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442화 (1,406/2,000)

1425. 대학 축제-49-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로시가 끼어들었다.

[저, 주인님.]

‘왜?’

[너무 성급하신 결정 아닐까요?]

‘뭐가 또?’

[소영양이 돈에 눈이 멀어 배신이라도 하게 되면 어쩌시려고 그렇게 큰 돈을 덜컥 맡기신단 말입니까? 재고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500억이면 재산의 절반일 뿐이야.’

[절반이라도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은 평생 꿈도 못 꿀 돈이라고요.]

‘난 보통 사람이 아니니까 상관없겠네 그럼.’

[아니 그런 말이 아니고···.]

‘됐어. 내가 사람을 쓸 때 원칙은 딱 두 가지야.’

[뭔데요?]

‘첫째, 믿지 않으면 쓰질 말라.’

[두번째는요?]

‘썼으면 믿어라.’

[아···.]

‘물론 소영이 그런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 떡정이 아무리 크다한들 500억이란 금액에 비하면 우스울 따름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영에게 맡긴 건 그녀가 적임자이기 때문이야.’

[흐음. 능력은 충분하죠.]

‘만약 전문가를 섭외해본다고 쳐. 그 놈은 또 어떻게 믿을 건데?’

[아···.]

‘어차피 누구에게 맡겨도 불안하다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는 안소영이 낫지.’

[그렇긴 합니다만···.]

‘그리고, 한가지 더. 소영은 애초에 굉장한 부자야.’

[그게 이유가 되나요?]

‘가난하거나 궁핍한 자들은 남의 돈에 욕심을 내기 쉽지. 하지만 본인이 이미 수십억대 자산가인데 남의 돈을 건드린다? 그럴 확률은 상대적으로 적으니까.’

[흐음. 듣고보니 일리는 있지만, 만약을 위한 대비는 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더욱 소영을 고른 것도 있어.’

[네?]

‘소영은 내 어장안에서 관리되고 있어. 그 말인 즉슨···.’

[아! 어딜 가더라도 위치가 표시된다는 뜻이군요!]

‘그렇지. 설사 나를 배신하고 잠적하더라도 어디있는 지 금방 찾아낼 수 있어.’

[하지만 배신할 마음을 먹을 정도면 호감도도 떨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절대 배신 못하게 미리미리 호감도를 꽉꽉 채워놓을 생각이야.’

[역시! 주인님은 다 계획이 있으시군요.]

‘폼이 떨어졌어도 클라스는 영원한 법이거든. 머리가 나빠졌다고 판단까지 흐릿하진 않는다는 뜻이지.’

[요새보면 절대 빡대가리처럼은 안 보입니다. 지능지수의 상승이 점점 눈에 보인달까?]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군.’ 도훈이 로시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소영은 핸드폰을 통해 이것 저것 검색을 마친 상태였다.

“일단 거래소를 몇군데 알아봤어. 조세회피처로 쓰이는 버진 아일랜드나 케이맨 제도 쪽이 가장 좋을 것 같아. 일정은 다음주연차내고··· 비행기 티켓 끊으면···.”

“그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누나가 알아서 진행해줘. 내가 언제 현금을 건네줘야 하는지만 말해줘.”

“만약 도훈이 네 말대로 현금이 500억이면 절대 비행기로는 못 실어 나를 거야. 국내에서 여러 방식으로 환전을 하고 현지에서는 달러로 바꾸는 게 가장 좋아.”

“그렇군.”

“근데 문제는···.”

“문제?”

“네 말대로 위험한 돈이 아니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방법으로 그 큰 돈을 한번에 달러화 시키는 건 불가능해.”

“자금 출처를 의심해서?”

“일단 탈세부터 걸리지.”

“탈세?”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다, 국세청의 신조기도 해. 괜히 표면위로 드러났다가는 가장 먼저 국세청부터 움직일 거야. 그러면 손발이 다 묶이는 거지.”

“방법은?”

“고액의 수수료만 감당하면 달러로 갈아타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야. 다만 금액이 크다보니 여러군데 조금씩 분산해야 하고, 최종적으로 저수지에 모이게끔 조치를 해놔야지.”

“저수지라는 말은 돈이 모이는 곳 말이지?”

“응. 그리고 그걸 가지고 외국 거래소를 통해 코인으로 바꾸는 거지.”

“흐음···. 수수료가 많이 든다는 소리군.”

“그래도 생각만큼 손해는 안 볼지도 몰라.”

“왜?”

“500억이 달러화돼서 코인으로 환전하는데 20% 가까운 수수료가 나갈거야. 그럼 400억 정도가 코인에 투자되는 셈이지.”

“그렇겠지?”

“하지만 생각해봐. 누군가 400억의 코인을 단숨에 매입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영은 이 순간에도 도훈을 가르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일전에 주식 강의를 할 때와 비슷한 방식이었다.

“···큰 손이 뛰어든다고 생각하고 시세가 오르겠구나!”

“그렇지. 돈을 빼는 게 아니라 넣는 거잖아. 주식에서 세력들이 운용하는 방식으로 물타기만 잘 한다면, 수수료를 메우는 이상으로 이득을 볼지도 몰라.”

“그리고 그건 누나 전문분야고.”

“음, 뭐···. 못할 건 없으니까.”

도훈은 소영의 전문성에 확신을 가졌다.

“좋아. 그럼 누나에게 이번 건을 전적으로 위임할 게. 만약 본전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면 거기서 20%를 백마진으로 줄게.”

“20프로라고? 진심이야?”

“응. 그 정도는 떼줘야 누나도 성심성의껏 운용하지 않겠어?”

“와···. 나 어쩌면 의사 그만둬도 상관없을지도···.”

“지금도 재미로 하는 거 아니었어?”

“재미라니? 말했잖아. 꾸준한 고정수입만큼 위대한 총알은 없다고. 저번에 알려준 거 다 까먹었구나?”

안소영의 핀잔에 도훈이 농을 던졌다.

“그래도 다른 건 잘 기억하고 있어.”

“뭐?”

“누나의 맛.”

“아, 아앗!”

간만에 전문 분야가 나와 집중하던 소영은 도훈의 한마디에 무너져 버렸다.

“커, 커피숍에서 그런 소릴···.”

“커피숍이면 어떻고 공원이면 어때? 땡기면 하는 거지.”

“갑자기?”

“뭐래? 그럼 정말 일 얘기만 하려고 했어?”

“아니 그래도 이건 너무 사이즈가 크잖아. 자그마치 500억이라고···.”

“상관없어. 난 누나만 믿으니까.”

“너 내가 다른 마음 먹으면 어쩌려고 그래? 사람 함부로 믿는거 아냐.”

소영의 엄포에 도훈이 피식 웃었다.

“진짜로 딴 맘 먹을 사람이었으면, 그런 얘길 꺼내지도 않았겠지. 난 정말로 누나만 믿을 게.”

“어휴, 진짜.”

“이제 계약은 대충 끝난 거 같으니 지장 찍으러 가볼까?”

“뜬금없이 무슨 지장? 인주 안가져 왔는데?”

“아니. 자지장.”

“앗, 아앗!”

* * *

“아, 아앙!”

도훈은 무섭게 소영을 눌러주었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했다.

그럴수밖에 없는 게 이젠 소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이었다. 특히 그녀가 배신이라도 하면 전 재산의 절반이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른 어떤때보다 격렬하게 그녀를 안았다.

“흐아아아앙! 도, 도훈아아앙!!”

‘극치를 맛보게 해줘야 해. 내가 아니면 안되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그런···.’

[고생하십니다 주인님.]

도훈은 마지막으로 소영의 안에 정액을 듬뿍 뿌려주었다.

이른바 정액 중독. 정액에 신묘한 마법의 힘으로, 앞으로 도훈이 아니면 욕구가 들지 않는 몸으로 만들기 위한 술책이었다.

한바탕 찐하게 뒹굴고 난 뒤 소영은 완전히 널부러졌다.

“최고야, 진짜. 미쳤어.”

“후우, 후우-. 누나도 만만치 않아.”

“밑이 빠져버리는 줄 알았잖아. 아까 위에서 찍어 누를 때 허리가 반으로 접히는 줄 알았잖아.”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나봐.”

“아니야. 난 너무 좋았어. 너무 좋아서 현실이 아닌 줄 알았어.

구름위를 떠다니는 기분이랄까?”

“흐흐. 그렇게 좋았어?”

소영은 한창 오르가즘을 만끽하던 중 문득 도훈에게 물었다.

“나 진짜 딱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뭘?”

“너 정말 오백억이라는 큰 돈이 어디서 난 거야? 난 아직도 안믿겨져. 혹시 내가 모르는 비밀이···.”

“맞아. 비밀이야.”

“응?”

“내 생각엔 말이야···.”

도훈은 앞으로 이와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소영에게 정신 조작을 걸기로 했다.

“내가 어떻게 돈을 벌게 되었는지는 영원히 궁금해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 서로를 위해서.”

“···서로를··· 위해···.”

정신조작이 먹혔는지 총명했던 소영의 눈빛이 흐릿해지더니 도훈의 뒷말을 의미없이 중얼거렸다. 정신조작이 깨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소영은 자금의 출처에 대해선 불문하게 될 것이다.

“그치?”

“응. 맞아. 난 내 할일만 열심히 하면 되니까.”

“내가 누나 엄청 믿고 있는 거 알지?”

“맡겨만 둬. 나도 이 정도 금액을 운용해보긴 처음이지만, 펀드매니저라고 생각하면 못할 것도 없지.”

“고마워.”

“내가 더 고맙지. 어쨌든 덕분에 나도 더 큰 부자가 될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우리 계약···.”

“계약?”

“구두 계약이라 아직 불안한데 지장 한 번 더 찍어주면 안 돼?

이번에 여기다.”

소영이 갑자기 엉덩이를 내밀더니 항문 괄약근을 조이고 풀기를 반복했다. 도훈이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어? 뒷문이 내 전공인 걸.”

* * *

도훈이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저녁 나절이 다 지나서였다.

주말 하루 내내 한숨도 못 쉬고 싸고 박은 결과 극도의 피로감이 몰려왔다.

‘오늘은 무슨 연상 특집도 아니고 말이야.’

[연상 특집이요?]

‘오전엔 제시카, 점심 땐 미나, 저녁에는 소영이 누나까지 말이야.’

[그렇군요. 공교롭게도 다들 연상들만 만났군요.]

‘심지어 중간에 잠깐 끼어든 가온이라는 트레이너도 알고보니 연상이었지.’

[빠른이라지 않았나요?]

‘아니야. 정보창 보니까 그것도 다 구라였어. 한 살 많더라고.’

[아···. 그러고보니 차우현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최번개에게 맡겨놨으니 일주일 안에 샅샅이 조사해 올 거야.

약점을 쥐게 되면 그걸 집요하게 후벼파야지. 아마 축제가 끝나야 시작되겠지만.’

[지독하신 분. 의도야 어쨌든 결과적으론 별 일은 없었지 않습니까?]

‘의도가 괘씸한 거지.’

[네?]

‘감히, 누구 여자를 눈독들여? 뒤질라고. 오늘은 나도 놈한테 배운 게 있으니 그정도로 그친 거야. 그것만 아니었으면, 아까 우그러뜨린 건 철문 손잡이가 아니라 차우현의 팔목이었겠지.’

[으음···.]

‘가온이라는 애도 살짝 마음에 걸려.’

[차우현에게 사주 받아서 주인님게 수작을 걸던 여자 트레이너말씀이시죠?]

‘응. 잠깐이지만 조금은 정신적으로 불안해 보였어.’

[첫 만남에 모텔가자는 여자가 정상은 아니겠지요.]

‘그게 아니라···. 그냥 순전히 내 감인데 뭔가 차우현에게 약점을 단단히 잡힌 느낌이랄까?’

[정보창에 따르면 처음 차우현에게 협박을 받고 불륜관계를 시작한 걸로 나왔습니다.]

‘그게 단순한 불륜은 아닌것 같았단 말이지. 뭔가 애정없는 일방적인 관계랄까? 아무튼 파보면 뭔가 나오겠지.’

[아직 축제는 시작도 안 했는데 사방에서 일이 터지는 군요.]

‘하룻밤 자고 나면 바론데 뭘. 내일은 집행부 불러다가 최종점검해봐야 겠다.’

[넵. 주무십시요.]

‘으으. 너무 긴 하루였다.’

* * *

일요일 아침 눈을 뜬 도훈은 숙면을 한 것처럼 온 몸이 가벼웠다. 어제 하루종일 양기를 발산하면서 음기를 충전한 탓에 몸속의 내공이 자연스럽게 순환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내공 심법을 익히지 못한 도훈은, 몸 속에 흘러 넘치는 양강의 기운을 쏟아내야 했는데 운동보다 훨씬 효과가 좋은 것이 바로 음기가 강한 여인들과의 섹스였던 것.

또한 도훈의 음양보합술은 음기를 취할수록 내공을 보강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섹스를 많이 할수록 점점 강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옷, 온 몸의 기운이 넘친다.”

도훈은 반발력을 이용하지도 않고 누운 자세에서 수직으로 몸을 일으켰다. 뒤로 쓰러지는 장면을 역재생했다고 봐도 믿을만큼 말도 안되는 신위였다.

[깨어나셨습니까? 벌써 해가 중천입니다, 주인님.]

‘엉? 내가 그렇게 오래 잤다고?’

[어제 하루종일 흡수한 음기의 양이 많아 내공으로 전환시키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습니다. 덕분에 컨디션이 아주 상쾌하실 겁니다.]

‘그래서 그렇구나. 개꿀잠 잔 느낌이야. 찌뿌둥한데가 한 군데도 없어.’

[오늘 스케줄은 축제 하루 전 최종 점검을 위한 집행부 미팅입니다. 오후 1시, 학과실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케이. 슬슬 준비하면 여유롭겠네.’ 도훈은 바로 샤워를 하려다 문득 어제 차우현에게 배운 포징 자세가 떠올랐다. 미스터 국성 선발전도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도훈은 복습을 해봐야할 필요를 느꼈다.

“씻기 전에 몸부터 풀어볼까?”

도훈은 전신 거울이 사방에 둘러진 2층의 체력 단련실로 올랐다. 그곳에서 도훈은 짧은 팬티하나만 걸치고 거울 앞에서 섰다.

“음악은···.”

도훈은 경쾌하고 남성적인 음악을 고민하다 영화 ‘록키’의 주제가인 를 골랐다. 천장에 매설된 블루투스 스피커에 핸드폰이 연동되며 심장을 두근대게 만드는 특유의 비트가 흘러나왔다.

도훈은 음악에 맞춰 동선을 짜기 시작했다.

‘록키의 주인공이 복서니까, 처음엔 후드 가운을 머리까지 걸치고 섀도우 복싱을 하면서 나오는 거지.’

복싱을 따로 배운적이 없지만 도훈은 순식간에 프로 복서의 섀도우를 흉내냈다. 눈으로 본 모든 것의 오의를 곧바로 깨우쳐 자기것으로 만드는 능력 때문이었다.

슉슉슉-!

그러다 무대 중앙 쯤에서 불쑥 가운을 벗어 던지고···.

“아, 이거 느낌이 안 사는데.”

[연기력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동작은 완벽하지만 표정이 살아 있지 않으니까요.]

‘오케이. 그럼 실제 무대에선 메소드 담배 한 대 빤다 치고.’

도훈은 계속해서 음악에 맞춰 여러 포즈를 연결시키며 각종 부위를 강조했다. 남들은 몇년을 단련해서 발달시킨 근육을, 숨만 쉬고도 만들었다는 점에 대해서 도훈은 약간 죄책감을 느꼈다.

“음, 뭐. 음악이랑 동작은 이렇게 하면 되겠다. 연습 끝.”

최종 점검을 마친 도훈은 샤워를 마치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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