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7. 대학 축제-92-
'저 새끼가 대체 또 누굴 노리려고.'
도훈이 성을 내자 로시가 말했다.
[근데 주인님 너무 내로남불 아닙니까?]
'뭐가 또?'
[주인님은 체육과 후배들을 닥치는 대로 따먹고 다니지 않습니까? 근데 다른 사람들은 한 명도 건드리면 안된다는 건가요?]
'안 돼.'
[네?]
'지환이 저새끼가 노릴만한 여자라고 해봐야 우리과에 8선녀말고 또 누가 있겠어? 어차피 3,4학년은 죄다 임용공부한다고 연애따위 신경쓸 시간도 없는데. 분명 8선녀 중 한명이겠지. 내가 침 발라 놓은 걸 건드리겠다는데 그걸 보고 화내는게 당연하지 않아?'
[어쨌든 그것도 내로남불인건 똑같은데요.]
'한 과에 카사노바가 둘이어서 쓰나. 둘 중 하나는 오늘 밤 죽어야지.'
[그, 그렇다고 죽일 필요까지야···.]
도훈은 지환이 노리는 여자가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계속 귀를 기울였으나, 지환은 더 이상 말을 아꼈다.
"미안. 승희야. 나 먼저 가봐야겠다."
"뭐? 아씨, 옷도 다 안 입었다고."
"그게 아니라 우리과 주점한다고 2학년들 참여하라고 했는데, 시간을 깜빡했지 뭐야? 지금 단톡방에서 나만 지각했다고 난리야. 하여간 그런 쓸데없는 행사는 왜 벌여가지고."
지환은 자기 할말만 하더니 갑자기 창고 입구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문 틈 사이로 내부를 보고 있던 도훈은 당황하며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코너로 몸을 숨겼다.
승희라고 불린 여자가 재미만 보고 떠나는 지환을 향해 욕설을 지껄였다.
"야 씨발, 존나 매너 없는 새끼. 가 개새끼야. 담에 또 부르기만 해봐."
"미안하다니까. 대신 뒷정리좀 부탁할게."
"얼른 꺼져!"
승희가 악다구니를 지르는데도 지환은 생글거리며 비품 창고를 나왔다.
그는 도훈이 코너에서 훔쳐보는지도 모르고 혼자서 고개를 좌우로 꺾으며 중얼거렸다.
"흐흐, 초저녁부터 개운하게 한 발 뽑았으니 저녁엔 롱타임 가능각?"
이죽거리며 비품 창고를 떠나는 지환을 보고 도훈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하여간 저 병신 새끼.'
[네?]
'토끼마냥 찍 싸질러놓고 롱타임 어쩌고 하는게 어이가 없어서.
두 번째라고 별 다를것도 없어 보이는구먼.'
[그나저나 주인님 어떡합니까? 정음양 코스프레 소품으로 쓸 야구방망이를 찾아가야하는데, 아직 창고에 승희라는 여자가 남아있는데요.]
'가만있어봐. 그러니까 쟤가 지환이 섹파라는 거잖아?'
[네, 대화 정황상으론요.]
'잘 됐네. 안 그래도 지환 저 새끼 꼴보기 싫었는데. 뭐? 쓸데없는 행사?'
도훈은 지환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아무렇지 않게 비품창고로 향했다.
지환이 나오면서 잠근 문을 열어 놓았기 때문에 손잡이를 돌리자 바로 문이 열렸다.
"뭐야? 꺼지랬더니 왜 또···, 꺄악! 누, 누구세요?"
팬티 스타킹을 허벅지 위로 끌어 올리고 있던 승희가 불쑥 등장한 도훈을 보고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러다 자신이 아직 치마를 안 입었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며 급하게 뜀틀 뒤로 몸을 숨겼다. 5단 높이로 조립된 뜀틀 뒤로 승희의 허리 아래가 감춰졌다.
그러나 하필 벗어놓은 치마가 멀리 떨어져 있어 승희는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었다.
"나? 체육교육과 학생인데? 그러는 그쪽은 누구신데 여길?"
도훈이 낯빛하나 바꾸지 않고 되묻자 오히려 승희가 당황했다.
이곳이 탈의실이 아닌, 멀쩡한 체육과 비품 창고였다는 사실을 떠올린 것이었다.
"아, 저, 그게. 죄송해요. 제가 급히 옷을 갈아입는다고. 스, 스타킹이 찢어져서 새걸로."
"근데 여긴 어떻게 들어왔는데요?"
축제기간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도 체육과 비품창고는 늘 잠겨 있었다.
도훈이 당연한 것을 따지자 승희가 마지못해 거짓말을 지어냈다.
"무, 문이 열려있어서···."
"문이 열려있었다고요? 그럴리가 없는데? 근데 왜 하필 여기 들어와서 옷을 갈아 입는 건데요? 화장실 가면 되잖아요?"
"죄송해요 정말. 의도치않게···. 저 근데 정말 죄송한데 혹시 거기 제 치마 좀 이쪽으로 던져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아직 옷을 다 못 갈아 입어서."
승희의 간절한 요청에도 도훈은 들은척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창고의 물건들을 쭉 훑어보며 뭔가 수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이었다.
"흐음. 혹시 물건 훔치러 온 거 아니죠?"
"네? 제, 제가요?"
"일전에도 대학생 몇명이서 야구한다고 장비를 훔쳐간 적이 있었거든요. 썼으면 돌려놓진 못할 망정 운동장에 버려두고 가서 비다맞고 망가져 버렸거든요. 그 이후론 체육관 비품 창고 열쇠는 학과 사무실에서 보관하고 있고요."
"아, 아니에요! 진짜로 오해예요!"
"오해인지 아닌지는 난 모르겠고, 일단 대학 경비실에 전화 좀 할게요."
도훈이 정말로 신고를 할 것처럼 핸드폰을 꺼내자 승희가 깜짝놀라서 뜀틀 밖으로 튀어 나왔다.
"아, 안돼요! 전화는! 앗!"
그러다 자신이 팬티 스타킹만 입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뒤로 기어들어갔다.
도훈은 일부러 승희를 빤히 쳐다보며 입맛을 다셨다.
"···신고를 말라고요?"
"제, 제가 다 설명 드릴게요. 오빠, 한 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승희는 노골적인 도훈의 눈빛을 보자마자 벗어날 방법을 찾은 것처럼 대뜸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에 당황해서 도훈의 외모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가 뒤늦게 굉장한 훈남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었다.
'뭐야? 지환이 그 토끼새끼보다 배는 잘생겼잖아? 체육교육과에 저런 킹카가 있었다고?'
실은 승희가 지환과 섹파로 지내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어디선가 운동하는 남자, 그 중에서도 하체 위주로 운동한 남자가 정력이 빼어나다는 풍문을 듣고 육상부 출신의 체교과 대학생인 지환과 만났던 것이었다.
그러나 지환은 겉보기만 멀쩡했지, 속 빈 강정이었고 근거도 없는 속설을 대뜸 믿어버린 스스로에게 후회하고 있던 차였다.
'지환이랑 같은 과 사람중에 저런 사람이 있었다니···. 존잘이잖아?'
도훈의 외모에 급호감을 느낀 승희가 다시 애원하듯 말했다.
처음보다 훨씬 애처로운 목소리였다.
"오빠, 한 번만요. 저 진짜로 뭐 훔치려고 들어온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면 여기서 옷을 갈아 입고 있을리가 없잖아요."
도훈은 그럴듯한 변명이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렇긴 한데···."
"정말이에요. 의심스러우시면 저 몸수색해 보셔도 돼요."
"몸수색요?"
"전 정말로 떳떳하니까요."
승희가 결백을 증명하듯 두 팔을 옆으로 벌렸다.
도훈은 팬티 스타킹만 입은 승희를 보며 생각했다.
'얼굴은 평타, 몸매는 나름 상타인가?'
승희는 솔직히 빼어난 미인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가슴은 제법 큰 편이었고, 몸매가 나름 굴곡져 있었다. 게다가 아까 지환이랑 밀회중에 나눈 대화 내용으로 볼 때, 성욕도 무척 강한 타입 같았다.
애초에 도훈은 지환을 괘씸하게 여기고 있던 터라, 그의 섹파인 승희를 이용해 골탕을 먹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알아서 그쪽에서 몸수색을 제안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좋아요. 그렇게 하죠. 대신 몸에 뭔가를 숨긴게 있으면 정말로 신고할 겁니다?"
도훈이 제안을 수락하자 승희도 단서를 붙였다.
"만약 아무것도 안나오면요?"
"그땐 제가 정중히 사과하죠."
"사과만으론 부족하죠."
"그럼요?"
"일단 수색부터 해보세요. 저는 떳떳하다니까요."
도훈은 구석에 떨어져있던 승희의 치마를 집어 들고 그녀에게 건넸다.
"입고 나와요."
"아뇨. 이대로 받을게요."
"네?"
"어차피 몸 수색할거면 꼼꼼히 봐야 하잖아요. 나중에 치마 속에 숨겼다고 딴소리 하지 말고요."
뜀틀뒤에 숨어있던 승희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비록 팬티를 안에 받쳐 입었다고 해도, 맨살에 가까운 하반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장면은 몹시 충격적이었다. 특히 막 섹스를 마친 터라 여러모로 흐트러져 있었는데, 그때문인지 퇴폐미까지 풍기고 있었다.
'완전 발랑 까진 여자잖아?'
[그러니 섹파같은 걸 하고 그러겠죠. 보통 저 나이대면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으로 족할 텐데요.]
'그래봐야, 허당이지. 하고 많은 사내새끼 중에 하필 골라도 지환이라니.'
[주인님은 지환군을 무척 싫어하시는 군요.]
'싫어하는 게 아니야.'
[그럼요?]
'경멸하지.'
[네?]
'육상 좀 배웠다고 깝죽댈때부터 마음에 안들었는데, 꼴에 여자들 후리려고 안달내는 게 더 꼴보기 싫어. 아니, 할 거면 섹스나 시원하게 하든가. 좆밥 새끼도 아니고.'
도훈이 천천히 승희에게 다가갔다. 처음보는 여자와 밀폐된 공간에서 하의 실종 상태로 대치하는 모습은 몹시 자극적이었다. 이는 승희또한 마찬가지였는데, 변태끼가 다분한 승희로선 지금의상황이 점점 흥분되기 시작했다.
'하아. 이게 다 지환이 그 새끼 때문이잖아. 박는 것도 시원찮아가지고. 제대로 해줬으면 내가 아쉬울리가 없잖아.'
지환의 섹파를 빼앗는 것으로 분풀이를 하고 싶었던 도훈과, 아직 채우지 못한 성욕으로 갈증난 여자. 타이밍 좋게 만난 두 사람은 점점 서로의 손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나중에 딴 소리하기 없깁니다?"
"무슨 딴 소리요?"
"몸 수색하라고 시켜놓고 내가 추행을 했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면 곤란하다는 거죠."
승희가 기가 찬다는 듯 콧방귀를 꼈다.
"흥, 제가 무슨 꽃뱀인 줄 아세요?"
"뭐, 나야 당신을 모르니까.
"
"허승희예요. 인문대생이고요. 오빠는요?"
"이도훈. 근데 왜 오빠라고 불러요?"
"저보다 오빠 아니었어요? 몇살인데요?"
"스물 셋."
"오빠 맞네. 전 하나요. 암튼 시작하세요."
승희가 공항 검색대 앞에 선 것처럼 두 팔을 옆으로 벌렸다.
도훈이 그녀를 껴안듯 천천히 몸을 더듬었다. 물론 손끝에는 몸에 좋은 크림을 묻힌 채였다.
[허승희양을 흥분시킬 작정이시군요?]
'당연하지. 여차하면 새로운 미션도 터지지 않을까 싶어서.'
[낮선 상대, 새로운 장소, 흥미로운 상황!]
로시가 돌발 미션의 조건을 외치는 순간, 띠링- 하는 듣기 좋은 사운드가 울렸다.
[주인님 미션입니다!]
'빙고! 이럴 줄 알았다니까?' 도훈이 몸 수색을 시작하는 척 빠르게 디스플레이어 떠오른 미션 내용을 훑었다.
동체시력과 더불어 시야까지 넓어진 도훈은 한 눈에 디스플레이에 떠오른 글귀를 읽어냈다.
-나주라
*남의 섹스 파트너를 빼앗는 미션입니다.
*성공 보상으로 5,00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제한 조건으로 미션 장소가 체육관 비품 창고로 고정됩니다.
*섹스가 끝나기 전 상대의 파트너에게 결별을 통보해야 성공입니다.
*남은 기간 : 1시간.
'오케이, 아이템 사용 제한 없고. 스킬도 허용이네?'
[근데 나주라가 뭔가요? 미션명이 이해가 안됩니다.]
'몰라. 부산 사투린가 보지. 그 왜 아주라 있잖아.'
[네? 아주라는 또 뭔가요?]
'그 왜 있어. 야구장에서 홈런볼이나 파울볼 받으면 옆에 있는 애들 한테 주라는 거.'
[그걸 왜 줍니까?]
'그니까. 암튼 니 섹파 나에게 주라 뭐 이런 말의 줄임말이 아닐까?'
[오호.]
도훈은 미션 내용을 살피던 중 이상한 내용을 확인했다.
'으잉? 이거 완전 NTR 미션이네?'
[네?]
'봐. 중간에 이전 섹파에게 이별 통보를 해야 성공이라잖아. 그것도 섹스 중에.'
[헐. 지환군이 내상 제대로 입겠는데요?]
'조심해야겠다. 내 이름 안 나오게.'
[그래야죠.]
미션까지 덤으로 받은 도훈은 신나는 마음으로 승희의 등허리를 살짝 터치했다.
하지만 맨살이 아니다 보니 아이템의 효과가 급감하였는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래선 안되겠는데?'
"팔 똑바로 들어봐요."
"됐어요?"
승희가 두 손을 뒤통수에 붙이더니 겨드랑이를 활짝 열어 보였다.
그러자 짧은 상의가 딸려 올라가며 옆구리가 노출되었다.
'지금이다.'
도훈이 재빨리 몸에 좋은 크림을 바른 손으로 옆구리를 터치했다.
닿는 부위를 성감대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효과에 승희가 갑자기 허리를 구부리며 까무러쳤다.
"흐, 흐앗!"
"뭐야? 왜 그래요?"
"아, 아니 너무 간지러워서요."
하지만 승희는 사실 전기충격을 받은 것처럼 짜릿한 나머지 찔끔 애액을 흘리고 말았다.
'뭐, 뭐지? 손끝만 스쳤는데 미치게 좋잖아?'
"다시 똑바로 서봐요. 아직 못했으니까."
"아, 알았어요."
승희가 겨우 몸을 일으키자 도훈은 계속 그녀의 상체를 더듬었다.
누가봐도 노골적인 터치였지만, 승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것봐라? 완전히 프리패슨데?'
도훈은 승희를 실험할겸 지그시 옆가슴을 눌렀다.
분명 자극이 올텐데도 승희는 꼼짝하지 않았다. 이에 도훈이 더욱 과감하게 가슴 위로 손을 가져갔다.
"여기가 제법 빵빵한데, 안에 뭘 숨긴건 아니죠?"
"뭐라고요? 제 가슴이거든요?"
"또 모르지. 안에 테니스 공이라도 숨겼을지."
"장난해요? 의심스러우면 직접 만져 보시든가요?"
승희의 숨결이 점점 거칠어졌다. 그녀는 이미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마음 같아선 자신이 먼저 덮쳐버리고 싶었지만, 여자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
"분명 만지라고 했습니다?"
도훈이 으름장을 놓더니 정말로 가슴 속으로 손을 푹 집어 넣었다.
몸에 좋은 크림이 잔뜩 묻은 손이 가슴골 사이로 파고들자, 승희가 자극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흐, 흐아앙."
"왜 그래요?"
도훈이 시치미를 떼고 물었다.
지금 승희는 몸에 오일을 잔뜩 바른 채 사정없이 애무를 당하는 수준의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아, 하아-. 오빠가 자꾸 만지니까."
"만지니까 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