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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514화 (1,469/2,000)

1497. 대학 축제-122-

말끔한 세미 정장 차림으로 갈아입은 도훈은 거울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역시 잘생겼단 말이야?"

[이젠 자화자찬까지 하십니까?]

'요즘도 거울 보면 깜짝깜짝 놀란단 말이지? 내 얼굴인데도 너무 낯설어서.'

[얼씨구? 근데 그런 멀쩡한 얼굴로 몰래 변태짓이나 하신 겁니까?]

'백이면 백 남자들에게 물어보라고. 투명인간이 되면 당연히 여탕부터 가보고 싶지. 난 본능에 솔직했을 뿐이야.'

[몰래 관음 하는 것과 만지는 것은 엄연히 다르죠. 방금 한 짓은 명백한 범죄 행위였습니다.]

'잉? 그게 무슨 소리야?'

도훈이 펄쩍 뛰었다.

한번도 스스로를 범죄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던 그에겐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모르셨습니까? 성추행에 이어 강간까지 시도하셨는데요.]

'자, 잠깐. 어떻게 그게 그렇게 돼? 8선녀랑 내가 어떤 관곈데?

'[부부간에도 강간은 성립합니다. 하물며 사귀는 사이도 아니잖습니까? 상대방 동의없이 추행을 하거나 강제로 삽입을 시도하는 것을 법적으론 강간 혹은 강간 미수라고 부르죠.]

도훈은 기가 막혔다. 그저 장난을 친 것인데 로시가 너무 진지하게 따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8선녀한테 한 것도 문제가 된다고? 이건 좀 심한데.'

[그건 정상참작의 사유는 될 지언정 그렇다고 주인님의 허물이 덮어지는 건 아닙니다. 이에 대한 처벌이 뒤따를지도 모르고요.'

'처벌이라고? 무슨 장난 좀 쳤다고 처벌까지 받아?'

갈수록 점입가경이었다. 늘 신벌을 피하기 위해 애써온 그가 마침내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이었다. 로시의 단호한 태도에 도훈이 당황하며 물었다.

'자, 잠깐만. 난 정말 그럴 의도가 없었어. 진짜로 장난이었다는 거 알잖아?'

[장난으로 던진 돌에 죄없는 사람이 맞아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법적으로는 과실 치사라고 부른다죠. 의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형법상 범죄로 간주되느냐가 관건일 뿐.]

'아니 그럼 진짜로 내가 처벌을 받는다는 말이야?'

[아시다시피 플레이어에겐 현행법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어기셨으니 페널티가 부여될 수 있습니다.]

도훈이 억울함을 토로했다.

'페널티라니? 설마 능력을 빼앗기는 건 아니지?'

[그 정돈 아닐겁니다. 어쨌든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으니까요.

평소 주인님과 여후배들의 관계를 고려하면요. 그래서 제가 계속 말렸잖습니까?]

'언제?'

[저는 분명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주인님이 혼자 눈이 돌아가 사고를 치신거죠.]

'미안. 내가 다 잘못했어. 어떻게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죄송하지만 저에게 사정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신께서 이 상황을 보시고 적절한 판결을 내리실 겁니다.]

'언제?'

[그건 저도 모릅니다. 경미하다고 판단할 경우 그냥 넘어갈수도 있지만, 경징계 이상이 나온다면 각오하셔야 할 겁니다.]

도훈은 처음 겪는 신벌의 상황 앞에 몹시 당황했다.

갑자기 8선녀를 놀리고 괴롭힌게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평소 늘 애인처럼 함께하던 이들이다 보니 함부로 대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하는 법이었다.

'젠장. 내가 왜 그랬지? 좆물이 가득차서 뇌가 어떻게 돼 버렸나봐.'

[현재로선 처벌의 수위가 낮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근데 신벌에는 어떤 것들이 있지? 아까 들어보니까 경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럼 중징계도 존재한다는 거잖아.'

[불손한 언동으로 신성모독을 할 경우는 겪어 보셔서 아실테고, 일단 경징계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어, 말해봐.'

[경징계에는 경고부터 시작해서 아이템 몰수, 능력 제한, 그리고 플레이어 레벨 강등이 있습니다.[]

'강등이라고? 설마 중수에서 강등당하면 다시 초짜로 내려가는 걸 말하는 거야?'

[등급 강등은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없습니다. 대체로 티어 강등을 의미하죠.]

'흐음. 그 정도가 경징계라면 중징계는 대체 얼마나 심각한 건데?'

[플레이어 자격 박탈, 그리고 최악의 경우는 처형입니다.]

자격 박탈에 움찔하던 도훈은 처형이라는 말에 소름이 쫙 돋았다. 사형이라는 말과도 동일한 울림이었다.

'처형? 신께서 플레이어를 손수 처단하신다는 거야?'

[네.]

'잘못 좀 했다고 죽인다고? 진짜? 신의 대리자를?'

[대리자 업무를 제대로 수행 못 했으니 천벌을 내리시는 거지요. 걱정 마십시오. 그렇다고 처형을 당할 정도로 잘못을 저지르진 않으셨으니까요.]

'와, 플레이어 라는 게 허울만 좋을 뿐 정말 파리 목숨이었구나.

'[이제라도 아셨으니 다행입니다. 유념 하십시오. 주인님이 가진 힘은 온전히 주인님의 것이 아닙니다. 신께서 주인님을 어여삐여겨, 특별한 능력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것 뿐이죠. 또한 주었으니 뺏았을 수도 있다는 걸요.]

'으음. 징계라니 거참···,' 도훈은 투명마법을 쓴 결과가 씁쓸했지만 누가 시킨것도 아니고 스스로 벌인 일이니 오롯이 감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만 경징계, 그 중에서도 능력 제한이 내려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좆망이네 진짜. 내일 새벽에 인천으로 돌아가서 질펀하게 놀아보려고 했더니만 뜬금없이 징계를 걱정할 처지라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울을 쳐다보며 자아도취에 빠져있던 도훈은 신에게 징계를 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여태껏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떤 징계가 내려올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듣고보니 좀 이상한데?'

[뭐가 말입니까?]

'내가 오늘 장난이 심하긴 했지만, 그 전에도 분명 이런 저런 실수를 저질렀을 거란 말이지. 심지어 박회장은 내 손으로 죽이기까지 했고.'

[그랬죠.]

'그럼 그땐 왜 징계를 받지 않았지? 왜 이제껏 경고 한 번 안받고 넘어간 거야?'

[주인님이 나름 선을 잘 타셨기 때문입니다. 박회장 건의 경우는 명백한 정당방위가 인정되었고, 다른 여자들을 공략할 때도 강제로 범한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까요. 아, 서로 합의하에 강간하는 연기를 하신 적은 있죠. 상황극처럼요.]

'흐음, 그런가.'

[너무 걱정은 마십시오. 운이 좋으면 이전처럼 그냥 넘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운이 나쁘면?'

[큰 힘에는 큰 대가가 따른 다는 걸 몸소 경험해 보셔야죠. 누굴 원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주인님의 욕망대로 행동하셨고, 이제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질 시간이니까요.]

로시의 냉정한 말에도 도훈은 반박할 수 없었다.

어쨌든 사이좋은 8선녀 사이를 틀어지게 한 것도 본인의 잘못이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다신 안 해야지.'

신벌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내려올 지 몰랐기 때문에 도훈은 조금 의기소침해진 상태였다. 정말로 능력이라도 빼앗긴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너무나 막막했다.

'후우-. 제발 신께서 자비를 베푸시길.'

[주인님은 근데 불가지론자 아니었습니까?]

'예전에는 그랬지. 근데 내가 직접 대면하고 왔는데 어떻게 안믿겠어?'

[기도를 하는 모습은 처음 봐서요.]

도훈은 머쓱해하며 뒤통수를 긁적였다.

따지고 보면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수습이 안되는 경우라면, 일단 처분을 기다리는 게 옳다.

걱정하고 있는다고 결과가 바뀌진 않을테니까.

'그래. 이건 좀 구질구질하네. 잘못했으면 그냥 벌 좀 받으면 되지. 이제와서 무슨 기도람. 됐어.'

[이제야 좀 주인님 답군요.]

새롭게 옷을 갈아 입은 도훈은 예전처럼 체육관 천장쪽으로 훅뛰어올라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주점을 개시할 시간이었다.

'주점 마지막 날이니 일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도훈이 주점으로 출근하니 후배들은 벌써 출근해 개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도훈이 샤워실에서 자신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른 채 밝게 인사했다.

"회장님 오셨어요?"

"와, 오늘 입은 옷 엄청 잘 어울리세요!"

"오빠도 코스프레 하시는 건 아니죠?"

"코스프레라니?"

"잘생긴 영화배우?"

"풉-. 아부한다고 시급 안 올려주니까 일이나 열심히 해."

"넵!"

카운터에 가니 잔돈을 정리하던 서현과 마주쳤다. 서현은 몸에 딱 붙는 셔츠를 입고 있어, 단추가 터질것처럼 튀어나와 있었다.

'으, 아까 빨통 만졌더니 괜히 또 생각나네.'

"안녕하세요 회장님."

"응. 벌써 마지막 날이네. 별다른 이상은 없지?"

"이상한 일이 잠깐 있긴 했는데···."

서현이 말끝을 흐렸다.

도훈은 속으로 뜨끔했으나 모르는 척 물었다.

"이상한 일이라니?"

"아니에요. 주점하고 관계된 일은 아니라서."

"그래도 궁금한데? 말해봐."

"실은 아까 체육관 탈의실에서요···."

서현은 도훈에게 체육관에서 있었던 소동에 대해 요약해 설명했다. 여학생들끼리도 서로 나중에 얘기를 해봤는데 정말로 뭔가 있는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 같았다.

"농구골대 귀신인것 같아요."

"무슨 귀신?"

"예전에 우리학교 선배 중에 있었다던데요? 농구 선수 준비하다 실패해서 좌절감에 골대에 목 매달아 죽은."

"그게 정말 있었던 일이야?"

"글쎄요. 자세히는 모르지만 누가 말해줬어요. 뭐래더라? 교통사고로 다리를 크게 다쳐서 불구가 됐다든가? 암튼 너무 괴로워서 골대에 목을···."

직접 일을 벌인 도훈은 어이가 없었지만 차라리 귀신 소동 정도로 마무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정말 그런일이 있었나 보구나. 나중에 교수님들하고 의논해서 고사라도 지내야 할 까봐."

"그러니까요. 억울해서 체육관을 떠돌고 있나봐요."

[저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립니까? 주인님은 왜 또 거기에 맞장구를 쳐주시고요?]

'내가 투명인간으로 변해서 변태짓 했다는 것보단 낫잖아. 차라리 저렇게 믿는 게 나아.'

[아무리 순진해도 농구골대 귀신 이야기를 믿는다고요?]

'원래 미신 같은 거 잘 믿는 사람들은 정말로 믿는다니까? 여자들 중에는 특히 그런 애들이 많고.'

[흐음, 이해할 수가 없군요.]

서현과 이야기를 마친 도훈은 서빙을 준비하는 다른 여학생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때 포니테일로 금발 머리를 묶은 희주가 활짝 웃으며 그를 반겼다.

"오빵!"

"뭐야? 내가 왜 빵이야?"

"귀여운 척 한건데요?"

"하나도 안 귀여우니까 그러지 마."

"쳇!"

"넌 귀여운 것 보다 섹시한 쪽이니까."

"꺄아!"

희주는 섹시하다는 칭찬에 팔짝 뛰며 좋아했다.

도훈은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칭찬을 연달아 했다.

"그나저나 여자부 피트니스 심사위원들은 뭘 보고 순위를 매겼는지 모르겠어. 나라면 희주 너한테 1등을 줬을 텐데."

"앗, 정말요?"

"당연하지. 몸매 하면 양희주. 희주하면 신내바. 사범대에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간첩이지."

"히히. 우리 오빵 오늘 따라 너무 스윗한데?"

"근데 왜 자꾸 빵이라고 하는 거야?"

"오빵 맞잖아요. 먹는 빵."

"응?"

"잘못 먹으면 10달 씩 배부르는."

"야야!"

갑자기 튀어나온 색드립에 도훈이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들은 사람은 없었다.

"왜, 왜 그래 사람들 많은데."

"알았어요. 농담 좀 한 것 가지구."

희주는 키득거리더니 개시 준비를 한다며 주방으로 사라졌다.

도훈은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희주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찼다.

'오빵 잘못 먹으면 10달 배부르다니. 희주는 늘 한결 같단 말이지?'

[근데 웬일로 칭찬을 다 하십니까? 주인님 그런 성격 아니시지 않습니까?]

'미안해서 그렇지. 장난이 심했으니.'

[흐음. 잘 해보십시오.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로시의 말에 힘을 얻은 도훈은 이번엔 테이블을 열심히 닦고 있는 경희에게 다가갔다. 앞으로 몸을 숙인 자세였기 때문에 뒤로 유난히 큰 엉덩이가 튀어나와있었다.

'경희한테는 더 미안한데. 갑자기 훅 넣어버렸으니 얼마나 당황했을까?'

"오, 강경희. 열심인데?"

"앗, 선배님. 오셨어요?"

경희가 걸레질을 멈추고 도훈에게 인사했다. 대회가 끝난 이후 피부색이 좀 돌아왔는지 조금은 얼굴색이 밝아 보였다.

"아까 서현이한테 들었는데, 탈의실에서 뭔 일 있었다면서?"

"들으셨어요? 엄청 놀랐어요. 같이 샤워하고 있는데 막 전등이 계속 꺼지고."

"다친데는 없고?

"다친데요?"

"안에서 넘어지고 굴렀다더라고. 서현이는."

"아아. 저야 뭐."

경희는 뭔가가 떠올랐는지 얼굴이 빨개졌다.

갑자기 누군가 뒤(?)를 훅 찌르고 들어왔던 사실이 떠올랐던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됐기 때문에 경희는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라고 여겼다. 무엇보다 도훈과 관계를 안한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마음에 환상통(?)을 겪은 거라고.

"저야 워낙에 튼튼하잖아요. 하하!"

"그래. 건강해보이고 좋네. 피곤하면 언제든 말하라고. 내가 어깨라도 주물러 줄테니까."

"정말요?"

도훈의 제안에 경희가 눈을 반짝였다.

왠지 야릇한 의도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응. 얼마든지."

"히히. 그럼 나중에 한가해질때 한 번 부탁할게요. 요새 좀 몸이 찌뿌둥한 것 같아서요."

"그래."

도훈은 남들이 안볼때 경희의 빵빵한 엉덩이를 찰지게 두들겼다.

찰싹-!

"아, 아."

"살아있네, 강경희."

"뭐예요, 진짜."

경희는 얼굴이 빨개지면서도 겉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도훈이 자신의 몸을 터치한 것 만으로 성욕이 솟구친 것이었다.

'아아, 오빠가 엉덩이 더 때려주면 좋겠다.'

"그럼 나중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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