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463화 (1,418/2,000)

1446. 대학 축제-71-

* * *

영철은 혼비백산 놀라 체육관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체육관에서 멀찌감치 벗어난 후에야 가쁜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후아-, 개쫄았네 진짜. 방금 대체 뭐였지?"

연락이 안되는 도훈을 찾아 사범대 주변을 배회하던 그였다. 한참 도훈을 찾아 해메던 그는 체육과 학생들이 코스프레 의상 환복을 위해 개방해 놓은 실내 체육관쪽으로 생각이 미쳤다.

체육관 입구로 들어가자 뭔가 와당탕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 소리였다. 처음엔 그저 도훈을 찾기 위한 목적이던 영철은 혹시나 싶은 마음에 체육관 탈의실까지 뒤졌다.

만에 하나 불량한 학생들이 불순한 목적으로 체육관에 들어왔다면 내쫓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수상한 사람이 숨었다는 생각에 도훈을 부르며 탈의실 문을 확 열어 젖히던 그는 눈앞에서 뭔가 휙- 하고 지나가는 걸 목격했다. 사람의 종아리처럼 보였는데 그것은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것은 너무나 찰나에 벌어진 일이었으므로 영철은 자신이 헛것을 봤다고 착각했다. 아니, 헛것이어야 했다. 그게 아니면 불꺼진 텅 빈 체육관에서 자신이 귀신을 봤다는 소리였으니까.

영철의 머릿속으로 별안간 빨간마스크부터 홍콩할매귀신 등 오싹한 공포이야기가 스쳐갔다. 자신이 문을 열었을 때 목격한 희끄무레 한 것이 정말로 사람 종아리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으에에에엑!"

그렇게 식겁한 영철은 부리나케 체육관으로 밖으로 줄행랑을 친 것이다.

“와, 십년 감수했네 진짜. 다신 체육관 혼자 안 가야지."

영철이 식은땀까지 흘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어? 도훈이 형인가?’

부재중 전화를 도훈의 전화인 줄 알고 급히 전화를 받은 영철은 곧바로 여자친구 채원의 십자포화에 두들겨 맞았다.

-오빠! 어디야 지금? 잠깐 일 도와주러 간다더니 나 이렇게 방치플레이 할 거야? 넘하네 진짜! 30분째 맥주 한 모금 구경도 못하고 기다리고 있구만!

‘아차차!’

영철은 그제야 자신이 도훈을 찾는데 심취한 나머지, 여자친구인 채원을 홀로 내버려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 미안! 배가 아파서 화장실 좀 다녀오느라. 금방 튀어 갈게!"

급하게 전화를 끊은 영철은 주점으로 냅다 달렸다. 조명이 알록달록 불을 밝힌 체육교육과 주점은 여전히 성황리에 운영중이었다. 대기줄이 길게 늘어져있고, 추가된 테이블까지 만석에 이른 상황. 학생들은 밀려드는 주문 앞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보였다.

‘아이씨, 오늘 진짜 왜 이렇게 일진이 사납담? 주점은 인기 폭발이고, 채원이는 분노 폭발이고.’

동기들과 후배들에게 미안했지만, 영철은 현재 제 코가 석자였다. 그는 텅 빈 테이블에 씩씩거리며 앉아있는 채원을 향해 맥주한병과 기본 안주를 챙겨갔다.

“미, 미안해 채원아 내가 많이 늦었지?"

“······."

팔짱을 끼고 앉은 채원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없이 영철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진짜로 미안. 보다시피 너무 바빠서 일을 돕던 중에···."

“그렇다고 보기엔 아까부터 코빼기도 안 보이던데?"

“그, 그러다가 급똥이 마려워서 화장실 갔다왔어."

“화장실을 30분이나 다녀와?"

“세상에 화장실도 줄이 쫙 밀렸지 뭐야? 정말이야. 사범대 1호 관 앞에 한번 가봐. 축제 구경하던 사람들이 다들 몰려서 기다리 는데만 한 세월이라고."

“···흥!"

영철의 궁색한 변명이 통했는지 채원은 그제야 팔짱을 풀었다.

영철은 미안한 마음에 병맥을 따서 채원의 컵에 따라주었다.

“정말로 미안. 많이 기다렸지? 이거라도 좀 마셔."

“안주도 없잖아!"

“안주는 금방 해서 가져올게. 일단 과자라도 먹고 있어."

영철이 민망한 표정으로 기본안주로 제공되는 손가락 과자를 들이밀었다. 열이 받아있던 채원은 맥주를 단숨에 꿀떡꿀떡 삼키더니 말했다.

“나 진짜 오빠 후배들 앞에서 창피당할까봐 오늘만 참는 거야.

알고 있지?"

“아, 알았어. 미안해 채원아."

“어떻게 축제 구경시켜 준답시고 학교에 데려와놓구선 30분간 여친을 혼자 방치시키냐?"

“잘못했어."

“잘못했지?"

“응. 이번엔 진짜로 내 잘못이야."

“치. 잘해 그러니까. 이번은 큰 맘 먹고 용서해 줄테니까."

“고마워 채원아."

겨우 여친의 화를 푼 영철은 십년감수한 표정을 지었다. 채원과 사귄지 한 달이 넘었지만, 쉽게 토라지는 그녀의 비위를 맞추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다.

‘휴-, 겨우 넘겼네.’

영철은 마침 지나가는 후배를 불러 안주를 부탁했다.

“연두야. 나 여기 술안주 아무거나 빨리 되는 걸로."

캣우먼 복장을 입고 있던 연두는 영철을 쓱 보더니 한마디 하려다가 문득 그의 앞에 처음보는 여자를 보았다.

‘응? 누구지? 설마 오늘 여자친구랑 온다더니···. 쳇, 누구는 바람도 안 통하는 물광타이즈 껴입고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

하지만 연두는 여자친구 앞에서 영철의 위신을 깎고 싶지 않아 밝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영철 오빠! 이쪽이 그 소문이 자자하시다는 여자친구 분이시구나?"

“어, 어. 맞아."

“처음뵐게요. 초면에 복장이 좀 낯설죠?"

채원도 몸에 꽉 붙는 캣우먼 복장을 껴입은 연두를 보고 당황했으나 이내 자연스럽게 인사를 받았다.

“반가워요. 의상 잘 어울리세요."

“호호! 다 좋은데 온 몸에 부츠를 껴입은 것처럼 땀이 안 빠지 네요. 안주 가져다 드릴까요?"

“어, 연두야. 미안한데 제일 빨리되는 걸로 아무거나."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쪽 테이블만 정리하고 금방 가져다드릴게요."

연두가 가볍게 목례하며 사라지자 그녀를 힐끔거리던 채원이 영철에게 물었다.

“누구야?"

“응. 우리과 1학년 후배."

“아···. 예쁘네. 좋겠네 오빠는, 후배들이 다들 예뻐서."

빈유의 대명사인 채원은 유독 도드라진 연두의 가슴 크기가 부러웠다.

“무슨 소리야. 얼굴은 네가 더 낫지."

“···얼굴은?"

채원이 곧바로 영철의 미묘한 뉘앙스를 꼬집었다.

“그럼 내 몸매는 별로라는 소리네?"

“아, 아니 나는 그런 뜻이 아니라."

“흥! 됐거든. 아, 방금 그말은 진짜로 섭섭하다 오빠."

“아니야. 그러니까···."

“됐어! 흥!"

영철은 또 다시 채원을 달래기 위해 쩔쩔매야했다.

* * *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인데, 아까 하던 거 마저 끝낼 생각 없어?"

응? 안 그래도 미호의 환상적인 몸매에 군침을 흘리고 있던 나에겐, 울고 싶은 데 뺨때려주는 격이었다.

“정말?"

“그거 아까부터 껄떡거리고 있던데? 나랑 하고 또 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

미호, 아니 미향은 확실히 적극적이었다.

부끄러움 많던 미호랑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이건 그냥 원래 큰 거야. 꼴린게 아니고."

“내가 딱 보면 모를까. 근데 확실히 동양인 사이즈는 아니긴 해."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미향이 넌 우리나라에만 있었을텐데 동서양 구분이 가능해?"

“당연하지."

“어떻게? 다른 영혼들의 간접경험인가?"

“아니. 생각해봐. 우리나라가 구한말에 얼마나 많은 외세의 침탈을 받았었는지."

“구한말? 아···."

“위에선 러시아랑 중국이, 밑에선 미국이랑 일본이···. 정말이지 온갖 잡놈들은 그때 다 만나본것 같아."

“자, 잠깐만. 그때 외국인들을 상대했단 말이야?"

“아까 말했잖아. 미호가 거둔 영혼 중에 독립운동하던 여자애가 하나 있었다고."

“그 저격수라는?"

“응. 뭐, 나야 조선이 망하거나 말거나 별 상관없었지만··· 아, 귀따가워. 아무튼 어차피 양생할 거, 그땐 외국인 위주로 상대했거든."

“아···. 그래서 외국인을 잘 아는 거구나."

“그렇지. 중국이나 일본은 별거 없었는데 확실히 러시아랑 미국애들은 다르긴 하더라고."

“크흠.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왜? 그땐 나도 나름 애국지사였어. 다른 사람들이 총칼로 맞섰다면, 나는 요걸로 맞섰지."

미향이 배시시 웃으며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문자 그대로 죽여 줬거든, 이걸로."

“얼씨구. 열사났네."

생각해보니 미호는 양생술을 이용해 남성의 정기를 빨아 먹는다고 했다. 혹시 나도 그럼 아까 수명이 깎였던 것일까?

“잠깐. 그럼 나도 아까 기 빨린 거야?"

“응?"

“아까 한 번 쌌잖아."

“아아, 아니야. 실패했어."

“왜?"

“양생술은 정액을 싸게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고환에 차 있는 걸 끝까지 토해내게 만든 다음 정기까지 뽑아내야 하거든."

“어."

“근데 네가 갑자기 다시 커지는 바람에 사정이 중간에 멈춰버렸지 뭐야? 그건 대체 무슨 기술이었어? 난 그런 사람은 생전 처음봤어."

휴-. 다행이다.

아직 한발 남았다 스킬로 겨우 진원진기가 상하는 걸 틀어 막았던 모양이다. 혹시라도 수명이 깎였다면 엄청 억울할 뻔 했다.

“있어 그런게. 잠깐만 그럼 너랑 할때는 수명이 깎일 각오를 하고 해야 한다는 소리야?"

미향이 씩 웃었다.

“그럴리가. 알겠지만 미호는 너를 해할 수 없어. 알잖아.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너랑 할때는 양생술을 전혀 못쓴다는 소리지. 그냥 다른 사람 이랑 똑같다고 생각하면 돼."

“듣던 중 다행이군."

불안감이 해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남아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미호와의 섹스를 끝내고 받아야할 포인트를 전혀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로시. 포인트를 못 받는 건 납득했는데, 설마 음양보합술도 안통하는 거야?’

[그렇진 않을 겁니다. 실제로 마나번 마법에 당해 주인님의 내공이 바닥났을때도 내공의 일부가 채워졌으니까요.]

‘호오, 그렇다면···.’

빠르게 머릴 굴렸다. 나는 섹스를 통해 내공을 증진할 수 있다.

그리고 상대의 음기가 강할수록 훨씬 많은 내공을 흡수한다.

‘한마디로 포인트는 못 쌓아도 내공 증진에는 효과가 있다는 거네?’

[맞습니다. 아마도 상당한 양이 되겠지요.]

‘오옷! 그럼 이거 완전 기연급 아니냐?’

[하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왜? 뭘 조심해?’

[미호양이 양생술을 쓴 이유는 남들보다 빨리 늙어가는 신체를 보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인님이 만약 미호양의 내공을 모두 빼앗아간다면 여지껏 지켜온 그녀의 내공이 뿌리째 흔들리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뒷말은 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공을 너무 많이 뽑아내면 미호의 생명이 위험할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시면 안 될 일입니다. 또한 그녀는 장차 PK단과 상대할 때 요긴하게 쓰일 인물이 될테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 뭐든 적당히 조절하란 뜻이군.’ 아쉽지만 기연급은 아닌 것으로.

하긴 그랬으면 대길이 떴어야 맞다.

하여간 점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들어 맞는 군.

“이해했어. 근데 미향이 너 말고 다른 사람 만나보면 안 될까?"

“뭐? 왜? 나 별로였어?"

“그건 아니고 다른 인격들하고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서 그래."

“흐음···. 조금 섭섭한데. 그래도 그게 소원이라면 들어드려야지. 누굴 원해?"

“마법사라는 여자애."

“요나?"

“응. 궁금한게 있거든."

“요나는 좀···. 성격이 지랄 맞은 데 괜찮겠어?"

“성격이 지랄 맞다니?"

“우리중에선 가장 막낸데 위아래가 없는··· 미안 미안 농담이야. 아무튼 좀 독특할 거야."

“알았어."

잠시후 미호의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바뀌었다.

가만보니 영혼이 체인지 될때마다 눈빛이 변하는 것 같다. 미향은 보라색이었고, 요나는 붉은 색. 혹시 나머지도 모두 다른 색일까?

“아아아아아아아악!!!!"

요나로 바뀐 미호가 느닷없이 소릴 질렀다.

표정도 미묘하게 바뀌었는데, 섹시한 느낌보다는 뭔가 개구진 느낌이었다.

“뭐, 뭐야. 요나?"

“그래. 나다!"

“아니 왜 갑자기 소릴 지르고···."

“내가 모를 줄 알고? 미호를 제압한 스킬이 뭐야? 정신공격 종류는 아닌것 같은데?"

요나는 대뜸 스킬부터 물었다.

확실히 마법사라 그런지 눈치가 빠른 편이었다.

“스킬은 아니고···. 근데 넌 어째서 영향을 안 받는 것 같지?"

“흥! 내가 당해줄줄 알고? 너 딱 걸렸어!"

요나가 갑자기 손톱을 세우더니 날쌘 고양이처럼 달려들었다.

소파에 누워있던 나를 갑자기 덮치는 바람에 나는 팔걸이쪽으로 머리를 대고 쓰러졌다.

“우읏!"

“이걸 확 그냥!"

요나가 앞발차기를 하듯 얼굴을 할퀴려다 갑자기 멈춰섰다.

“으으!"

“?"

“으으! 진짜로 안 되는데···. 무슨 금제지 이건?"

요나가 허공에서 팔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마도 몸을 차지하면 나에게 반격을 해보려고 했던 모양인데, 예상과 다르게 몸이 반응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흐흐. 덮치는 취향인거야?"

나는 요나의 허리를 와락 껴안으며 그녀를 몸에 바짝 밀착시켰다. 커다란 젖가슴이 내 몸에 닿고, 발기된 물건이 요나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흐, 흐흑! 하지 말라고!"

“앙탈부리니까 더 귀엽네. 내가 너한테 궁금한게 많거든?"

“누, 누가 대답해 줄줄 알고? 난 미향이 같은 걸레가 아니거든?"

“글쎄? 일단 맛 좀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나는 다짜고짜 대물을 세워 구멍속으로 쑥 밀어넣었다.

미호자체가 워낙에 음기가 강한 타입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구멍에 귀두가 닿자마자 블랙홀처럼 쏙 빨려들었다.

“흡!"

요나가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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