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6. 대학 축제-121-
도훈의 입이 귓가에 걸려 찢어졌다.
온 몸에 비누칠을 한 여대생 무리가 자신을 둘러싸고 부대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좋다마다? 이런건 야동에서도 나오기 힘든 전개라고.' 겁을 먹은 8선녀는 도훈이 사이에서 마구 몸을 비벼대는 데도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너무나 경황이 없었고, 설마 여자들 사이에 도훈이 끼어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때 어둠속에서 아영이 도훈의 발기된 대물을 움켜쥐었다.
'응?'
아영도 처음엔 누군가의 팔목이겠거니 했다.
두께감이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여자의 팔목 치고는 너무나 피부가 울퉁불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뼈가 있는 것처럼 단단하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팔목이라고 보기엔 수상한 점이 많았다.
'이, 이게 뭐지?'
아영은 자기도 모르게 도훈의 대물을 밑에서 위로 쓰욱 손으로 매만지며 올라왔다. 그러자 손이 있어야 할 부분에 뭉툭하면서도 매끄러운 것이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뭐, 뭐야? 이건 마치···.'
아영은 그것이 발기된 사내의 잦이와 비슷한 생김새라는 걸 떠올리곤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잦이였다.
"꺄, 꺄악!"
"왜, 왜 그래 아영아?"
평소 침착하고 말수가 적은 아영이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는 통에 다들 겁을 먹고 움츠러들었다.
"누, 누가 여기 있어!"
"누구? 여긴 우리 밖에 없는데?"
"그, 그런 소리 하지마. 나까지 무섭단 말이야."
여학생들이 어둠속에서 울먹거렸다. 그 사이 아영의 손아귀를 빠져나간 도훈은 다른 사람 옆으로 이동했다.
'아오 깜짝이야. 아영이 쟤는 하필 잡아도 잦이를 잡냐?'
[주인님이 그렇게 덜렁덜렁 내놓고 다니는데 당연히 손에 잡힐수 밖에요.]
'어쩔 수 없잖아. 나도 벗고 싶어서 벗은 것도 아니고.'
그때 누군가 용기를 내서 샤워실 전등 스위치를 켰다.
이내 현광등이 깜빡거리며 내부가 다시 환해졌다.
뭉쳐있던 8선녀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아영이 말한 인물을 찾았다. 하지만 투명인간이 된 도훈이 보일 리가 만무했다.
"그냥 불이 꺼졌던 것인 모양인데?"
"안심해, 아영아. 여긴 우리밖에 없으니까."
정음이 떨고 있는 아영을 안심시켰지만, 여전히 아영은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내가 불 좀 꺼졌다고 겁을 먹고 헛것을 봤다고? 그럴리가 없잖아?'
아영은 지극히 이성적인 타입이었다.
가끔 냉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합리적인 사람이었다. 평소에도 귀신같은 것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아영이었기에 자신이 만진 것은 분명 성인 남자의 양물이었다고 확신했다.
'근데. 뭔가 이상해. 되게 익숙한 느낌이었어.'
아영은 딱히 순진한 편은 아니었지만, 남자를 문란하게 만난 것도 아니었다. 어둠속에서 움켜쥐었던 잦이는 어딘지 모르게 굉장히 친숙했다.
'마치 도훈 오빠의 그것과 비슷했는데.'
다시 불이 켜지자 뭉쳐있던 여학생들이 천천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에이, 정전에 괜히 놀랐네. 얼른 씻자. 이러다 우리 늦겠어."
"맞아. 머리도 말려야 하는데."
하지만 아직 만족을 못한 도훈은 8선녀를 쉽게 놔주질 않았다.
'오케이. 한 번 더.'
도훈이 몸에 묻은 물기를 손끝에 모으자 물방울이 맺혔다. 투명인간 상태였기 때문에 손끝에 달린 물방울이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떠오른 것처럼 보였다.
'기를 불어 넣으면 물방울도 암기처럼 쓰일 수 있단 말이지?'
아까전 멀리서 전등 스위치를 끈 기술이었다.
바로 물방울을 구슬처럼 모아 튕겨내는 것.
[탄지신통!]
'응? 그게 이 기술 이름이야?'
[어떻게 하셨습니까? 배우지도 않으셨으면서요?]
'몰라? 그냥 되던데? 기를 불어 넣으니까 물방울이 안 흩어지고 똘똘 뭉치더라고. 그래서 손가락을 튕겨보니까 총알처럼 날아가는 거야.'
[대단하십니다. 미호를 만난 이후로 주인님의 내공이 정말 일취월장 하셨군요.]
'아, 이게 대단한 거 였어?'
[당연하죠. 물방울이 아니라 조그만 쇠구슬이었다면 사람을 단숨에 죽일 수도 있는 기술인 걸요.]
'오호. 신기하네. 뭐 물론 내가 사람을 죽일 건 아니지만.' 도훈이 다시 손가락으로 물방울을 날렸다.
기로 감싸진 물방울이 탄알처럼 날아가더니 정확히 샤워실 전 등 스위치를 맞추었다.
"으아아아!"
"뭐, 뭐야? 방금 또 꺼졌지?"
"무서워! 여기서 얼른 나가자!"
"귀, 귀신인가봐!"
하지만 앞이 안보이는 통에 여학생들은 샤워실 밖으로 재빨리 나갈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서로 밀고 밀리는 바람에 몇명이 타일 바닥에 미끄러지며 넘어지기 까지 했다.
"으앗!"
"꺄악!"
"조심해. 나 밟지마."
"괜찮아?"
미약한 빛만 있어도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도훈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도 여학생들을 모두 관찰하고 있었다. 알몸으로 서로 뒤엉켜 바닥을 뒹구는 여자들을 보자 도훈이 신이 나서 다시 뛰어들었다.
'옳지, 기회다.'
[무슨 기회요?]
'마음껏 더듬을 기회.'
넘어진 여학생들 사이에 뛰어든 도훈은 일어서려고 발버둥 치는 여학생들의 가슴을 마음껏 주물렀다. 주변이 아무것도 안 보였기 때문에 누가 가슴을 만지거나 비벼도 엉겹결에 만졌다고 착각할 수 밖에 없었다.
'역시 서현이가 빨통은 오지고.'
[그렇게 마구 주무르다간 눈치 채버릴 텐데요.]
'어떻게 알 거야? 일어서려다 손을 잘못 짚었다 생각하겠지.'
점점 겁이 없어진 도훈은 이번엔 과감하게 희주의 가랑이 사이로 쑥 손을 밀어 넣었다.
"흑! 누, 누구야?"
"왜 그래?"
"아니 누가 내 거길···. 아, 아니야."
아무리 희주가 개방적이고 동성이라고 해도 차마 누군가가 자기 국부에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는 얘기를 할 순 없었다. 뭔가 이상하긴 했지만, 순전히 실수로 벌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손가락이 쑥 들어와서 깜짝 놀랐네. 근데 여자 손가락 같지 않고 좀 굵은 것 같았는데?'
희주의 보지에 손가락을 넣은 도훈은 이번엔 효민의 밑을 훔쳤다.
"학! 누, 누구야?"
"효민아 왜 그래?"
"아니 누가 내 거길 만졌어."
"응?"
"어딜 말하는 거야?"
"아니 내 소중이 말이야."
"뭐라고?"
"뭐야? 아까 나도 당했는데?"
희주는 그제야 누군가가 자신을 고의로 만졌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남자들이 목욕탕에서 친구의 잦이를 더듬지 않는 것처럼 여자들끼리 성기를 몰래 만지는 행위는 결코 정상적이지 않은 장난이었다.
희주는 곧바로 연두를 의심했다.
"연두 너지?"
"내가 뭘?"
"이런 말 하기 싫지만, 여자 몸에 관심있는 건 우리 중에서 너 밖에 없잖아."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연두가 억울해 펄쩍 뛰었다. 정말 만지지도 않았는데 공연히 의심을 받으니 갑자기 화가 치솟았다.
"나 아니거든? 그리고 설사 그렇다고 해도 난 희주 네 몸엔 관심도 없어."
"뭐라고?"
"누가 보면 여기서 제일 몸매 좋은 줄 알겠네. 정음이도 가만히 있구만."
희주는 얼굴이 빻았을 적에도 몸매 만큼은 늘 자부심이 있었다.
'신이 내린 바디.'라는 별명을 유독 좋아하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의 자존심이 이번 미스 국성을 계기로 무너지고 말았다.
바로 정음이 자신을 누르고 '2위'에 입상한 것이었다.
물론 미스 국성은 기본적으로 피트니스 대회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하기 어려웠지만 평소 정음을 자신의 라이벌로 여기던 희주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따라서 모두가 쉬쉬하고 있는데 연두가 대놓고 자존심을 긁자 희주도 완전히 빡이 돌고 말았다.
"야! 너 말 다했어?"
"뭐? 내가 틀린 말했어?"
"너희들 갑자기 왜 그래?"
"진정하고 일단 불부터 켜자."
"저게 사람 짜증나게 하잖아."
"저게? 지금 나보고 저게라고? 이년이 얻다 대고!"
결국 흥분한 희주가 연두를 덮쳤다.
두 사람은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금방 서로의 위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희주가 연두의 위에 올라타며 육탄전이 벌어졌다.
이 사태를 초래한 도훈이 조용히 구석에서 두 사람의 싸움을 구경했다.
[아니,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의좋은 동기들을 싸움이나 붙이시고요.]
'그건 미안하게 됐는데, 이번엔 진짜 기회다.'
[기회요? 무슨 기회요?]
'저들 사이에 끼면 박아도 모를듯.'
[아, 아니 주인님 진짜!]
도훈의 예상대로 두 사람이 샤워실 바닥에서 머리채를 잡고 뒹굴자 사방에서 뜯어 말리기 위해 달라 붙었다. 그 와중에 몸에 비누칠까지 했으니 서로 피부가 닿아 미끄러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게 죽으려고!"
"머리 안 놔? 한 번 해보자고?"
"왜, 왜 그래 두 사람."
"야야, 일단 뜯어 말려."
"싸우지 마."
그야말로 개판 오분전.
하지만 도훈은 스스로 초래한 다툼에 희열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거야 말로 올누드 비누거품 레슬링이구나!'
[제정신입니까 휴먼?]
'원래 애들은 저렇게 싸우면서 크는 거야.'
도훈은 신이 나서 뒤엉켜 있는 여자들 사이에서 맘껏 욕망을 채웠다. 가슴을 만지고 구멍에 손가락을 넣는 등 실컷 즐긴 것이다.
'아, 한번만 딱 꽂아 봤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도훈은 대상을 물색했고, 마침 강한 힘으로 두 사람을 뜯어 말리고 있는 경희의 탱탱한 히프가 눈에 들어왔다.
'뒤치기 각이다!'
[서, 설마 하시려고요?]
'한번만 넣었다 빼게. 진짜 꼴려 죽겠단 말이야.'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몰라. 더 이상은 못 참겠어.'
경희의 뒤에 달라붙은 도훈은 냅다 대물을 들이 박았다.
엎드려 있던 경희가 갑작스러운 난입에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흐아앙!"
"누, 누구야?"
"경희 목소린데?"
"경희야 왜 그래?"
난데없이 뒤치기를 당한 경희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에 말문이 막혔다. 누군가가 뒤에서 자신을 박았다고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뭐, 뭐야? 이건 진짜로 남자 잦인데?'
쑥하고 뚫린 경희가 쓰러지는 순간 다시 누군가 샤워실 불을 켰다. 정음이 나서서 겨우 뜯어 말렸을 때야 사태가 진정되었다.
"일단 나가자. 나가서 말로 해. 여기 더 있다간 정말 누구하나다치겠어."
비눗물까지 묻은 타일바닥은 너무나 미끄러웠다. 불이 켜진 틈에 잠시 물러나있던 도훈은 천천히 자신의 발끝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뭐야? 설마 마법이 풀리는 거야?'
[네. 지속시간이 끝나갑니다. 경고 했잖습니까? 짧은 시간만 유지된다고요.]
'이런 젠장!'
뒤늦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도훈은 급히 구석으로 숨었다.
하지만 점점 몸이 드러나고 있었다.
지금은 밖으로 빨리 나가려는 통에 아무도 눈치 챈 사람이 없었지만, 이대로라면 들키는 건 시간 문제였다.
'지, 진짜 좆된거 같은데?'
[그러니까 적당히 즐기시라고 했지 않습니까?]
'낸들 이렇게 될 줄 알았나!'
도훈은 최대한 구석 벽에 붙어 슬금슬금 이동했다.
그리곤 여학생들 틈에 끼어 겨우 몸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이미 그때는 하반신이 모두 노출된 상태.
도훈은 급한 마음에 커다란 로커 안으로 몸을 구겨 넣었다.
덩치가 큰 도훈이 들어가기엔 벅찬 크기였지만, 도훈은 축공술을 발휘해 몸을 뼈를 탈골시켜 억지로 몸을 끼워 맞췄다.
탈의실 로커에 겨우 몸을 숨긴 도훈은 숨이 점점 막혀왔다.
'젠장 갈비뼈를 너무 압축시켰나봐. 숨을 쉬기 힘들어.'
[그러게 누가 마법이 풀릴때까지 버티랍니까?]
'갈구지 말라고. 그래도 소원 성취는 해봤으니까.'
[무슨 소원 성취요?]
'투명인간 변신해서 여탕 잠입.'
[참으로 대단한 소원 이루셨네요.]
도훈은 여학생들이 옷을 갈아 입고 나갈 때까지 꼼짝없이 갇혀 있어야 했다.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지만 투명화 마법이 풀린 이상 이대로 로커에서 발가벗은 채 발견되었다간, 아무리 그를 좋아하는 8선녀라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씻고 나온 여학생들은 다소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지 다시 깔깔거리며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사람은 여덟인데 드라이기가 두개 뿐이야."
"이미 늦었어. 그냥 천천히 간다고 연락해."
"마지막 날이니까 어차피 늦게까지 더 일하면 되지."
그리고 그 사이 연두와 희주는 샤워실 안에서 있었던 다툼에 대해 서로 화해했다.
"미안. 내가 좀 말이 심했지?"
"아니야. 나도 좀 흥분한 것 같아."
머릴 말리고 화장을 고치는 시간은 생각 이상으로 길었다.
로커에 갇힌 도훈은 점점 안색이 파리해졌다.
보통 사람이라면 호흡곤란으로 질식사를 할 정도로 산소흡입이 줄었지만, 초인적인 절제력으로 산소공급을 줄여 버텨낸 것이었다.
'으윽, 장난의 결과가 로커에 나체로 갇힌 채 질식사라니.'
[조금만 힘내십시오 주인님.]
'이러다 뒤질것 같아. 그냥 튀어 나갈래.'
[안됩니다. 주인님의 위신이 엉망이 되고 말겁니다. 버티셔야 합니다.]
'이러다 나 죽어.'
[살 수 있습니다.]
결국 도훈은 여학생들이 문을 잠그고 나갈 때까지 그 뒤로 30분넘게 홀로 외로운 사투를 벌였다.
마지막에 로커 안에서 나올 때는 시체가 튀어나온 것처럼 바닥에 철퍼덕 떨어져 한동안 거친 숨을 몰아 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그는 웃고 있었다.
'흐흐. 그래도 즐거웠다.'
[주인님은 진정한 변태십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구나.'
도훈은 급히 옷을 찾았으나 연두가 가져간 티셔츠는 발견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또 다시 변장세트로 옷을 새로 맞춰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