는 생각이군요.]
'실제로 그렇다니까?'
남산까지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정음은 이번 축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3일 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 재밌었어요. 코스프레도 처음 해보고요."
"공룡은 좀 충격이었지."
"앗!"
"그래도 할리퀸은 잘 어울리더라. 정음이 너한테 그런 매력이 있는 줄은 몰랐어."
"오빠가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고마워요."
정음이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 날 뒤풀이는 어땠어? 난 몸이 좀 안 좋아서 일찍 들어갔는데."
"그날요? 저도 피곤해서 금방 들어갔어요. 나중에 동기들 말로는 성수오빠가 엄청 달렸다고 하던데."
"달려?"
정음이 소주를 꺾는 시늉을 하며 목을 뒤로 젖혔다.
"이거요, 이거."
목이 젖혀지자 자연스럽게 가슴이 앞으로 돌출되었는데, 유난히 커진 가슴이 확 눈에 들어왔다.
'헙!'
[왜 그러십니까?]
'가슴 미쳤네.'
[다 주인님 작품입니다.]
'아오, 미치겠네. 옆에만 있어도 바로 꼴리네.'
[실제로 안 서니까 안심하십시오.]
'젠장. 난 이미 터질 것 같다고!'
[바지 위는 평온합니다. 또 환상통이십니까?]
'······.'
B컵과 C컵의 차이는 육안으로 구분이 될 정도였다.
본래도 작다고 할 수 없는 옹골찬 B컵 가슴은, 이제 똑바로 쳐다보기 민망할 정도로 앞으로 돌출되어 있었다.
게다가 갑자기 가슴이 커지는 바람에 옷 사이즈는 예전에 입던 그대로라 남방을 입은 앞 단추가 벌어지며 옆으로 힐끔힐끔 브래지어가 비쳤다. 자꾸 훔쳐보고 싶은 골짜기였다.
'어우씨. 정음이 옷 좀 사줘야겠는데.'
[옷을요?]
'누가 훔쳐보면 안되니까 몸매 가리는 옷으로.'
[아예 머리에 차도르를 씌우지 그럽니까? 꽁꽁 싸매서 아무도 못 보게요.]
'그것도 좋겠다.'
[뭐라고요?]
'아니, 누가 눈독 들이면 어떻게 해? 안 그래도 저번에 지환이 그 새끼가 찍접거려서 졸라 짱났는데.'
도훈은 축제 기간 정음을 노렸던 후배 이지환을 떠올렸다.
평소부터 뺀질거리는 태도로 마음에 안 들었는데, 기어코 사고를 치고 말았다.
'하여간 그 개새끼는 내 눈에 다시 띄면 반 죽여버릴거야.'
[자제하십시오. 무고한 사람을 해치게 되면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제제가 가해질 겁니다. 발기부전 정도로 끝나는게 아니라요.]
'으으!'
신벌의 위력을 실감하는 도훈은, 그 말을 듣자 자기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고작 일주일 발기부전만으로 지옥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더 큰 신벌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이건 이지환 군도 문제지만, 주인님 탓도 큽니다.]
'내 탓이라니?'
[공식적으로 정음양이 모태솔로 상태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들은 주인님이 정음양과 썸을 타는 정도로만 여길 뿐 실제로 어떤 사이인지 정확히 모르지 않습니까?]
'음,'
[그러니 당연히 건드릴 생각도 하는 거고요. 임자 없는 여잔 줄 알 테니까요.]
'무슨 소리야? 정음인 내 여잔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렇다는 뜻입니다.]
'젠장. 확 그냥 사귀어버릴까?'
[언제는 주인님 연애 사업에 방해된다면서요?]
'그럼 앞으로도 계속 이지환 같은 새끼들이 정음이한테 껄떡대는 걸 눈 감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 그게 더 빡칠 것 같은데?'
[그보다는 주인님이 계속 미션과 업적을 수행해가려면 정식으로 여자친구를 만들지 않는 편이 정음양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주는 방법이 아닐까요?]
'상처라….'
로시의 말을 들으니 도훈도 더 욕심낼 수 없었다.
만약 정말로 정음과 사귀게 되면 앞으로 모든 여자들과의 관계가 정음의 입장에서는 '바람'이기 때문이었다. 만에 하나라도 정음이 자신의 여성 편력을 알게 된다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게 될 것이다.
'음, 듣고 보니 내가 욕심낼 일이 아니네.'
[이해하셨으니 다행입니다.]
'그래도 이지환 그 새끼는 한 번 혼 좀 나야 해. 축제 기간에 주점에서 일하는 태도도 불량하기 짝이 없더라고. 어린노무 새끼가 싸가지도 없어.'
[뭐 그런 점을 지적하는 것은 상관없겠죠. 선배로서.]
'새끼가 덜 처맞아봐서 아직 형 무서운 줄을 모르더라고.'
"오빠 무슨 생각 하세요?"
"으, 응?"
"아니 표정이 좀 굳어 있으신것 같아서요."
도훈은 지환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무서운 표정을 지은 것을 깨닫고 곧바로 표정을 풀었다.
"아,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피곤하세요? 대회 준비한다고 너무 무리하신 거 아니에요?"
정음이 갑자기 팔을 옆으로 뻗더니 도훈의 어깨를 풀어주었다.
"제가 운전하시는 동안 안마라도 해드릴게요."
"아, 아니야. 괜찮아."
"사양하지 마세요. 제가 어려서부터 할머니 안마 자주 해드려서 악력이 좋은 편이거든요."
"정말 괜찮은데."
도훈은 정음의 손이 몸에 닿자 좆끝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발기도 안 되는 무쓸모한 잦이에서 살짝 쿠퍼액이 흘러나왔다.
'흐윽, 안 돼. 무발기 사정만은.'
[주인님, 참으셔야 합니다.]
'미치겠네 진짜. 근데 진짜 안마는 잘하긴 하네.'
긴장된 어깨 근육이 풀리며 도훈은 편안함을 느꼈다.
어쩌면 정음과 단둘이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 걸지도 몰랐다. 차 안 가득 정음의 머리에서 나는 은은 한 샴푸향으로 채워졌다. 그 순간만큼은 늘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미션이나 공략에 대한 부담도 의식하지 못했다. 그저 모든 것이 아름답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시간의 흐름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도훈은 어느새 남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다왔네."
"네. 내일까요?"
테니스 치마를 입은 정음이 스니커즈의 신발 끈을 정리했다.
허리를 숙이자 몸의 곡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도훈은 솟구쳐 오르는 성욕을 애써 자제시켜야 했다.
'단풍구경이고 뭐고 확 그냥 덮쳐버리고 싶네.'
[바지 좀 말리고 말하십시오.]
'바지를 말려?'
[지금 주인님 오줌 흘린 것처럼 바지 위로 쿠퍼액이 잔뜩 스며 나왔습니다.]
'억!'
도훈은 바지춤을 쳐다보다 화들짝 놀랐다.
정말로 무슨 쿠퍼액이 줄줄 흘러나와 바지 위에 500원짜리 크기의 물자국이 나있던 것이었다.
'개쪽팔릴뻔했네 진짜.'
도훈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정음에게 말했다.
화장실로 간 도훈은 거울을 쳐다보며 자괴감에 빠졌다.
'이 얼굴에, 이 몸매에도 잦이가 안서니 아무짝에도 쓸모없구나.'
도훈은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하며 손 끝에 기를 집중시켰다. 기가 모인 손끝이 다리미처럼 달궈지기 시작했다. 그가 뜨거워진 손으로 젖은 바지 위를 어루만지자 물자국이 조금씩 지워졌다.
[오옷, 그건 또 언제 익히신 겁니까?]
'저번에 한번 우연히 손에 기를 모으니까 손이 뜨거워지더라고.
일 점에 집중시키면 물도 끓일 수 있겠던데?'
[대단하십니다. 양강지기가 강하다 보니 내공으로 물을 끓이는 경지에 이르셨군요.]
'처음부터 된 건 아니고 미호에게 기를 받고 나서 확실히 강해진 것 같아. 그래봐야 뭐하겠어. 어차피 세우지도 못하는 고자새낀데.'
[힘내십시오 주인님.]
도훈은 겨우 멘탈을 추스르며 밖으로 나왔다.
차 옆에서 기다리던 정음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감탄하고 있었다.
"와! 오빠 저기 봐요. 온 산에 단풍이 들었어요!"
40살 넘게 살아온 도훈에겐 별다른 감흥이 없는 풍경이었지만, 정음의 흥분된 목소리를 들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네. 날씨도 딱 좋고."
가을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높고 푸르렀다.
울긋불긋한 단풍과 푸른 배경이 어우러지자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모습 같았다.
"가요. 남산타워 한 번 가보고 싶었어요."
"한번도 안 가봤어?"
"오빠는 언제 가봤는데요?"
물론 도훈도 다시 태어난 이후로 가본 적은 없었다. 10년도 전에 우연히 한 번 들렀을 뿐.
"음, 몰라 어렸을 때 엄마손 잡고?"
"아하."
정음이 도훈의 팔에 팔짱을 끼며 꼭 붙었다.
"오빠랑 등산하니까 기분 좋다."
"나도."
도훈이 정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아지처럼 늘 자신을 따르는 정음이 그토록 사랑스럽게 보일수 없었다.
두 사람은 완보로 남산 위로 올랐다. 두 사람 말고도 다른 커플들이 데이트를 하고 있었다. 어떤 커플은 사귄지 얼마 안 됐는지 노골적으로 볼에 키스를 하기도 했다.
"으, 민망하네요."
"저럴거면 차라리 모텔을 가지."
"모…텔요?"
정음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도훈에게 되물었다.
'아차, 모텔 얘기는 괜히 꺼냈다.'
[주인님! 어서 취소하십시오!]
도훈은 정음과 데이트를 하면 어떻게 해서든 모텔로 가는 엔딩을 피하려고 했다. 정음이 당연히 기대하고 있을 게 뻔했기 때문에 최대한 그쪽으로 생각이 뻗어나가지 않도록 빡빡한 일정으로 하루를 채울 계획이었던 것이다.
"아, 아니 그냥 밖에서 저러니까 보는 사람도 민망하잖아."
"그, 그쵸?"
정음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얼굴이 빨개진 채 도훈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커진 가슴 때문에 자꾸 말캉한 가슴이 팔꿈치와 옆구리에 부딪히자 도훈도 점점 숨이 가빠왔다.
'와 씨 미쳐버리겠네. 좆은 안 서는데 자극을 받으니 전립선이 너무 당겨.'
도훈은 내보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정액들로 고통 받고 있었다. 평소에 틈만 나면 물을 빼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못참는 것이었다.
'쌀 줄만 알았지 참아본적이 있었어야 말이지.'
[하긴 주인님은 원하면 언제든 섹스를 할 상대를 구할 수 있었죠.]
'그것 때문에 더 힘든 것 같아. 어차피 세우지도 못하고, 잘못하면 어제 링링의 경우처럼 무발기 사정이나 해댈거 아니야.'
[고통을 받으니 차라리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뭐?'
[현자타임 스킬을 쓰는 겁니다.]
'현자타임?'
로시의 신박한 아이디어에 도훈이 귀를 쫑긋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