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대물로 태어나게 해주세요-1381화 (1,348/2,000)

1364. 여대 잠입-64-

"하, 내가 무슨 니···."

금자가 발끈했다.

'니 시다바리가?'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하필 두 사람 옆을 지나가는 다른 가정부의 등장으로 황급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사건 이후 두 사람은 사적으로 말을 놓았지만, 어쨌든 공식적인 지위는 금자에 비해 유리가 훨씬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유리는 박회장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수행비서의 직위였고, 금자는 두 명의 하녀 중에서도 더 아래였다.

집에서 오래 일한 첫 번째 가정부가 집사에 준하는 위치였기 때문에, 금자는 이 집안에서 최약체라고 할 수 있었다.

"금자야, 세탁물은 다 돌렸니?"

"네. 이모님."

"그럼 다 돌아갔는지 확인하고 나중에 건조기에 넣어라."

"네, 알겠습니다."

금자는 다른 하녀에게 지시받는대서,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다. 동급이라 생각했던 유리 앞에서 현격한 신분의 차이를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많이 바빠 보이네? 커피는 그럼 내가 직접 타야겠다."

비꼬듯 말하는 유리의 태도에 금자가 애써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

"···아니에요, 비서님. 당연히 제가 타드려야죠."

"미안해. 내가 오늘 남아서 할 일이 많다 보니…. 그럼 서재에서 작업하고 있을 게, 부탁해?"

유리가 그녀답지않게 얄밉게 말하며 박회장의 서재로 되돌아갔다. 금자는 유리의 뒤통수를 한참을 노려보며 이를 부득 갈았다.

'네가 감히 나한테 이딴 식으로 나왔다 이거지?'

현재 금자가 이 집안에서 가장 밑바닥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신분 상승 욕구가 남다른 금자에겐 무척이나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네가 아무리 내 앞에서 까불어야 봐야, 박회장은 나를 총 애해. 네가 그렇게 좋아하는 과외 선생도 곧 그렇게 될 거고.

'"캬악-!"

금자는 유리의 커피를 내리면서 컵에 침을 가득 모아 뱉었다. 잠시 후 카푸치노로 만들어진 커피에는 침이 거품과 섞여 조금도 티가 나지 않았다. 금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쟁반 위에 커피를 들고 박회장의 서재를 노크했다.

"들어와."

대답한 사람은 유리가 아닌 박회장이었다. 금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박회장과 유리가 나란히 앉아 모니터 화면을 보며 서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부분을 다시 정리 해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오늘도 야근인가? 요즘들어 너무 무리하는 거 같은데."

"괜찮습니다, 회장님. 어차피 오늘이 아니어도 제가 해야 하는 일니까요."

"알겠네. 이 방에서 작업하게. 나는 잠시 바람 좀 쐬고 올테니. 그건 커피인가?"

박회장은 금자를 한참 세워둔 후에야 말을 걸었다.

"네, 비서님이…."

"안 그래도 마시고 싶었는데 잘 됐군."

"아니 회장님 이건…."

침 뱉은 머그컵을 박회장이 챙겨가려 하자 금자가 당황했다.

그러나 회장이 먼저 마시겠다는 데 비서를 준다고 말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난 바로 나가봐야 하니까 유리씨에겐 다시 타다 주게나."

박회장은 정말로 바쁜 듯 커피를 챙겨 먼저 나가버렸다.

서재에 둘만 남게 된 유리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흠, 어쩔 수 없네."

"…다시 타줄게."

"아니야. 됐어. 괜히 지금 마시면 잠이 안 올 것 같으니까."

"다시 타다 줄 수 있어."

"괜찮아."

유리는 마치 금자가 커피에 침을 뱉었다는 비밀을 엿보기라도 한 것처럼 한사코 거부했다. 금자는 손을 불끈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이, 이년이 진짜.'

"……."

"바쁠 텐데 이만 나가봐. 난 일 볼게."

유리의 축객령에 금자가 이를 꽉 깨물며 돌아섰다.

'나한테 이런 수모를 줬다 이거지? 두고 보자.'

* * *

박회장의 호출에 김씨가 차를 준비시켰다.

저녁 경호를 위해 별채로 와있던 만석은 두 사람의 차가 저택을 나가는 장면을 창가에 서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훗-. 기왕 외출한 김에 최후의 만찬이라도 들고 오는 편이 좋을 텐데.'

그는 겉보기엔 헬스밖에 모르는 우직한 바보처럼 보였지만, 사실 곰의 탈을 쓴 늑대에 가까웠다.

최철우가 처음 배신을 언급했을 때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던 그였다. 애초에 그는 박회장의 돈을 노리고 달려들었던 인물인 것이다.

'흐흐. 내가 김씨처럼 집 지키는 개나 되려고 여기 들어왔을 것 같아? 어림없지.'

오랫동안 계획한 D-day가 바로 오늘이었다.

만석은 평소와 달리 흥분한 상태였다. 늘 하던 운동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스트레스지수가 올라갔다.

오늘 밤 만석의 주요 업무는 바로 김씨를 제압하는 것.

지금은 비록 박회장 딸의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다지만, 김씨는 한때 조폭에서 잘나갔을 정도로 실력 있는 인물. 기습적으로 단숨에 제압하지 않으면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컸다.

만석은 마치 자정이 있을 거사를 연습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구석에 매달린 샌드백에 다가갔다. 그리고는 곰이 먹잇감의 노리듯 뒤에서 샌드백을 껴안더니 꽉 끌어안았다.

"으으으!"

거구의 사내가 온 힘을 다해 샌드백을 들고 껴안는 장면은다소 우스꽝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붙잡힌 것이 샌드백이 아닌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단숨에 허리를 부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었다.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봐야, 제까짓 게 뒤에서 붙잡히면 힘 한번 쓸 수 있겠어?"

예행연습을 마친 만석이 씩 웃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자신은 김씨를 해치우면, 철우가 지수를 위협해 일본인과 함께 박회장을 겁박하는 것이었다. 유리는 어차피 밤늦게 집에 없을 테니 문제 될 게 없다. 설사 집에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철우와 고스케 둘이면 충분히 제압 가능했다.

'총알이 칼보다 빠르다지만, 그것도 총을 꺼낼 수 있을 때 일이지. 근거리에선 철우의 주먹이 총알보다 훨씬 빠를 테니까.'

계획을 점검하던 만석은 마지막 남은 한명을 떠올렸다.

'그나저나 금자 이년은 어떻게 한다?'

철우의 계획은 살인 멸구.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것처럼 오늘밤 거사에서 단 한 명의 증인도 살려두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고스케야 본래 킬러 출신이기 때문에 사람 죽이는 것엔 조금도 거리낌이 없을 것이고, 철우는 평소 성정이 냉철하고 악독했기 때문에 그 역시 금자하나 죽이는 것엔 눈 하나 깜짝안할 위인이었다.

그러나 만석은 금자에 대해 평소 욕정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죽이는 데 조금은 망설여졌다.

'하, 고년 고거 박회장만 아니면 진작에 봐 버렸을 텐데.'

만석은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집안일을 하던 금자를 떠올렸다. 색기 넘치는 표정과 몸짓을 생각할 때마다 눕혀놓고 따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이대로 그냥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데….'

단지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고 죽이기엔 금자의 외모가 너무 아까웠다. 더구나 미혼모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만석은 그녀를 죽이는 데 심적인 부담을 느꼈다.

'가만있자. 그냥 아무 핑계나 대서 오늘 밤 집 밖으로 내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

만석은 불쑥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건의 목격자였기 때문에 죽여야 한다면, 목격자가 되지 않게 하면 그만이었다.

'흐흐. 맞네. 그냥 집에서 내보내 버리자. 불쌍한 앤데 굳이 죽일 필요까진 없잖아? 그리고 또 알아? 나중에 고맙다고 나한테 한 번 대줄지.'

아이디어가 떠오른 만석은 간만에 별채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늘 별채에서만 생활하던 그였기에 저택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졌다.

'근데 뭐라고 말해야 한다?'

별채에서 야간 경호를 서는 그에게 금자는 가끔 식사를 가져다주곤 했다. 보통은 야참으로 저녁 늦게 챙겨주는 편이었으나, 오늘은 저녁을 안 먹고 왔다는 핑계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저택으로 들어간 만석이 금자를 찾았다.

"저…."

"어머? 무슨 일이세요?"

주방에서 정리를 하고 있던 금자는 갑작스러운 만석의 등장에 놀랐다. 늘 별채에서 묵묵히 운동만 하고 있던 그가 안채까지 들어온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게 아니라 식사를 깜빡 놓쳤는데 요기할 거리가 있나 해서…."

"아, 그러시구나. 식사 안하셨구나."

금자는 만석이 평소 말수도 없고 과묵한 편이었기 때문에 별채에서 저택까지 오는 데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맨날 야간 근무만 서는 사람인데, 저녁도 안 먹고 일하면 힘들겠다.'

그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금자가 만석을 식탁에 앉혔다.

"잠깐 기다리세요. 방금 아가씨 식사 챙겨드리느라 남은 반찬이 있거든요. 금방 챙겨드릴게요."

식탁에 앉으라는 소리에 만석이 주저했다.

사실은 다른 용무를 말하려고 핑계를 댄 것이었으나 식사까지 차려준다는 말에 당황한 것이었다. 만석이 주저하자 금자는 그가 부담스러워 한다고 오해했다.

"걱정마세요. 회장님 방금 김기사랑 잠깐 외출하셨으니까.

이모님도 방금 퇴근해서 여기 저밖에 없어요."

"…아, 네 뭐, 그럼."

만석이 식탁에 앉자 금자가 냉장고에서 찬을 꺼냈다.

식사를 차려주는 금자를 보자 만석은 더욱 마음이 약해졌다.

'확실히…. 죽이기엔 아까운 여자야.'

"후라이라도 하나 해드릴게요."

금자가 후라이팬을 꺼내 요리를 시작하자 만석이 극구 사양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진…."

"괜찮아요. 편히 들고 계세요."

금자가 요리를 시작하자 만석은 음식을 먹지 않고 금자의 뒤태를 조용히 쳐다보았다. 앞치마를 걸치고 있던 금자는 조여진 허리끈 때문인지 유난히 엉덩이가 부각되어 있었다. 그녀의 뒤태를 훔쳐 보던 만석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어휴, 고대로 빤스 내려서 뒤에서 꽂아 버리고 싶네.'

만석은 평소에도 금자에 대한 욕정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금자와 단둘이 있다는 생각에 슬슬 욕망이 피어 올라왔다.

'맞아, 따지고 보면 내가 생명의 은인인 셈이잖아? 안 그래? 내가 빼내주지 않으면 어차피 죽을 지도 모르는데, 한 번쯤 따먹으면 어때서?'

만석은 점점 스스로 생각에 도취되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에게 금자를 따먹을 정당한 권리라도 있는 것처럼 여겨진 것이다.

'잘됐네. 회장도 김씨도 없겠다, 큰이모는 진즉 퇴근했고 아가씨는 그 과외선생이랑 방에서 공부하고 있을 거 아냐?

이 집에 남은 사람은 나와 금자밖에 없는 거잖아?'

한껏 성욕이 끓어오른 만석이 스르륵 의자를 빼고 일어섰다. 그의 우악스러운 힘이면 가냘픈 금자를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래, 이건 강간이 아니야. 내가 구해주는 거지.'

만석이 조금씩 요리를 하고 있던 금자에게 다가갔다.

* * *

'대협씨는 뭐하고 있으려나?'

노트북 앞에서 일하고 있던 유리는 불쑥 도훈을 떠올렸다.

물론 그녀가 기억하는 이름은 도훈의 가명인 전대협이었지만, 어쨌든 동일 인물이었다.

사실 그녀는 남아서 일할 것이 없었다.

오늘 하지 않아도 내일해도 되는 일이었고, 그저 집에 오래 남아있으려는 핑계를 대기 위해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내가 먼저 가면 분명 금자 고년이 대협씨를 가만 안 둘 거야.'

유리는 금자를 의식하고 있었다. 그녀가 도훈을 독차지해서 자신을 소외시킬까 두려웠다.

'그래. 차라리 대협씨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자. 그리고 같이 나서는 거야. 어차피 이혼남이니 달리 만날 사람도 없을 거 아냐? 내가 먼저 데이트하자고 하면 되지.'

금자는 어차피 집에 묶인 신세였다.

하지만 자신은 도훈과 함께 퇴근할 수 있었다.

도훈이 과외를 마칠 때까지 집에서 죽치고 있으면, 금자도 훼방 놓을 수 있고, 나중에 도훈과 데이트도 할 수 있었다.

'아아…. 그날 이후로 얼마나 생각이 많이 나던지.'

뒤늦은 첫 경험인 만큼 유리가 겪은 느낌은 남달랐다.

그날 이후 하루종일 도훈과 섹스하던 생각이 났다.

다음날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힘들었지만, 몸이 회복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훈의 큼직한 대물이 떠올랐다.

자신의 몸에 있는 구멍은, 도훈의 대물이 채워져야 완성될 것 같았다.

'아아, 대협씨만 생각하면 또….'

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손을 치마쪽으로 내렸다. 도훈과의 섹스 이후로 그녀는 자꾸 야한 생각이 많이 났다. 대물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팬티가 축축해져버리는 것이었다.

유리는 슬쩍 서재의 문을 쳐다보았다.

박회장의 서재를 허락없이 들어올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박회장은 잠깐 외출한 상태.

이곳은 유리 혼자 있는 밀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아…. 잠시만 그럼.'

유리가 의자에서 다리를 활짝 벌렸다.

치마가 말아 올라가며 그 사이로 유리가 손을 집어 넣었다. 그녀는 블라우스 위로 가슴을 움켜쥐며 팬티 위를 문질렀다. 만지는 순간 젖어오는 봊이에 유리가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토해냈다.

"아, 아…!"

갑작스럽게 터지는 신음에 유리가 제 입을 틀어 막았다.

혹시나 밖에서 누군가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겁이 났다.

하지만 유리는 멈출 수 없었다.

이대로 팬티까지 벗고 미친 듯 자위를 하고 싶었다.

"아아, 못 참겠어."

유리가 끝내 팬티마저 끌어 내렸다.

도훈과 함께 저택 이곳저곳을 누비며 뒹굴고싶었다.

유리는 아예 박회장 문을 안에서 걸어잠갔다.

지금 이순간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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