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 이사-30-
외식으로 맛있는 장어구이를 먹고 온 도훈은 다시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정음을 설득했다.
"어때? 생각해 봤어?"
"정말로 저랑 나가자고요?"
"왜? 난 재밌을 것 같은데?"
"흐음···. 사실 좀 부끄럽기도 하고···."
정음은 여전히 망설였다.
도훈과 함께 교내 대회를 출전한다는 말에 솔깃하긴 했지만, 다른 대학생들 앞에서 몸매를 고스란히 노출해야 한다는 점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녀는 체육과 여름 수영 캠프 때도 거의 유일하게 보수적인 수영복을 고집할 정도로 노출을 꺼리는 편이었는데, 대회 특성상 노출이 심한 복장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도훈은 그녀의 심정을 십분 이해하며 전략을 수정했다. 그녀의 강한 책임감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정음아, 우리가 무슨 과지?"
"네? 체육교육과요."
"그렇지. 나중에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체육을 가르칠 교사를 육성하는 과잖아."
"그, 그쵸."
"우리도 명색이 체육인인데 헬스에 관심을 보여야 하지 않겠어? 보디빌딩은 단순히 몸만 만드는 운동이 아니라,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 위한 평생운동의 기반이 되는 운동이잖아."
"그, 그런가요?"
"다른 과도 아니고, 체육교육과니까 당연히 더 출전해야지. 나도 학회장이니까 책임감 가지고 나가려는 것이고. 근데 여자부에 출전할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건 좀···."
도훈은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정음을 자극했다.
학회장인 자신이 출전하니 과대인 정음도 책임감을 느끼라는 식이었다. 아까까지와 달리 정음도 그 말에 조금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여자부 선수가 한 명도··· 음···."
"물론 여자부 대표로 너 혼자 나가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내가 다른 애들도 설득해 볼게."
"다른 애들요? 누구요?"
혼자가 아니라 둘이면 정음의 부담을 덜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내뱉은 말이었지만, 정음이 부쩍 관심을 보이자 도훈이 다른 멤버를 급조해냈다.
"경희는 어때?"
"경희요? 경희는 전국대학생 체전 출전하느라 요새 정신 없을 텐데요?"
"축제는 테니스 대회 끝나고 아니야?"
"그치만 따로 연습할 시간이···."
"아니지. 경희는 사실 지금 하는 게 보디빌딩이나 다름없잖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운동하고 있으니까."
"그렇군요."
"게다가 이 종목은 태닝을 할수록 유리하거든."
"태닝요?"
"피부가 탄 쪽이 몸매가 훨씬 잘 드러나니까."
"아…."
"한마디로 경희는 지금 테니스 대회를 출전하는 겸 자기도 모르는 사이 미스 국성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랄까?"
"듣고 보니 그렇네요. 몰랐어요."
"그치? 아니면 희주도 있고."
"희주요?"
"저번에 보니까 희주가 매일 아침 헬스장 다니더라고. 걔 수영도 배웠으니까···."
도훈이 말끝을 흐렸다.
수영도 배웠으니 몸매도 훌륭하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었는데, 괜한 말을 덧붙였다 정음이 서운해 할까봐 말을 다 않고 흐지부지 끝낸 것이었다. 하지만 정음도 눈치가 있었기 때문에 희주 이야기가 나오자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맞네. 확실히 희주가···.’
신내바, 신이 내린 바디라 불리는 희주는 체육과 뿐만 아니라 사범대를 통틀어서도 바디 라인으론 적수가 없다는 평이었다.
특히 평소에도 노출이 심한 의상을 즐겨 입어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끌었기 때문에 다른 여학생들도 그녀의 우월한 몸매를 부럽게 여겼다. 정음 역시 예외는 아니었는데, 도훈의 입에서 희주의 이름이 언급되자 순간 질투심을 느꼈다.
'오빠는··· 희주 같은 몸매를 좋아하는 걸까?’
최근 들어 체육과를 대표하는 미녀로 다시 태어난 희주는 과대 표 경쟁에서 한 번 붙었을 만큼 사사건건 정음과 부딪혔다. 그 와중에 도훈이 직접 희주의 이름을 언급하자 정음은 자기도 모르게 경쟁심이 불타올랐다.
'희주가 나간다면 나도 질 수 없지. 내가 안 나간다고 하면 오빠가 희주를 데리고 연습시킬 수도 있으니까.’
"저 할게요!"
"응? 정말?"
"네. 오빠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체육과의 명예가 걸린 일인데 오빠 혼자만 너무 부담을 짊어지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여자애들도 함께 나가면 저도 좀 덜 민망할 것 같고요."
"잘 생각했어 정음아. 말 나온 김에 바로 우리 집에 같이 갈래?"
"집에요? 정말 집에서 운동할 수 있어요?"
"당연하지."
이사한 도훈의 집에 처음 도착한 정음은 무척 놀랐다.
"와, 이 큰 집에 혼자 사신다고요?"
"어. 집주인이 급하게 외국으로 나간다고 싸게 전세를 주고 갔어."
"그래도 엄청 비싸보이는데요?"
도훈은 괜히 부자처럼 보이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다.
"그게…. 실은 여기 사시던 집주인 분이 한국 생활을 접고 잠시 외국에 나가게 되었나 보더라고. 근데 급하게 이사가 결정되면서 이 집이 갑자기 텅 비게 생겼거든."
"아…."
"집주인 입장에서 그냥 빈집으로 놔두면 도둑이 들 수도 있고, 또 사람이 없으면 관리가 전혀 안되니까 관리인 겸 해서 싸게 세를 놓은 거야."
"그럼 오빠가 이 집을 대신 관리해 주는 거예요?"
"그렇지. 월세가 싼 대신에 집이 크니까 유지비가 많이 들거든.
또 이사 가기 전에 새로 가구나 가전제품을 많이 들여놔서 완전 새집 같아. 그런 것들을 모두 유지하는 조건으로 들어온 거야."
"아하."
관리인 겸 해서 큰 집을 맡고 있다는 말에, 순진한 정음이 깜빡속아 넘어갔다.
[왜 정음양에겐 코인으로 부자 됐다는 얘기는 안 하십니까?]
'어차피 정음이는 내가 부자든 아니든 나를 좋아할 거니까.’
[기왕이면 남자친구가 부자인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래도 그냥 알리고 싶지 않아. 평범한 대학생인 모습으로 계속 만나고 싶으니까.’
[주인님도 참 이상한 취향이시군요.]
'그냥…. 정음이가 나에게 늘 한결 같은 것처럼, 나도 같은 모습인 게 좋을 것 같아서.’
[그거야 뭐, 주인님 마음이죠.]
"집주인이 2층에 헬스장을 차려놨더라고."
"헬스장이요?"
"응. 어지간한 운동기구는 다 있어. 그래서 나도 요샌 헬스장따로 안 다니고 집에서 운동하고 있거든."
"아."
"올라가자, 보여줄게."
정음과 함께 2층 운동룸에 오른 도훈은 헬스장비를 소개했다.
"이건 가슴운동, 저건 등운동. 조금 부족하지만 큰 근육 키울 수 있는 장비는 다 있어. 부족한 건 덤벨로 채우면 되고."
"와, 집에 이런 장비가 있다니…. 대단해요."
"어차피 내 것도 아닌데 뭘. 그럼 가볍게 운동 해볼래?"
"지금 바로요?"
"응. 집에 온김에 몇가지 알려줄게."
"운동하기엔 옷이 조금…."
정음은 도훈을 만나기 위해 예쁘게 차려입고 나왔기 때문에 운동하기엔 다소 부적합한 옷차림이었다. 더욱이 치마를 걸치고 나왔기 때문에 헬스를 하기엔 굉장히 부적합했다.
"그럼 내 옷이라도 입을래?"
"오빠 옷이요? 엄청 크지 않을까요?"
"음, 바지는 반바지 입으면 될 것 같고…. 위에는 좀 붙는 옷이면 가능하겠는데. 잠시만."
도훈은 1층에 들러 운동복을 챙겨왔다.
최대한 작은 옷을 챙겼는데도 두 사람의 키 차이가 20cm가깝게 났기 때문에 정음으로선 완전히 빅 사이즈였다.
"어…. 이걸로 갈아입으라고요?"
"좀 큰가?"
"한 번 입어 볼게요."
정음은 옷을 갈아입을 곳이 있는지 운동룸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뻥 뚫린 공간이라 숨을 곳이 없었다.
"어…. 옷은 어디서…."
"아, 그렇네. 등 돌리고 있을 게."
"넵."
도훈이 뒤로 돌아 앉아 정음이 옷을 벗기 시작했다.
어느덧 연인처럼 여러차례 섹스를 가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끄러움이 많은 정음이었다.
잠시 후 옷을 모두 갈아입은 정음이 말했다.
"저, 다 입었어요."
도훈이 뒤를 돌아보자 몸에 맞지 않은 큰 옷을 걸친 정음이 보였다. 그 모습이 생각보다 너무 깜찍했기 때문에 도훈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푸하하, 너무 큰데?"
"그래요?"
반바지는 밑 기장이 무릎까지 내려왔고, 팔은 주먹이 안 보일정도로 흘러내렸다. 특히 라운드로 파인 목 부분은 완전히 흘러내려 한 쪽 어깨가 드러날 정도였다.
도훈은 정음의 패인 쇄골을 보며 섹시하다고 생각했다.
'진짜 매력 덩어리란 말이지.’
[주인님이 유난히 좋아하시는 거겠죠.]
"흠, 허리끈 조이면 바지는 괜찮을 것 같은데 팔은 좀 많이 접어야겠다."
"역시 그렇겠죠?"
정음이 옷을 정리하는 사이 도훈도 운동복으로 갈아 입었다.
도훈은 정음이 보는데도 신경쓰지 않고 훌렁훌렁 옷을 벗었다.
"아…."
정음은 민망해서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맨 몸으로 드러난 도훈의 탄탄한 상체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오, 오빠."
"응?"
"운동을 얼마나 하신 거예요? 몸이 와…."
정음은 10년 넘게 태권도를 익히면서 운동을 꾸준히 했던 체육인이었기 때문에 도훈의 몸 상태를 보더니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로 보기엔 이전과 체격이 비슷해 보였지만, 체지방률이 말도 안되게 낮았던 것이었다.
통상 체지방률 15% 이하면 복근이 드러나고, 7~8%까지 이르면 컷팅을 열심히 한 보디빌더 정도의 몸이 되는데, 도훈은 아예 1~3% 수준의 극단적인 체지방률을 보이고 있었다.
"어, 대회 준비하면서 조금씩 만든 거야."
"정말 대단해요. 식단관리도 같이 하시는 거예요?"
통상 보디빌딩은 먼저 근육을 크게 키우며, 대회 일정에 맞춰 체지방을 걷어 내는 식으로 바짝 몸을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환골탈태를 통해 변화된 도훈은 몸은 숨만 쉬어도 체지방이 타버리는 놀라운 효율을 보였던 것.
놀란 정음이 도훈에게 가까이 다가와 반사적으로 몸을 어루만졌다. 잘 깎아놓은 대리석 조각품처럼 선명한 근육이 절로 탄성을 나게 했다.
"어쩜 이렇게…."
"매일 운동한다고 했잖아."
"와…. 하루에 몇시간씩 하시는 거예요?"
"음, 아침 저녁으로 4시간?"
도훈은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았지만, 정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이 정도로 몸 관리를 하고 있다면, 따로 시간을 내 여자를 만날 거라는 의심 자체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뻥치시는 군요. 맨날 돌려가며 후배들 만나고, 가끔 나이트도 가시는 분이.]
'당연히 착한 거짓말이지. 정음이가 알아서 좋을 게 없잖아. 속상하기만 할텐데.’
"대단해요. 공부도 열심히 하시고…. 운동도 이렇게 까지나…."
"대회 나갈때까지만 유지하려고. 사실 오늘 너랑 먹은 게 일주일만에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어. 평소엔 맨날 단백질 쉐이크랑 닭가슴살만 먹고 있거든."
"아…. 전 오빠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준비하시고 계신줄 몰랐어요. 제가 이런 대회를 나가도 되는 줄 모르겠네요."
"왜? 아직 시간 있으니까 너도 만들면 되지."
"제가 가능할까요?"
"응, 충분해. 남자들은 근육의 크기나 선명도 위주로 보니까 식단관리를 병행해야 하지만 여자들은 또 심사 기준이 다르거든. 적당히 체지방이 있어야 몸매가 더 예뻐보이기도 하고."
"음, 그렇군요."
"일단 가볍게 하체 운동부터 해볼까?"
"하체요?"
정음은 발차기를 위주로 훈련하는 태권도 선수였기 때문에 하체에는 자신이 있었다.
"응. 스쿼트라고 알아?"
"네."
"일단 빈 봉으로 연습해 보자."
도훈은 전신 거울이 설치된 벽면에 가서 바벨이 끼워진 봉 앞에 섰다.
"다리는 어깨 너비로 벌리고 봉을 손으로 붙잡는 거야."
"네."
정음은 도훈의 설명과 시범을 귀기울여 들었다.
시범을 마친 도훈이 바벨을 빼서 빈봉을 건넸다.
"일단을 무게없이 해봐."
"네, 오빠."
정음은 스쿼트 동작이 처음인지 어깨에 올린 상태로 엉거주춤했다. 그러나 이내 벨런스를 잡고 천천히 무릎을 굽히며 내려왔다.
"이렇게 하면 돼요?"
"오, 자세 좋은데?"
빈말이 아니라 정음은 도훈이 방금 보여준 동작을 완벽하게 따라하고 있었다. 도훈의 보디빌딩 지식은 한 때 PT 트레이너였던 송미나에게 복제한 것이었기 때문에 전문적인 트레이너에 버금갔다.
그런데 정음이 생전 처음 하는 동작을 완벽하게 따라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확실히 정음이는 몸으로 하는 건 정말 잘하는 구나. 운동 천재야 진짜.’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당연하지. 눈으로 본 걸 완벽히 따라할 수 있다면 프로 선수들이 수년간 폼을 정착하기 위해서 노력할 필요가 어디겠어?’
정음은 몇 번 스쿼트 동작을 해보더니 도훈에게 말했다.
"오빠. 좀 가벼운거 같은데 무게를 올려도 되나요?"
"바로? 괜찮겠어?"
"네. 저 하체는 튼튼하거든요."
도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빈봉 양쪽에 10kg씩 바벨을 끼웠다.
정음은 다시 자세를 잡고는 아까와 조금도 다를바 없는 자세로 스쿼트를 시작했다.
'대단하네. 보통 무게가 실리면 자세가 틀어지는 게 정상인데,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네.’
도훈은 정음의 놀라운 운동신경에 감탄하며 그녀의 운동을 지켜보았다.
"혹시 무게를 더 올릴 수 있나요?"
"음, 가능은 한데…."
"양쪽에 30kg씩 올려도 될 것 같아요."
"뭐? 바로 30kg를?"
"네."
정음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했기 때문에 도훈은 저도 모르게 원판을 추가했다. 정음은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곧바로 스쿼트를 시작했다.
"흡!"
무릎을 굽힐 때 나오는 엉덩이가 너무나 탐스러웠다.
특히 티 위로 드러난 척추기립근이 놀랍도록 섹시했다.
'와씨, 정음이 운동하는 모습 보니까 좆나 꼴리네.’
도훈의 대물이 스멀스멀 대가리를 들었다.