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474화 (1,429/2,000)

1457. 대학 축제-82-

도훈은 나르시시즘에 빠진 사람처럼 스스로의 몸에 감탄했다.

'키하-. 이렇게 사람 몸이 완벽할 수 있나?'

그의 몸은 군살하나 없어 보였다. 할리우드 영화를 찍기 위해 체지방을 3%까지 낮췄다는 가수출신의 모배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도훈은 다른 사람들이 너무 자신을 쳐다보자, 다시 트레이닝 복으로 상체를 가린 뒤 멋쩍게 웃었다. 대기실에 있는 동안 붙임성좋은 몇몇 남자들이 도훈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식단은 어떻게 하신 거예요?"

"운동 루틴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혹시 몇년차세요?"

그들에게 있어 도훈은 꿈에 그리던 워너비의 몸매였다.하지만 도훈은 쏟아지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헬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6개월 전이고, 식단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으며, 근력 운동 또한 제대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저 지리산에서 백년삼을 우연히 발견한 뒤 천무지체로 환골탈태한 후 섹스를 통해 내공을 비축한 게 전부랄까?

"죄송합니다. 제가 대회에 집중해야 할 것 같은데, 끝나고 답변드릴게요."

"아···."

질문을 건네던 사내들은 실망한 눈치로 물러섰다.

도훈은 방해받고 싶지 않아 가부좌를 튼 상태로 명상에 잠긴 척했다.

조금있으면 당장 웃통을 까고 근육질의 몸을 과시해도 시원찮을 판에, 혼자 눈감고 앉아 명상에 잠긴 모습은 굉장히 꼴불견이었다.

[주인님. 주변 시선이 너무 따가운데요.]

'어쩔 수 없잖아. 안 그럼 자꾸 귀찮게 질문할텐데, 대답할 말이 없으니.'

[하긴 주인님이 조금 날로 먹긴 하셨죠.]

'원래 근데 무공을 익히면 이렇게 몸매가 좋아지는 거야? 아니면 나만 유독 그런 거야?'

[무공을 배우면 당연히 체질이 개선됩니다. 살찐 사람은 살이 빠지고 허약한 사람은 건장해지죠. 하지만 그 뿐만이 아닙니다.

주인님은 천무지체, 즉 무공을 익히기에 최적의 상태로 체질이 변하면서 그 효과를 더욱 극대화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오호라. 무공이 좋긴 좋은 거구나.'

[이번에 내공이 확 늘면서 더더욱 성장하셨죠.]

'그래도 내공심법 같은 걸 하나 구했으면 좋겠는데.'

[내공 심법이요?]

'지금은 무조건 음양보합술에만 의존해야 하잖아. 결국 섹스를 통해 상대의 음기를 빼앗아 내공으로 전환하는 건데, 이건 한계가 너무 뚜렷한 거 같아. 요즘 세상에 무공을 배운 여자들이 많다면 해볼만한 전략이겠지만, 미호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게 한번에 팍팍 늘리는 기연은 더이상 불가능할테니까.'

[그건 그렇죠. 하지만 심법을 사는 건 비용이 너무 많이 듭니다. 포인트를 얻기 위해 나이트를 전전하는 방법도 이번에 막힌 것 같고요.]

'아, 맞다.' 도훈이 뭔가 생각난 듯 로시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했던 천상크래프트. 그 게임 클리어 하면 성공보상으로 내공 심법을 준다고 했던가?'

[네, 맞습니다.]

'아니면 그 게임 개발자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자, 곧 대회 시작하겠습니다. A조에 속하신 참가자께선 최종음원 확인하고 슬슬 준비해 주세요."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스태프의 말에 도훈이 눈을 떴다.

뭘하든 일단 대회부터 무사히 마무리하고 볼 일이었다.

* * *

다른 1학년 동기들이 대부분 정음과 희주를 응원간 반면, 나연과 연두는 몰래 도훈을 응원하러 나왔다.

"여기도 기권하신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왜, 보디빌딩 대회도 한참 기다렸는데 기권이라고 해서 김만 빠졌잖아. 혹시 어디 안좋으신거 아닐까?"

"그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한 거겠지."

"선택과 집중이라니?"

"보디빌딩이랑 피지크랑 둘 다 나가서 어중간하게 되느니, 하나에 올인 하신 것 같다고."

"아하! 역시 우리 나연이는 똑똑하단 말이야."

"어, 시작하나보다."

관람석 맨 앞줄에 자릴 차지한 나연과 연두는 무대에 등장하기 시작한 선수들을 눈여겨 보았다. 가장 먼저 A그룹에 속한 선수들의 경연이었는데, 개인 포징을 하기 전 나란히 나와 몸매를 뽐내는 시간이었다.

나연과 연두는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며 도훈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도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빠 없지?"

"응, 나도 못 찾았어."

"하. 또 기권인가."

"아니야. 기다려봐. 이번 조가 아닌가 보지."

연두는 도훈에게 연락을 미리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오빠한테 먼저 물어보고 올 걸 그랬어. 정말로 기권했으면 괜히 동기만 버린 꼴인데."

"무슨 소리야. 동기를 버리다니? 그쪽엔 우리 둘 말고 다 몰려가 있잖아. 우리라도 와줘야 회장님이 덜 섭섭하시지."

"근데 또 기권하셨음 어떻게 해? 지금이라도 연락해볼까?"

"기다려봐. 지금 연락하면 괜히 부담만 될테니. 다음 조에 나올 수도 있으니까."

도훈을 응원하러 온 나연과 연두는 무대에서 도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적잖이 실망한 눈치였다. 하지만 이내 근육질의 남자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모습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은근 잘생긴 사람 많은 것 같지 않니? 우리 학교에 저런 훈남들이 있었다니."

"그래서 원래 피지크 대회가 진국이라잖아. 그 힘자랑 하는 대회는 근육 돼지들만 좋아하는 축제고, 보디빌딩 대회도 얼굴은 신경 안쓰고 몸만 키운 헬창들로 득시글하고."

"아하."

"이래서 진정한 미스터 국성은 피지크 선발전이라고 한다더라고."

"꺄아, 간만에 눈호강 하고 좋네. 저 남자봐. 태닝 엄청 했나봐.

복근이 아주 초콜릿이야."

"도훈 오빠만 못한 거 같은데?"

"나연이 넌 도훈 오빠밖에 모르니?"

"그럼?"

"나도 좀 봐달라고. 나도 근육 키울까?"

연두가 갑자기 나연의 손을 덥석 잡더니 자신의 가슴을 더듬게 했다.

"어때? 나도 갑빠좀 있지 않아?"

"이렇게 말랑말랑한 갑빠는 별론데?"

"아, 아아. 세게 주무르면 느껴버린다구."

"뭐래? 미쳤어. 사람들 보는데."

연두는 바이섹슈얼이었으므로 틈만 나면 나연에게 색드립을 치는 버릇이 있었다. 처음에는 질색하던 나연도 어느새 적응이 됐는지 연두의 장난에 호응해 주곤 했다.

"근데, 확실히 피지크 대회가 제일 볼만 한 것 같긴 해. 다른 종목은 너무 근육만 크게 만들어서 하나도 안 예쁘던데."

"남자들은 여자들이 근육만 빵빵한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나 봐."

"그러니까 말이야. 모름지기 남자는 도훈 오빠처럼 섹시한 맛이 있어야지."

"하여간 이번 대회만 끝나봐. 나 어제 엄청 벼르고 있었는데, 오빠 혼자 집에 들어간대서 엄청 실망했잖아."

"이번엔 나부터야."

"아니거든? 나 먼저거든?"

나연과 연두가 옥신각신 하는 사이 그룹 A의 개인 무대가 시작되었다. 피지크 종목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포징 시간이었다.

한 사람당 2분내외의 배경 음악을 깔아주고, 음악에 맞춰 포징을 취하는데 이때의 퍼포먼스로 승부가 갈린다고 보면 됐다.

저마다 준비한 음악에 맞춰 근육을 뽐내는 모습에, 나연과 연두는 눈호강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남자 못지 않게 여자들도 몸 좋은 남자를 대놓고 밝히는 시대였다.

"꺄아, 저 남자 진짜 새끈하게 생겼다."

"근데 문신은 좀 깨는 듯."

"왜? 요샌 패션으로도 많이 하잖아. 나도 봐서 하나 할까봐."

"어디?"

"아랫배?"

"미쳤어. 하지마 좀. 음란해 보인다구."

"뭘 어때? 내 남자에게만 보여주는 건데."

"내가 싫어."

나연과 연두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며 도훈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이어지는 B조. 새로운 사람들이 무대위로 등장했다.

그때 도훈을 발견한 나연이 소리쳤다.

"꺄아! 도훈 오빠다!"

"어? 정말?"

"저기, 저 트레이닝 복!"

"오오, 진짜네? 근데 복장이 왜 저래?"

다들 의상에 공들인 기색이 역력했지만, 도훈은 평범한 흰티에 녹색 트레이닝 복이었다. 물론 외모가 출중하고 모델처럼 키가 컸기 때문에 운동복 만으로도 눈에 띄긴 했지만, 유독 성의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 도훈 오빠 컨디션 별로 안좋은가 본데."

"왜?"

"다들 시작부터 웃통 벗고 나오는데 도훈 오빠만 옷을 입고 있잖아."

"그러네. 근데 이 대회는 옷을 입고 나와도 상관없는 거야?"

"응. 피지크 대회는 하체를 안 본다고 해서 바지를 입어도 상관없대. 복장도 자유고."

"아."

단체 포징을 하는 동안에도 도훈은 성의없이 삐딱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찌보면 건방지다고 보일 수 있는 모습에 나연과 연두는 본인들이 더욱 걱정했다.

"어떻게 해. 오빠 준비 제대로 못 했나봐."

"까리하긴 한데, 심사위원들은 별로 안 좋아하겠다."

실제로 참가자들을 채점하던 심사위원들이 도훈의 모습에 눈쌀을 찌푸렸다.

"아무리 피지크 대회라고 해도, 저 녹색 추리닝은 전혀 준비가 안 되어 있구만."

"저런 태도로 본선엔 어떻게 올랐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도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기다려봐요. 개인 퍼포먼스를 위해 일부러 저러는 걸수도 있으니까."

"흥, 보나마나지."

이어지는 개인 포징 시간.

나머지 멤버들이 뒤로 물러선 가운데 맨 왼쪽의 선수부터 음악에 맞춰 포징을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도훈은 여전히 삐딱한 자세로 바지에 손을 넣고 서 있을 뿐이었다.

"연두야. 우리 도훈오빠가 떨어지더라도 너무 실망하지 말자."

"그래. 오빠도 주점 준비하고 신경쓰느라 제대로 준비를 못 했을 거야. 결선에 올라온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맞아, 맞아. 그래도 우리 회장님인데."

도훈을 우러러보는 과 후배들마저 기대를 저버린 상황.

마침내 도훈의 개인 포징이 시작되었다.

음악은 일전에 준비한 영화 록키의 테마곡, .

빰, 빰빰빰!

심장을 바운스 시키는 특유의 비트음이 나오자 도훈이 서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마치 복싱 선수를 따라하는 것처럼 천천히 스텝을 밟더니 이내 음악에 맞춰 섀도 복싱을 선보인 것이다.

"오오! 뭐야, 오빠? 갑자기 멋짐이 폭발하는데?"

이제껏 무성의하게 서 있던 도훈은 음악이 나오는 순간 눈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다른 사람처럼 근육을 억지로 뽐내며 어색한 미소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변신의 효과는 더욱 극적으로 느껴졌다.

"오빠 복싱 배웠었나? 주먹이 엄청 빨라!"

도훈의 섀도 복싱은, 복싱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도 무척 화려했다. 마치 현역 복싱 선수를 방불케하는 움직임에 관람석의 관중들도 서서히 동요하기 시작했다.

"우아, 저게 뭐야?"

"퍼포먼스 쩌는데?"

"근데 몸은 언제 보여주는거야? 우리가 복싱 선수 보러온 것도 아니고 말이야."

마침 그 말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운동을 마친 도훈이 트레이 닝 복 잠바를 벗더니, 면티를 거칠게 벗어 바닥에 패대기 쳤다.

마침내 드러나는 도훈의 환상적인 몸매!

옷에 감추어져있을 땐 전혀 예상을 못했던 반전 몸매에 관중들이 환호했다.

"우아아앗! 몸 쩐다 진짜!"

"실화냐? 체지방 아예 없어 보이는데?"

"이때를 위해 숨겨둔 거구나!"

그리고 빨라지는 음악에 맞춰 도훈이 본격적인 포징에 들어갔다. 가슴이면 가슴, 복근이면 복근, 심지어 뒤돌아서 보이는 등판까지. 군살 하나없이 완벽한 그의 근육에 사람들은 넋이 나가버렸다.

"꺄아아! 역시 우리 회장님! 이럴 줄 알았다니까?"

"미쳤다 진짜. 오빠 몸이 저렇게 좋았었어?"

"그러게. 한동안 운동만 했다더니 저렇게 까지 만든 줄 몰랐잖아."

나연과 연두가 특히 놀란 부분은 도훈의 몸이 못보던 사이에 엄청나게 변화한 것이었다.

누구보다 도훈의 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불과 한 달 내외의 변화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오빠 진짜 열심히 운동 했나봐. 어쩐지 요새 계속 약속을 미루더라니."

"그러게. 우린 그런줄도 모르고 엄청 삐졌었잖아."

로테이션을 돌 때 항상 일타쌍피로 만나던 나연과 연두였다.

한동안 도훈을 못 만난 이유가, 이번 대회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니 납득이 갔다.

"인기 폭발이네 우리 도훈 오빠."

"오빠 인기 더 많아 지겠는데?"

한껏 몸자랑을 한 도훈은 음악 종료와 함께 포징을 마쳤다.

대회가 끝난것도 아닌데,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최고다!"

"멋있어요 오빠!"

"우승자 나왔네!"

도훈의 삐딱한 태도에 심기가 불편했던 심사위원들도 다들 입이 떡 벌어진 상태였다.

"저 친구는 무슨 몸을 저렇게까지 만들었담?"

"포징도 완벽하지 않았어요? 음악에 완전히 싱크를 맞춰왔던데?"

"아마추어가 아닌것 같아요. 아니면 프로가 봐줬거나."

도훈의 존재감이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다음에 이어지는 참가자들은 거의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이었다.

마지막 조까지 경연을 마치고 심사발표를 하는데 이미 1등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 예상대로 도훈은 피지크 대회에서 우승하며 기쁨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관중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나연과 연두가 준비한 꽃다발을 들고 도훈을 축하했다.

"오빠! 저희 왔어요!"

"오늘 엄청 멋있었어요!"

다시 추리닝을 입은 도훈이 쑥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뭘 이런것 까지 준비했어?"

"히히. 저희밖에 없죠? 다른 애들은 다 여자애들 응원하러 갔는데."

"맞아요. 저희가 그래도 오빠 생각해서 대표로 왔다고요!"

"고맙다. 정말."

그때였다.

누군가 도훈에게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우승 축하드립니다. 대학 내일 대학생 기잔데요, 혹시 인터뷰 잠깐 가능할까요?"

도훈이 여기자의 얼굴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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