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473화 (1,428/2,000)

1456. 대학 축제-81-

바벨을 밀어 올리던 도훈은 순간적으로 무게를 잘못 선택했음을 직감했다.

'존나 가볍다!'

[네?]

'무슨 아령 10kg짜리 드는 느낌인데? 부하가 전혀 안 느껴져!'

늘어난 내공이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본래도 평범한 사람을 압도할 만큼 강력한 파워를 지니고 있던 도훈은, 미호의 내공을 흡수한 후 말도 안되게 강해진 것이었다.

도훈은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아아. 이거 대회를 안나왔어야 했구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결선까지 오르셔 놓구선요. 우승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그게 아니야. 어제 미호에게 걸리고 나서 느낀게 있거든.'

[네?]

'PK단은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아!]

'그나마 안전한 곳으로 생각했던 대학 캠퍼스까지 놈들이 활보하고 있어. 그렇다면 눈에 띄는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소리지.'

[하긴 그건 맞습니다. 특히 비정상적으로 힘이 센 사람은 당연히 입소문을 타겠죠.]

도훈은 파워 리프팅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과연 자신에게 어떤이 이득이 있는가를 생각했다.

어차피 일반인과 겨루는 힘대결이라면, 그는 더 이상 검증받을 필요도 없었다. 비유하면 유치원 학예회에 월드 스타가 나가는 꼴이었다.

'이건 좀 아닌것 같다.'

[이제 와서요?]

'다들 나를 주목하고 있잖아. 몸무게도 가장 적게 나가는 내가 1차 시도에서 160kg를 들겠다고 설쳤으니 얼마나 아니꼬워 보이겠어?'

[그거야 그렇죠. 하지만 주인님은 남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분아니었습니까?]

'원래는 그랬지. 하지만 어제 미호를 만난 이후로는 조금 자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알량한 만족감을 충족하기 위해 굳이 위기를 자처할 필요는 없거든.'

마음을 고쳐 먹은 도훈은 너무나 가볍게 느껴졌던 바벨을 들고 버티는가 싶더니 낑낑대는 연기를 시작했다.

"어흑, 웁, 도, 도와주세요!"

도훈이 갑자기 소리치자 양 옆에서 떡대들이 곧장 나섰다.

시합 중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안전요원들이 배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특히 벤치 프레스의 경우 무거운 쇳덩이를 자신의 가슴 위로 들어올리는 운동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힘이 부족해 자세가 무너지면 갈비뼈가 눌리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옆에 선 안전요원들은 바벨봉을 잡더니 거치대 위로 올렸다.

도훈은 십년 감수한 표정으로 벤치 프레스 위에서 일어섰다.

"뭐야? 들지도 못할 걸 왜 허세를 부려, 부리길?"

"참나. 여기가 무슨 애들 소꿉장난 하는덴 줄 아나."

"젊은 친구가 패기만 앞섰구만?"

사방에서 날 선 비아냥과 조롱이 이어졌다. 평소 도훈의 성격이라면 발끈 했겠지만, 생각을 고쳐먹은 도훈에게는 별다른 타격이 되지 못했다.

도훈은 한 손만으로도 그것을 들어올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더이상 경쟁이 의미없다고 판단 했을 뿐이었다. 도훈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뻘쭘한 표정으로 변명했다.

"힘이 남아있을 때 신기록 도전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네요, 하하."

멋쩍은 표정을 지은 도훈은 다시 벤치 프레스 위에 눕더니 무게를 확 낮춰요구했다.

"110kg로 도전하겠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시도인 거 아시죠?"

"네."

도훈은 체격에 맞게 110kg를 간신히 들어올리는 혼신의 연기를 선보이며 벤치 테스트를 끝마쳤다. 덩치들은 도훈을 향해 한껏 비웃음을 날렸다.

"어이, 멸치. 내년엔 벌크업좀 더 해서 도전하라고."

"우리 같은 스트롱 맨들 사이에 패션 근육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씀이야."

뒤통수가 따가웠지만, 도훈은 애써 화를 삭였다.

아니, 사실 화낼 일도 아니었다.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힘을 숨김도 아니고, 참나.'

도훈은 두번째로 있는 스쿼트 역시 평범한 성적으로 끝마쳤다.

최종 합산 기록은 250kg.

20명의 결선 진출자 중 뒤에서 3번째 기록이었다. 참가상과 함께 부상으로 헬스용 장갑 및 스포츠 타월이 주어졌다. 결선 진출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때도 도훈은 구석에 조용히 찌그러져 있었다.

파워리프터 대회를 끝마친 뒤 이어지는 보디 빌딩 대회 역시 불참했다. 사유는 컨디션 난조. 하지만 진짜 이유는 우승하는게 자신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 였다.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주인님 몸 상태면 3관왕도 너끈했을 텐데요.]

'아니야. 아까 보니까 학생 기자들도 와있더라고.'

[학생 기자들이요?]

'응. 대학 신문 소속인데 입상자 인터뷰를 하러 온 것 같더라고.

'

[아.]

'우승 해봐야 얼굴만 팔리겠지. 거기에 3관왕이면 아주 1면에 대서특필이 될 걸?'

[PK단에서 흥미를 가질 수도 있겠군요.]

'그렇지. 지금은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할 때야. 아직 적들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미호를 제외해도 나머지를 상대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이니까.'

[그래도 별도로 과외까지 받고 오셨는데 기권이라니 너무 안타깝게 됐습니다. 원래 계획은 대회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해서 사범대 뿐 아니라 타과 여학생들에게도 이름을 알릴 계획이셨잖습니까.'

'물론 계획은 변함 없어. 연습한게 아깝기도 해서 피지크 종목은 참가할 생각이거든.'

[아, 피지크 종목이 마지막이죠?]

'응. 아까 그 턱수염 아저씨 말이 맞는것 같아. 지금 몸에서 가장 어울리는 건 패션 근육과 보디빌더의 사이에 있어. 그 정도는 우승해도 괜찮지 않을까?' 도훈은 남은 피지크 종목만 수상해도 어느정도 성과를 달성하리라고 보았다. 또한 타고난 체형이 그쪽에 가장 어울렸으므로 남들의 의심스러운 시선도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잠깐 시간도 남는데 여자부 경기나 구경하고 와야겠다.'

남녀 대회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바람에 어제 응원을 왔던 여학생들은 다른곳에서 본선에 참가한 상태.

도훈은 피지크 대회가 시작 되기 전 잠시 여자부 경기를 관람하러 갔다. 마침 대회가 진행중인지 체육관 내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선수들을 제외하면 거의 관람객이 없었던 파워리프팅 종목에 비하면, 여자부 경기는 사방에서 응원을 펼치는 사람들로 인산인 해를 이루고 있었다.

폰 카메라 정도가 아니라 대구경포(?)라고 불리는 커다란 전문가용 DSLR카메라를 들고온 사람도 있었고, 실시간으로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도 더러 보였다.

도훈은 확연히 비교되는 남녀 경기의 인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와, 무슨 축제 보는 사람들 여기 다 몰려온 것 같네.'

[정말로 많은데요? 원래 여자부 경기가 인기가 이렇게 많았나요?]

'뭐, 일종의 미인대회 같은 성격도 있어서 그런것 같아.'

[미인대회라뇨?]

'원래 대학가에도 메이퀸이니 뭐니 해서 학생들 사이에 미인대회가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요?]

'근데 요새 하도 성상품화 논란이다 뭐니 하면서 래디컬 페미니 스트를 설쳐대는 바람에 미스코리아 대회까지 폐지 되었잖아. 그게 대학가에서도 영향을 미쳐서 미인 대회 종류를 모두 없애 버렸거든.'

[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스 국성이 미인 대회의 대안격 성격으로 바뀐 거야. 몸매 자랑겸 미인 선발 대회 같은 느낌으로 말이지.'

[신기하군요. 하긴 주인님 말씀대로 남성 관객이 유독 많네요.]

"화공과 여신 황유리 화이팅!"

"야레야레, 믿고 있었다고 일본어과 서혜지!"

"땀방울로 하나되는 체교과 화이팅!"

사방에서 응원전이 펼쳐진 가운데 도훈은 우연히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응? 뭐야? 쟤들은 또 언제 온 거야?'

관람석의 맨 앞 줄에 피켓을 든 후배들이 단체로 모여있었다.

[1학년 후배들이군요. 결선에 오른 동기들을 응원하러 온 모양입니다.]

'그렇네. 정음이랑 희주 경희 셋다 결선에 올랐으니까.' 도훈은 후배들에게 합류할까 했지만, 피지크 대회랑 시간이 겹치는 바람에 금방 떠나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 뭐, 내가 없어도 응원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알아서들 잘하겠지. 체육교육과 힘내라!'

도훈이 마음속으로 응원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마침 다음 참가자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이어지는 그룹 D조입니다. 서나래, 양희주, 박지민, 김수현, 육정음 양입니다!"

사회자의 멘트에 관람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발길을 돌리려던 도훈은 익숙한 후배들의 이름에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운이 좋군. 희주와 정음이가 무대에 오르는 걸 보고 가다니.'

도훈은 뛰어난 시력을 이용해 멀찍이서 무대위를 또렷이 관찰할 수 있었다. 각기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고 등장한 다섯 사람은 저마다 포즈를 취하며 무대위에 섰다.

'캬, 희주는 뭐. 예상대로 발군이구나.'

예상대로 가장 눈에 띄는 건 희주. 밀리터리 룩을 비키니 차림으로 승화한 희주는, 단연 돋보이는 몸매로 관중을 압도했다.

"우오오! 뭐냐, 저 금발은?"

"외국인인가? 아닌데 얼굴은 한국인인데?"

"바스트 실화냐? 저런 여군 있으면 재입대 가능!"

희주는 누구보다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확실히 서양인처럼 시원시원한 팔다리와 서구적인 외모덕에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엇, 마지막 저쪽도 만만치 않은데?"

"와, 근질이 무슨."

도훈은 이번엔 맨 끝에 선 육정음에게 시선을 던졌다.

어젯밤 코스프레를 할 땐 아기공룡 둘리를 선택한 그녀답지 않게 몸매가 훤히 드러내는 짧은 비키니 차림이었다.

'우엇, 정음이가 저렇게 과감한 옷을?'

평소에는 노출을 극단적으로 꺼리는 정음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선 칼을 갈고 나온 느낌이었다. 같은과 동기들도 놀랐는지 감탄 사를 내뱉었다.

"우앗, 희주도 희준데 정음이 뭐냐?"

"몸매가 저렇게 좋았다고?"

"완전 사기캐였네.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다들 정음의 빼어난 몸매에 놀라는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원래부터 노출이 심한 의상을 즐겨 입던 희주와 달리 정음은 최대한 몸매를 숨기는 스타일을 선호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작정하고 몸매를 드러내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바스트가 눈에 띄게 커졌구나. 몸에 바른 정액이 효과가 있나본데?'

[주인님이 키워주셨죠.]

B컵에서 C컵으로 커진 가슴이 전체적인 밸런스를 잡아주었다.

게다가 원래부터 운동을 열심히 해 탄탄한 근육을 자랑했기 때문에 무대위에선 참가자들 중에선 가장 운동한 티가 났다.

'이거 누가 우승할지 모르겠는데.'

[별다른 변수만 없다면 양희주양과 육정음양의 2파전이 되겠군요.]

'희주는 타고난 몸선은 예쁜데, 운동한 몸이 아니라 살짝 말랑한 느낌이고 정음은 가슴이 더 커지는 바람에 위아래 볼륨도 훌륭하고 특히 보디빌딩에 최적화 된 몸이라서 말이지.'

[심사위원들이 알아서 판단하겠죠.]

'하긴. 누가 우승해도 체육교육과의 우승이니까.'

도훈은 계속 관람하고 싶었으나 피지크 대회 출전을 위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대회장에 도착한 도훈은 겨우 선수 등록을 마치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더이상 만들 필요가 없는 몸이긴 했지만, 대회를 앞두고 어느정도 펌핑을 해줘야 몸매가 더 살아나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도 본격적으로 해볼까?'

대기실에서 몸을 푸는 다른 참가들처럼 도훈도 운동을 시작했다. 가슴 근육을 부풀리기 위해 팔굽혀 펴기를 시작한 도훈은 이 내 아무런 자극이 없다는 걸 깨닫고 손가락 세개로 바꾸었다.

'이래도 느낌이 없어?'

도훈은 이내 엄지손가락만으로 팔굽혀 펴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조금도 자극이 오지 않았다.

'이래도?'

도훈은 나중에는 한 팔로만 팔굽혀 펴기를 했다.

한팔로, 그것도 엄지손가락만 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는 도훈의 진기명기에 옆에서 몸을 풀던 이들이 깜짝 놀라서 모여들었다.

"우, 우앗. 저 사람 엄청난데?"

"무슨 기인인가?"

하지만 도훈은 옆에서 지켜보든말든 도저히 성에 차지 않았다.

자극을 받아야 펌핑이 올텐데, 손가락 하나로 몸을 지탱해도 전혀 자극이 없었던 것이었다.

'안되겠다. 아무래도 자세가 문제인 것 같아.'

급기야 도훈은 다시 두팔로 바닥을 짚더니 엎드려 뻗친 자세에서 팔과 허리의 힘만으로 다리를 들어 올렸다.

"우, 우앗! 프, 플란체다!"

플란체란 엎드려 뻗쳐 자세에서 하체를 공중으로 띄워 일직선으로 몸을 곧게 펴는 고난도의 맨몸 운동 동작이었다. 눈으로 보아도 믿기지 않는 신묘한 체조동작에 사람들이 일순 우르르 몰려들었다.

하지만 도훈은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고 계속 자극점을 찾았다.

'오케이 여기서 손가락만으로.'

바닥을 짚던 손을 손가락으로 바꾼 도훈은 그대로 물구나무선 채 팔굽혀 펴기를 시도했다.

거꾸로 보이는 시야에 수많은 참가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광격이 들어왔다.

"우, 우앗! 괴물!"

"어떻게 하는 거예요?"

"대박!"

도훈은 그제야 자신이 너무 요란하게 몸을 풀었다는 걸 깨닫고 물구나무 자세를 풀고 돌아왔다.

"하하, 죄송합니다. 몸을 푸는 루틴이라서."

"운동 얼마나 하셨어요? 와,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대단하세요. 기계체조 선수인가요?"

도훈은 너무 유난을 떨었다는 사실에 자책하며 멋쩍게 변명했다.

"아뇨. 그냥 평소에 연습을 많이해가지고."

하지만 물구나무 팔굽혀 펴기가 효과가 조금 있었는지 어깨와 삼두, 그리고 대흉근이 살짝 자극 받은 느낌이었다. 본격적인 준비를 위해 도훈이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을 벗었다.

상의 탈의를 한 도훈을 본 다른 참가자들은 같은 남자의 몸인데도 시선을 떼지 못했다.

"우, 우앗!"

"와, 몸이 무슨."

"우승자 벌써 나온 듯."

펌핑을 마친 도훈의 몸은 그야말로 압도적.흔히 실전 압축근육이라 불리던 이소룡 같은 세밀한 데피니션이, 건장한 몸에 고스란히 박혀 있었다. 도훈 스스로 거울로 봐도 너무나 잘 만들어진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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