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0. 대학 축제-95-
* * *
"와, 이년 이거 완전 또라이네?"
뚝-
지환은 얼빠진 얼굴로 자신의 휴대폰을 쳐다보았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승희는 제 할말만 마치고 전화를 뚝 끊은 상태였다. 지환이 제 이마를 짚더니 허탈하다는 듯 하늘을 쳐다보며 실소했다.
"하-. 걸레같은 년이 감히 나를 물먹여?"
잠깐 담배 피우러 나온다고 주점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학과 사람들이 옆에 있었다면 마지막에 욕설조차 못 했을 테니까. 지환은 여전히 분이 안 풀리는지 담배를 꺼내물더니 다시 허승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수화음에선 기계음만 들려올 뿐이었다.
-전화기가 꺼져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니···.
"이 씨발년이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지환이 분을 못 참고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으로 구겨버렸다.
'미친 변태년이 대체 누구랑 붙어 먹고 있는 거야?'
분명 불과 몇 분전 자신과 떡을 치던 승희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른 남자에게 개처럼 따먹히며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하고 있었다.
'내가 섹스를 존나게 못한다고?'
지환의 머릿속에서 헐떡거리며 내뱉던 승희의 마지막 말이 쳇바퀴처럼 맴돌았다.
남자의 자존심을 완전히 뭉개버리는 선언. 어쩌면 지환은 영문도 모르고 차였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섹스킬을 무시한 발언에 더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지환은 아까 구겨버린 담배를 쓱 쳐다보다 아쉬워하며 새 담배를 꺼내 물었다. 처음엔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 데, 담배 한대를 다 피우고 나니까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가만. 내가 왜 섹파 따위에 화를 내지?'
승희는 섹스 파트너였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지환은 승희에게 큰 애정은 없었다. 그저 연락만 하면 대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다룰 수 있어서 만났을 뿐이다.
'어차피 그년은 걸레 같은 년이었잖아? 지 입으로도 자기과에서 안 자본 남자가 없다고 했으니.'
지환도 지환이지만, 승희의 난잡한 남성편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녀는 남자를 장난감처럼 수집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키면 자는 타입이었다.
그리하여 붙은 별명, 사육녀.
'뭐라더라? 사회학과 육변기 녀의 준말이었나?'
인문대 사회학과를 다니는 승희는 '육변기'라는 멸칭을 스스로 즐겨쓸 정도로 피학적인 변녀였다. 너무나 따먹기 쉬운 상대였기 때문에 섹파로 만들고도 딱히 성취감이 들지도 않았고, 만나서 떡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정서적 교감도 없었다. 다소 마음을 가라 앉힌 지환은 자신이 지금 열받은게 결코 섹파를 빼앗겨서가 아니라, 걸레짝 취급하던 승희에게 모욕을 당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좆같은 년. 갈보같은 년이라고 확 묻어버리고 싶어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 일도 타격 없겠네.'
애초에 굶주렸다고 해도 아무나 만나선 안 되었다.
Easy come, Easy go 라고, 쉽게 줬으니 쉽게 떠났을 뿐. 조금이나마 아쉬운 사실은 한동안 물을 빼주던 정액받이 하나를 허무하게 잃어버렸다는 사실이었다.
'안 되겠다. 작업을 서둘러야지.'
지환이 다시 주점으로 복귀하려고 하는데, 동기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여기 짱박혀서 뺑끼치고 있었냐? 담배 함 줘봐라."
"나한테 맡겨놨냐 개새끼야?"
지환은 거칠게 욕설을 내뱉으면서도 담배를 꺼내 친구에게 건넸다.
"마, 니 불도 함 붙이봐라."
담배를 삥 뜯은 친구는 한 술 더떠서 유명한 영화 대사까지 흉내내며 지환을 도발했다.
안 그래도 열이 받아있던 지환이 버럭 화를 냈다.
"뒤질래 정승현? 나 오늘 기분 좆같으니까 시비 털지 마라."
평소와 다른 시니컬한 지환의 반응에 승현이 놀라 물었다.
"와 그라노? 니 무슨 일 있나?"
지환과 승현은 체육과 2학년 사이에서도 단짝으로 통했다. 둘다 키도 크고, 인물도 나름 괜찮은 편이었는데 좋은 쪽으로가 아니라 나쁜 쪽으로 단짝이었다. 쉽게 말해 고등학교 시절 일진 놀이 좀 해봤을 것 같은 전형적인 껄렁껄렁한 양아치 타입이랄까?
둘은 서로를 처음 보는 순간 서로가 비슷한 부류라는 걸 깨달았고, 서울 출신인 이지환과 마산 토박이인 정승현은 곧 서로 죽고 못사는 친구가 되었다.
둘은 대학와서 만났지만 불알 친구처럼 서로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였다.
지환은 또 다시 담배를 꺼내 물더니 승현에게 말했다.
"야, 쪽팔리니까 어디가서 이 얘기 절대 하지 마라."
"들어나 보고."
"아, 씹 하지 말라고."
"알았다고."
"나랑 섹파하던 인문대 여자애 있지?"
"어어, 허스키? 이름이 숙희랬지?"
"미친년아. 걔는 작년에 만난 애고. 허승희 말이야. 왜, 인문대사육녀라고 있잖아."
승현이 이제야 기억 난다는듯 손뼉을 마주쳤다.
"아아! 사육녀? 사회학과 육변기라던?"
"어."
지환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승현이 지레짐작으로 물었다.
"왜? 사육녀한테 차이기라도 했냐?"
"······."
"어? 진짠가 보네? 야, 우리 지환이 마이 죽었네. 개걸레한테 닦이기나 하고."
"씨발 그냥 차였으면 말도 안 꺼냈지 인마."
지환이 승현이에게 방금 전 있었던 일을 이실직고했다.
"진짜가? 와 씹, 돌았네 미친년. 그러니까 다른 남자한테 존나 따먹히면서 너한테 전화를 걸었다고?"
"야. 목소리 낮춰.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와, 괜히 육변기가 아니네. 무슨 야동에나 나올것 같은 시춘데 그건."
"진짜 존나게 열받더라고."
"와? 함 가서 뚜까 패쁘까? 내 같이 가도?"
"좆까라 새끼야. 걸레녀 하나 뺏겼다고 날 뛸 일있냐? 좆같은년. 그년은 첨부터 먹다 버릴 작정이었어."
"그래. 그래도 차이기 전에 존나 따먹고 왔다며? 그럼 본전 뽑은 거지 뭐."
지환에 대해 너무나 잘아는 승현이었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가 아는 지환은 애초에 여자에 정을 두지 않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였다.
본전 이야기가 나오자 지환이 승현에게 말했다.
"아깝네. 나 좀 더 먹고 너 한 번 대주라고 시킬랬는데."
"누구? 그 사육녀? 미쳤나? 굵으면 굶었지 걸레는 안 먹는다 새끼야."
"야. 걔가 와꾸는 좀 아쉬워도 가슴 하난 존나 커. 몸매도 좋고."
"그거야 니 취향이고. 난 골반파라고."
"하여간 좆도 모르는 새끼."
"좆도 잘 아시는 분이 걸레한테 차이셨어?"
"뒤질래 진짜?"
"와, 함 다이다이 뜨까? 일도 하기 싫은데."
두 사람은 실제로 굉장히 친했기 때문에 말만 거칠 뿐이었다.
일 얘기가 나오자 지환이 말했다.
"생각해보니 좆같네. 그래서 차인거 같아."
"뭐?"
"아니, 아까 마지막으로 하고 올 때. 주점 일 도와주러 가야 한다고해서 대충 싸고 튀었거든."
"하여간 싸튀남 새끼."
"암튼 그것 때문에 승희가 섭섭했던 것 같아. 체육관 창고에다 내팽겨치고 나와버렸거든."
"체육관 창고? 설마 너 비품창고에서 떡 쳤냐?"
"어."
"아 씹, 어쩐지 저번에 공 찾으러 갔는데 바닥에 가래침인가 뭔가 밟아가지고 기분 더러웠는데 그거 씨발 니 좆물 아니야?"
"좆까 병신아."
"깠다 씨발아."
"암튼, 이제 안 되겠어. 1학년 걔 얼른 빨리 꼬셔야지. 난 좆집이 없으면 영 허전해서 말이야."
"너 진짜로 하려고?"
"못 할 건 뭔데?"
"아-. 걔는 안 건드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승현이 우려를 표했다.
친구의 만류에도 이미 섹파를 빼앗긴 지환은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씨발, 왜? 봊이에 금테라도 둘렀대? 뭔데 못 건드리는데?"
"그게 아니라···. 너 그 소문 못 들었냐?"
"뭐?"
"걔가 회장의 여자라는."
순간 지환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회장의 여자. 즉, 체육과 회장인 이도훈의 여친이라는 의미였다.
지환은 1학기 때 도훈 앞에서 달리기로 깝치다 처발린 이후로 도훈을 기피해 왔다. 자신의 자존심과 같았던 육상에서, 그것도 민간인에 가까운 도훈에게 졌다는 사실이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었다.
"···진짜로?"
"아니 뭐 그런 소문도 있다는 거지. 그게 아니면 그렇게 예쁜 애가 왜 지금까지 솔로겠어?"
"눈이 높은가 보지."
"눈도 눈이지만, 암튼 그래서 그런 소문이 돌았다고. 도훈이 형깔이라서 아무도 안 건드린다고."
또 다시 도훈의 이름이 나오자 지환의 심장이 뜨거워졌다.
강력한 PTSD가 유발되는 것처럼 신체적으로 바로 스트레스반응이 나온 것이다.
"으으 씨발 좆같네."
"나도 동의해. 같은 남자지만 도훈이 형은 너무 멋있으니까."
"그 소리가 아니라 존나 기분 좆같다고."
"뭐?"
"아니 씨발, 그럼 그런 뜬 소문만 믿고 그냥 포기하라는 거야 뭐야?"
"야, 아니 나는 그냥 소문을 전해줬을 뿐이라고."
"어쨌든 확실한 건 아니잖아?"
"···그, 그렇기야 하지."
"그럼 상관없어."
"뭐, 그거야 네 맘이고. 근데 너 이미지 관리 한다고 같은 과 후배들 안 건드리다고 하지 않았냐? 접 때 새터에서 나연인가 연둔가 하는 얘 건드렸다가 소문 이상하게 나가지고 묻힐 뻔 했잖아."
"그랬지. 그래서 자제 했잖아, 1학기는."
"1학기는? 그럼 이제 다시 또 시작한다고?"
승현의 만류에도 지환이 역정을 내며 말했다.
"야, 씨발. 솔직히 우리과 여자애들이 훨씬 예쁜데 굳이 다른 과서 찾을 필요 있냐? 가족도 아니고 내외하면 안 돼?"
"아니, 그 소리가 아니잖아. 너 인마, 영철이 형 이야기 몰라?
군대가기전에 과에서 지저분하게 놀아가지고 복귀해서도 동기들 사이에서 완전히 매장 당했잖아. 소문 좆같이 나가지고."
"아니 그 형은···, 암튼 지금은 잘 다니잖아."
"그것도 도훈이 형이 존나 챙겨줘서 그런 거지, 영철이 형도 도훈이 형 아니었음···."
"야 씨발! 무슨 말 끝마다 도훈이 형, 도훈이형! 도훈이가 니 형이냐? 개새끼가 내가 그 새끼 존나 싫어하는 거 알면서 계속 들먹거리네."
지환의 히스테릭한 반응에 승현도 움찔 놀라고 말았다.
평소처럼 욕설을 주고받을 때의 껄렁껄렁하고 장난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미워할 때 보일 수 있는 강한 적개심의 발로였다.
"미안하다, 말이 나오다 보니까···."
"됐어 개새끼야. 니 말 들으니까 더 오기가 생기네. 뭐? 도훈이 형 여친일지도 몰라서 안 된다고? 그러면 어때서? 내가 뺏으면 그만이지."
"뒷감당 가능 하겠냐? 나야 물론 언제나 네 편이지만."
"씨발 수틀리면 군대로 튀면 그만이야. 지가 군대까지 쫓아올거야 뭐야?"
"하여간 또라이같은 새끼."
말은 그렇게 해도 승현은 어쨌던 지환의 편이었다. 지환이 승현에게 말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너 나 오늘 좀 밀어주라."
"오늘?"
"같이 주점에 있으니까 친해질 기회잖냐. 친구 좋다는 게 뭐야?"
"하-. 새끼. 뒤질거면 혼자 죽지 나까지 꼭 끌어들이네."
"동반입대 하면 되지 병신아."
"너나가라 군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악담을 던지며 이죽거렸다.
* * *
한편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도훈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길게 끌려고 마음 먹었으면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문득 분장 중일 정음이 떠오른 것이었다.
'슬슬 끝내고 가야겠다.'
[벌써요? 주인님 답지 않은데요? 더구나 승희양은 지환군의 짧은 서비스 타임에 실망한 상태지 않았습니까? 근데 주인님마저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끝내버리면···.]
'시간은 짧아도 지환이랑은 전혀 다르지. 난 진짜 파워 섹스로 보내줄 거니까.'
[파워 섹스요?]
'어차피 승희는 멋대로 다뤄주는 걸 좋아한단 말이야. 그냥 개처럼 따먹고 던져버리면 혼자 절정에 몸부림 칠 거야.'
"꽉 잡아 세게 갈 테니까."
"하, 하으으으!"
도훈은 전신의 기운을 끌어올려 대물에 집중시켰다.
일전에 기를 다루는 법을 익힌 뒤로 특정 신체부위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데, 이를 섹스킬로 응용한 것이었다.
기운이 가득 모이자 귀두가 돌처럼 단단해졌다.
그것은 박히고 있던 승희도 충분히 느낄 정도였다.
'허헉! 어, 엄청 딱딱해졌어!'
같은 피스톤 운동이라도 단단한 돌잦이와, 물렁잦이는 느낌이 달랐다.
아랫배에 단단히 힘을 준 도훈은 승희를 뚫어 버릴것처럼 거칠게 밀어 붙이기 시작헀다.
"으으으으!"
팍팍팍팍!
이쯤되면 거의 폭행과 다를 바 없었다.
손으로 안 때릴 뿐이지, 치골로 사정없이 승희의 엉덩이를 후려 치는 꼴이었다.
"흐앗, 하앗, 핫!"
빡빡빡빡!
살과 살이 맞부딪히며 찰진 타격음이 비품 창고를 가득 채웠다.
온 몸에 땀이 나고, 입에선 뜨거운 숨결이 뿜어졌다.
"하읏, 오빠, 허윽, 어뜩케, 하응!"
평균대를 붙잡은 승희 손아귀가 하얗게 질렸다.
도훈이 밀고 들어올 때마다 승희는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미, 미쳤어! 엄청 잘해!'
단순한 뒤치기였지만 느껴지는 쾌감은 전혀 달랐다.
자신을 부셔버릴 듯 밀어붙이는 도훈의 박력에 승희는 온 몸이 저릿저릿 떨리는 쾌감을 만끽했다.
"흐아아아아아앙!!!"
"싼다!"
도훈은 그대로 승희의 봊이 속에 정액을 싸질러버렸다.
그리고 사정의 순간 승희의 허리를 붙잡고는 바닥에 깔린 매트 쪽으로 내 팽개쳤다.
쿵-!
"하윽!"
승희는 형편없이 나가떨어지더니 매트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그녀의 가랑이 사이에서 도훈이 쏟아낸 정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후우-. 시원하게 한 발 뽑았네."
질싸를 마치자 승희를 내던진 도훈은 곧바로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승희는 매트 위에서 움찔움찔 발작을 일으키며 절 정에 신음했다.
"흐읏, 흣, 흣!"
"좋았냐?"
팬티를 입던 도훈이 내뱉듯 물었다.
"흐, 흐흣, 흣. 흣, 딸꾹-."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승희는 마약에 중독된 환자처럼 간헐적으로 몸을 떨었다. 마지막에 휘몰아친 뒤치기의 후폭풍이 거세게 밀려오는 것이었다.
도훈이 그런 그녀에게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좋덴다, 걸레같은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