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409화 (1,373/2,000)

1392. 대학 축제-17-

미리는 전형적인 여왕벌 타입.

여왕벌이 군집을 이루고 사는 꿀벌 무리의 유일한 암컷이듯, 그녀는 수많은 남자를 꿀벌처럼 관리하며 꿀 빠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삼았다. 동시에 그녀는 한 남자에게 깊이 빠지는 것을 스스로 경계했다.

꿀벌에게 신혼 비행(?)에 대한 희망을 남겨주기 위해선, 본인 스스로 최대한 솔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즉, 한 마리의 수컷에 얽매이기보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일꾼들이 주변에 늘 머무르길 바랐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까? 한 번 자빠져주면 알아서 말 잘 듣는 강아지가 될 거라고.

친구의 유혹에 미리의 굳건했던 신념이 점차 흔들리기 시작했다.

"뭘 자꾸 자빠지라는 건데? 나 그런 거 관심 없는 거 알면서….”

-솔직히 그 나이 먹도록 아다인 게 이상한 거지. 자꾸 아끼면 똥 된다고 그랬지 내가?

미리의 친구 수민은 그녀와 달리 발랑 까진 타입. 미리와 비슷하게 어장관리를 하면서도, 즐길 건 다 즐기고 다니는 자유분방한 여성이었다.

"…내가 뭐?”

-내가 아는 애 중에 지금까지 처녀인 사람은 너밖에 없을걸?

"그, 그거야 아직 하기 싫으니까…. 사귀는 남자친구도 없고.”

-에구, 미련하긴. 꼭 사귀어야 섹스하니? 그런 고리타분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미리 네가 여태껏 아다인 거야.

"됐어. 맨날 이상한 소리나 하고….”

미리가 부정했지만, 이번엔 평소와 달리 강한 확신이 없었다.

-아무나 대주고 다니란 소리가 아니잖아. 안 줘도 알아서 잘하는 애들한테는 지금처럼 해도 상관없어. 근데 내가 겪어 보니까 어떤 남자들은 안 줄 것 같은 여자들한텐 조금도 관심 없더라고.

"그게 무슨 뜻이야?”

-네가 관심 있어 하는 그 오빠도 어쩜 그런 타입일지도 모른다고. 혹시 아니? 한번 주고 나면 너한테 푹 빠져서 평생 못 헤어날지?

'…평생 못 헤어난다고?'

미리는 그 말에 유독 귀에 쏙 들어왔다. 도훈과 같은 남자를 어장 안에 가둘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그리고 뭐, 막말로 너한테 무슨 봉사하라는 것도 아니고 너도 같이 즐기면 그만이지.

"시, 싫다니까 그런 거.”

-싫다는 애들이 나중에 맛 들리고 제일 좋아하더라, 뭐.

"무섭단 말이야 그건.”

-하-. 뭐가 무섭니? 좋기만 한걸. 그리고 그 오빠 군대도 다녀오고 나이도 좀 있다며?

"나보다 두 살 많아.”

-그럼 백퍼 경험 많을 걸? 너가 그냥 침대에 자빠져 있으면 알아서 다 리드해 줄 거야.

"아플 것 같은데….”

-미친. 넌 그럼 평생 아다로 살아라. 수녀님처럼. 하이고, 진짜 구더기 무서워 된장 못 담그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한 번을 깨야 할 거 아니야? 죽기 전에 할래?

친구 수민은 통화하는 내내 미리를 꼬드겼다. 미리는 통화를 계속하다간 친구의 꼬임에 넘어가 버릴 것 같은 마음에 결국 통화를 끊었다. 하지만 수민이 했던 얘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냥 눈 딱 감고 한 번 줘버려. 그럼 니 남자 된다, 그 오빠.

"에휴, 수민이 걔는 무슨 말을 그렇게 싼티나게 한담?”

대준다느니, 자빠지라느니 아무리 허물없는 오랜 친구 사이라고 하지만 수민의 말투는 너무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었다. 그 때문에 통화를 마친 이후에도 미리의 얼굴을 지나치게 상기되어 있었다.

'하아, 괜히 그런 말 들으니까 더 심란해지네.'

미리는 자기도 모르게 도훈과 파티룸에 단 둘이 남아 뒹구는 장면을 상상했다. 몸 좋고 잘생긴 도훈이 자신을 실오라기없이 홀딱벗겨놓고….

"핫-. 미쳤나봐. 내가 무슨 생각을….”

어장관리를 하면서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었다.

한때 썸 타던 오빠와 술 먹고 키스한 적도 있었다. 아마 그때 조금만 더 취했더라면 일이 벌어졌을 지도 몰랐다.

그뿐이 아니라 어장관리를 너무 심하게 당해, 딴에는 그녀와 사귄다고 착각하던 어떤 남자는 대놓고 1박 여행 가자고 조른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리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서 계속 한 발씩 물러섰다.

마음의 준비.

미리는 여전히 첫 섹스가 두려웠다.

'하지만 도훈 오빠라면….'

왠지 도훈은 딱 봐도 잘할 것처럼 생겼다. 단순히 남자답고, 몸이 좋아서가 아니라 특유의 분위기가 얼굴에 '나 섹스 잘함.' 하고 써놓은 느낌이었다.

물론 이는 도훈이 가진 마성의 매력 때문이었다.

수많은 섹스를 해오면서 자기도 모르게 풍기는 섹기는, 경험이 전무한 숫처녀 미리마저도 감지할 정도였던 것.

'…뭐, 나쁘진 않을 것 같기도.'

미리는 머릿속을 잠식한 음탕한 생각에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

점점 그녀의 마음속에서 도훈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었다.

* * *

영어 조모임 단톡방에 공지글이 올라왔다.

-윤미리 : 오늘 수업 끝나고 6시까지 대학 정문 앞으로 모여주세요. 혹시 시간이 안되시는 분은 파티룸 잡은 모텔로 바로 오셔도 됩니다. 링크에 주소 남겨 놨어요.

메시지를 확인한 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그날인가?'

약속 장소를 확인한 도훈은 곧바로 또 다른 깨톡으로 오신아에게 연락했다.

-대물남 : 오늘 저녁 보는 거 맞죠?

-글램글램 : 넹. 어디서 볼까요?

도훈은 미리가 예약한 모텔 주변의 동네를 댔다.

-대물남 : 요 근처 모텔 많던데 여기 어때요?

-글램글램 : 잘 됐다. 마침 그 근처에서 볼일 있었는데. 몇시에 봐요 그럼? 전 10시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은데.

-대물남 : 저도 그쯤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제가 나중에 방잡고 연락 드릴게요.

-글램글램 : ㅇㅇ 실망시키지 마요.

-대물남 : ㅋ기대하셈.

오신아와 더블로 약속을 잡은 도훈이 히죽거렸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조모임이 늦게 끝나면 시간을 맞추기 어려울 텐데요.]

'상관없지. 오신아도 같은 멤버니까. 어차피 내가 늦으면 신아도 늦을 거 아냐?'

[아! 그렇군요.]

'그리고 숙소도 그 모텔로 할 거야. 바로 옆방은 오버고, 위층이나 아래층으로.'

[오신아양에 눈치채지 않겠습니까?]

'상관없어. 본 얼굴로 등판할 거니까.'

[얼굴을 드러내시겠다고요? 신아양이 혹시라도 아는 사람을 만났다고 거부하면….]

'에이. 그건 아니지. 오신아가 학교내에서 이미지 관리하는 이유가 뭐겠어?'

[그야…. 괜히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나는 걸 경계하는 것이겠죠. 음란한 취미생활을 몰래 즐겨야 하니까요.]

'바로 그거지. 하지만 이미 방 잡은 상태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그건 전혀 다른 문제거든. 어차피 서로 공범이 된 셈이니까.'

[아….]

'만나기 전까지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게 중요한 거지, 막상 방 잡고 들어갔는데 아는 지인이다? 어차피 그때 되면 얼굴 서로 다 팔린 마당에 쪽팔리게 뭐있어? 서로 입단속만 잘하면 되는 거지.'

[그럼 신아 양은 오늘 공략이 가능하겠군요.]

'응. 미션 대상은 아니지만, 포인트 벌어가 얼마나 될지 정말로 기대되는 구만.'

[역대급으로 터질지도.]

'나도 같은 생각이야.' 도훈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깨톡이 도착했다.

이번엔 신아가 아니라 미리가 본 계정으로 보낸 개인톡이었다.

-미리 : 오빠, 파티룸 예약하는데 15만원 정도 들었어요. 남은 돈은 나중에 돌려드릴게요.

-도훈 : 괜찮아. 그냥 그걸로 간식이나 사가자. 아니면 좀 더 보태서 야식 시켜먹을 때 보태도 되고.

-미리 : 아니에요. 그래도 오빠 혼자 다 내신 건데 어떻게 그래요. 원래는 좀 더 아껴보려고 했는데 대실인가? 아무튼 빌리는 거랑 숙박이랑 가격차이가 많이 안나서 그냥 숙박으로 끊었어요.

-도훈 : 숙박? 파티룸을?

-미리 : 네. 대실은 4시간에 12만원이고 숙박은 15만원이래서요. 근데 4시간 안에 조모임이 안 끝나면 시간당 2만원씩 더 붙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만약 12시 넘어가면 돈이 더 들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도훈은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는 미리의 태도에 낌새를 챘다.

'어랍쇼? 이게 지금 수작 부리는 거 같은데?'

[수작이라뇨?]

'원래 혓바닥이 길면 변명을 하는 거거든. 구질구질 자기가 왜 숙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고 있잖아. 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니지.'

[그럼요?]

'그 방이 토요일 정오까지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나와 둘이서만 공유한다는 소리야. 여지를 남기는 거랄까?'

[호오. 설마 미리양 쪽에서 먼저 유혹하는 거라고요?]

'아직 유혹까지는 아니지만 슬슬 밑밥을 까는 거지. 아마 조모임 끝날 때쯤 나머지 애들 먼저 보내고 둘이서 마무리 하자고 제 안하지 않을까?'

[단둘이 모텔에 남을 상황을 만들려는 거군요.]

'아마도.'

[갑자기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요? 미리양은 단순히 어장관리녀아니었습니까?]

'그건 정확히 모르지. 어쩌면 지난 번 도발이 먹혔던 것 같기도. 아무튼 나로선 잘 된 일이야.'

[한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무슨 문제?'

[정말 그렇다면 지금 같은 모텔 다른 방에서 두 사람과 겹치기 된 것 아닙니까? 신아양도 조모임 끝나고 보시기로 하지 않았나요?]

'흐음. 그건 이따 봐서 임기응변으로 극복해 봐야지.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봐.'

[그나저나 주인님 생각대로 성공하면 대박이군요. 하룻밤 1타 2피. 미션도 해결하고 포인트도 왕창벌고.]

'그리고 조모임은 섹모임이 되는 거고.'

[캬, 역시 주인님은 정말 난봉꾼입니다. 가는 곳마나 여자들을 자빠뜨리고 다니시군요.]

'괜히 국성대 섹스킹이겠어?'

도훈은 씩 웃으며 오늘은 일정을 구상했다.

그러나 오후 수업이 끝나고 약속까지 시간이 남아 버렸다. 집으로 가자니 애매하고, 그렇다고 마냥 기다리자니 1시간 동안 딱히할 일이 없었다.

'음, 어쨌든 남는 시간을 때워봐야겠는데 뭐가 좋을까?'

고민하던 도훈은 마침 손은주 교수를 떠올렸다.

'그래. 모처럼 교수님 좀 뵈러 가야 겠다.'

2학기 개강 이후 손교수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게 떠오른 것이었다. 그래도 1학기 내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던 손 교수였기에 간간이 챙겨줘야할 필요를 느꼈다.

손 교수의 교수연구실을 방문한 도훈은 '재실'이라는 패찰을 확인하고 똑똑 문을 노크했다.

"어? 누구… 일단 들어와요.”

조금은 숨이 찬 목소리였다. 도훈이 의아해하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잘 지내셨어요 교수님?”

"앗, 도훈아? 자, 잠깐만 나 운동 중이었는데.”

마침 운동 시간이었는지 손 교수가 연구실 구석에 세워둔 실내싸이클에서 스피닝을 하고 있었다. 옷까지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육감적인 몸매를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은주는 급하게 패달을 멈추고 머신에서 내렸다. 이마에 땀이 흥건한 것으로 보아 이미 30분 정도 달린 모양이었다.

"미안. 이 시간에 운동하는 게 습관이 돼서.”

"제가 죄송하죠. 연락도 없이 불쑥 방문해서.”

손 교수는 살짝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운동을 격하게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도훈이 볼 때 또 싸이클 안장에 봊이를 비비며 나름의 자위를 하던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런 내 정신 좀 봐. 잠깐 앉아 있을래? 내가 마실 것이라도 가져올게.”

"괜찮아요 교수님.”

"그럼 옷이라도 갈아입고….”

손 교수는 아예 싸이클 복장까지 갖추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스피닝이 땀을 많이 흘리는 종목이라 환복을 하고 운동을 했던 모양이었다. 스판 반바지에 겨드랑이 훤히 드러나는 타이트한 상의가 그녀의 끝내주는 몸매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잠깐 얼굴뵈러 온 거예요. 안 갈아입으셔도 돼요.”

"그, 그래도 민망한데….”

손 교수는 쑥스러워했지만 사람이 왔는데 계속 기다리게 하기도 미안했던지, 이내 맞은 편에 앉았다.

"요즘도 운동 열심히 하시나봐요.”

"으, 응. 요새 논문 때문에 바빠서 헬스장 갈 시간이 없더라고.

어…, 근데 너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네?”

손 교수는 도훈을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에 그의 몸이 더욱 날렵하게 변한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볼륨이 막 커진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비해 체지방이 극단적으로 줄어 훨씬 쫄깃해졌다.

"이번 축제 때 보디빌딩 대회 출전하거든요. 그것 때문에 계속 몸 만드는 중이라.”

"어머, 정말? 잘 어울린다.”

손 교수는 도훈의 변화된 몸이 흡족한지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애초에 본인 스스로도 운동을 통해 꾸준히 몸 관리를 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몸 좋은 남자에 유독 관심이 많은 것도 있었다.

게다가 그녀가 스피닝을 즐기는 또 다른 이유는 봊이와 안장의 마찰을 통해 음욕을 채우는 것도 있었기 때문에, 30분 내내 쉬지 않고 달린 지금 애무를 당한 것처럼 바짝 신경이 곤두선 상태기도 했다.

도훈은 곧바로 그녀의 상태를 짐작하고는 넌지시 말을 꺼냈다.

"대회 나가도 되겠는지 교수님이 좀 봐주실래요?”

"내가? 난 그런거 잘 모르는데….”

"어차피 아마추어 대회라 일반인 호응도 중요하거든요. 봤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알려주세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잠시만요.”

도훈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훌훌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안에 티도 받쳐 입지 않아 웃옷을 벗자마자 새끈한 몸매가 튀어나왔다. 군살 하나 없이 압축된 근육을 본 손 교수가 입을 틀어 막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우아… 와, 진짜…. 엄청 잘 만들었네? 이게 다 근육이야?”

손 교수가 도훈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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