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420화 (1,384/2,000)

1403. 대학 축제-28-

* * *

범우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깬 그는 울고 있었다.

백발의 할아버지가 범우에게 물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무슨 꿈을 꾸었느냐?”

"여자와 섹스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허어, 좋은 꿈이지 않느냐? 어째서 우는 것이냐?”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입니다.”

·········

"헉!”

범우가 진짜로 잠에서 깼다.

범우는 이번에도 꿈인가 싶어 자기 뺨을 짝- 소리나게 때렸다.

아팠다.

범우는 깨고나서야 자신이 꿈속의 꿈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빠?”

"어, 어?”

범우는 갑작스러운 여자의 목소리에 당황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미리가 어질러진 술병을 한 쪽으로 치우고 있었다.

"다른애들은?”

"네? 오빠 하나도 기억 안나요?”

"그게···. 술먹고 토한것까진··· 아아, 머리야.”

범우는 갑자기 화장실에서 토했다는 기억이 떠오르며 수치심이 밀려왔다.

'미리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말았구나.'

공대 여신 윤미리. 범우는 실은 조모임에서 그녀와 한 조가 되어 무척 기뻤다. 누가봐도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애였다. 하지만 미리는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투명인간 취급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존심이 상할법도 하지만 범우는 오히려 그래서 더욱 미리에게 끌리고 있었다.

싸가지 없는 여자에게 끌리는 그의 특성 때문이었다.

'아아, 근데 어쩌다 내가 미리랑 같이 있는 거지? 설마 다른 사람들은 집에 다 가버린 건가?'

범우는 지금 묵고 있는 파티 룸을 숙박으로 잡았다는 사실을 불쑥 떠올렸다.

'뭐야? 그럼 여기 나랑 미리랑 단 둘이서···.'

범우가 헛된 기대감에 부푸는데, 미리가 곧바로 찬물을 끼얹었다.

"도훈 오빠가 곧 아이스크림 사서 온대요.”

"응? 도훈이 안 갔어?”

"네? 무슨 소리하시는 거예요? 오빠가 도훈 오빠보고 메로나 사오라고 했다면서요?”

"내, 내가?”

범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애써 기억을 떠올려보려고 했지만 머리만 지끈거릴 뿐이었다. 그 모습에 미리가 한심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참나, 벌써 다 까먹으셨나 보네. 오빠가 톡으로 도훈오빠한테 그랬잖아요. 폰 확인해 봐요.”

"그, 그랬어?”

범우가 옆에 놓았던 폰을 꺼냈다. 하지만 배터리가 방전되었는지 화면을 눌러도 켜지지 않았다.

"아···. 빠때리 나갔는데. 혹시 너 충전기 있어?”

"충전기요? 뭐 쓰는데요?”

"나 USB-C타입.”

"전 에이폰이라서요.”

"그, 그렇구나.”

'미리랑은 이런 것도 어긋나네.' 결국 자신이 도훈에게 보냈다는 메시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범우는 술김에 자신이 깨서 연락을 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나저나 꿈도 무슨 그런 개꿈을 꾼 거람?'

범우는 이상한 할아버지가 나왔던 꿈을 떠올렸다.

-허어, 좋은 꿈이지 않느냐?

'미리랑 하는 꿈이었으면 훨씬 기분 좋았을 텐데.'

범우는 여태껏 여자 경험이 없는 숫총각이었다.

그러나 원체 야동을 많이 보고, 또 자위 경험도 많았기 때문에 이따금 섹스를 하는 꿈을 꾸곤 했다.

모텔 방에 단둘이 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자 자기도 모르게 바짓속이 두툼해졌다.

'아, 안 돼!'

범우는 질겁하며 재빨리 이불로 밑을 가렸다.

그의 어렸을 때 별명은 '좆보.'

초등학교 때 노상방뇨를 하던 그의 물건을 훔쳐본 친구가 지어준 별명이었다.

-범우는, 좆보래요, 존나 크대요~, 좆보래요!

범우는 흔히 말하는 대물이었다. 중학교때 목욕탕에 가면 탕에 앉아있던 어른들도 화들짝 놀라며 그의 밑을 뚫어져라 쳐다보곤 했다.

단체 생활을 하는 군대에 가서는 놀림감과 동시에 부러움의 대상으로 통했다. 그가 환복하기 위해 속옷을 갈아입는 날이면, 옆생활관의 고참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그의 물건을 구경했을 정도였다.

'어휴, 꼴린 거 미리한테 들키면 무슨 개쪽이야.'

발기된 그의 물건은 바지밖으로 너무 티가 났기 때문에 차마 들킬 수 없었다. 혼자서 방 정리를 하고 있던 미리는 범우가 술먹다 깨서도 자길 도와주지 않고 이불을 덮고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는 모습에 속으로 짜증이 밀려왔다.

'뭐야 진짜? 자기 때문에 내 첫경험도 방해받았는데···. 도훈오빠한테 아이스크림 심부름 시켜서 매장 다 돌아다니게 만들고.

그래놓고 이젠 내가 청소하는 거 도와주지도 않네?'

"잠 깼으면 같이 좀 치우죠? 나만 마신 것도 아니고.”

결국 미리가 범우에게 한 소리했다.

미리는 워낙에 남자들에게 떠받들어지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만만하다 싶은 사람들에겐 말을 막하는 편이었다. 도훈이나 되니 숙이고 들어갔던 것이지, 평범보다 조금 떨어지는 범우 같은 사내에겐 가차없었다.

"그, 그래···. 근데 잠시···.”

"뭐하는데요?”

범우가 계속 침대에서 미적거리자 미리도 점점 열이 받치기 시작했다.

'술 처먹고 기억도 못할 거 도훈 오빠한테 뭐하러 메로나를 사오라고 해가지고 진짜 짜증나게.'

"잠시만···.”

"당장 일어 나라고요! 아니 무슨 술 먹는 사람 따로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있어요? 왜 나만 치우는데?”

"그, 그게···.”

범우는 꼴린 잦이를 최대한 잠재우는 중이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이 정도로 단단해진 상태면 육안으로 봐도 바지밖이 불룩할 게 뻔했다.

'드, 들키면 좆된다!'

범우가 끝까지 옴짝달싹 않고 버티자, 미리도 제대로 폭발했다.

"아씨, 진짜 해도 너무하네. 나이 먹은 게 벼슬이에요?”

인내심이 바닥난 미리가 범우가 가리고 있는 이불을 뺏기 위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범우는 필사적으로 이불을 끌어 안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안돼. 미리한테 꼴린걸 들키면 난 끝장이야!'

"미, 미리야.”

"지금 뭐하자는 건데요? 신아는 뻗어 자고, 도훈 오빠는 아이 스크림 사러나가고, 그 와중에 오빠는 술 깨놓고 침대에서 움직이도 않고! 나는 병신이라서 혼자 방 치워요?”

"아니 그게···.”

범우가 쩔쩔맸다. 범우도 안간힘을 쓰며 발기된 물건을 자제시키려 했지만, 미리가 싸가지없게 대들수록 더더욱 흥분하고 말았다.

'제, 제발!'

"쫌, 일어나라고요!”

미리가 이불을 확 잡아당겼다. 범우는 울것같은 표정으로 이불을 잡고 버텼다.

"이, 일어 난다니까.”

"말만 하지 말고요!”

"아니 그게···. 어, 어?”

미리가 힘을 뺐다가 다시 확 낚아채듯 이불을 잡아 당기자 범우는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던 이불을 순식간에 빼앗기고 말았다.

"아니 대체 뭘 숨기길래···.”

그리고 드러난 커다란 범우의 물건을 확인한 미리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바지 밖으로 툭 튀어나온 그것이 몽둥이 같았던 것이었다.

'뭐, 뭐야 저건? 설마···.'

범우는 몹시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오, 오해야 미리야. 이건 그러니까···.”

"······.”

'설마 저게 잦이 꼴린 거야? 와···. 어쩜 도훈 오빠보다 클지도 ···.' 미리는 약 30분전 첫경험을 치렀기 때문에, 다른 사내의 발기 된 물건에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겉으로 드러난 윤곽만 봐도 연상이 되는 것이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서 마침 도훈이 등장했다.

"나 왔어.”

"어, 도, 도훈아!”

구원투수를 만난 것처럼 범우가 도훈을 반겼다.

도훈은 손에 든 검은 색 봉지를 흔들었다.

"메로나 사왔다.”

"그, 그래?”

"오빠,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아니 그게···.”

도훈의 뒤에서 불쑥 신아가 튀어나왔다.

"나도 왔지롱.”

"오신아?”

"응? 너 어디갔다가 왔어?”

"음, 술 먹다 깼죠. 범우 오빠도 정신 차렸네요?”

"어, 어 난···.”

신아는 갑작스러운 재등장에도 자연스럽게 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우아, 벌써 방도 다 치웠네? 이제 바로 2차 하면 되겠다.”

"2차라니?”

도훈이 검은 봉지를 다시 흔들었다.

"그게··· 신아가 술도 깼으니 한 잔만 더 하자면서.”

봉지 안에는 양주 한병과 마른 안주가 담겨 있었다.

"그 술은 또 뭐예요?”

"응, 맥주랑 소주는 괜히 배만 부르고 뒤끝도 안 좋잖아. 그래서 이번엔 양주로 사왔어. 편의점에서 양주도 팔더라고.”

"야, 양주?”

도훈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됐어.”

그 사이 어느새 진정이 된 범우가 신아 옆에 자릴 잡았다. 얼렁뚱땅 화제를 전환해 위기를 넘어가겠다는 수작이었다.

미리는 지금의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도훈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데요? 신아는 또 왜 깨어났는데요?”

"그게···.”

도훈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편의점에 도착해서 물건을 사고 있는데 신아가 마침 편의점으로 들어오더라는 것이었다.

"편의점을요?”

"우리 나가고 얼마 안 있어서 술 깼나 보더라고. 담배사러 왔더라고.”

"다, 담배를···. 음.”

"우연히 만났는데, 글쎄 술 깬김에 2차 시작하자지 뭐야.”

"그래서 양주를 사왔다고요? 범우 오빠는 신아가 택시 타고 집에 간 줄 알잖아요?”

"집에 가려다 다시 돌아왔다고 하더라고. 근데 범우가 아까 술에 취한 상태라서 제대로 기억 못할 수도 있어.”

"그런것 같았어요. 오빠가 아이스크림 심부름 시킨것도 모르더라고요.”

"둘이 현관앞에서 뭐하고 있어요? 얼른 와요.”

"어, 어. ···일단 가자.”

미리가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을 모두 보내고 도훈과 편안하게 파티룸에서 1박을 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미 일이 꼬여버렸기 때문에 미리도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착석했다.

"보드카야. 40도 넘는. 술도 한 병 뿐이니까 우리 게임해서 마시기로 하자.”

"게임이라니?”

"근데 우리 과제는 안 해도 돼? 어째 여기와서 계속 술만 마신 것 같은데.”

그제야 과제 생각이 났는지 범우가 말했다.

"그거 내가 아까 혼자 대충 정리했어.”

"했다고?”

"오빠가요?”

"어. 나중에 단톡방에 파일로 올려놓을테니까 연습은 혼자서 각자 해오는 걸로 해.”

"와, 언제 그걸 다 했어요?”

"그러게? 진짜로 끝낸거 맞지?”

"보면 알 거야. 그렇게 어려운 내용은 아니거든. 일단 뭐, 신아말대로 게임이나 하자.”

"근데 무슨 게임을 하지?”

"그래서 준비했지롱, 짜잔!”

신아가 갑자기 포커 카드를 꺼냈다.

"응? 어디서 났어 그건.”

"편의점에서 같이 샀지.”

"도박을 하자고?”

"난 카드 할 줄 모르는데···.”

"별로 안 어려워. 모르겠으면 핸드폰으로 족보 띄우고 보면서해.”

"근데 이걸로 술 게임을 어떻게 해?”

신아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게임에서 이긴 사람 말고 나머지 셋이 마시는 거지.”

* * *

"게임에서 이긴 사람 말고 나머지 셋이 마시는 거죠.”

신아가 말했다.

도훈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다시 물었다.

"그럼 그냥 술게임 아니야? 그런 걸로 어떻게 상황을 만들겠다는 건데?”

"오빠가 뭘 모르시네. 술을 못 마시면 다른 벌칙을 주는 거죠.”

"뭐?”

"몸에 걸친 거 하나씩 벗는 거요.”

"버, 벗는다고?”

"네. 게임이 돌다보면 결국 팬티까지 모두 벗게 될 테니까···.

그럼 자연스럽게 견적이 나오지 않겠어요?”

도훈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 년 완전히 또라이잖아?'

갑작스레 미리와의 스리섬을 제안한 신아는, 어떻게 미리를 설득할거냐는 방법론에 대한 대답으로 게임과 벌칙을 내놓았다.

하지만 도훈은 여전히 못 미더운지 물었다.

"근데 미리가 과연 벌칙을 수행하려고 할까? 차라리 술을 마시고 말지.”

"술을 아주 독한걸로 준비해야죠. 양주 같은 거. 안주는 거의 못 먹게 하고.”

"그래도 그냥 술먹고 토하고 말 것 같은데···.”

"당연히 처음이면 그럴거예요.”

"무슨 소리야?”

"오빠랑 앞에서 한 적이 없었다면 그럴수도 있다고요. 하지만 미리는 오빠랑 했잖아요.”

"그렇지.”

"나도 오빠랑 이미 했고.”

"그렇네.”

"결국 다 벗다보면 자연스럽게 각이 나온다니까?”

듣다보니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소리였다.

이미 한번씩 서로 했기 때문에, 벗기 게임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볼장 다 봤기 때문에.

"근데, 생각해보니까 저 방엔 범우도 자고 있지 않아?”

"범우 오빠요?”

"어. 범우가 있는데 괜찮으려나? 나중에 깨기라도 하면···.”

"풉-. 그럼 스리섬이 포섬이 되는 거죠 뭐.”

"뭐, 뭐?”

"왜요? 오빠는 여자 둘이랑만 하고 싶어요? 나는 남자가 둘이면 더 좋은데?”

"야야, 범우는 그런애 아니야. 순진하잖아.”

"뭘 모르시는 말씀. 사람은 겉만봐선 몰라요. 한꺼풀 벗겨봐야 알지. 오빠랑 나처럼요.”

"그래도 범우는 좀···.”

"왜요? 제가 범우오빠한테 박힌다고 생각하니까 샘나서 그래요?”

"무, 무슨 소리야. 내가 무슨···.”

"아니면 상관없잖아요.”

"아니 내 말은 범우가 과연 이런 정신나간 게임에 동참하겠냐는 거야. 우리끼리야 서로 한 번씩 했으니 그렇다고 쳐. 범우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잖아.”

"세 사람이 갑자기 하늘을 쳐다보면 길 가던 모든 사람이 똑같이 하늘을 쳐다보는 거 알아요?”

"응?”

"우리 셋만 동의하면 범우 오빠도 끌어들이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요. 어차피 술도 취했겠다, 솔직히 범우 오빠 입장에서야 나랑 미리랑 준다는데 거절할리 있겠어요? 줘도 못 먹는 바보가 아니라면.”

"하, 나참.”

도훈은 신아가 보기보다 똘끼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맨 정신으로 저 나이에 남자들 100여명이랑 자고 다녔을리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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