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3. 대학 축제-78-
[주인님. 영철군에게 조금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왜?'
[아니, 영철군이 모처럼 진심인 것 같아서요.]
'그러니 잘되라고 격려해 줬잖아.'
[그게 아니라···. 혹시라도 나중에 영철군이 진실을 알게되면 충격 받지 않을까요?]
'뭐? 내가 자기한테 채원이 설거지시킨거?'
[네. 화나는게 당연히 정상이죠.]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생각해봐. 그러면 영철이는 과거에 자기가 했든 짓에 대해서 단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사과한 적있던가?'
[그거야···.]
'젊은 남녀가 만나고 헤어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야. 20살 때 첫사랑을 만나 결혼까지 무탈하게 이어지는 경우는 100쌍 중 한 쌍도 안될 거라고.'
[그야 그렇죠.]
'그럼 그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설거지 시킨 거야?'
[아니 이건 경우가 좀 다른것 같은데요.]
'결과적으로 같다는 거지. 과거에 몇명을 만나 몇 번이나 섹스를 했던,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 굳이 이실직고 할 필욘 전혀 없다는 거야. 때론 침묵하는 게 서로의 행복을 위해서 더 좋을 때가 많으니까.'
[흐음.]
'만약 내가 만나는 여자가 과거에 몇명이랑 잤고, 어떤식으로 섹스를 했는지 알게 된다면 그걸 견딜 수 있는 남자가 몇이나 되겠어?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
[왠지 궤변 같습니다.]
'그냥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란 뜻이야. 영철이가 대인배라서 채 원의 과거를 용서하는 게 아니야. 자기도 군대 가기 전에 한 짓이 있으니까, 채원에게만 순결함을 요구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거지.
'
[그럴까요?]
'나는 진심으로 두 사람이 잘 됐으면 좋겠어. 영철이는 보기보다 좋은 놈이고, 채원이도 나에 대한 미련은 접고 영철이랑 알콩달콩 잘 사귀길 바래. 물론 나에 대한 감정은 남을 수 밖에 없겠지만, 쓸데없는 과거 때문에 미래를 발목 잡힐 필요가 없잖아?'
[주인님은 분양한 입장이니까 그렇게 맘편히 말할 수 있는 건 아닐까요?]
'뭐, 그럴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도 처녀만 만났던 건 아니잖아.
그럼 나 역시 누군가의 설거지인거야? 하지만 난 그런 거 조금도 신경 안 써. 관심도 없고.'
[이해했습니다.]
'시작한 의도가 무엇이든 채원이 영철이랑 사귀는 이후부턴 두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해. 나야 뭐 훼방만 안 놓으면 되는 일이고.'
"이만 주점으로 돌아가자 영철아."
"네, 형."
도훈이 다시 주점으로 돌아왔을 때 손님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오늘 하루종일 고생한 체육교육과 후배들끼리의 잔치였다.
도훈은 찬물을 끼얹기 싫었지만 그대로 뒀다간 이대로 날을 샐 분위기였다.
"자자, 주목."
"앗, 회장님!"
"우리의 물주, 아니 구세주!"
"이쯤이면 충분히 즐긴것 같은데, 우리 내일을 위해 이만 파장을 하는게 어떨까? 절대로 돈이 아까워서 그런건 아니고."
"아앙 회장니임! 이제 막 술 좀 받기 시작했는데."
"저희 한 시간 만 더 놀면 안돼요?"
다들 헤어지기 아쉬워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도훈은 단호하게 끊어야했다.
"지금 벌써 1시가 넘었어. 내일도, 또 모래도 장사해야 하니까 오늘은 아쉽지만 여기까지만 하자. 축제는 이제 막 시작이라고."
"아아."
"그래. 회장님 말이 맞아. 계속 이렇게 먹고 마실 순 없잖아."
정음이 1학년 과대답게 도훈을 지원했다. 도훈은 아쉬워하는후 배들을 위해 한가지 약속했다.
"대신 마지막날은 진짜 제대로 날새고 놀아보자. 알았지? 뒤풀이는 그때 정식으로 하는 것으로."
"정말이죠?"
"와아! 회장님 멋져요!"
합의점을 찾은 체육교육과 후배들은 먹던 걸 스스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수십명이 동시에 우르르 움직이자 뒷정리는 의외로 금방 끝났다. 도훈은 효민을 제외한 다른 팔선녀가 달려드는 걸 막기 위해 미리 선을 그었다.
"치우고 있는데 다들 미안하다. 난 내일 오전 미스터 국성 본선이 있어가지고 컨디션 관리차 먼저 들어가 볼게. 영철이 네가 마무리 좀 도와줘."
"네, 회장님."
도훈이 미스터 국성 핑계를 먼저 대는 바람에 도훈에게 접근하려던 여학생들도 모두 단념하는 분위기였다. 대회 때문에 체중관리하느라 술도 거의 안마신 도훈에게 오늘밤 섹스를 요구하기엔 너무 속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영철과 정음에게 마무리를 맡긴 도훈은 혼자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들어가자 거실에 커다란 벽걸이 TV가 켜져있었다. 속박의 밧줄에 묶여 소파에 누워있던 미호는 도훈을 발견하자 마자 빽 소릴 질렀다.
"이제 돌아오면 어떻게 해!"
"혼자 티비 잘 보고 있구만 뭘?"
"아니 사람을 이렇게 묶어놓고···."
도훈은 미호의 분위기가 달라진 걸 눈치채고 그녀의 눈을 자세히 살폈다. 눈동자가 푸른색 사파이어처럼 시퍼랬다.
"근데 넌 누구야?"
"두나."
"두나? 아, 그 무술가 자매라는?"
"그래! 이 줄 풀리기만 해봐. 내가 가만 안 둘 줄 알아."
도훈이 밧줄에 의식을 보내자 두나를 포박하고 있던 흰 밧줄이 갑자기 백사로 변하더니 스스륵 포박을 풀었다. 뱀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도훈의 다리를 타고 오르더니 주머니 속으로 쏙 들어갔다.
[속박의 밧줄은 인벤토리로 집어 넣었습니다.]
'오케이. 주머니가 통로가 되는 거군.'
"자, 풀어줬다. 이제 어쩔건데?"
밧줄이 풀린 두나는 자신이 알몸이라는 걸 깨닫자 몹시 당황하는 분위기였다. 갑자기 두 팔로 커다란 가슴을 감싸더니 스스로 몸을 웅크렸다.
"벼, 변태! 입을 옷은 줘야지!"
"거 참 귀찮게 구네."
도훈은 옷장에서 긴팔 티 하나를 꺼내 두나에게 던졌다. 체구가 작은 두나가 도훈의 옷을 입자 상의 끝이 허벅지위까지 가려졌다.
"미, 밑에도."
"우리집에 여자옷은 없어. 네거 입으면 되잖아."
"팬티는 원래 안입고 다닌단 말이야!"
"누가 누구더러 변태라고 하는 지 모르겠네. 아무튼 그 옷으로 아래까지 가려지니까 굳이 속옷은 필요 없잖아."
"흥. 색마 같으니!"
두나는 도훈의 옷으로 몸을 가린 것에 만족한 듯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하지만 긴 팔 옷이 두 손을 다 가린 채 밑으로 축 늘어져 조금도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른의 옷을 입고 있는 여자아이 같은 느낌에, 도훈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너 근데 키가 몇이야? 160은 넘어?"
"뭐, 뭐래? 161이거든?"
"어쨌든 작네."
"내가 작은 게 아니라 미호의 몸이 작은 거라고!"
"너랑 말다툼할 시간 없으니까 미호 나오라고 해."
"흥. 지금은 내가 대표야.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그래? 일단 거기 앉아봐."
"싫어. 서 있을 거야."
"알아서 해 그럼."
도훈은 소파에 앉더니 늘어진 옷소매를 위로 걷고 있는 두나에게 말했다.
"내가 널 풀어주지 않는 이유는 간단해. 남은 PK단 잔당에게 우리집 위치를 알려주면 곤란하니까."
"그럴 일은 없어."
"그거야 말 뿐이지."
"그럼 뭐? 서약서라도 쓸까?"
"그건 효력없는 종이에 불과해."
"나더러 대체 어쩌라는 건데?"
"날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는 확답이 필요하거든."
"확답? 그게 무슨···."
"내 상식으로는 말이지,"
도훈이 생각해 낸 방법은 바로 상식개변이었다.
미호가 정신조작류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세뇌를 거는 것이었다.
도훈은 PK단 일당에게 자신의 정체를 절대 공개하지 않을 것과, 앞으로 그들의 정황을 수시로 자신에게 보고하도록 최면을 걸었다. 눈동자가 탁해진 두나는 멍한 표정으로 도훈의 세뇌를 되새김했다.
"알았지?"
"알았어."
"난 솔직히 날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절대 너희들과 싸울 생각 없어."
"정말이야?"
"당연하지. 내가 왜 명분도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지 모르겠거든. 다만 분명한건 한 번만 더 도발하면 나 역시 가만있지 않겠다는 거야."
"음."
"너도 봤다시피, 나는 섹스를 할 수록 강해져. 나를 적으로 돌려봐야 절대 좋을 일 없을 걸."
"잠깐···. 지금? 얘기하는 중인데?"
갑자기 두나의 눈빛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표정도 전과 달라졌는데, 개구쟁이같던 귀여운 얼굴이 몹시 차분하고 도도한 느낌으로 변했다.
"영혼이 또 바뀐 거야? 이번엔 누구지?"
"흠흠-. 효옥이라 하네"
"아, 그 양반집 아가씨라던?"
"음, 말을 삼가주시게. 자네보다 한참 어른이니."
"그렇다고 나보다 어려보이는데 존댓말을 하긴 그렇잖아?"
"흠흠-. 그럼 좋을대로 하시게."
"그래. 효옥씨도 편하게 말해. 이상한 조선시대 말투 쓰지 말고."
"이게 편하네, 나는."
"그럼 뭐."
"다름이 아니라, 자네에게 제안할 게 있네."
"제안이라니?"
"아까 얘기했다 시피, 미호는 꾸준한 정기 보충을 필요로 하네.
"
"군령자 특성인가 뭔가 때문에?"
"그렇네. 해서 자네가 미호를 포섭하려 한다면, 그녀에게도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단 뜻이지."
"보상이 뭔데?"
"흠흠. 거두절미하고 자네의 정기를 조금 나누어 주게."
"잠깐, 내 생명력을 달라고? 나보고 단명하란 소리야?"
"그게 아닐세. 내 설명을 한 번 들어보게."
효옥은 나의 음양보합술이 가진 특성에 집중했다. 음기를 빨아들여 양기로 전환하는 스킬을 역이용하면, 따로 생명력을 흡수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정기를 보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그게 된다고?"
"가능해 보이니 권하는 걸세."
"근데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자네에게도 미호가 필요하기 때문이지."
"내가?"
"자네는 PK단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지 않나?"
"맞아."
"미호를 곁에 두면 얼마든지 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걸세."
"그래서?"
"하지만 미호는 정기적으로 남성의 정기를 받지 않으면 급격히 힘이 약해지고 급기야 일찍 늙는 저주에 걸려있네."
"흐음."
"자네를 돕고 싶어도, 정기를 흡수하기 위해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는 뜻일세. 하지만 자네가 미호를 도와준다면 미호도 자네를 열심히 도울거란 뜻이지. 일종의 상부상조랄까?"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 근데 왜 이런 얘기를 효옥씨가 하는 건데? 미호가 직접 요청해도 되잖아."
"흠흠. 그거야 내가 저 중에 가장 어른인지라. 가장 침착한 성격이기도 하고."
"그런것 같네. 다른 애들은 다들 나사 하나씩 풀려있던데, 가장 멀쩡해 보인달까?"
"치, 칭찬인가? 고맙군."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건데 구체적으로?"
"보름에 한번씩. 미호가 자네에게 PK단에 관해 정기보고를 해줄걸세. 물론 급박한 상황이 생기면 즉각."
"그리고?"
"대신 정기보고를 해줄때마다 자네가 미호에게 정기를 조금 나누어 주면 되네. 자네는 늘 양기가 충만한 상태라 미호에게 나눠주어도 생명력에 지장은 없을 걸세."
"근데 그건 막연한 추측 아니야?"
"흠, 그게 아니라 음양보합술이라는 자체가···."
"아니지. 확실하게 할 거면 실험해봐야지. 마침 내가 양기 좀 보충하고 왔거든."
도훈은 갑자기 효옥의 손을 끌어당겨 강제로 무릎 위에 앉혔다.
체구가 작은 효옥은 속절없이 끌려가더니 도훈에게 폭 안겼다.
"뭐, 뭣하는 건가?"
"뭐하긴. 진짜로 생명력 고갈없이 양기만 전해줄 수 있는지 테스트는 해봐야 할 거 아니야?"
도훈은 거침없이 티 안으로 손을 넣어 효옥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효옥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하, 합궁을 할 거면 영혼을 바꿔주겠네. 미향이로."
"왜? 효옥씨가 해주면 안 돼?"
"나, 나는···. 뼈대 있는 가문 출신으로···."
"뭐라는 거야? 그래서 안된다고?"
도훈이 효옥의 젖꼭지를 꼬집더니 비틀었다. 그러자 효옥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아, 아흑."
"뭐야? 말과 달리 몸은 솔직하잖아?"
"무, 무엄하게!"
"이봐. 확실히 해 두자고. 네가 말하는 정기적인 양기 보충.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하지만 할 때마다 기생 출신인 미향이 나온다면 그건 용납 못 해."
"어째서 말인가?"
"난 원래 한번 먹은 애는 다신 안 먹는 주의거든. 그건 마치 배스킨라빈스31에 가서 맨날 민초만 시켜먹는 것과 똑같달까?"
"무, 무슨 소린 지 전혀 못 알아듣겠네!"
"그냥 오늘은 효옥씨가 봉사하란 말이지. 딱 보니 정기흡수할 땐 한번도 나온 적 없는 것 같은데, 간만에 재미좀 보라고."
"하, 하읏, 나는 이런 속된··· 하앙!"
"말은 번지르르한데 몸은 참 솔직하단 말이야?"
도훈이 손을 밑으로 내렸다. 팬티를 안 입고 있었기에 곧바로 봊이에 손이 닿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도훈은 일부러 손가락으로 클리를 비비더니 흥건히 묻어나온 애액을 효옥의 눈 앞에서 쩍쩍 벌렸다.
"이거 봐. 몸은 아니라고 하잖아."
"흐, 흐윽, 그것은 내가 그런 것이 아니라···."
"거참 핑계도 좋네. 말할 때는 본인이고, 젖을 때는 다른 사람이야?"
도훈은 그대로 효옥의 입술을 덮치며 손장난을 시작했다.
효옥이 눈을 부릅뜨며 당황했지만, 도훈의 혓바닥이 뱀처럼 휘젓자 그대로 눈을 감고 속절없이 허물어졌다.
도훈은 몸이 피곤하긴 했지만, 내공이 막대한 미호와 섹스를 할수록 본인의 내공 또한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무리했다.
'분명 상부상조라고 했겠다. 어디 보자. 이 방법이 나의 내공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기연이 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